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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으려면
130호 학생회동향

문학,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으려면

서울대 학내의 문학 활동은 취미 수준에서 문학을 애호하는 사람들에 의해 주로 이뤄진다.이 주최하는 대학문학상에서 수상을 하고 이후 소설가, 시인, 평론가로 등단하는 경우도 있다.그러나 대학문학상은 기본적으로 등단의 통로이기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사유가 반영된 노력의 결과물을 모집하고 지면에 실음으로써 학생들과 공유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이 때문에 대학문학상은 전문가보다는 아마추어를 위한 자리에 가깝다.학내의 활동들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학내의 문학 활동은 취미 수준에서 문학을 애호하는 사람들에 의해 주로 이뤄진다. <대학신문>이 주최하는 대학문학상에서 수상을 하고 이후 소설가, 시인, 평론가로 등단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학문학상은 기본적으로 등단의 통로이기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사유가 반영된 노력의 결과물을 모집하고 지면에 실음으로써 학생들과 공유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문학상은 전문가보다는 아마추어를 위한 자리에 가깝다. 학내의 활동들도 마찬가지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문학을 즐기는 데에 활동의 방점을 찍고 있어 문학 창작을 전문성의 영역까지 끌고 나가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학교 바깥으로 가면 창작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학생으로는 문예창작학과(문창과) 학생들이 있다. 이들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산대학문학상’, ‘문학동네대학소설상’ 등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문학상 외에도 각종 문학상과 신춘문예를 수상하며 문창과의 입지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문창과가 내는 성과의 저변에는 몇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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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서일대 문창과 학생들이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과 통폐합 반대 묵언 시위를 했다. ⓒ민중의소리

문창과, 얼마나 알고 있나요?

  1953년 서라벌예술대학교(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에 문창과가 처음으로 개설됐다. 한국연극아카데미로 설립된 서울연극학교는 1974년 서울예술전문학교(현 서울예술대학)로 개편하면서 문창과를 신설했다. 이후 서라벌예대, 서울예전, 동국대에서 많은 시인과 소설가를 배출했다. 이 3개 학교 출신의 작가들이 대거 한국문단에 포진했다. 문단을 편의적으로 이들 학교 출신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로 나눌 수 있을 정도였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문창과를 개설하는 학교들이 여럿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문과가 창작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학문의 실용성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문과가 담당했던 문학 연구는 계속 국문과에서 맡되 문창과가 창작, 비평 영역의 전문화를 꾀함으로써 시인, 소설가, 평론가 등을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문창과를 개설한 대학이 현재 2, 3년제와 4년제를 합쳐 40곳에 이른다.

  일반적인 통념에 따르면 문창과는 시인, 소설가 등 작가를 배출하는 곳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문단 규모와 수천 명 규모의 문창과 재학생, 그보다 많은 졸업생 수를 비교했을 때 문단에서 문창과 출신을 모두 수용할 수 없음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중앙대 문창과를 졸업한 A 씨는 “모두가 작가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문창과 입학생 모두가 작가가 되기 위해 입학하는 것은 아니며 방송 작가, 시나리오 작가, 출판사 편집인 등 각자 원하는 진로가 매우 다양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앙대 문창과는 ‘졸업생의 진출 확대를 위해 문예창작의 재능과 기량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의 개발과 사회에 진출의 영역을 좀더 넓힐 수 있는 실용적 교육(카피론 특강, 편집론, 영상문학연구)에도 힘쓴다.’고 전공 교육목표에 명시하고 있다. 전공과목 역시 영상매체, 공연영상창작, 광고기획, 번역 등을 다루고 있다.

사진1       중앙대 문예창학과의 전공 교육 목표. ⓒ중앙대학교 문예창작전공.jpg

중앙대 문예창학과의 전공 교육 목표. ⓒ중앙대학교 문예창작전공

  고려대 세종캠퍼스와 숭의여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등은 학과 명칭에서부터 학과 목표를 문단 등단에 한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A 씨는 “어렵사리 등단해도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입이 낫고 상대적으로 자리가 많은 광고, 출판, 방송 쪽으로 진로를 수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순수문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현실을 밝혔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문창과가 학과 통폐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추진에 따라 서일대는 취업률을 기준으로 문창과와 미디어출판과를 통폐합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안에 따르면 서로 이질적인 문창과와 미디어출판과의 커리큘럼은 합쳐지고 정원은 줄어들게 된다. 서일대는 학과 통폐합 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도, 통폐합 사실을 공고하지도 않았다. 이에 문창과 학생들이 올해 3월 말 학교 측의 학과 통폐합을 반대하는 피케팅과 퍼포먼스를 했다. 문창과 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일대는 내년에 문창과를 통폐합하는 것으로 안을 진행하고 있다.

  90년대에 급증한 문창과 출신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진로와 취업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학과에서는 다양한 방면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문창과가 시, 소설 부문의 창작과 출신 학생들의 문단 진출에 강세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늘어난 정원과 학생 수 때문에 이들 모두가 문단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춘문예나 각종 문학상 공모에 응모해 당선되는 문창과 출신 작가는 늘고 있다.

사진3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출판사에서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출판사에서 ‘책 사재기’를 하기도 한다. 7월 29일부터 간행물 사재기 신고 포상금 제도가 시행됐다. 2013년 황석영 소설가가  ‘출판계에 만연한 사재기 행태 근절 촉구 기자회견’에서 출판계의 사재기 행태 근절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공모상, 재능 있는 작가를 기다리며

  ‘문학의 위기’, ‘문학이 죽었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문학 분야 단행본의 평균 발행부수는 2011년 기준으로 1,935부로 2천부가 채 못 된다. 평균 발행부수는 물론이고 전체 발행부수에서도 학습참고도서에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 수치는 사람들이 문학작품보다 학습참고도서를 더 많이 구입하고 있음을 뜻한다. 문학 단행본의 경우 몇몇 베스트셀러를 제외하면 1만부 이상을 판매하기 어렵다. 1만부가 ‘고지’(高地)로 불리고 1만부가 판매되면 대박은 못 돼도 ‘중박’은 된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책에 따라 다르지만 단행본 판매의 손익분기점은 최소 2천부 수준이고 저자나 출간에 투입한 역량에 따라 그 이상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했을 때 문학 단행본의 발행부수가 평균 2천부에 못 미치는 현실은 그만큼 문학작품 발간이 출판사에 이익이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규모 있는 출판사, 신문지는 문학상 및 신춘문예 공모를 통해 작가 발굴에 힘쓰고 있다. 출판사의 문학상 공모는 각각 ‘창비신인문학상’이 ‘한국문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역량 있는 신예를 기다리며…’라고, ‘문학동네신인상’은 ‘문학의 순수성과 존엄을 지켜나갈 참신하고 역량 있는 작품을 모집합니다.’라고, 문학과지성사의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은 ‘우리 문학의 전위를 꿈꾸는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라고 공모 목적을 밝히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러한 공모 목적이 수사로 들릴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해 기존의 담론을 발전시키거나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문학계뿐만 아니라 출판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학작품의 출간에 힘쓰는 창비,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에서 신인문학상을 제정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특히 소설 부문에서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신인 작가의 좋은 작품을 찾기가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늘어나는 응모, 작품의 질은?

  좋은 작품을 찾기 어렵다는 견해에도 문학상 및 신춘문예 응모는 늘고 있다. 1998년 제정된 ‘창비신인소설상’은 1998년 당시 약 600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이후 2002년까지 500~600여 편의 작품이 꾸준히 접수되다가 2003년에는 484편, 2004년에는 492편으로 응모작이 다소 줄었다. 그러다 2005년부터 응모작 수가 늘어 2005년에는 659편, 2007년에는 922편이 접수됐다. 올해는 529명이 1천 편 이상의 작품으로 창비신인소설상에 응모했다. 2011년 제정된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의 경우 대학생 대상에 200자 원고지 500매 이상으로 경장편 길이의 원고분량을 요구했음에도 90편의 작품이 응모됐다. 이처럼 문학상 응모작 수가 증가하는 현상의 이면에는 문창과가 증가해 창작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출판사 관계자 B 씨는 “문창과 출신이 문학상 응모자의 절반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응모작의 증가가 문학상을 제정한 출판사의 입장에서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응모작의 양적 증가가 반드시 작품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앙대 문창과를 졸업한 A 씨는 “문창과에 글 잘 쓰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다”면서 “원래부터 잘 쓰는 친구들인데 졸업할 무렵에는 더 잘 쓰게 된다”고 문창과 출신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다른 의견도 있다. B 씨는 “문학이 전문 영역화됐다”면서 “창작을 하는 사람들도 다양한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 기술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창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입장이다. 새롭고 참신한 이야기를 쓰는 것보다 문장을 다듬고 서사를 매끄럽게 이어나가는 데에 신경쓰다보니 정작 알맹이는 부족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문창과에서 창작을 배운 후에도 공모전에 응모할 작품을 쓰기 위해, 혹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작품을 다듬기 위해 창작 스터디를 하는 경우도 많다. 창작 스터디의 합평에 제시된 의견을 반영하면서 글 다듬는 실력은 느는 반면 글 자체의 참신성이 줄어드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B 씨는 “문단이 50년 이상 형성돼 내려오면서 내부논리가 생겼다”고 말한다. 이 경우 문단의 내부논리를 잘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적으로 창작 기술을 훈련한 문창과 출신이 공모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B 씨는 “다른 전공을 공부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등단하기 어려워진 것 같다”며 대중으로부터 문학이 유리되는 현상을 우려했다.

사진4      2014년도 창비신인문학상 응모 공고. ⓒ창작과비평사.jpg

2014년 창비신인문학상 응모 공고. ⓒ창작과비평사

문학, 어디로 가야 할까

  이런 탓에 문학상 응모작들에 대해 내면의식을 드러내거나 일상을 소재로 쓰는 경향이 너무 강해 아쉽다는 평이 많다. 시대적 현실에 대한 고민과 사회에 대한 의식이 자기화 되지 못하고 경험되는 현실의 표면에 머무르는 데그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문장은 잘 다듬어졌지만 내면과 일상에 서늘한 시선을 유지한 채 관조하며 겉돌고 있다. 창작 기술은 뛰어나지만 경험이 부족하다는 아쉬움과 일맥상통하는 점이다. 이 같은 경향에 대해 임홍배 교수(독어독문학과)는 “시대가 변했지만 이 시대에는 이 시대 나름의 억압적인 상황이 또 다른 식으로 펼쳐져 있다”며 “그 점에 대해 사려 깊게 생각하고 고민을 글에 녹인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평했다. 우리 문학이 그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서라벌예대, 서울예대, 동국대 등 전통 있는 문창과와 국문과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시대 현실과 개인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는 문학의 담론이 다방면으로 심도 있게 형성되기 어렵다. 이미 수차례 논의된 바 있는 이 같은 문제의식이 문창과의 강의에 그리고 문학상 공모에 반영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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