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고양이는 야생고양이와 유기묘, 두 종류로 나뉜다. 야생고양이는 고양이 본래의 야생성을 갖고 있어 사람이 학대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 반면 유기묘는 사람과 지내면서 야생성이 퇴화한 탓에 길에서 생활하기 어렵다. 도움의 손길 없이는 목숨이 위태로운 것이다. 유기묘와 구조된 고양이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입양이다. 하지만 한국은 유기동물 입양제도가 발달하지 않았다. 고양이의 경우 서울에 입양카페가 서너 곳, 입양소가 두 곳뿐이다. 이런 실정에서도 길고양이 입양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대저널>은 구조묘·유기묘·파양묘 입양에 힘쓰는 ‘애묘인’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동물사랑실천협회’에서 근무하던 엄숙용 씨는 2011년에 단체를 나와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카페를 차렸다. 협회에선 다양한 분야의 일을 처리하느라 입양에 집중할 수 없었다. 엄 씨는 “좁은 공간에 수십 마리가 모여 있는 보호소는 수용소와 같다”며 “시민단체에 맡기기보단 개인이 구조부터 입양까지 책임지는 게 고양이를 위한 일이다”고 했다.

▲제우스. 길에서 구조돼 치료를 받고 카페에서 생활하는 도중 한 대학생이 제우스를 입양했다. 어느 날 그의 동아리 친구가 카페로 전화를 걸었다. 제우스를 입양해갔던 학생이 자기에게 고양이를 맡기고 교환학생으로 스페인에 갔다는 것이었다. 엄 씨는 입양됐다 버려진 제우스를 다시 데려올 수 있었다.

▲제우스를 잃어버릴 뻔한 뒤로 엄 씨는 고양이를 함부로 입양 보내지 않는다. 카페에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사람 중 믿음이 가는 사람에게만 고양이를 보낸다.


▲유리장 안에 손바닥만한 아기 고양이가 자고 있었다. 이름은 라떼. 지난 5월 11일 신 씨는 생후 1개월도 안 된 고양이 7마리가 쓰레기들과 함께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버려져있던 걸 구조했다. 2마리는 쓰레기에 짓눌려 이미 죽은 상태였다. 신 씨는 5마리에게 인공수유를 하고 치료를 시도했으나 고양이들이 너무 어려 약을 쓸 수 없었다. 짧게는 6시간 길게는 며칠 동안 고통과 사투를 벌이다 결국 4마리가 죽었다. 7마리 중 라떼만 살아남았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버림받았지만 사람을 믿고 따른다. 무릎 위에 누워 잠을 자기도 하고 이름을 부르면 따라온다. 발톱을 내밀지도 않고 다른 고양이가 위협하면 달려와 사람 뒤에 숨는다.

▲작년 ‘동물사랑실천협회’는 답십리에 ‘제2케어센터’를 만들었다. 퇴계로 ‘제1입양센터’에 이어 생긴 유기동물 입양소다. 답십리 입양소 임희진 팀장은 “방이 포화상태라 아픈 고양이를 더 받을 수 없어 안타깝다”며 “입양소가 늘어나 유기동물을 입양할 수 있는 제도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4개가 있는 강아지 방과 다르게 고양이 방은 1개뿐이다. 길고양이가 ‘시 위탁 보호소’에 포획되면 10일이 지난 뒤 안락사 된다. 하지만 이곳에 한번 들어온 고양이는 입양되거나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산다.



호 중인 타이거, 집주인이 죽이려던 상황에서 형제들과 함께 구출된 별이.


▲지난 6월, 8년 동안 근무했던 일본 보석 회사가 호주로 이전하자 이지연 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혼자 살 집을 구하러 다녔다. 창이 크고 창틀이 넓은 곳을 찾는 게 목표였다. 고양이가 창틀에 앉아 바깥을 보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8월 11일에 임시보호 온 로지. 로지는 전 주인이 이사를 가면서 버려졌다. 구출된 뒤 2번의 임시보호를 거쳐 입양됐다. 새로운 주인은 키우던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로지를 다시 파양했다. 결국 구조자의 애인이 내년에 입양하기로 했다. 그가 지금은 군 복무중이라 고양이를 맡을 수 없어 1년간 이 씨가 임시보호하고 있다.

▲깍지는 로지가 오기 3주전에 입양됐다. 동물병원 아르바이트생이 길에서 절뚝이는 고양이를 구조했다. 병원에서 깍지를 본 이 씨는 깍지가 후지마비에 걸릴 가능성을 감수하고 입양을 결정했다. 그는 “굳이 분양 잘 가는 애를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당장 생명이 위태로운 아이를 데려가 키우는 게 맞다”고 유기묘 입양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