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먹고 탄생한 가정폭력특별법

*아내폭력: 아내를 대상으로 한 폭력은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한국사회에서 주로 사용되는 단어는 ‘가정폭력’이다.하지만 ‘가정폭력’은 아동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같이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다른 종류의 폭력 또한 포괄하기에, 아내를 대상으로 한 폭력의 특수성을 나타내지 못한다.‘아내구타’란 용어도 있으나 ‘구타’는 모든 유형의 폭력을 포함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아내학대’는 심리적, 성적 학대에 치중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아내폭력아내를 대상으로 한 폭력은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한국사회에서 주로 사용되는 단어는 가정폭력이다하지만 가정폭력은 아동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같이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다른 종류의 폭력 또한 포괄하기에아내를 대상으로 한 폭력의 특수성을 나타내지 못한다. ‘아내구타란 용어도 있으나 구타는 모든 유형의 폭력을 포함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아내학대는 심리적성적 학대에 치중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서울대저널>은 현재 여성단체에서 사용하는 아내폭력을 차용했다하지만 아내폭력’ 또한 여성을 인간이 아닌 남편의 아내로 국한시키는 시각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내포한다는 지적이 있다. 

 

  1991년 2월 6일 임신 4개월이었던 남수영(가명, 당시 32세) 씨는 뱃속의 아이를 잃었다. 술에 취해 귀가한 그의 남편이 자고 있던 남 씨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그의 허리와 배를 구타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우리 가족은 다 죽어야 한다’고 외치며 남 씨에게 칼을 들이댔다. 또한 같이 있던 아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남 씨는 이 사건으로 아이를 사산했으며 장이 파열됐다. 남 씨는 죽음의 두려움을 느꼈다. 결국 남 씨는 남편을 상해했다. 남 씨는 ‘살인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남수영 씨의 남편은 혼인 전부터 폭력을 행사했다. 혼인 전 남편은 ‘결혼해주지 않으면 친정 식구들을 다 몰살하겠다’며 남 씨의 가족을 위협했다. 남편은 결혼 후에도 남 씨에게 지속적인 신체적 폭력을 행사했고 변태적인 성행위를 요구했다. 남편의 폭력을 견딜 수 없었던 남 씨는 이혼을 요구하고 세 차례 도피했다. 남편은 그때마다 남 씨의 부모를 칼로 위협했다. 사건 당일 남 씨는 남편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살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내폭력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와 처벌법의 제정

  80년대는 ‘여자와 북어는 사흘에 한 번씩 패야 한다’는 속담이 통용되던 시기였다. 비정부기구인 ‘한국여성의전화’가 1983년도에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708명 중 299명(42.2%)이 배우자로부터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 폭력의 정도는 뺨을 때리는 것에서부터 발길질, 담뱃불로 지지기까지 다양했다. 80년대 실시된 다른 설문조사 또한 기혼여성 중 40% 이상이 남편의 폭력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보였다(표 참조). 하지만 80년대까지 한국사회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무감각했다. 가정은 사적인 영역으로 받아들여졌으며, 가정 내의 사건에 대한 법의 개입은 과도한 것으로 인식됐다. 아내를 대상으로 한 남편의 폭력 또한 문제시되지 않았고, 아내폭력을 처벌하는 법조항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아내구타 추방운동’은 사회의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한국 개신교 교육단체였던 ‘크리스천 아카데미’(1959-2000)는 아내구타를 심각한 여성문제로 인지하고 이를 한국 중산층 여성들에게 교육했다. 교육받은 여성들은 1970년대 중반부터 ‘아내구타 추방운동’을 이끌었으며, 이는 1983년도에 창설된 ‘한국여성의전화’로 이어졌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아내폭력을 여성문제 중 하나로 명시하고, 아내폭력 피해 여성들에게 상담과 쉼터를 제공했다.

연구자

년도

대상

지역

경험율

한국여성의전화

1983

기혼여성 708

서울

42.2%

한국갤럽조사연구소

1983

기혼 여성

61.0%

손덕수

1983

기혼 여성 140

서울

48.8%

김정옥

1985

기혼 여성 673

대구

44.7%

이영숙

1985

부부 519

서울 전주

42.0%

이순형

1987

기혼 여성 200

서울

60.0%

김정옥

1988

기혼 여성 511

대구

51.5%

김미옥

1989

기혼 여성 336

경북 농촌

61.3%

 ▲1980년대 아내를 대상으로 한 신체적 폭력의 발생비율을 나타낸 표

 출처: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정희진 저. p. 37.

  90년대는 아내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환기된 시기였다. 아내폭력 추방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남수영 사건은 아내폭력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인식시켰다. 1993년에 발생한 이윤정 사건(1993.02.21.)은 남수영 사건의 뒤를 이어 아내폭력의 잔인함을 폭로했다. 교사였던 이윤정(가명, 당시 37세) 씨는 혼인 초부터 남편의 폭력을 겪기 시작했다. 남편은 14년 동안 욕설을 통한 정서적 폭력과 신체적 폭력을 행사했다. 이 씨가 남편을 살해하던 날에도 남편은 이 씨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남편은 이 씨를 나체로 꿇어앉힌 채, 이 씨의 머리채를 잡고 흉기를 목에 댔다. 그는 ‘같이 죽자’는 말을 되풀이했다. 새벽까지 계속된 남편의 협박에 이 씨는 죽음의 위협을 느꼈다. 이 씨는 남편의 폭력이 잠시 중단된 사이에 칼로 그를 살해했다. 사건 이후 <한겨레>는 이 씨가 겪었던 폭력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보도했다. 또한 ‘PD수첩’은 ‘어느 여교사의 살인-진범은 누구인가’를 통해 이윤정 사건을 재조명했다. 언론은 이윤정 씨의 살인 자체보다 살인의 동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아내폭력을 공론장으로 끌어들였다.

  이윤정 사건에 뒤이어 이세영 사건(1994.01.16.)과 김윤아 사건(1995.03.25.)이 발생했다. 두 사건 또한 아내폭력 피해 여성에 의한 가해자 살인사건이었다. 이세영(가명, 당시 40세) 씨는 23년 동안 남편으로부터 폭행당했다. 사건이 발생한 날 남편은 망치로 집 안의 가구를 부쉈으며, 이 씨의 목을 졸랐다. 김윤아(가명, 당시 43세) 씨의 남편도 이 씨의 남편과 유사한 폭력을 행사했다. 18년 동안 남편은 음주 후 김 씨를 구타했고,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성행위를 강요했다. 김 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부부싸움에 끼어들 수 없다고 답하며 돌아갔다. 결국 김 씨는 사흘에 걸쳐 구타를 당한 뒤 남편을 살해했다.

  90년대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아내폭력 피해 여성에 의한 가해자 살인이라는 극단적 형태를 보여 주목을 받았다. 언론은 아내폭력 피해 여성이 경험한 폭력을 구체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아내폭력의 잔인함을 알렸다. 아내폭력을 부부 간의 문제로 인식하던 통념은 점차 변화했다. 사회 인식의 변화에 힘입은 여성단체는 아내폭력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피해자 인권과 가정의 평화를 위해 아내폭력 방지를 위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1991년 4월 열린 ‘성폭력특별법 입법을 위한 공청회’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서 아내폭력을 제기했다. 또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996년의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목소리를 높였다. 그 결과 1996년 10월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작성한 ‘가정폭력방지법안’이 국회에 상정됐고, 1997년 12월 15대 정기국회에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피해자보호법)’이 통과됐다.

  법적으로 처벌 가능한 아내폭력,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

  제정된 이래 가정폭력처벌법과 피해자보호법은 몇 차례의 개정을 거쳐 보완됐다. 하지만 2014년 현재까지도 두 법률은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신상희 성폭력상담소장은 “현행법은 가정폭력 가해자의 폭력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며 “법이 가정폭력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법의 이행을 위해 마련된 제도 또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전국가정폭력쉼터협의회’ 고미경 상임대표는 “정부가 아내폭력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정책의 실효성에 회의를 드러냈다. 한국여성연구원 허민숙 연구교수는 지난 해 3월 ‘한국여성의전화’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제대로 된 문제인식으로 아내폭력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과제이자 방법’임을 역설하며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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