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부터 6년이 흘렀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몇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 중엔 주민들의 건강 문제와 보상 문제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주민들의 건강 문제는 원유유출로 인한 바다 오염과 연관이 있다. 바다로 유출된 원유는 납, 카드뮴, 우라늄 등 독성을 지닌 방사능과 중금속이 포함돼있다. 연안으로 밀려온 원유 방제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두통과 어지러움, 메스꺼움을 호소했다. 2007년 12월 23일 보건복지부·환경보건포럼·한국환경회의가 태안 주민과 자원봉사자를 상대로 건강실태조사를 했다. 2년 뒤 2009년 9월 1일 환경부와 환경운동연합, 태안군환경보건센터는 유류오염사고 피해주민 중장기 건강영향조사를 시작했다. 태안환경보건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급성건강영향조사 결과 체내 중금속(납, 수은, 카드뮴) 농도가 대조군에 비해 높았고 스트레스 및 우울과 같은 정신건강의 유병률이 일반 근로자보다 1.2~4배 정도 높았다. 중장기적으론 호흡기계, 알레르기, 고혈압, 당뇨, 심혈관계,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의 다양한 질환과의 연관성을 보였다.
태안군 환경보건센터가 지난해 주민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방제작업에 많이 참여한 주민과 사고지역에 가까이 거주하는 주민에게 체내 중금속 농도가 높아짐을 확인했다. 또한 체내 산화손상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를 분석한 결과 방제작업참여일수·사고지역과의 거리에 연관성을 보였다. 태안환경보건센터 엄귀흠 사무국장은 “기름유출사고와 건강피해 간 연관성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며 “기름유출사고로 인한 건강영향은 세계적으로도 드물어 앞으로 장기간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태안환경보건센터는 앞으로 계속 건강영향조사와 연구를 통해 연구 결과물을 자료로도 활용하고 주민들의 질병을 관리하고 예방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예정이다.
5년을 넘게 이어진 보상 문제, 그게 무엇이기에
5년이 지났으나 IOPC와 피해주민들, 삼성중공업과 피해주민들 간의 보상 문제가 남아있다. 사고를 겪은 주민들은 4조 2271억 원을 청구했다. 반면 IOPC는 1,845억 원만 배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삼성중공업은 사고 책임 당사자로서 법적 피해배상 절차와 별도로 3천6백억 원 규모의 출연을 제시했으나 피해주민들은 5천억 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IOPC-피해 주민 간 ‘선주책임제한절차’에 대한 사정재판(정식 재판이 아닌 일종의 예비 재판으로 피해주민이 신청한 피해 당사자의 적격 여부, 금액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해 판정을 내린다)은 현재 대전지법 서산지원에서 진행 중이다. 올해 1월 17일에 서산지원에서 발표된 사정심사 결과는 태안 주민들이 청구한 전체 신고금액(약 4조 2,271억원)에 대해 재판부는 7,341억여원(17.41%, 국제기금의 약 4배)을 IOPC가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불복한 주민과 IOPC 양측에서 이의 소송을 제기했다. 주민 7만2천명은 IOPC를 상대로, IOPC에선 주민 6만3천명을 상대로 민사재판을 진행 중이다.

유출된 원유가 서해안의 해양환경 속에 흡수되는 분포도 ⓒ한겨레
주민들이 청구한 4조 2271억은 태안의 생태환경과 주민들이 겪은 피해규모에 비하면 많은 금액이 아니다. 또한 이 금액을 받아낸다 해도 전부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태안 유류피해민대책연합회는 “바닷가 생태환경 복구, 주민들의 생계수단인 어업 분야에서 발생한 각종 피해 복구(선박 수리·구입, 채무 상환 등) 및 기타 피해복구에 대부분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에서 선고한 금액 7,341억 원에는 주민 직접 피해액 4,138억 원(비수산분야·관광분야 461억 원이 포함, 나머지는 수산분야), 방제비용과 해양복원 사업 3,293억 원이 포함됐다. 주민들이 직접 받을 수 있는 금액은 4,138억 원 가량이다.
IOPC가 주민들이 산출한 피해액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제시한 건 바지락 등 어류의 폐사와 정부의 조업제한조치에 따른 손해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재판부는 그 손해점을 인정해 7,341억 원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직접피해액 4,138억 원 중 비수산분야와 관광산업 분야의 피해액이 461억 원에 불과해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다는 견해도 있다. 대전지법 재판부는 ‘비수산 분야의 피해는 간접적인 것이라 여겨 피해액이 낮다고 봤다’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산분야는 수협과 거래를 하기 때문에 매출을 증명할 자료 산출이 수월한 편이다. 반면 비수산 분야와 관광산업 분야는 증명 자료를 제출하기 어렵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관광객을 상대하는 요식업과 민박업이다. 문화관광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사고 발생 전 2007년에 연간 약 2천만 명이던 관광객이 2009년 쯤 4백만 명 정도까지 떨어졌다 2012년에는 절반 정도인 약 900만 명으로 집계됐다. 태안 유류피해민대책연합회는 “식당이나 민박집이 기름 유출 사고로 손님이 줄어 매출이 대폭 낮아져도 사고와 손님 감소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07년 12월, 바다로 유출된 원유가 태안지역에 실시간으로 확산된 경로.
사고 5년 7개월만인 올해 7월 중순 해양수산부는 원유유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피해보상과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해양수산부는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피해주민 지원 및 해양환경 복원 등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이 특별법 시행에 따라 피해보상 및 손해배상 절차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시행령에 따르면 재판의 1심은 2014년 5월쯤 결과가 나올 예정이며 최종 심사인 3심은 2015년 3월 이내에 선고할 것을 권고해 2년 안으로 마무리 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태안 유류피해민대책연합회 “5년 사이 고령으로 사망한 피해주민들이 약 4천5백 명 가량이다”고 밝혔다. 4천5백 명으로 추정되는 사망자에 대해 대전지법 서산지원이 충남도청에 확인을 요청해 피해주민 6만 3천명 중 사망자 수를 확인하고 있다. 현재 확인된 사망자는 2,619명으로 공식 집계됐으며 나머지 약 4만2천명에 대해 추가 확인 중이다.
사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삼성
기름유출사고는 삼성에게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삼성이 낼 보상금액이 피해액의 절반도 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보상 문제에서 삼성 측은 ‘우리는 법적 절차대로 따르는 거니 전혀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삼성의 보상액이 적은 이유는 선주책임제한 절차 때문이다. 선주책임제한절차는 기름유출사고 발생 시 아무리 큰 피해가 생기더라도 기업이 파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배 톤수에 비례해 일정 금액만 보상을 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한도를 정해놓은 것을 말한다. 다만 고의적인 사고, 무모한 행해, 풍랑주의보 같은 천재지변일 때 사고 발생 시 선박책임제한절차법 적용이 제외된다. 삼성은 사고 당시 삼성 측 예인선이 해양청의 충돌 가능성에 대한 무선 경고를 무시하며 무리하게 운행하다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을 일으켜 대규모의 유류오염사고를 일으켰다. 게다가 사고 후에 무선 경고를 받은 적이 없는 것처럼 항해일지를 조작하려던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그래서 삼성은 선박책임제한절차 적용에서 제외돼야 함에도 2008년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선주책임제한절차를 신청해 배상 책임한도액인 56억3천4백만원만 내라는 판결을 받았다.
삼성 측의 태도는 2010년 발생한 멕시코만의 기름 유출 사고에서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사가 보인 태도와 확연하게 비교된다. BP는 과실에 대해 모두 인정하고 벌금 4조원을 내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기름유출 관련 피해 보상액과 향후 과실 발견시 추가로 낼 보상금까지 합해 약 45조원이란 금액을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BP의 경영진이 방송에 출연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보상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삼성의 경우는 사건 발생 이후 자신들의 손해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선주책임제한절차를 이용해 법적으로 내야 할 보상액을 56억 원으로 마무리 지었다. 또한 태안을 방문해 지역발전기금이란 명목으로 500억을 썼으며 의료봉사도 지속적으로 했기 때문에 책임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삼성은 지난해 열린 국회 특위에 참석해 참석자들 앞에서 ‘사죄한다’는 말을 한 것 외에는 피해자들에게 아직까지 공식적인 사과를 한 적도, 잘못을 시인하는 발언도 하지 않았다.
국회 ‘허베이스피리트 유류피해대책특위’ 위원으로 활동 중인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단순히 법적인 절차를 떠나 사고에 대처하는 인간적인 대응에서 이건희 회장은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며 “생활고로 목숨을 끊은 피해민 유가족을 봐서라도 피해 주민에게 사과와 보상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허베이스피리트 유류피해대책위는 정부와 삼성, 피해민, 전문가 참여 협의체를 구성해 삼성의 사회적·도의적 책임을 촉구하며 삼성이 초기에 제시한 천억 원 정도의 지역발전기금을 3천6백억까지 상향조정했다. 또한 삼성이 서해안 연안 생태계 복원사업에 동참하고 피해지역에 기업유치, 삼성의 진실성 있는 사과와 도의적인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 놓고 있던 정부, 그동안 뭐 했나
가해기업들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말기에 일어난 사고는 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로 넘어 온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 때 해결이 가능했을 문제를 5년 동안 정부 부처를 계속 개편하고 업무를 떠넘기는 과정에서 기름유출사고는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지적하며 비판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해양수산부를 폐지하고 국토부를 국토해양부로, 농산부를 농림수산부로 조직을 개편했다. 부서 개편을 이후 각 부서는 ‘담당 업무가 아니다’며 유류오염사고를 회피했다. 국회의 상황도 비슷했다. 국무총리 산하에 유류피해특별대책위가 있지만 국무총리가 직접 참관하는 회의는 지난 6년 간 세 번만 열렸다.
사정재판 결과에 따라 허베이스피리트 호는 보험금 포함 약 1,500억 원, IOPC는 최대 금액인 3,258억 원을 보상하게 됐다. 나머지 2,617억 원은 정부에서 세금으로 보상해야 한다. 삼성 기름유출사고를 계기로 사고를 낸 기업이 방제비용을 전부 배상하는 제도인 ‘유류비용보장법’이 지난 7월 16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너무 뒤늦은 움직임이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피해지역 환경 복원, 구체적인 피해 상황 조사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IOPC와 피해주민 간의 재판을 정부가 단순한 민사재판으로 생각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던 것이 결국 배상금을 국민 세금으로 지출하는 상황까지 오도록 일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삼성-허베이스피리트
원유유출사고’로 기억해야
이 사고의 정확한 명칭은 ‘삼성-허베이스피리트 원유유출사고’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기억에 남았다. ‘태안’은 ‘기름유출사고가 일어난 곳’의 상징이 됐다. 연간 2천만 명이 방문하던 곳은 지금 약 9백만 명만이 찾고 있다. 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을 통해 피해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보완하고, 피해지역 이미지 개선사업 확대 및 자원봉사의 방제활동 홍보를 위한 유류피해극복기념관을 건립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국회 유류피해대책특위는 “올 11월에 마무리될 ‘보상받지 못한 자에 대한 정부 용역’ 결과를 보고받는 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 주민들에게도 조속히 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충남도청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올 11월 30일 서울청계천 광장에서 ‘서해안 프로젝트’를 열어 유류피해를 입은 서해안 지역 수산물 홍보전 개최를 통해 주민들을 지원하는 데 보탬이 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피해대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
국회의 유류피해대책특위는 오는 11월 30일까지 특위를 연장했다.
6년간 주민들을 할퀴고 지나간 상처들이 온전히 아물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로 보인다. 태안 유류피해대책연합회 사무국장 문승일 씨의 증언대로 태안 주민들에게 ‘돈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마음의 공허함’은 남는다.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더 이상 ‘태안=기름’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삼성이 기름유출사고에 대해 제대로 된 보상과 진심어린 공개사과를 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 또한 정부가 형식적인 내용과 절차가 아닌, 실제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현장 상황에 걸맞은 지원을 해줄 지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