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디자인노점 사업은 지속가능한가

관악구는 지난 해 신림역 인근을 시범노점거리로 지정했다.이어서 올해는 서울대입구역 인근을 디자인노점 거리로 지정했다.그러나 올해 초부터 사업은 순탄치 못했는데, 기존 노점상들이 이에 집단 반발했기 때문이다.

관악구는 지난 해 신림역 인근을 시범노점거리로 지정했다. 이어서 올해는 서울대입구역 인근을 디자인노점 거리로 지정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사업은 순탄치 못했는데, 기존 노점상들이 이에 집단 반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악구가 서울대입구역의 노점들에 대한 단속과 철거를 진행하기 위해 도로 한 켠에 커다란 컨테이너를 설치하자, 양측의 대립의 골은 깊어져만 갔다.전노련 남부지역 “독선 행정에 폭력 철거” VS 관악구청 “그런 적 없어”전국노점상총연합회(전노련) 남부지역 성명서(노점상 추방거리 ‘디자인서울거리’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결의)에 따르면 공사가 확정된 2007년 9월까지도 구청은 공식적인 통보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사업구역 내 노점상 보호 대책을 요구한 10월에 이르러서야 관악구청 가로정비팀 장철수 팀장과 전노련 남부지역장 김장용 씨 사이에 면담이 이뤄졌다고 한다. 그러나 면담은 곧 결렬됐다. 전노련 남부지역 회원 김란 씨는 양측의 면담 와중에도 수 백건의 고소와 고발이 있었기 때문에 면담이 결렬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장 팀장은 작년 10월부터 3~5월까지 전노련 남부지역 집행부들과 집단 면담 꾸준히 해 왔으며, 올 8월 18일부터 ‘노점개선자율위원회’가 구성돼 디자인노점 사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면담 시점에 고소와 고발이 이뤄진 것은 전노련 남부지역 회원들이 공무원에게 가한 위해와 업무 방해에 따른 실정법상 조치였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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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만 들어도 수레만 잡아도 공무집행방해였다.” 남부지역 측에 따르면 무자비한 철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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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억울하다.” 장철수 팀장에 따르면 전노련이 교묘하게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양측의 충돌은 실제 노점의 단속과 철거과정에서 더욱 불거졌다. 지난 5월 1일 전노련에서 발표한 ‘노점탄압 현황’에 따르면 사설 용역을 동원한 폭력단속으로 부상을 입은 전노련 회원이 5명이다. 그 중에는 시범노점거리에 포함되지 않은 봉림교 인근에서 호떡을 팔다가 중상을 입은 75세 할머니도 있었다. 전노련 남부지역 회원 강완규 씨는 “안기부, 쇠고랑 운운하며 협박하는 건 예사였다. 여자들끼리 있을 때를 노려 노점상을 철거했고, 심지어 떡볶이 같은 음식마저 전부 가져갔다”며 혹독한 철거를 비난했다. 그러나 장 팀장은 전노련이 관악구청을 매도한다며 억울해했다. 특히 용역 동원과 관련, 관악구는 예산이 부족한데다 용역과 노점상 간 발생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오히려 용역을 적게 쓰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노점상들의 폭력 저항으로 인해 가로정비팀 직원들은 3~4주짜리 진단서에 해당하는 부상을 입는 게 예사였다고 한다.디자인노점 사업, 노점 양성화인가 퇴출용인가?갈등의 핵심은 디자인노점 사업이 기존 노점을 양성화시키는 것인지, 퇴출시키기 위한 수순인지에 있었다. 장 팀장은 관악구 디자인노점 사업은 생계형 노점상을 고려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디자인노점 사업이 마무리되면 관악로 기존 노점상의 약 90%에게 노점허가가 부여된다. 노점 자체가 현행법상 명백히 불법이지만 생계형 노점상임을 고려한 조치였다.” 그러나 전노련 측 입장은 정반대였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2년 창의시정 평가토론회’ 자료집에 의하면 관악구의 상위 사업인 서울시 노점대책 자체가 노점퇴출용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서울시가 노점 수를 1만 2351개로 적게 추산하고 있다는 점, 노점 품목과 운영 시간을 획일적으로 규격하려는 비현실적 구상, 1년 단위로 허가를 갱신해야 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꼽았다. 매주 수요 집회를 열어 전노련 남부지역과 연대해 온 인문대 학생회장 미경(인문 05) 씨 역시 “디자인노점 사업이 빈곤의 문제는 도외시한 채 노점상 가운데 일부만을 선별 포섭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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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노련 남부지역은 관악구 디자인노점 사업에 반대하여 매주 아침 관악구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장 팀장의 주장대로라면 전노련에 남아 극렬투쟁을 벌이고 있는 약 10%의 노점상들은 대부분 비생계형이었다. 그렇게 판단한 근거에 대해 묻자 “간부들은 노점들의 회비와 하부조직으로부터 분납금 등을 받으며 재료상 선정, 특정 자리에 노점을 배치할 수 있는 권한 등이 있다. 실제로 탐문 조사를 해 봤더니 보통 집을 한 두채 정도 가지고 있어 빈민으로 보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한 등산객과 학생수요가 많은 서울대입구역 근처에서는 일반 직장인의 두세 배가 넘는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전노련 남부지역 회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강 씨는 소위 ‘귀족 노점상’ 문제에 대해 묻자 “나도 노점상이지만, 동네에서는 창피해서 고개를 숙이고 다닌다. 돈이 있다면 번듯한 가게를 얻지 노점을 계속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소위 ‘기업형 노점’ 같은 것도 종로거리의 포장마차처럼 술을 취급하는 경우에나 간혹 있다. 절대다수는 생계형”이라고 억울함을 내비쳤다. 한편 현재 관악구청은 전노련에서 탈퇴해 가칭 ‘지역노점상(상인회)’으로 전환한 상인들에 대해서만 영업을 허용하고 있다. 지금 장사하는 노점상들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철거 책임자인 장 팀장은 “불법이기는 하지만, 생계형 노점상들에 대해서는 항구적인 대책을 세우기 전까지는 단속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분들까지 단속해야 하는가?”라며 도리어 반문했다. 덧붙여 지역노점상으로 전환한 노점에 대해서는 ‘재산동의서’를 제출받아 재산조회를 끝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전노련 남부지역 측은 똑같은 노점일 뿐인데 상인회 노점만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김 씨는 “지금이라도 당장 서울대입구역 상인회 옆에 전노련 노점을 펴 본다면, 전노련 노점만 강제로 철거할 것”이라 자신하면서 관악구청의 행보가 일종의 표적 단속, ‘전노련 죽이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상당수가 이미 상인회로 전환, 남부지역도 관악구청과 협의각서 체결해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과거 서울대입구역을 중심으로 성업 중이던 노점상들은 대부분 전노련을 탈퇴해 상인회로 전환한 상태다. 장 팀장에 따르면 관악로와 관악산 입구 70여 노점 중에서 60여 곳이 전노련을 탈퇴했다. 수치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서울대입구역에서 오래 전부터 영업했다는 한 노점상 역시 “전노련 노점상이 대략 50여 개쯤 됐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마 10여 곳 정도나 될지 모르겠다”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다. 과태료 및 고소와 고발이 두려워 탈퇴한 사람도 있고 후에 디자인노점을 받기 위해 탈퇴한 노점상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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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2일 관악구청과 남부지역 비상대책위원회간 ‘협의각서’가 체결됐다.

더구나 투쟁을 계속하던 11명의 노점상들도 지난 8월 22일 관악구청 측과 ‘협의각서’를 체결했다. 노점개선자율위원회가 정한 기준액(실물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금액으로서 1억) 이하인 3명의 노점상을 생계형으로 분류하여 디자인노점 거리 내에 노점허가를 추가로 부여하기로 했다. 나머지 8명의 노점상들에게는 노점허가가 부여되지 않았지만, 민원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사업 구역 외의 지역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단속을 완화하기로 했다. 덧붙여 서로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남부지역은 관악구청 앞 집회를 더 이상 하지 않으며, 관악구청은 구속자에게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형사법원에 제출했다. 장 팀장은 “이로써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한다. 전노련 남부지역 사무국장도 “구속자들이 계속 나오는 등 회원들의 희생이 커 결국 물러나기로 했다. 협의각서에 불만이 있지만, 각서와 구두 약속을 이행한다면 추가적으로 문제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로써 관악구 디자인노점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관악구, 자치구 중 가장 빠른 진척 속도 보여사업 초기 홍보와 투명한 노점허가가 향후의 관건현재 관악구 디자인노점 사업을 필두로 서울의 다른 자치구 곳곳에서 디자인노점 사업이 서서히 진행 중이다. 강북구는 수유역 주변을 디자인노점 시범거리로 조성해, 기존 노점상들에게 설득과 홍보작업을 벌이고 있다. 양천구의 경우 오목교역과 신정네거리 인근에 사업을 벌이기 위해 대상 지역 노점상 70명을 초청해 설명회를 가지기도 했다. 종로구 역시 화훼 노점이 많은 종로5가 인근을 시범거리로 지정했는데, 화훼 노점상들이 먼저 적치물을 자율정비하고 미관을 유지하기 위해 가로화분대를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 이채롭다. 한편 강남구도 강남대로를 ‘u-street’로 지정하면서 8월 21일 55개의 노점을 강제 철거했는데 이에 반발한 노점들이 도로를 점거하여 시위를 벌였다. 그밖에 8월 22일에는 광진구와 성동구의 노점 철거에 항의해 1000여 명의 전노련 회원들이 규탄집회를 갖기도 했다. 자치구 중에는 사업 초기부터 설명회와 의견수렴을 벌이고 있는 곳이 있는 반면 강제적인 철거과정으로 집단 반발이 이미 벌어진 곳도 있다. 자치구 가운데 가장 빠른 사업 진척을 보이고 있는 관악구의 경험이 더욱 귀중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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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10월 이후 디자인노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디자인노점 사업의 핵심은 생계형 노점상들을 제한적으로 합법화하는 점에 있다. 단속과 처벌에서 탈피하여 생계형 노점상들을 제도권으로 흡수했다는 점에서 일단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라 평가할 수 있다. 생계형에 대한 보호에는 양측이 인식을 같이하는 만큼, 사업 초기부터 믿을 수 있는 홍보작업이 선행된다면 불필요한 정책저항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으로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얼마나 투명하게 생계형 노점상을 지정할 수 있을지가 첨예한 대립을 낳을 수 있다. 벌써부터 “재산을 미리 위장한 사람들이 노점을 배정받으려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노점상은 “기준이 2억이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재산액수와 상관없이 전노련만 탈퇴하면 장사하게 해 준다는 말도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업 초기의 활발한 의사수렴과 설명, 그리고 합리적이고 투명한 노점허가가 문제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다. 서울시 디자인노점 사업이 깔끔한 디자인만큼이나 깔끔한 노점상 대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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