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화국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방학이지만 영어학원가는 토익과 토플을 공부하려는 대학생들로 북적인다.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 또한 대학생이 꼭 거쳐야할 통과의례처럼 느껴진다.요즘에는 어린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필리핀, 싱가포르행 비행기까지에도 몸을 싣는다고 한다.영어 실력을 위한 그런 노력들이 자칫 언어의 유창성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필리핀에 잠깐 다녀온 적이 있었다.

방학이지만 영어학원가는 토익과 토플을 공부하려는 대학생들로 북적인다.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 또한 대학생이 꼭 거쳐야할 통과의례처럼 느껴진다. 요즘에는 어린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필리핀, 싱가포르행 비행기까지에도 몸을 싣는다고 한다. 영어 실력을 위한 그런 노력들이 자칫 언어의 유창성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필리핀에 잠깐 다녀온 적이 있었다. 필리핀은 고유 언어인 ‘타갈로그어(Tagalog語)’를 영어와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필리핀 사람들은 두 언어를 모두 할 수 있지만 자신들끼리는 타갈로그어를, 관광객들에게는 영어를 주로 사용했다. 필리핀에 있는 동안 기자도 보통 한국인처럼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영어 때문에 등에 식은 땀이 났었다. 그러다 친구를 통해 우연히 노린(Noreen)을 만나게 됐다.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오는 학생들에게 십년 넘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노린은 기자의 부족한 영어실력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며 기자가 영어‘조차’ 잘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까지’ 할 줄 아는 것이라고 치켜세웠다.“Ang hindi magmahal sa sariling wika ay higit pa sa hayop at malansang isda.”(자신의 언어를 사랑하지 않는 자는 동물이나 썩은 생선보다도 못한 사람이다.) 필리핀은 16세기 중반 에스파냐를 시작으로 미국, 일본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 강대국의 식민지였던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하지만 그 때문인지 필리핀 사람들은 모국어를 사랑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둔다. 영어를 함께 사용하지만 자신들의 언어인 타갈로그어를 아끼는 것이 애국심 그 자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리핀 사람들은 자신의 언어를 사랑하지 않는 자를 동물이나 썩은 생선보다도 못한 사람이라고 이야기 하는지 모른다. 지난 7월 말 처음 치러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후보가 당선됐다. 전문가들은 공 후보의 당선으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영어몰입교육’을 골자로 하고 있는 국제중학교 설립은 사실상의 중학교 입시부활을 예고하며 벌써부터 사교육 시장을 들썩거리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틀린 한글 맞춤법이 회자되고 있다. 단순히 ‘습니다’를 ‘읍니다’로 잘못 썼다는 것이 문제는 아닐 것이다. 벌써 개정된지 20년이 넘은 한글 맞춤법에도 주지 않는 관심을 국제경쟁력 향상이라는 미명 아래 영어교육에만 두는 것은 한참이나 순서가 바뀐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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