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의 건강과 환경을 생각할 때

“몇 년 전에 푸에르토리코에서는 끔찍한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생후 7개월 된 아기의 젖가슴이 부풀어오르고 3~6세에 월경을 하는 등 비정상적인 조숙 현상을 보이는 어린이가 2천 명이나 발생한 것이다.이 아이들이 먹은 미국산 닭고기에는 가금류의 성장촉진제로 사용하고 있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다량 함유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음을 지키는 엄마 모임 지음.

“몇 년 전에 푸에르토리코에서는 끔찍한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생후 7개월 된 아기의 젖가슴이 부풀어오르고 3~6세에 월경을 하는 등 비정상적인 조숙 현상을 보이는 어린이가 2천 명이나 발생한 것이다. 이 아이들이 먹은 미국산 닭고기에는 가금류의 성장촉진제로 사용하고 있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다량 함유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음을 지키는 엄마 모임 지음.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 중에서) 이런 사건은 비단 이름도 복잡한 먼 지역의 일만은 아니다. 초식 동물에게 육식 사료를 주면서 벌어진 광우병 파동, 농약 덩어리 야채, 화학첨가제 섞인 가공식품, 쓰레기만두 등등. 사람이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없고 마음 편하게 살 수 없는 이런 세상은 따져보자면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특히나 이런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은, 현 세대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피해를 영문도 모른 채 고스란히 입게 된다. 이번 호 NGO 꼬레아에서는 이러한 ‘부정의’한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꿔보기 위해, 아이들을, 우리의 ‘다음’을 위해 뛰는 NGO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에 찾아가보았다.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이란‘다음을 지키는 사람들‘은 현재 환경정의시민연대의 카테고리에 속한 시민단체다. 1999년 환경정의시민연대 의 엄마 회원들이 모여 ‘다음을 지키는 엄마들의 모임’이라는 이름의 공부 모임을 개설했다. 이 모임의 주요 키워드를 “먹을거리”로 자리 잡게 해준 1등 공신은 다소 엉뚱하지만 포켓몬스터빵이라고. “당시 포켓몬스터빵이 시중에 출시되었는데, 아이들이 그 빵을 사서 스티커만 빼고 빵은 내다버렸어요. 여기에서 캐릭터 식품의 문제점을 회원들끼리 논의하게 되고, 그러다가 그 관심이 ‘우리 아이들이 먹는 먹을거리의 문제점’라는 주제로 확대되었죠.”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의 신권화정 부장의 말이다. 엄마들은 아이들의 먹을거리의 안전성에 대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 곳을 찾아보려 했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고, 결국 그 일을 자신들이 맡아하기로 논의를 모았다. 모임의 엄마 회원들은 아이들의 먹을거리에 대해 연구하고, 서로 발표하고 토의했다. 그에 관해 자체적으로 지침서를 내고, 또 책을 발간했다. 이러한 활동이 확대되면서 초기의 공부 모임은 이제는 하나의 운동본부가 됐다. 참여 주체도 많아졌다. 당초 엄마들만의 모임이었던 것이 이제는 엄마뿐 아니라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다음 세대 등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단체로 확장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 아래 ‘다음을 지키는 엄마들의 모임’은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이하 다지사)로 탈바꿈했다. “‘다음’은 다음 세대, 즉 우리의 아이들은 의미합니다. 현재의 어린이는 물론 가까운 미래의, 먼 미래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들까지 포함하죠. 그들의 건강과 환경권을 지켜주는 것이 다지사의 목표입니다. 현세대의 잘못 때문에 다음 세대가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는 세상, 그것이 다지사가 지향하는 세상입니다.” 안티패스트푸드를 말하다 요즘 다지사에서 역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안티패스트푸드 운동이다. 지난 4월, 안티패스트푸드운동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안티’ 활동에 돌입한 것이다. “비싼 로열티와 쓰레기 문제, 또 패스트푸드가 저질 육류나 과다한 지방, 설탕을 함유해 건강에 해악을 끼친다는 점에서 안티 패스트푸드운동의 의의를 찾을 수 있어요. 특히 아이들에 있어서 패스트푸드는 소아비만의 주원인이 됩니다.” 신권화정씨는 또 한 마디 덧붙인다. “패스트푸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것이 달고 짜고 기름지다는 데에 있어요. 그 자극적인 맛에 사람들은 길들여지죠. 특히 어릴 때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으면 평생 패스트푸드를 찾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의 심각성을 인식 못해요. 부모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패스트푸드점으로 가는 실정이죠.” 다지사에서는 지난 5월 5일, ‘햄버거를 먹으면 비만과 아토피를 선물로 하나 더 드립니다’라는 주제로 ‘어린이날 패스트푸드 안먹기 캠페인’을 벌였다. 최근 어린이 TV시청시간대 패스트푸드광고금지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패스트푸드 원료공개 운동을 추진해, 각 패스트푸드사에 1차적인 공개질의를 요청하여 답변서를 받았다. 또 ‘패스트푸드 패러디광고 시민공모전’을 열어 패스트푸드의 해악을 드러내는 광고를 공모, 심사해 발표하기도 했다. 슈퍼사이즈 햄버거, 그리고 슈퍼사이즈 미 이렇듯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다지사의 안티패스트푸드운동 중에서도 가장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프로젝트는 한국판 ‘슈퍼사이즈 미’제작이었다. 이 실험은 한 달 내내 패스트푸드만을 먹었을 때의 신체 변화를 촬영해 패스트푸드의 위해를 고발한 모간 스퍼록 감독의 ‘슈퍼사이즈 미’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그 모티브를 땄다. 패스트푸드 문화의 국내 정착을 막고 어린이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 한국판 ‘슈퍼사이즈 미’는 실험 참여자인 환경정의시민연대의 윤광용 간사의 급격한 건강 악화로 본인의 진행의지에도 불구, 24일 만에 중단됐다. 패스트푸드의 해악성을 그야말로 “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한 달 동안 패스트푸드만 먹는다는 실험의 방식이 극단적이라는 것은 인정해요. 하지만 아이들은 평생 동안 먹게 되는 패스트푸드로 평생에 걸쳐 그보다 더한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 심각성을, 단기간에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으면’하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사실을 알려주려 한거죠.” 한국판 ‘슈퍼사이즈 미’는 그 목적에 걸맞는 성과를 거두어, 많은 사람들에게 패스트푸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현재 몇몇 국회의원이 어린이 TV시청시간대 패스트푸드 광고금지와 패스트푸드 원료공개 제도화에 대한 법안 마련을 준비 중이다. “패스트푸드 옹호 입장에 선 사람들이 간혹 말하는 게, 길거리 음식도 패스트푸드와 다를 게 없다고, 몸에 안 좋다는 건 같은데 왜 패스트푸드만을 공격하느냐는 거예요. 그렇지만 길거리 음식과 패스트푸드는 규모부터가 틀리죠. 패스트푸드는 세계인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그 범위가 크다는 말입니다.” 시루떡학교, ‘다음’에 직접 다가서다 다지사에서는 매년 여름방학,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2박 3일간 시루떡학교를 연다. 환경, 먹을거리에 대한 체험적인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식습관에 변화를 주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어린이들이 유기농 재료로 직접 밥을 지어보고, 환경과 먹을거리를 주제로 한 역할극이나 천연염색, 농사 체험도 한다. “사실상 2-3일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들이 지금껏 유지했던 식습관을 통째로 바꾸는 건 무리겠죠. 약간만이라도 개선해나갔으면 하는 거예요. 실제로, 시루떡학교 후에 아이들이 좀 달라졌다는 말들이 들려요. 예를 들어 과자를 사먹을 때 꼭 그 성분을 확인하고 산다든지 말이에요.”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시루떡학교도 개최했다. 다지사에서는 여기에 참가하는 아이들의 현실을 고려해, 그에 맞는 교육 과정을 거치도록 배려했다. “일반가정에는 대안먹을거리로 생협의 유기농 채소 등을 권하지만, 이 방법은 하루하루를 꾸려나가기도 벅찬 저소득층 가구에서는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겠지요. 이야기 방식을 전환해서, 차선을 택하도록 교육했어요. 가공식품을 먹더라도 첨가물을 적게 섭취할 수 있는 방향으로라든지. 예를 들어 라면이나 우동을 먹을 때 면을 우선 물에 한 번 끓이고 조리하는 식으로요.” ‘다지사’로부터의 전언대학생들에게 조언해주고픈 말이 있다면 하고 코멘트를 요청하니 신권화정씨는 대뜸 “목적의식을 가지고 공부했으면”한다. 환경에 관심을 가지라든지, 생활 음식의 위해성에 대해 각성하라든지 하는 말을 기대했던 기자는 약간 당황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은 당황했던 기자를 납득시키기에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 “개인적인 성취보다는 다른 사람을 폭넓게 위하는 의식을 가졌으면 해요. 현재 다지사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가 거의 없습니다. 물론 자기 주장이 달라서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많은 전문가가 기업이나 정부에 자본이라는 고리로 묶여있다는 것, 또 사회의 주류 목소리와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은 배척하는 사회 풍토의 요인이 상당부분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색소, 방부제, 유연제 등의 식품 첨가물의 위해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해줄 과학자들이 없다. 패스트푸드 원료공개 운동을 전개하면서도 패스트푸드 성분의 유해를 증명해줄 전문가의 부재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자본에 휘둘리거나 학계의 뿌리 깊은 관성에 묶여있는 전문가, 학자가 여러분의 미래의 모습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특히 서울대학생들은 이미 기득권층이 되어가는 위치에 서있어서 그것이 더 어려울 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여와 책임에 대해 생각해주었으면 해요.”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신권화정씨는 다지사만이 가진 특성으로 ‘주체’의 차이를 꼽는다. “대부분 NGO단체가 사무처의 실무자들 중심으로 꾸려져나가지만, 다지사는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활동을 이끌어갑니다.” 다지사 참여 주체의 가능성을 당초 엄마에서 모든 이로 범위를 확대했지만, 그래도 적극적 주류회원은 대부분 엄마 회원들이다. 그래서인지 다지사 회의는 반 이상 이런저런 즐거운 수다로 채워진다. 특정한 이슈 아래 의식화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개인적 관심사에 대해 소통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다. 혼자만으로는 이루지 못할 생각이나 계획들을 서로의 힘을 합쳐서 행동으로, 실제로 만들어낸다. 기자가 본 다지사는 ‘조직’적이거나 ‘기업’적이지는 않았다. 시민단체라는 말로 그들을 지칭한다면, 다지사는 ‘단체’보다는 ‘시민’에 가까워보였다. 평범한 시민들이 하나 둘 모여 서로 논의하고, 행동했다. 그들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조금 변화시켰다. 대한민국의 ‘다음’에 대해서는 특히나 조금 더. 그리고 지금은, 그 변화를 무한으로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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