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만나죠’ 민주노총 수석 부위원장은 대뜸 집회장소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한다. 인터뷰 당일, 확성기 소리와 민중가요가 울려 퍼지는 집회 장소에서 어렵사리 그를 찾았다. [기자] 민주노총이 참여연대와 한겨레에 이어 진보단체 3위에 선정되셨는데요… [부위원장] 허허..왜.. 3위지??(웃음)….하긴 서울대생에게 그렇게 인식될 것 같긴 하네요. [기자] 참여연대와 한겨레가 진보적 단체 1, 2 위에 선정되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부위원장] 저는 진보성이란 우리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모순인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바꿔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역사에 있어서 여러 정치, 사회, 문화적인 문제는 기본적으로 생산력, 경제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이지요. 진보성을 그와 같이 규정한다면 시민단체의 기업 민주화 운동, 소액주주운동이 진보적인 운동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현실적인 역관계에서는 필요한 운동이긴 생각하지만 그것들이 본질적으로 진보적인 운동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난 몇 년간만 돌아보아도 일련의 개혁이 진행되었지만 자본주의의 모순은 오히려 심화되었어요. 빈부 격차가 극에 달했어요. 이는 역사발전에 반하는 것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모순을 바꿔내고 사회적 통제, 사회화를 통해 인간 해방의 평등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자] 노동운동이 진보 운동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각에서는 집단 이기주의가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특히 사회가 어려운 시기에는 노동자 파업을 하면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구요. [부위원장] 노동운동에 있어서 노동자의 계급 이기주의나 집단 이기주의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이기주의는 최소한의 생계 유지, 최소한도의 근로조건을 얻기 위한 이기주의고 따라서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이기주의와는 다르죠. 노동자 파업의 경우 보수언론과 기득권 세력이 왜곡된 이데올로기를 유포시키는 것 때문에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요. 어떤 현상이 있으면 반드시 원인이 있는 것이잖아요. 그 원인과 같이 생각되어야 하는데 언제나 노동자가 파업을 한다는 사실에만 주목하는 것 같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와 자본가는 계급적인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로 인해 갈등이 생기면 자본가는 폐업이나 해고 등의 방식으로, 노동자는 최악의 경우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거든요. 사실 노동자 파업의 영향이라고 해 봐야 전국 사업장의 10%정도도 안 되는 규모의 파업인데, 그것이 전체 사회를 망하게 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기득권 세력이 유포시키는 이데올로기가 아닐까 해요. [기자] 민주노총의 투쟁이 너무 과격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대중 정권 퇴진 슬로건도 그렇고… [부위원장] 과격하냐 아니냐의 기준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냐 아니냐에 있는 것 같은데 그런 판단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서 투쟁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너무 패배주의적인 생각이 아닐까요? 김대중정권 퇴진 구호는 2001년에 처음으로 사업으로 내걸은 구호입니다. 우리는 이념적으로 보나 현실적인 상황으로 보나 정당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역량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런 구호를 내걸음으로써 탄압을 자초했고 대안 정치조직 없이 정권 퇴진을 이야기했던 것이 좀 과도하지 않았나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이에 진보진영 운동은 어떻게 대응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부위원장] 앞으로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노동자 농민 빈민의 불만과 투쟁력이 상대적으로 더 커질 것입니다. 중산층의 인식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까지는 한쪽의 빵을 국내의 기득권 세력과 중산층이 나누었다면 이제는 그 빵을 세 개로 나누어 그 중 하나를 초국적 자본이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중산층이라고 해봐야 임노동자 아니면 자영업자 정도인데 그들의 생활도 엄청나게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인식도 많이 바뀔 수밖에 없죠. 이를 바탕으로 민중의 저항이 진전되면 이를 정치세력화할 진보정당의 역할이 중요하게 대두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민족운동과 노동운동이 현재처럼 분화하지 않고 동전의 양면처럼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투쟁은 혁명적인 성격이 더 강화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최근에는 어떤 현안을 가지고 싸우고 계십니까? 비정규직 차별 철폐, 공기업 사유화 반대, 해외 매각 반대, 그리고 여러 사회 개혁 과제들이 있습니다. 공교육 쟁취와 같은 사회개혁과제들은 가장 계급적 성격을 띠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7차 교육 과정으로 가느냐 무상교육확대로 가느냐 하는 투쟁은 자본주의 논리에 따른 계급의 재생산 문제이지요. 뿐만 아니라 사회개혁 과제들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든 중산층이 포함되는 문제고 함께 싸울 수 있는 중요한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