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7대 총학생회 선거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3일 간의 투표 기간동안 투표율 50%를 넘지 못해 이틀간의 연장투표에 돌입하였지만 결과는 참혹하 게도 47%. 총학생회 출범 이후 47년만의 첫 선거 무산은 교내외적으로 많은 파장을 불러 일으겼다. 전반적으로 침체된 학생들의 선거 참여 분위기와 선본 간의 당파 싸움, 그리고 무심히도 불어닥쳤던 한파와 비까지… 이 모든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온 결과였다. 일부에서는 ’47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총학 선관위, 또 는 선관위)에 대한 비판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선관위가 제 역할과 임무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선거가 이렇게 파행에 치달을 때까지 선거를 준비하고 총괄하는 선관위는 어디서 무엇을 해왔던가? 선관위의 발자욱을 따라가 보기로 하자. 11월 6일 오전 9시선관위실은 학생회관 3층에 위치한, 예전 46대 총학생회실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제는 ’46대 총학생회’ 대신 ’47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붉은 문을 두드렸다.이른 오전에 찾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실”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아직 선거기간도 2주 가량 남았고 선관위원들도 각자의 교실로 수업을 들으러 간 듯했다. 혼자 선관위실을 지키고 있던 47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장 박경렬 씨는 컴퓨터 작업이 한창이었다. 2개의 선본이 선관위에 의해 징계경고를 받은 것에 대한 징계공고를 작성하고 있었다. 후에 안 일이지만 이 날 발령된 2개의 징계공고가 이번 선거기간동안 처음이자 마지막 징계였다고 한다. 아마 선거사상 최소 징계횟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라고 자랑삼아 말하던 박경렬 씨는 ”예년까지는 자보를 붙이는 과정에서 징계사항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대개 의도해서 잘못한 것이 아니라 자세한 시행세칙을 잘 몰라서 일어난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그런 세부적인 사항마다 징계를 발령하는 것은 서로의 역량 낭비라고 생각해서 징계보다는 권고조치를 많이 취했습니다. 아마 선거사상 최소 징계횟수가 아닐까 싶습니다”라며 후담을 덧붙였다. 점심식사 전, 공문을 한 장 들고 본부 학생과를 찾았다. 총학생회 선거관리비를 지원 받기 위함이었다. 본래 총학생회 선거가 있을 때마다 본부에서 관리비를 지원 받아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학생과를 찾은 일은 금새 마무리되었다. 이 날 점심시간에는 학생회관과 자하연에서 2개 선본의 개인 유세가 있었다. 유세 30분 전, 선본원들은 엠프와 마이크를 빌려기 위해 선관위실을 찾았다. 유세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빌려주고 확인하고 보관하는 것 또한 선관위에서 담당하기 때문이다. 수업이 없는 점심시간이라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보였지만 정작 선본의 유세에 귀를 가울이는 학생들은 별로 없었다. 학생 사회의 침체되는 선거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듯했다. 학생들의 저조한 참여에 조금은 힘이 빠질 듯도 했지만 정·부후보들은 마이크를 잡은 두 손을 더욱 꽉 쥐었다. 학생들의 발걸음을 조금이라도 더 잡기 위한 노력이었다. 서로 이러한 어려움을 알았기에 선본간의 예의를 벗어나는 일은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관위원들은 개인 유세장 주변을 떠날 수가 없었다. 개인 유세를 하는 동안에는 근처에서 다른 선본의 선거 운동이나 리플렛(선본 광고지) 배포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유세가 끝나고 학생들도 각자의 강의실로 돌아가 한산한 학생회관에서 선관위원들은 선본원들과 함께 유세장비를 챙겼다. 선거기간이라 엠프, 마이크 등 장비의 대여가 유난히 많아서 시간까지 체크하며 꼼꼼히 챙겨야 했다.11월 11일 오전 9시 며칠 째 찌푸리던 하늘이 결국엔 부슬부슬 가을비를 뿌린 날이었다. 궂은 날씨였지 만 하루하루 빠듯한 일정의 선관위는 한시라도 활동을 지체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총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각 단과대의 막바지 선거 일정이 한창이었기 때문에 단과대 선거에 필요한 투표용구들도 필요한 상황이었다.정각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선관위원들은 두 대의 용달차를 끌고 관악구청 뒤에 위치한 관악구 선거관리위원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날 따라 관악구 선관위에서는 지역단위의 행사가 있어서 분주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관악구 선관위 직원들은 분주한 가운데서도 총학 선관위원들을 위해 시간을 내어 투표용구들을 챙겨주셨다. 대여가 지제되어 시간에 맞추지 못할까 걱정하던 총학 선관위원들은 덕분에 조급한 마음을 달렐 수 있었다. 그날은 당장 자연대와 공대 학생회 선거가 시작하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단대 학생회 선거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지역구 선관위에서 빌려주는 것도 총학 선관위의 임무 중 하나이다. 빗속에 우산도 쓰지 못한 채 투표함과 기표대를 옮기는 선관위원들은 숨이 찬 듯 연신 하얀 입김을 뿜어냈다. 선관위는 책상 앞에 앉아서 사무만 볼 것이라는 내 생각은 오산이었던 것이다. “아침부터 수고하시네요” 한 선관위원이 내게 인사를 건냈다. 카메라 하나, 수첩 하나 들고 있던 기자는 그 인사 한 마디에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 오후에는 후보들의 1차 유세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새벽부터 내라는 비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관악구 선관위에서 투표용구를 옮겨 나르던 선관위원들은 1차 유세를 연기해야 될 것만 같다며, 그칠 것 같지 않은 빗줄기를 원망했다. 좋은 날씨에 유 세를 해도 학생들의 참여도가 저조한 마당에 궂은 날씨는 응당 악재였다. 결국 오전 11시 30분, 선본장들을 포함한 선관위 긴급회의를 통해 1차 유세는 다음날로 연기되었다.11월 17일 오후 7시투표를 이틀 앞두고 찾아간 선관위실은 다소 혼잡스러웠다. 이리저리 널려있는 포스 터들과 투표용구들, 그리고 선관위원들의 분주한 모습에서 투표가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바쁜 와중에도 빠질 수 없는 것이 내부회의이다. 선관위는 보통 하루에 두 번 내부회의를 가진다. 무슨 회의를 그렇게 자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민주주의의 상징인 선거를 총괄·관리하는 입장에서 세부적인 사항 하나 하 나깐직도 합의를 거쳐야함은 당연했기에 어떻게 보면 하루에 두 번도 모자랄 법하다 이 날은 주로 투표시행에 관한 실질적인 사항들이 논의되었다. 선관위원들은 마지 실제로 투표블 하는 양, 투표 과정을 처음부터 짚어가며 잘못된 점은 없는지, 어떻게 고쳐댐지 조목조목 따져나갔다 투표란에 찍은 스탬프가 투표용지를 접을 때 반대 편에 흔적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에 용지를 가로로 접도록 지침하자는 세밀함은 선거 에 대한 선관위의 열정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투표 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해 미리 생각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사항이었다. 선관위원들은 투표기간동안 시간대별로 담당자를 정함으로써 돌발상황 예방 대책을 마련했다. 투표 시 필요한 기본적인 투표용구와 투표인명부를 준비하고 ‘투표소 관리요원 유의사항’과 ‘투표소 지침율’도 작성해야 했다. 이 모든 것이 각 투표소의 상황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했다. 투표소마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넓은 관악 캠퍼스에 무려 40여 개나 되는 투표소를 일일이 점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투표 관련 회의를 마치고, 선관위 홈페이지(www.snuec.org)에 게재된 질문에 대한 탑을 의논하는 것으로 장장 2시간에 걸친 회의는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투표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쉴 틈은 없었다. 밤 10시가 다 되어서 회의가 끝났음에도 선관위원들은 남은 작업때문에 선관위실을 떠날 수가 없었다. 육체적으로는 힘든 시간이었지만 좋은 사람들이 있었고 보람도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는 선관위원장 박경렬 씨는 ”선거분위기가 많이 처졌습니다. 정치적 무관심과 사회대와 인문대 등의 광역화에 따른 전반적인 문제가 초래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나 선본들도 열심히 노력하고 선관위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 결과가 투표율로 나타나면 좋겠지요.”라며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부탁의 말을 전했다. “운동권, 비운동권의 테두리보다는 선본들의 공약을 바탕으로 정당한 한 표를 던지길 바랍니다. 학우 여러분 들의 소중한 권리를 행사해 주십시오.”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썼던… 식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47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가 바로 그런 존재라고 생각한다. 총학생회 선거라는 큰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보 이지 않는 곳에서 땀흘린 선관위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실로 며칠동안 접해본 선관위 활동은 예상외로 방대한 양이었다, 선관위 OT 자료집 출간을 시작으로 선관위 직인 스티커, 정책보고서. 선관위 포스터, 선관위 홈페이지 제작은 물론 후보자 등록 사무처리 및 선거운동 기간 부정선거운동 단속 및 징계, 유권해석, 선본 간 분쟁 조정 등 연일 쉴 새 없는 일정이었다. 선거인명부 작성 및 감독, 투표용구 준비도 선관위의 몫이었다. 투표기간동안에는 투표소 관리는 물론 아침저녁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투표함을 일일이 확인하고 보관해야 했다. 그러나 두 달 여의 기간동안 준비해온 선관위원들의 노고를 어찌 내가 다 알 수 있으랴. 지난 5월 29일, 임시전학대회를 통해서 선거시행세칙이 전면적으로 개정되었다. 선거시행세칙이 파격적으로 개정되어 거기에 따른 향후 활동이 주목되던 47대 총학 선관위였다. 선본장을 구성원으로 한 시행세칙협의모임(룰미팅)을 폐지하고, 세칙의 유권 해석에 관한 권한을 유일하게 선관위가 가짐으로써 선관위의 권한이 강화되었다. 그런 만큼 선관위 홈페이지에서는 선관위 활동 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다. 유권해석과 징계처분이 명쾌했다는 평가와 함께 투표율 제고를 위해 포스터와 영상물 제작한 것도 좋은 시도였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선관위 활동이 부진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투표일정에 대한 홍보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그것이 투표율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운영상의 미흡도 비판의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이는 선관위 활동 자체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내년에는 보다 성공적이길… 결코 많지 않은 10여 명의 인원이 2만 학우를 대상으로 선거를 관리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선본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시행세칙을 협의해왔던 룰미팅을 폐지한 점, 선관위의 권한과 역할이 명확해지도록 선거시행세칙을 전면 개정한 점, 그리고 추천서나 선전물의 양식을 지정함으로써 저비용 고효율의 선거문화를 조장했던 점 등은 이번 선관위의 새로운 시도로 평가될 수 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총학생회 선거 무산’이라는 결과에 선관위의 책임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끝이 좋지 않아 아쉬웅이 남는 47대 총학 선관위였다. 올해의 경험을 거울 삼아 내년에는 보다 성공적인 선관위 활동이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