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대부분의 분야에 걸쳐 우리보다 한 수 앞서있지만 인터넷 및 정보화에서는 여실히 뒤쳐져 있다. 케이블이나 DSL은커녕 ISDN에 감사해야 한다. 그러니 인터넷 사용 가구수도 적고 우리같이 매일 인터넷 이용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어를 전혀 못하니 인터넷만이 유일한 한국 소식 통로인데 ‘정보 후진국’ 일본은 너무 답답하였다. 그렇게 10일 동안 답답하게 지내다 운 좋게 빌려쓴 동경 시내의 한 컴퓨터 너머로는 궁금함을 시원히 뚫어주는 소식보다 그 동안의 답답함을 배가시키는 뉴스들이 눈에 몰려 들어왔다. ‘한국 축구 체코에 0:5 패배’, ‘박찬호 잘 던지고도 2연패’ 그리고 ‘8.15 대축전 파문’. 심상치 않다, 또 한건 터졌구나. 워크샵에서 조선대관련 기사를 쓰면서 엄청난 자기 검열에 시달려야 했다. 일본에서 총련계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나고 대화를 나눴고 어린 시절 받았던 반공 교육탓인가. 예쁘장한 조선대 여학생에게 ‘우리세대’ 3권을 건네준 것으로 ‘국가 기밀 누설’이나 ‘이적행위’를 했다고 몰리지는 않을까. 우습게 들릴지 몰라도 제2의 ‘구미 유학생 간첩단’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아직도 떨고 있다. 대축전 참가자 7명이 국보법 위반으로 이미 구속되어 있고 이글을 쓰고 있는 9월3일 임동원 통일부 장관의 해임안이 가결되지 않았던가. 잠깐, 다시 생각해보자. 분단 독일이 교류를 시작했던 것은 1972년으로 통일되기 17년전부터라고 한다. 그 기간에 발생한 사소한 사건들만 5만7천건 이라고 하는데 크게 트러블이 일어났던 적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우리는 분단된지 50년도 훨씬 넘었고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 유학생들도 무척이나 많으니 기자 정도의 접촉은 5만7천은 쉽게 뛰어 넘겠지. 아! 피라미에 불과하구나. ‘깃털’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자유롭기 그지없다. 현 대통령님이야말로 ‘몸통’이시고 국보법을 가장 강력하게 어기신 분 아니신가. 퇴임하신 후에야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재일 교포들 역시 많은 수가 ‘쉬리’와 ‘JSA’를 관람했다고 한다. ‘JSA’ 오프닝에서 판문점에서 관광객 인솔한 미군 장교의 대사가 생각난다. ‘제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자를 건네 받은 행위로 인해 최고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