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다. 이미 많은 학생들은 서둘러서 올해 달력 마지막 장의 빈칸을 빼곡히 채워나가고 있을 것이다. 종강파티, 송년회 등 연말행사에 매번 초대받는 단골손님은 바로 ‘술’이다. 친구 또는 연인끼리 마주앉아 한 해 동안 묵은 시름을 술 한 잔에 털어 넘기는 일이 잦은 연말, 초대 손님 명단을 검열하고 나선 ‘우리 술 모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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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술 모임’ 술자리의 모습. 희석식 소주 대신 우리 술이 자리잡고 있다. |
모임을 이끌어 가는 조정현(농경제사회 08) 씨는 ‘우리가 흔히 즐기는 희석식 소주가 과연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술인가’란 물음을 품고 이 모임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어느 술 계보에서도 근본을 찾을 수 없는 무색무취, 정체불명의 액체에 대한 거부감은 곧 우리 술에 대한 애정으로 진화했다. 술을 백 가지 약 중 으뜸으로 생각했던 선인들의 생각을 지지하는 그에게 있어 희석식 소주는 원수나 다름없기에 우리 술을 널리 알리려 했던 것이다. 그는 술의 영어발음[sul]이 수도 서울의 발음과 비슷하다면서 ‘술’ 자체를 세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랑스는 와인, 일본하면 사케가 생각나듯 대한민국하면 ‘술’이 생각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평소 판소리의 탁한 음성을 즐긴다는 조 씨는 “한국의 맛은 탁함”이라고 말한다. 그는 막걸리의 탁한 맛이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서 세계에 널리 알릴만한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우리 술 모임’은 신생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난 축제에선 작년에 신설된 신입생 세미나의 한 과목명과도 일치하는 ‘우리 술을 찾아서’라는 이름으로 장터를 열었고, 농생대 대동제에선 학생회장과 농생대학장의 도움을 얻어 시음회를 주최했다. 신입생 세미나를 맡고 있는 김완배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지난 9월에는 국순당 횡성공장을 견학, 11월에는 전주 전통주 박물관도 찾고, 그 지역 술인 이강주를 만드는 명인도 만나보았다. 모임의 구성원인 송재현(농경제사회 09) 씨는 “새내기로 대학생활을 시작할 무렵 소주가 입에 맞지 않았고 강권하는 술자리 문화가 맘에 들지 않았는데, 숨겨져 있던 좋은 술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우리 술 모임’은 단지 술을 먹는 일에 그치지 않고 술을 ‘잘’ 먹는 일을 추구하며 술의 명단만이 아니라 마시는 사람의 자질도 검열한다. 사람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일단 참여한 사람이 주례를 알아가도록 돕는다. 때문에 주량이 적어도 모임에서 충분히 어울릴 수 있다. 주량대로 마시면서 즐길 줄 아는 술이야 말로 약 가운데 으뜸이기 때문이다. 우리 술을 아끼는 모임을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대해 김완배 교수는 먼저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다만 아직 회원수가 적은 현실에 유감을 표하며 “앞으로 큰 동아리로 성장하여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도 우리 술을 알리는 활동을 했으면 한다”고 격려했다. 찬바람으로 절로 웅크려지는 겨울, 우리 술 한 잔 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