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외국 학생들과 ‘고민’해보자! 우리 학교 대동제가 열리고 있는 5월 셋째 주, 그 중에서도 13일 화요일에 총학생회 산하 국제교류국이 주최한 좌담회가 개최되었다. 이른바 ‘제 1회 서울대 재학 외국인학생들과의 좌담’이라는 명칭의 행사였다. 점차 외국 학생이 많아지고 있지만, 학내에서 마주치는 외국학생들은 ‘이방인’으로 비춰지기 일쑤였고, 실질적으로 그들과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코드는 없었다. “총학생회는 각종 국제 교류 문제를 다뤄오고 있으며, 학내 외로 한국인 학생과 외국인 학생과의 교류와 만남을 증대시키기 위한 기회 확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사회자의 이러한 말과 함께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진정 같이 ‘고민’할 수 있는?여지를 마련하려고 의도한 좌담회는 그렇게 첫 발을 내디뎠다. 좌담회의 이슬람 학생 측 패널은 웨이스(공대 졸업생), 차르(경제학부 대학원생), 엘라(경영 01) 이렇게 터키 학생 세 명과 전 정치학과 과장 김범래(정치 00)씨와 총학생회 반전평화위원회의 김석민(국문 98)씨 등 한국 학생 두 명이 참여하였다. 이번 좌담회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졌으며, 대략 두 시간 정도 진행되였다. 후세인도 부시도 싫어! 첫 번째 세션에서는 이라크 전에 대해서 이슬람 학생들과 한국 학생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리고 전쟁과 관련해서 이슬람인의 정서 등에 대하여 패널들 간에 상호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얼마 전 우리 학교에서 성사되었던 동맹 휴업도 있고, 국회에서의 이라크전 파병동의안 문제와 같은 이유로, 이번 전쟁에 국민들의 관심이 컸었던지라, 전쟁에 대하여 특기할만한 이야기는 따로 언급되지 않았다. 석유 이권에 관한 이야기, 중동에서의 미국 패권주의의 강화, EU를 견제하고자하는 목적이 중동에서 발현, 9·11테러는 이번 전쟁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라 단지 미국의 중동 정책의 시기를 앞당긴 것에 불과하다는 것과 같은 내용이 토론의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이슬람 학생측에서는 “어떤 사람들은 우리들이 후세인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보기도 하는데 우리들도 후세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부시를 싫어하니깐 후세인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번 이라크전이 부시와 후세인의 대립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로 전쟁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이슬람 사람들에게는 그들을 침략해온 부시도 나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슬람 인들이 후세인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다.?그들에게는 후세인이 ‘영웅’이 아니라 한 나쁜 ‘독재자’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들은 이번 이라크전의 주된 원인 중에서 하나로 이스라엘의 로비를 들었다. 미국의 유대인은 550만명으로 미국인구의 2퍼센트, 미국의회의 유대인의 의석 수는 7퍼센트에 불과하나 그들 특유의 응집력으로 로비를 해서 미국 사회 내에 큰 영향력을 미쳤으며, 이번 이라크전도 그와 큰 상관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과 관계해서 잠시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관계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그리고 이슬람 학생들은 우리 나라의 친미적 성향에 의아심을 내비쳤다. 요즘 보이고 있는 노 대통령의 태도 변화와 또한 시민들의 설문 조사의 결과에서 나타나는 모습들이 전쟁은 반대하면서 그에 비해 파병에 대한 반대가 적다는 것과 같은 행태가 이율배반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한국학생 측의 패널인 김범래 씨는 “해방 이후의 분단 상황과 한국전쟁과 같은 일련의 사건들과 힘이 강한 편에 붙어야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일종의 세상의 규칙이?우리의 정서를 친미국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였다”는 말로 우리 현대사에서의 미국의 위치를 이슬람 측 패널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터키 내에서의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인식을 한국 학생측에서 질문하였는데, 이에 웨이스 씨는 “한국전쟁 이후에 터키 내에서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아왔고, 이번 월드컵에서의 경기와 같은 것을 통해서 애정이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고 하여, 우리와 이슬람 내에서 미국과 관계된 이런 문제에 대하여 공유하고 고민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하는 필요성을 상기시키기도 하였다. 당신은 잘못 알고 계시군요. 우리는 그렇지 않은데 ?잠시간의 휴식을 가지고 좌담회는 두 번째 세션을 진행하였다. 이번의 주제는 ‘이슬람 바로 보기’라 하여서 이슬람 학생들이 자신들의 문화, 특성을 소개하여 한국인이 이슬람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오해를 풀어보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지난 월드컵에서 터키와의 경기나 9 11 테러로 인하여 한국에서 이슬람에 관한 관심이 증대하였다. 하지만 한국 패널의 말처럼 우리가 ‘이슬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테러집단, ‘007’과 같은 영화에서의 그들의 이미지, 온 몸을 숨기고 다니는 여자들, 일부다처제 정도일 것이다. “차별과 구별은 명백하게 다른 것이 아닌가요?” 이슬람 세계에서 여성이 차별을 받지 않느냐는 한국 패널의 질문에 대답한 엘라 씨의 대답이다. 이슬람 여성들이 흔히 두르고 다닌다고 알고 있는 ‘챠도르’를 그녀는 ‘히잡’이라고 했고(챠도르는 전신을 감싸고, 히잡은 머리부분을 감싸는 차이), 그 것은 여성을 차별하기 때문이 아니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코란 구절을 읽어주면서 이런 풍습은 국가마다 약간씩 다를 수도 있다고 ‘문화의 상대성’을 역설하기도 하였다. “이슬람에는 여러분이 흔히 생각하시는 강요가 없습니다. 다만 이는 선택의 문제이지요.” ?그리고 일부다처제 같은 경우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것처럼 언제나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전시체제와 같은 특수 상황에 남성의 수가 모자랄 때, 남은 여성의 신변보호를 위해서 남성 한 명이 여성 네 명과 같이 사는 경우라고 답하였다. ?좌담회가 끝나갈 때쯤에는 청중들이 의문이 나는 사항들을 이슬람 학생들에게 직접 질의하기도 하였다. 교리에 관한 질문에서는 ‘코란’을 인용하여서 설명해주었다. “터키에서는 쿠르드족 문제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한 청중의 민감한 정치적인 질문에는 “쿠르드족은 터키와 이라크의 등쌀에 국가를 건설하지 못했다. 이것은 우리측에서 분명히 잘못한 일이고, 조속히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라고 대답을 하여서 주목을 끌기도 하였다. 그리고 “무슬림(이슬람 종교를 믿는 신도들을 의미)들은 왜 술, 돼지고기를 먹을 수가 없나요?”라는 질문에는 “저희들은 경전에 있는 것들을 믿고 따릅니다.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이지 않습니까? 예를 들자면 스님이 머리를 깎고, 술과 고기를 못 먹는 것과 비유할 수도 있겠네요. 반드시 이성적인 이유로 이러한 것들을 따질 것이 아니라 종교에 대한 당위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라는 대답을 하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이슬람 학생들이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슬람은 세계적으로 25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아주 큰 종교인데,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관심이 없는 것입니까?” 그들은 우리의 좁은 시각을 비판하였다. 한국 학생측에서는 “우리 사회는 지금껏 미국과 기독교 일변도의 사고를 가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대한 고민과 변화는 필요한 것입니다.”고 한국 학생측이 답하였다. 이슬람 학생측은 편견에 가득 찬 시선이 아닌 관용적인 시선으로?이슬람을 바라봐 줄 것을 요구하면서 오늘의 좌담회는 끝을 맺었다.? 그렇지만 ‘그들’만의 고민? 서로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정서적으로 공통적인 코드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열린 좌담회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것은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하였다. 우선 홍보부족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물론 그 기간이 축제 기간이라는 특수 상황에 놓여있기는 하였지만 그런 특수상황만으로 해명을 하기에는 청중의 수가 작았다. 좌담회를 위해서 초청한 패널들에게 미안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사람들의 많은 관심은 좌담회를 좀 더 활발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중요한 장치이다. 그리고 의사소통의 문제가 절박하게 다가왔다. 통역을 따로 쓸 수 없었기 때문에, 터키 학생들은 한국어 혹은 영어를 쓸 수밖에 없어서, 그들의 의사를 좀 더 심층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다. 계속되는 말의 반복과 단편적인 표현에 그쳐서 좌담회의 내용이 본래의 주제와는 동떨어지는 의견들이 표출되기도 하였으며, 적당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자신의 의견만을 말하고 그냥 끝나버리기도 하였다. ‘서울대’라는 공간에서의 공론장 좌담회 중간에 웨이스 씨가 이렇게 말을 했다. “수업시간에 들어가면 한국학생들이 제 옆에 앉으려고 하질 않아요. 저 한국말 잘하는데” 일순간 좌담회장에는 잠시간의 웃음이 터졌지만, 그 것은 우리들이 열린 마음으로 그들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낯선 사람 취급을 해버리는 현실을 날카롭게 찌르는 한 마디였다. 또한?그러한 문제만이 아니더라도 ‘서울대학교’라는 동일한 공간 내에서 생활하는 학우들 간의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 좌담회의 의의를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 앞에서 지적한 문제 사항과 같은 것들은 다음 번에는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이번 좌담회는 외국학생과의 공론의 장을 학생회 차원에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관악에 외국 학생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고, 그들은 따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좌담회와 같은 ‘일회성 행사’에서만이 아니라 관악의 모든 영역에서 동등한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학생과 외국 학생 모두의 노력과 열린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