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한반도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최근 전세계의 언론은 한반도에 주목하고 있다.미국, 영국 등 언론의 국적을 떠나, 또한 진보, 보수 등 논조를 떠나 ‘North Korea’는 항상 언론 헤드라인 상에 위치하는 단어가 되고 있다.이는 근 일년간 계속되고 있는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의 대치, 지난 7월 50주년을 맞은 한국전쟁 정전, 그리고 기존 한미관계의 변화를 추구하는 목소리를 보였던 노무현 정부의 출범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최근 전세계의 언론은 한반도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언론의 국적을 떠나, 또한 진보, 보수 등 논조를 떠나 ‘North Korea’는 항상 언론 헤드라인 상에 위치하는 단어가 되고 있다. 이는 근 일년간 계속되고 있는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의 대치, 지난 7월 50주년을 맞은 한국전쟁 정전, 그리고 기존 한미관계의 변화를 추구하는 목소리를 보였던 노무현 정부의 출범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이에 서울대저널은 ‘기분 나빠도 경협은 한다(2003. 5. 29)’, ‘북한은 체제보장을 묻는다 (2003. 5. 1)’, ‘평화, 돈으로 산다는 것은…(2003. 02. 13)’ 등의 기사작성을 통해 한겨례 21 내에서 이른바 ‘북한통’으로 통하는 권혁철 기자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2003년 7월, 정전 50주년, 평화협정의 의미는? 본지기자(이하 기) : 최근 심화되고 있는 북핵 문제의 해결과 관련해, ‘벼랑 끝전술’과 같은 반복적인 북한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내외적으로 많이 들린다. 과연 평화협정의 의미는 무엇인가? 권혁철(이하 권) : 정전이란 단순히 전쟁이 멈춘 것을 의미한다. 즉 한반도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53년 7월 27일 이후로도 전쟁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다. 평화협정은 이를 항구적 평화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전 상태를 평화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 만은 아니다. 기 : 협정 전환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권 : 우선 협정 체결의 당사자 문제다. 북한이나 소위 NL은, 정전 협정의 체결자는 북미이므로, 당연히 평화협정의 당사자도 국제법상 북미가 되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남한을 배제하겠다는 뜻인데, 남한 정부가 이를 수용할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둘째로 평화협정의 실효성 문제다. 이미 한반도에는 수많은 회담과 합의가 있어왔다. 멀리 72년 7.4 남북공동성명, 남북 상호 불가침을 약속한 92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북미간 공동코뮤니퀘 등이 현실적으로 과연 한반도에서 실효적 의미를 띠고 있는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결국 우리는 평화협정을 지금껏 당위적인 구호로만 외쳐온 것이지 이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이다. 남한내부에서조차 이에 대한 동의와 합의가 아직 없다. 기 : 여, 야는 각각 평화협정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권 : 한나라당을 위시한 보수세력 등은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원칙적으로는 지지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반기지 않는 듯하다. 기 : 어떤 이유에서인가? 권 : 평화협정 체결은 곧 기존 한미동맹체제에 본질적 변화를 의미한다. 현재 한미동맹의 기본틀은 한국전쟁 종전 1년 4개월 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그런데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그 내용은 북미간 불가침, 북미 국교정상화, 북한의 경제봉쇄 해소 등이 포함될 것이다. 즉 현재 한반도에서 유사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한국 편을 들게 될 미국이, 평화협정 상황 시 남북 사이에서 모호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 : 대북포용정책 등 북한에 대해 비교적 전향적 정책을 취하는 민주당 경우는 어떠한가? 권 : 민주당은 당사자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하다. 남한정부 역시도 남한이 배제된 평화협정은 의미가 없다고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법, 6자회담? 기 : 북한이 북핵문제 해법으로 그간 고수해오던 북미 양자회담 주장을 철회하고 전격적으로 6자회담을 수락했다. 이러한 태도변화의 배경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권 : 6자이건 양자이건, 궁극적으로 기본 대화의 축은 북미를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북한 핵, 미사일 문제의 해결, 그리고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은 북미를 제외한 국가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즉 한국, 일본과 같은 나머지 당사자는 북미간의 약속을 보증하고 실행과정에서 경제적, 사회적 지원을 하는 보조적 역할을 담당할 수 밖에 없다. 실례로 북한 당국은 4월 전격적으로 타결된 베이징 3자회담에 대해 ‘중국은 북미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기 : 그렇다면 반대로, 미국이 그간 대북한 무력공격과 같은 강경 노선을 철회하고 6자회담을 제시한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권 : 미국은 6자회담을 전개하면서도 협상과 압박을 병행할 것이다. 협상이란 무엇인가? 협상은 한쪽의 일방적 항복이 아닌, 섬세한 외교 테이블 속에서의 공방 속에 상호간 주고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른바 잘못된 행동에 대해 보상할 수 없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북한에 대해 일방적 무기 포기만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주고받는, 협상을 할 의지가 미국에 없음을 보여준다. 기 : 결국 6자회담은 이른바 부시행정부의 대북 문제 시간 끌기 수단에 불과한 것인가? 권 : 물론 그렇게 단언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라크, 북한과 같은 국가들에 대해 미국의 기본입장은 힘이다. 그렇다면 6자회담을 국제적 지원과 동의를 얻기위한 명분 쌓기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즉 우리가 이러이러한 노력을 했는데 소용이 없으니, 어찌할 수 없이 무력개입을 해야겠다는 논리로 풀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알쏭달쏭한 대북정책 기 : 작년 후보자 노무현은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한국이 말린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많은 유권자들은 이를 그간 기존 정부와 달리 보다 평등한 대미관계를 추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취임 반년을 맞은 노무현 행정부는 후보자 시절의 약속을 지키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권 : 우선 노무현 대통령은 할 수 없는 문제를 하겠다고 거짓말을 한 셈이 되었다. 한국의 객관적인 역량이나 위치를 볼 때 한국이 북미 싸움을 말린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정치적 손익계산, 노무현 대통령의 통치 철학 부재, 그리고 보다 더 수평적 한미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의지 부족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즉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미처 느끼지 못했던 ‘대통령으로서의’ 대한민국의 현실을 점차 인식해가고 있는 것이다. 기 : 최근 민주당 김근태의원이 “노무현정부의 대북정책이 한나라당의 (냉전적인)과 다를 바 없게 돼 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등, 현정부의 햇볕정책의 계승을 둘러싼 논란이 많다. 권 :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구성원, 그리고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등의 대북 정책 실무자급들은 김대중정부와 큰 변화가 없다. 즉 이른바 ‘햇볕론자’들이 대북정책 고위 테이블에 여전히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기 : 그렇다면 임동원, 박지원 등 전 정부 고위인사의 사법처리, 그리고 현대의 4억불 상당의 대북 비밀 송금 특검 실행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권 : 우선 노무현의 특검 실행은 수십년 간의 남북 협상의 패턴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처사다. 지난 30-40년간 남북은 비밀협상이라는 형태로 교류를 지속해왔다. 즉 대북 문제는 사법적 잣대로 재단할 수 없는 초법적인 문제인 것이다. 현재 특검의 논리대로라면 이후락, 서동권 등 이른바 대북 밀사들도 모두 사법처리 되었어야 한다. 한편, 이와 같은 특검과 관련한 이른바 전정부 실세들의 처벌은,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새로운 정치적 정통성을 얻으려는 것과 같은 정치적 차원의 문제지, 노무현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을 철회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기 : 일부 언론에서는 지난 정권의 햇볕정책자체를 비판하기도 한다. 우리가 제공한 상당한 자금이 도리어 핵개발과 같은 북한 무력증강에 사용되어 우리 안보를 위협한다는 논리다. 권 : 이른바 대북 포용정책은 넓게 보면 노태우 정권 때부터 시작된 북한에 대한 남한의 국가적 기조다. 즉 교류 협력을 통해 북한을 점차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위와 같은 정책은, YS정권 그리고 DJ정권에도 계속되어온, ‘대한민국 정부의 통일정책’이지 김대중의 통일정책이 아닌 것이다. 결국 교류를 통해 상호의존도를 높여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포용정책에 대한 논란은 이미 남한 사회 내에서 15년 전 합의가 도출된 철지난 이야기에 불과하다. 대학, 통일운동의 방향은? 기 : 학내에도 각종 통일운동을 비롯, 한반도 민족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 현실사회를 진단하는 ‘프로기자’의 입장에서 대학 통일 운동을 평가한다면? 권 :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대학생 통일운동은 ‘전쟁을 막자’라는 구호는 있지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가에 대한 분석은 부족한 것 같다. 예를 들어보자. 한미 연합사령부에 소속된 군에는 미군 2사단은 없다. 미군은 미태평양 사령부의 집적 통제를 받으며, 사령부는 곧 백악관의 통제를 받는다. 즉 한국정부에 통보하지 않고도 미국은 얼마든지 북한에 대한 기습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촛불 시위와 같은 행위와 구호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한미관계의 시스템은 남의 손, 미국의 손에 우리 운명을 쥐어주고 있다. 학생 통일 운동은, 이런 불합리한 구조에 대한 분석과 고찰을 함께 해야한다. 안 만큼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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