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월리의 소 생추어리* '달뜨는보금자리'에서 살아가는 다섯 명(命)의 '꽃풀소' 머위, 창포, 메밀, 엉, 부들. 생추어리 개관을 기념하며 개최된 '뉴문페스티벌'에서 꽃풀소의 새로운 삶을 응원하고 지켜봐 온 후원자 '살리미'들과 입주를 도운 신월리 주민들이 만났다.
*생추어리: 주로 학대받거나 구조된 동물들이 인간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
활동가와 후원자, 마을 주민들의 노력이 소를 살리고, 그 과정에서 소멸 위기에 처했던 마을이 살아난다. '살림'으로 가득한 축제 현장을 사진으로 담았다.

머위, 창포, 메밀, 엉, 부들은 개농장주에 의해 불법 개농장 바로 옆에서 육우(肉牛)로 길러지고 있었다. 한 시민의 신고로 개들은 구조됐지만, 개농장 옆에서 살던 소들은 그대로 도살장에 끌려갈 운명에 처해있었다.
종(種)에 따라 생사가 갈리는 종차별적 상황에 문제를 느낀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은 소들을 구출할 계획을 세웠다. 활동가들은 들의 풀과 꽃처럼 강인하게 살아가라는 의미로 소들에게 들풀과 들꽃의 이름을 붙여줬고, 후원자를 모아 꽃풀소들을 구조했다. 생추어리 부지를 찾고, 꽃풀소들을 돌볼 '돌보미'를 구했으며, 생추어리 '달뜨는보금자리'를 지었다.
그리고 2025년 10월, 동물해방물결은 살리미들을 달뜨는보금자리 개관식에 초대해 생추어리가 위치한 신월리 달뜨는마을에서 '뉴문페스티벌'을 열었다.

살리미들은 방문 수칙을 숙지한 채 조슴스레 꽃풀소와 관계 맺었다. 꽃풀소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소개받고, 꽃풀소가 호기심에 먼저 다가오기 전까진 함부로 소리를 지르거나 만지지 않았다.


꽃풀소들이 축산업에서 정한 소의 수명을 훌쩍 넘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어떤 의미일까. 신속한 도축을 위해 빠르게 살찌도록 개량된 소들은 보통 2살이면 죽음을 맞는다. 그러나 꽃풀소들은 6살이 넘은 지금까지 계속 자라고 있다. 품종 개량으로 몸집을 과하게 키우면 소들의 관절엔 극심한 부담이 가해진다. 꽃풀소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생추어리 뒷편엔 경사진 마당이 마련돼 있다. 돌보미들은 소들이 운동할 수 있도록 언덕 위에 건초를 올려두고, 소들의 건강과 기호를 고려한 식사를 제공한다.

체험활동 '오늘은 내가 꽃풀소 돌보미'에서는 살리미들이 직접 생추어리 돌봄노동에 나섰다. 살리미들은 소똥을 치우고, 그 자리에 흙과 지푸라기를 깔았다. 이들은 생추어리 운영에 필요한 노력과 고민을 알아가며 진정한 '살리미'로 거듭났다.



꽃풀소의 입주로 마을도 되살아났다. 2019년 3월 1일 폐교된 신월리 신월분교는 활기를 되찾았다. 학교 뒷마당은 꽃풀소들의 안식처로, 학교 건물은 기부 서적을 채운 복합문화공간 '인제 풀무질'로 거듭났다. 축제 기간 동안 인제 풀무질에서 사진전, 영화제, 요가, 생화팔찌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됐다.




꽃풀소들의 보금자리는 신월리 주민들의 꾸준한 도움 덕분에 조성될 수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소의 거처를 마련하겠다는 낯선 제안에도 힘을 보태 생추어리 조성을 위한 고민에 함께했다. 공사 기간 동안 본인의 우사에 꽃풀소를 임시보호 해주기도 했다. 주민들은 꽃풀소 덕분에 청년들이 유입되고, 소멸 위기에 처한 신월리가 다시 활발해졌다며 꽃풀소들을 새로운 주민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뉴문페스티벌은 관심과 후원으로 꽃풀소를 응원해 온 살리미와, 꽃풀소의 마을 정착을 위해 함께 고민해 온 신월리 주민들이 만나는 장이 됐다. 살리미와 주민들은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하고, 신나는 노래에 맞춰 춤췄다.





축산업에서 정한 상품으로서의 수명과 역할을 넘어 생명으로서의 소의 삶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달뜨는보금자리는, 소멸 위기인 지역에 숨결을 불어넣는 새로운 실험이기도 하다. 둘 모두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기에, 달뜨는보금자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활동가와 후원자, 주민이 함께 모여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살림'의 의미를 나눈 이번 축제는 그 자체로 기존의 사회적 규범과 흐름을 뒤집는 밑거름이 됐을 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