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퍼스 내 현수막이나 학과 채팅방에선 업체 로고가 그려진 광고 포스터가 자주 보인다. 식당, 카페, 병원부터 인터넷 강의까지 업종도 다양하다. 학생회관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나눠주기도 하고, 학교 인근 식당에서 학생증을 제시하면 할인도 받을 수 있다. 학생회가 진행하는 ‘제휴 사업’이다.
학생회는 ‘학생 복지’라는 이름으로 제휴 사업을 진행하고, 업체는 이를 이용해 대학생 소비자 유입을 꾀한다. 제64대 총학생회(총학) ‘Signal(시그널)’은 제휴 사업을 특히 활발히 진행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놓쳐서는 안 될 지점이 있다. 협력 대상을 선정할 때 고려해야 할 공공성과, 학생을 대변하는 학생회의 역할이다. 제휴 사업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전년 대비 다섯 배, 업종도 다양해져
시그널은 선거운동 당시부터 복지 공약에서 제휴 사업을 강조했다. 학생들이 부담 없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적이었다. 농산물 유통사와 협업하는 과일 공동구매 사업이 주요 공약으로 제시됐고, 임기 중 네 차례에 걸쳐 실시됐다. 샤로수길 인근 36개 매장과 제휴를 맺는 ‘놀러오샤: 샤로수길’ 사업도 진행됐다.
그 결과 시그널 임기 동안 어느 때보다 많은 제휴 사업이 시행됐다. 시그널이 진행한 프로모션 협업*은 총 80건**으로, 2023년 총학생회 ‘정오’ 11건, 2024년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17건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시그널 허임 중앙집행위원회(중집) 전 사무국장(심리 23)은 “많은 업체와 연결될수록 학생들이 얻는 혜택이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업종도 다채로워졌다. 이전엔 온라인 플랫폼에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주를 이뤘다면, 시그널은 식당·카페 등 오프라인 매장과 협력하는 제휴를 강화했다.
*프로모션 협업: 학생자치기구에서 일반적으로 실행되는 제휴 방식. 학생회와 협력하기로 한 업체는 소속 학생들에 가격 할인이나 서비스 제공 등 혜택을 제공하고, 학생회는 프로모션 내용을 홍보하는 방식이다.
**서울대 총학생회 홈페이지 및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했다. 단발성 사업은 제외하고, 일정 기간 협업을 진행한 업체들만 대상으로 했다.
제휴는 학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킥보드, 전동 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를 운영하는 공유 플랫폼 업체와 진행한 캠페인이 그중 하나다. 그간 이러한 장치가 무분별하게 주차돼 캠퍼스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시그널은 학내 교통안전 관련 퀴즈에 응시해 만점을 받으면 공유 플랫폼 업체 중 한 곳을 골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을 진행했다.
동아리 연습 공간을 확보하는 데도 제휴가 활용됐다. 여러 동아리가 연습 공간으로 사용하는 두레문예관은 운영 시간이 제한돼 있다. 음식물 섭취가 불가하고, 시설도 낙후된 편이다. 이에 시그널은 교외 연습실과 제휴를 맺어 학생들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제휴 사업 과정에서 총학생회의 역할은
제휴 사업은 총학과 업체 중 누가 먼저 협업을 제안하는지에 따라 절차와 성격이 달라진다. 먼저 총학이 공약 이행이나 학생 수요 충족을 목표로 업체에 제휴를 제안하는 경우가 있다. 학생 수요를 조사한 뒤, 중집이 업체를 물색한다. 업체 후보를 추린 뒤엔 사업자와 만나 계약을 맺는다.
보다 일반적으로는 업체 측에서 총학에 연락을 걸어온다. 시그널 윤서연 중집 전 사무국장(조선해양공학 23)은 “업체가 먼저 제휴를 제안하는 경우, 제휴 혜택을 합의하기가 더 수월하다”고 설명한다. 제안이 들어오면 따로 총학생회운영위원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사무국 내 투표로 수락 여부를 결정한다. 이 경우엔 업체가 직접 홍보물을 제작하고, 상업성이 더 짙다.
마케팅 업체 ‘유니브립’에 따르면 한 달동안 대학 학생회가 받는 제휴 제안은 평균 30개이며, 많을 경우 50개가 넘어간다. 사업자들이 이렇게나 제휴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뭘까. 유니브립은 제휴 사업이 ‘대학 캠퍼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특정 연령대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한다. 비용 부담도 적다. 총학은 업체 측에 광고료를 요구하지 않는다. 낮은 비용으로 대학생 수만 명에게 업체를 알릴 수 있는 셈이다.
총학에선 학생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제휴 사업을 통해 총학은 ‘학생 복지’를 챙긴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한편, 제휴 진행 과정에서 총학생회가 수동적인 역할에 머무르기도 한다. 총학은 개별 제휴 내용을 기획하기보단, 제안받은 제휴 중에서 조건이 좋은 제안을 선별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시그널이 학생 수요에 따라 제휴를 적극적으로 제안한 ‘놀러오샤: 샤로수길’ 사업에서도 업체 측으로부터 제안받은 제휴가 고려됐고, 실제로 포함됐다. 업체에 제안해도 거절되는 경우가 있어 미리 조사한 학생들의 업체 선호도를 그대로 반영할 순 없었다. 일단 제휴를 맺으면 나중에 그만두기를 주저하기도 한다. 허임 전 사무국장은 “기존 제휴를 중단하면 학생 입장에선 혜택이 사라진다고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성 논의 취약한 총학생회 제휴 사업
제휴 사업이 ‘생활 밀착형 복지’를 목표로 실시되다 보니, 총학생회가 지닌 공공성이 간과될 때가 있다. 2022년 총학생회 자정이 학내에서 ‘포켓몬빵’을 배부한 것이 대표 사례다. 포켓몬빵 제조사 삼립의 모회사는 반노동 기업으로 악명 높은 SPC다. SPC 그룹은 불법 파견으로 제빵기사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고강도 노동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당시 한 서울대 학생이 총학의 사회적 책임을 물으며 온·오프라인에 대자보를 게재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대한 현안을 총학이 간과한 채 사업을 진행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후 자정 측이 반성을 표하고 SPC 상품 전량을 주문 취소하거나 다른 간식으로 대체하며 사태가 일단락됐다.
시그널은 제휴 사업에서 업체에 대한 대외적 인식을 신경 썼다. 시그널은 2025년 9월 『제휴 가이드라인』을 발간하며 ‘학생 사회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제휴’를 한 가지 기준으로 제시했다. 또한 제휴 대상 업체를 선정할 때 ‘평판’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학생회가 가진 영향력에 비례하는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윤서연 전 사무국장은 “학생회가 특정 기업의 사회적·윤리적 논란을 직접 판단하는 기관은 아니”라면서도, “기업을 둘러싼 이슈가 학생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학생 권익에 위해가 된다고 판단하면 이를 위험 요소로 인식하고 신중하게 검토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제휴 사업 과정에서 공공성이 가진 의미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학생회 사업에서 공공성은 ‘가능한 한 많은 학생에게 혜택을 제공한다’는 협소한 의미로 해석되는 일이 잦다. 업체를 평가할 때도 사용자 후기와 업체 운영 상황이 주로 참고될 뿐, 윤리적 경영을 검토하는 체계적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다. 즉, 노동·인권·환경 등 공공성을 폭넓게 적용할 여지는 크지 않다.
좋은 취지에서 기획한 사업이 진행 과정을 거치며 공공성이란 목표에서 어긋나기도 한다. 샤로수길 제휴 사업은 소상공인을 돕는 것을 목표했지만, 영세 업체는 큰 폭의 할인 혜택을 제공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샤로수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다른 가게에서 제공하는 할인폭을 의식하기보단, 카페에서 제공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할인율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반면 자본이 뒷받침되는 프랜차이즈 매장은 사정이 다르다. 프랜차이즈 점장 B씨는 “본사에서 지원을 받아 다른 곳보다 큰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공공성을 띠는 제휴 사업이 진행 방식으로 인해 복잡한 사안을 고려하지 못하는 사례다. 개별 제휴 사업을 평가하는 일이 중집 내에서만 진행되는 한 공공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제휴 조건 협의와 사업 진행은 사무국 내에서만 이뤄지고, 개별 사업 내용에서 우려되는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이 중집위원단 차원을 넘어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제휴 사업이 총학의 공적 역할에 부합하는지 민주적으로 검토하기 어렵다.

제휴 사업, ‘학생 복지’가 될 수 있을까
제휴 사업이 목표하는 ‘복지’란 무엇일까. 제휴 사업은 학생회가 직접 제공할 수 없는 금전적 혜택을 외부의 자원을 끌어와 제공한다. 이에 따라 학생 수요를 조사하고, 만족도를 확인하고, 계약 이행 여부를 관리한다. 학생회는 상품을 전달하는 ‘중개업자’가, 학생들은 서비스를 누리는 ‘소비자’가 되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학생회가 사업 내용을 학생들과 함께 결정하기보다는, 이미 정해진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데 그친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제휴 사업이 누구에 의해,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는지조차 알 수 없다. 인문대생 C씨는 “총학 공지로 올라오는 업체 홍보를 보며, 해당 업체들이 어떤 곳이길래 협력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제휴의 조건과 배경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단지 ‘할인 혜택’만을 안내받는다.
이것이 ‘학생을 위한 복지’일 수는 있어도, ‘학생에 의한 복지’라고 보긴 어렵다. 서울대 총학 선거에서 복지 공약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1994년 즈음이다. 당시 총학이 내세운 복지란 학생식당 개선, 자치공간 확보 등 학생들이 직접 학생 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총학이 마련한 상품성 혜택을 학생들에게 선물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요구를 조직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학교 당국과 협상하며, 그 결과를 다시 학생들과 공유하는 구조다. 학생회란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자치기구라는 인식에 기반해 있던 것이다. 학생 복지가 곧 일방향의 서비스 제공으로 이해되는 지금의 풍토와는 사뭇 다르다.
한편에선 대학 상업화에 대한 우려가 들려온다. 총학의 제휴 사업이 기업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학생회를 통해 이뤄지는 상업적 홍보를 두고 ‘학교가 학생을 소비자로 여기는 인식이 학생회에도 옮겨져 대학의 의미를 스스로 포기하는 현상’이라 평했다.
총학은 제휴 사업을 통해 학생들의 생활을 개선하고, 자신의 존재 의의를 증명하려 한다. 제휴 사업의 효율성을 부정하기란 어렵다. 학교 밖에서 다양한 자원을 끌어와 복지를 향상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학생사회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치 역량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 누구와 어떻게 협력할지를 둘러싼 공공성 문제 역시 뒷전이 되기 쉽다. 총학생회가 학생복지의 지평을 진정 넓히고자 한다면, 이 질문을 먼저 던져야만 한다. 학생회가 추구해야 할 목적은 무엇인가. 학생들은 제휴 사업에서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