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대 총학생회(총학) 선거가 무산됐다. 후보 등록 마지막 날까지 입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총학 선거가 후보 미등록으로 무산된 건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다. 2021년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학생사회가 위축된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후보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건 이례적인 일이다. 왜 아무도 후보로 나서지 않았을까. 출마를 망설이게 만드는 장벽을 하나씩 들여다봤다.

출마를 가로막는 현실적인 장벽
왜 아무도 후보자로 나서지 않았을지, 학생들의 의중을 알 순 없다. 다만 학생회 경력자들이 짐작하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종합된다.
첫째, 선거 비용 문제다. 〈대학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총학 선거에서 한 선거운동본부(선본)가 사용하는 비용은 1천만 원을 상회한다. 제64대 총학 ‘Signal(시그널)’ 역시 선거 당시 선전물 인쇄, 소셜미디어 광고, 선거운동본부원 식비 등에 1천만 원 이상을 썼다. 대학생이 쉽게 낼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이로 인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선거공영제’ 조항은 총학생회비로 선거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그러나 전체 선거 비용에 비해 지원금은 많지 않다. 시그널 선본장이었던 지영석(건설환경공학 22) 씨는 “지원금은 전체 금액의 10%도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영석 씨에 따르면, 지원금을 제외한 선거 비용은 전부 후보단과 선본장이 사비로 부담했다.
둘째,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타)’에서 출마자에게 가해지는 공격이다. 단과대 선본에서 활동한 재학생 A씨는 선거운동 당시 에타에서 후보자에 대해 ‘인간적으로 별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등 대응하기 어려운 비난이 연달아 올라와 당황스러웠다고 회상했다.
2024년 11월 ‘하루’와 ‘시그널’의 경선으로 치러진 제64대 총학 선거에선 더 날선 공격이 오갔다. 출마자를 조롱하거나 인신공격하는 게시글도 상당수 올라왔다. 그 과정에서 선본 ‘하루’의 정후보가 선거에 불리한 약력을 의도적으로 숨긴 사실이 폭로돼 선거의 판도가 크게 바뀌기도 했다.
익명 커뮤니티 게시글이 실제 여론을 얼마나 반영하는지 파악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후보자 입장에선 에타를 무시하기 힘들다. 공동선본발족식, 공동유세처럼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공식 선거운동이 있지만, 학생들의 참석이 저조한 탓에 에타로 여론을 확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영석 씨는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논의가 충분하지 않아 익명 게시판의 비공식적 여론에 더 신경써야 했다”며 익명 커뮤니티가 선거운동의 중심이 된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낮은 투표율로 선거 성사조차 어려워
앞서 언급된 두 가지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3년 〈서울대저널〉 보도에 따르면 당시 총학 선거 비용은 600만~700만 원 선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과거에도 총학 선거에 만만찮은 비용이 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익명 커뮤니티에서 가해지는 비판도 지금 못지않았다. 에브리타임 이전에도 서울대 익명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가 있었고, 지금과 마찬가지로 총학이나 후보를 향한 사이버 여론전이 펼쳐졌다. 2016년 당선된 제59대 총학생회장 이탁규(지역시스템공학 14) 씨는 스누라이프에서 불거진 외모 비하·시험 부정 논란으로 결국 사퇴했다.
과거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총학선거가 성사될 가능성 자체가 크게 낮아졌단 점이다. 총학 선거는 유권자 과반의 투표를 충족해야만 성립된다. 그러나 2019년 이후 본투표 기간에 이 기준을 넘긴 건 경선으로 치러진 2024년 제65대 총학 선거가 유일하다. 2021년 3월과 2022년 3월 선거는 연장투표 마지막 날까지 투표율 50%를 넘기지 못했고, 그해 11월 선거는 연장투표 마지막 날에 가까스로 성사됐다. 2023년 11월 선거는 투표율 24.4%로 연장투표 없이 무산됐다.
성사될 확률이 희박한 선거에 막대한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고서 뛰어들 사람은 흔치 않다. 김민규 전 총학생회장(조선해양공학 22)은 후보가 없는 상황에 대해 “희박한 선거 성사 가능성과 금전적·정신적·육체적 부담으로 선거 출마의 기회비용이 크게 느껴지는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학생회, 꼭 필요한 건가요?
낮은 투표율은 학생회에 무관심한 대학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청년 취업난이 심해지고 대학 밖에서도 자유로운 정치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대학생들은 학생운동보단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집중하게 됐다. 개인주의가 심화되면서, 총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낮아졌다는 해석도 있다.
이러한 배경에 더해, 재학생 A씨는 학생회에 대한 기대가 떨어진 이유로 반복된 논란에서 비롯된 실망감을 꼽았다. 시그널에 발의된 사퇴 촉구안, 불신임안, 탄핵안과 각종 논란들은 학생들에게 피로감을 줬다.
학생회를 둘러싼 잡음은 내부자에게도 실망을 남겼다. 전 단과대학생회장 B씨는 “학생사회가 해결해야 할 의제가 쌓여있었는데도 불필요한 다툼과 형식적 절차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모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학생회장 탄핵안이 발의된 이후 단체 채팅방 이름을 ‘총학생회운영위원회’로 할지 ‘연석회의운영위원회’로 할지를 두고 몇 시간을 논의했다”며 실질적으로 필요한 논의보다 형식에 집착하는 상황에 회의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학생회 경험자들이 다음 총학 출마를 고려하긴 어려울 것이다.
학생 삶에 밀접한 LnL 사업, 공사 등 중요한 사안에 관한 대응이 미진했다는 비판도 있다. 재학생 C씨는 “기숙사생으로서 본부의 LnL 사업에 총학생회가 적극 대응해주길 기대했지만, 본부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듯한 태도에 실망했다”고 답했다. 본부는 LnL 사업 확대 과정에서 일반 기숙사였던 919동 C동을 LnL 기숙사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시그널은 공청회에서 “기존 919 C동 거주 학생들은 학부 기숙사로 전환될 예정인 900동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안내했으나, 이후 900동이 방학 중 운영되지 않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후 LnL 교육위원회에서는 919동 전체를 LnL 기숙사로 확대하는 방침이 발표되며 학생들의 반발이 일어났다.

총학생회가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총학 선거가 무산되면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연석회의)가 구성된다. 연석회의는 단과대학생회장과 총동아리연합회장으로 구성되며, 의장이 총학생회장직을 대행한다. 또 총학을 대신해 본부와 협의하고, 학생 의견을 수렴해 학내 의제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연석회의가 총학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기에 총학이 없어도 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연석회의는 권한대행 기구로서 명확한 한계를 갖는다. 연석회의가 총학을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는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의장의 업무 과중이다. 단과대학생회장은 단과대 행사, 예산 집행, 민원 대응 등 단과대학생회 업무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의장으로 선출될 경우 기존 업무에 새로운 책임이 추가돼 의장 개인의 부담이 커진다.
연석회의 의장은 총학생회장에 비해 대표자 정당성이 부족하기도 하다. 재학생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총학생회장과 달리, 연석회의 의장은 각 단과대학생회장 및 총동아리연합회장의 투표를 통해 간접선거 형태로 결정된다. 의장의 기조나 공약에 대한 유권자의 동의가 없었기에, 사업의 당위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의장이 총학 의제에 전문성을 갖추지 못할 수 있다. 의장직을 맡는 단과대 학생회장 혹은 총동아리연합회장은 각 단위의 의제와 운영 방식에는 익숙하지만, 학교 전체의 현안을 파악하고 조정하는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반면 집행기구인 중앙집행위원회(중집)는 연석회의보다 총학 의제에 더 익숙할 수밖에 없다. 사업을 직접 기획하고 집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는 의결기구인 연석회의와 집행기구인 중집 간 분리를 야기한다. 연석회의 체제에선 중집이 현안 조사, 사업 기획, 집행 등 실질적 업무를 수행하고, 의장은 중집의 사업을 검토하고 의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의장이 총학이 담당하는 사안에 경험이 부족할 경우 중집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이는 운영상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24년 연석회의 당시 중앙집행위원장이었던 전재욱(화학생물공학 23) 씨는 “총학은 집행기구와 의결기구의 기능을 일원적으로 수행하지만, 연석회의 체제에서는 두 기구가 분리돼 있어 운영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홍성민 전 중앙집행위원장(영어교육 23)은 “시그널은 당선 전부터 학내 불편사항을 조사해 공약을 준비했기 때문에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바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차기 중집은 사업 방향을 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현재 서울대에는 총학이 본부와 소통해야 하는 사안이 많다. 특히 LnL 사업, 학내 공사 등 학교 시설에 대한 사안은 학생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만큼, 학생 입장을 대변하는 총학이 필요하다. 의견을 수렴해 전달할 기구가 없다면 학교 운영에서 학생이 소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재욱 씨는 학생회가 다시 구성되기 위해선 “학생회가 학생들의 자치기구라는 인식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총학만이 대응할 수 있고, 학생들의 삶에 중대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전 씨는 “총학이 교육제도 개선, 수강신청 문제, 기숙사 문제 등 학교 운영의 핵심 의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