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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헌아파트 정차가 그렇게 불편하십니까?
총학생회장을 찾습니다

인헌아파트 정차가 그렇게 불편하십니까?

※별도 언급이 없으면 ‘관악02’는 관악02-1과 관악02-2 모두 지칭합니다.

사진설명 시작. ‘관악02-1 인헌아파트’라고 적힌 버스 정류장 표지판이 보인다. 원경으로 차 몇 대가 지나고 있다. 사진설명 끝.

8월 25일 개통된 마을버스 ‘관악02-2’가 인헌아파트 정차를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학생들은 낙성대역에서 행정관까지 직행하는 노선을 기대했지만, 오전 11시가 지나면 관악02-2는 큰길에서 벗어나 인헌아파트를 경유한다. 개통 당일 총학생회가 ‘인헌아파트 측 민원’ 때문에 정차가 불가피하다고 밝히자, 학내 커뮤니티에선 주민의 이기주의를 비난하는 여론이 일었다.

관악02는 탑승객 대부분이 서울대생이기에, 학내에선 ‘낙성대 셔틀버스’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관악02는 셔틀버스가 아니라 마을버스다. 마을버스는 시내버스가 닿지 않는 지역 주민을 위한 공공 교통수단이다. 관악02를 둘러싼 논쟁에서 간과되고 있는 마을버스의 본질을 짚어봤다.

인헌아파트 정차, 주민 민원 때문이었나

본부 캠퍼스관리과 조종희 주무관은 “낙성대 교통 문제는 총학생회와 캠퍼스관리과가 오랫동안 공유해 온 문제의식”이라고 말했다. 기존 관악02는 기숙사삼거리를 지나 제2공학관까지 곧장 올라가기 때문에, 낙성대역에서 행정관 일대로 가려면 중간에 내려 한참 걸어야 했다. 이런 여건 탓에 서울대입구역으로 교통 수요가 몰려 더욱 혼잡해지기도 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관악02 노선을 운영하는 인헌운수가 대안을 내놨다. 기존 관악02를 관악02-1로 두고, 버스 4대를 추가로 투입해 관악02-2를 새로 만드는 방안이었다. 이를 두고 총학생회, 캠퍼스관리과, 인헌운수, 관악구청이 협의를 이어갔다.

네 주체는 인헌아파트에 정차하지 않는 방안에 뜻을 모았다. 조종희 주무관은 “인헌아파트 정차에 따른 서울대 구성원의 불편을 해결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인헌아파트는 서울대 후문 인근에 위치한 작은 아파트단지로, 낙성대와 서울대를 잇는 직선 경로에서 벗어나 있다. 인헌아파트 정류장을 들르면 통학 시간이 2분 정도 늘어나고, 탑승자가 적어 정류장이 비어있을 때도 많다.

하지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인헌운수 박성훈 대표는 “인헌아파트를 빼고 노선 승인을 신청했으나 서울시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마을버스 업무처리 지침’에 따르면, 노선을 분할하기 위해선 거리를 기준으로 ‘기존 노선과 최소 50% 이상 경로가 동일’해야 한다. 인헌아파트 정류장을 제외하고 관악02-2 노선을 만들면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없었다.

이 지침에 따라 인헌아파트를 경유하는 관악02-2 노선이 확정됐다. 하지만 개통 직전 공지된 정보는 달랐다. 8월 21일 총학생회는 관악02-2 개통을 알리면서, 공식 노선도엔 인헌아파트 정류장이 표기돼 있지만 실제론 정차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단, 추후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 조정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였다.

나흘 뒤인 8월 25일, 관악02-2가 첫 시동을 걸었다. 이날 오후 총학생회 소셜미디어에 또 다른 공지가 올라왔다. 직전 공지와 달리 오전 11시 이전 서울대 방면으로 운행할 때만 인헌아파트에 미정차하고, 그 뒤엔 정상 정차한다는 내용이었다. 총학생회는 ‘인헌아파트 측 민원’을 이유로 들었다.

사진설명 시작. 관악02-1과 관악02-2의 노선을 지도상에 보여주는 노선도다. 낙성대역에서 기숙사삼거리까지는 두 노선 모두 동일하다. 관악02-1 노선은 기숙사삼거리에서 직진해 제2공학관을 지나 다시 낙성대역으로 돌아간다. 관악02-2는 기숙사삼거리에서 우회전해 행정관 방향으로 향한다. 사진설명 끝.

주민 협의는 없었다

총학생회 공지만 보면 관악02-2의 인헌아파트 미정차가 기정 사실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서울시가 승인한 노선엔 분명히 인헌아파트가 포함됐다. 그럼에도 실제 운행에서 정류장을 건너뛰려면, 인헌아파트 주민들의 동의가 선행돼야 했다.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회 이상윤 전 교통국장은 “서울시 버스 운영 규정에 명시된 건 아니지만, 지역 주민과 운수회사, 구청 등이 합의하면 특정 정류장을 서울시 승인 없이도 미정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 끝. 인헌아파트 전경이다. 아파트 벽면에 ‘숲속마을 인헌’이라고 적혀있다. 10층 정도 높이의 작은 아파트 단지다. 사진설명 끝.
▲인헌아파트 전경

문제는 관악02-2 개통을 앞두고 이 같은 협의 자리가 한 번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헌운수 박성훈 대표는 “우선 서울시 승인부터 받고 인헌아파트와 협의하려 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며, “관악구청도 다른 일로 바빠 시간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관악구청이 지역 주민과 협의를 이끌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는 얘기다.

협의가 생략된 탓에, 인헌아파트 주민들은 노선이 개통될 때까지 아무 설명도 듣지 못했다. 인헌아파트 주민대표는 “노선이 새로 생긴다는 걸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듣고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구청에 따로 문의했을 때도 ‘기존 관악02처럼 인헌아파트에 정차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정리하자면, 원래 ‘인헌아파트 미정차’였던 노선이 주민 민원 때문에 ‘오전 11시 이후 정차’로 바뀐 게 아니다. 승인받은 노선대로 정차하는 게 원칙인데, 주민과의 협의 없이 미정차를 밀어붙였을 뿐이다. 그럼에도 총학생회는 8월 21일 공지에서 인헌아파트 미정차가 정해진 사실인 것처럼 말했다. 주민대표는 그런 공지에 관해선 처음 듣는다며, “이런저런 꼼수를 써서 마을버스 운영을 바꾸려 하면 주민들과 마찰만 생긴다”고 지적했다.

마을버스의 원칙은 따로 있다

총학생회 공지에 등장한 ‘인헌아파트 측 민원’이 정확히 누구의 어떤 문제 제기를 가리키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내용이 공지되자 학생들 사이에서 인헌아파트 주민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소수의 인헌아파트 주민 때문에 서울대 학생 다수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상윤 전 교통국장에 따르면, 관악02-2 개통 이후 총학생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학생 다수가 인헌아파트 정차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마을버스 노선은 승객 수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마을버스는 시내버스가 닿지 않는 지역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관련 시행규칙은 고지대 마을, 외지 마을, 아파트단지 등을 마을버스가 필요한 지역으로 본다. 탑승객이 적더라도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어려운 주민을 우선 고려하는 게 마을버스의 원칙이다.

애당초 관악02는 지역 주민을 위한 노선으로 만들어졌다. 이 노선은 원래 인헌아파트 건축 이전, ‘대학촌’이라는 판자촌 주민을 위한 교통수단이었다. 이후 그 자리에 인헌아파트가 들어섰고, 서울대 방향으로 노선이 확장되며 지금에 이르렀다.

사진설명 시작. 초록색 02-2 마을버스가 정류송 앞에 멈춰 섰다. 사진설명 끝.

인헌아파트엔 지금도 마을버스에 의존하는 주민이 많다. 인헌아파트 관리소장은 “인헌아파트 절반 정도가 임대주택이고, 자가용이 없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관악02를 타는 대다수가 서울대생일지라도, 지역 주민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인헌아파트 주민은 자신이 82세임을 밝히며 “차가 없어서 관악02가 아니라면 낙성대역을 오가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헌아파트 진입로 초입에 있는 호암교수회관 정류장에서 내려 인헌아파트로 걸어가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는 “거리가 멀고 경사도 급해서 평소 그렇게 다니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구성원도 있었다

현재 낙성대역에서 서울대 방향으로 운행하는 관악02-1과 관악02-2 노선은 모두 오전 11시 이전에 인헌아파트를 경유하지 않는다. 인헌아파트 주민들이 서울대생의 편의를 일정 부분 받아들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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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헌아파트에 사는 서울대 구성원에겐 이러한 조정이 오히려 불편을 키웠다. 주민대표에 따르면 인헌아파트 주민 중 서울대 교직원, 대학원생도 많다. 오전 11시 이전엔 관악02-2가 인헌아파트까지 들어오지 않으니, 10분 정도를 걸어 나가 다른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인헌아파트 너머 인헌동에 사는 서울대 구성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헌동은 인헌아파트에서 낙성대 터널을 지나면 나오는 동네로, 서울대까지 가려면 관악02를 타야 한다. 인헌동에서 자취하는 서울대생 경빈(가명) 씨는 아침마다 15분 넘게 걸어 호암교수회관 정류장에서 관악02에 오른다. 경빈 씨는 “관악02-2가 생기면 오전 11시 전에도 인헌아파트에 정차할 줄 알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경빈 씨처럼 인헌아파트 정차를 원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반대 여론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는다. 경빈 씨는 “대부분 미정차를 요구하는 분위기라 총학생회에 직접 의견을 전해도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며 “관악02-2를 개통하는 과정에서 총학생회가 폭넓은 의견을 수렴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윤 전 교통국장은 과거 설문 결과를 들어 “인헌아파트 정류장에서 통학하는 학생은 극소수”라며 “관련 논의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갈등 해결에 우회로는 없다

관악02-2 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자, 학생들 사이에선 ‘차라리 셔틀버스를 만들자’는 얘기가 들려온다. 서울대생 통학 문제를 마을버스에 떠넘기지 말고, 학교가 직접 낙성대역과 서울대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영하란 말이다. 지금도 낙성대 등교 셔틀이 있지만, 아침에만 운행하고 역에서 멀어 한계가 있다.

제64대 총학생회도 2024년 선거운동 당시 낙성대 하교 셔틀버스 신설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상윤 전 교통국장은 “2025년 2~3월 캠퍼스관리과와 낙성대 하교 셔틀버스 도입을 협의했고, 실무 논의가 상당 부분 진척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헌운수가 제동을 걸었다. 조종희 주무관은 “인헌운수에서 셔틀버스가 신설되면 관악02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관악02가 지나는 구간에 무료 셔틀버스가 생기면 승객이 분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 셔틀버스를 확대하는 대신 관악02-2를 신설하는 것으로 논의가 정리됐다.

여기엔 시내버스와 다른 마을버스 운영 구조의 문제가 얽혀있다. 서울시 시내버스의 경우 적자가 나면 시가 전액 보전하는 ‘준공영제’로 운영된다. 반면 마을버스는 ‘민영제’다. 민간 업체가 운영하고, 시는 일부 비용만 지원한다. 이런 탓에 마을버스 업체인 인헌운수는 수익 감소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서울대는 낙성대 셔틀을 서울대입구역·대학동처럼 하루 종일 운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인헌아파트 주민과의 원만한 합의뿐이다. 박성훈 대표는 “관악구청이 인헌아파트 주민들과 협의에 나섰다”고 말했다. 관악02-2 신설 과정에서 미뤄졌던 논의를 이제라도 이어가, 인헌아파트 미정차에 대한 동의를 정식으로 구하겠다는 것이다.

관악02 노선의 인헌아파트 정차를 둘러싼 논란은 어느 한쪽만 탓할 수 없는 문제다. 마을버스의 공공성, 지역 주민의 이동권, 서울대생의 편의, 운수업체의 수익성까지 여러 변수가 뒤얽힌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내야 한다.

서로의 사정을 모르고 목소리만 높여선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일은 어느 한쪽의 요구를 관철하는 게 아니라, 뒤늦게라도 대화를 시작하는 일이다. 관악02를 둘러싼 논쟁은 대학과 지역 공동체가 어떻게 대화하고 타협해 나갈 것인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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