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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진지한 ‘그’의 성찰을 만나다

일상 생활에서 정보의 절대량은 늘었지만 그 절대량의 질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한 사건에 대한 보도는 많아도 실제로 균형감각 있는 논평은 보기 어렵다.그래서 이번호 서울대저널은 학내외 이슈에 대한 균형감 있는 비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박노자 씨를 인터뷰했다.박노자씨는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한국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어, 인터뷰는 불가피하게 서면으로 이루어졌다.

일상 생활에서 정보의 절대량은 늘었지만 그 절대량의 질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한 사건에 대한 보도는 많아도 실제로 균형감각 있는 논평은 보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호 서울대저널은 학내외 이슈에 대한 균형감 있는 비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박노자 씨를 인터뷰했다. 박노자씨는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한국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어, 인터뷰는 불가피하게 서면으로 이루어졌다. ‘당신들의 대한민국’ 이후로 한국 내의 모순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을 가해오던 박노자 씨. 그가 보는 서울대 내외의 이슈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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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교수, ‘침묵의 카르텔’에 반기를 든 학자

: 6년 6개월 동안 이어지던 김민수 교수의 복직이 드디어 이루어졌습니다. 어떻게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었는지요. 박노자(이하 박) : 저는 김교수님과 함께 라는 잡지를 같이 만드는 동인이었기에 당연히 이 일을 계속 유심히 지켜봤어요. 저로서 그게 원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어요. 김민수 교수는 “조직의 보스의 과거를 묻지 않는다”는 “침묵의 카르텔”의 불문율에 반기를 들어 그 카르텔로부터 보복을 당하신 분인데, 그 분의 복직이 결국 한 양심적인 개인이 맹목적인 충성심과 패거리적 이해관계로 뭉쳐진 집단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의 신호입니다. 그러나 솔직하게 그 복직 투쟁의 과정에서 제게 “과연 그러한 집단 속에서 김교수와 같은 큰 학자가 계실 만한 의미가 있는가”라는 문제의식도 생겼습니다. 물론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또한 정의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꼭 계셔야 되지만 학문 연구의 차원에서 차라리 국내외의 조금 더 양식이 있는 곳으로 가시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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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직’이라는 상징적 승리는 얻었지만 서울대 대학교수 내의 권위주의적 구조는 그다지 반성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고질적인 병폐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요. : 여러가지 대책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일단 정부 내지 교육부 차원에서 교수임용시 타학교 출신의 비율을 의무적으로 어느 정도로 정하여 학문적 “근친상간”, 선배-후배의 밀고 당기기, 줄서기를 법적으로 막아야 합니다. 그리고 학생회가 유럽대학처럼 대학 운영의 한 주체로 인정 받아 교수 임용시 등의 경우에는 스칸디나비아처럼 이의 제기할 권한을 가져야지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차세대 학자들끼리 지도 교수의 논문을 쓸 때 없이 자기 논문의 첫페이지에 김일성 “수령”의 계시를 이북에서 받들듯이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것을 수치로 알아야 하는데, 아직 그게 수치라는 의식이 잘 없는 것 같아요. 선후배 카르텔을 타개하는 주체는 서울대 학생이어야 : 김민수 교수 복직 투쟁의 주축은 ‘학생대책위원회’였습니다. 이런 학생들의 요구가 거의 묵살되었다는 것은 대학(물론 대학 뿐만이 아니지만,) 내에서 ‘학생들이 교육받고 싶은 교수를 선택할 권리’는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실제 외국 대학과 비교해 보았을 때, 한국 학생들의 피교육권이 어느 위치 쯤 있다고 보십니까? : 학생은 소비자이자 선후배 카르텔 구조의 하위 멤버쯤으로 자리매김 되는 것 같아 문제입니다. 그런 걸 타개하자면 학생들도 예컨대 학벌 카스트 구조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갖고 카르텔 구조의 혁파쪽으로 힘을 모아가야 하는 데 그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예컨대 서울대생들이 앞장서서 정부 투자 기관, 재벌 등에서 차별받는 지방대 출신 고용 할당제 실시를 요구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나까만 쉽지만 않을 듯해요. : 김민수 교수 사건은 ‘친일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3월 23일에는 서울대내 자치단위와 외부의 사회단체들이 연합해 서울대일제잔재청산위원회가 구성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한국 내에서 과거사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겁습니다. 박정희 정권 시대의 부실한 한일협정에서부터 시작된 아직 끝나지 않은 ‘과거사청산’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물론 학계 “보스”들이 일제 파시즘과 협력했다는 사실들이 규명돼야 되며, 이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내려져야 합니다. 유럽에서 독일 나치즘이 절대적 부정의 대상이 된 것이 하나의 좌우간의 합의점이듯이 한국에서도 일제 파시즘에 대한 비판 의식이 사회 전체의 합의점이 돼야지요. 그런데 진작 일제 잔재를 청산하자면 사제간의 사적 예속 관계라는 경성제대의 가장 악질적인 폐단부터 없애야 하는데, 이게 하도 관습화, 체화된 만큼 아주 힘든 일이에요. 지도교수의 이론에 반기를 드는 청출어람의 자세야말로 진짜 학문이라는 것을 우리가 인정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요. 독도 문제, 일본 내의 진보세력과 연대 필요 : 이번 ‘독도 분쟁’은 전국민적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내의 유일무이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도 독도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타지에서 지켜보기에 다소 생소한 사건일 것 같은데,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일본 우익의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에 당당히 대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디까지 군국주의 부활을 막아야 할 직접적 대상자는 일본의 민중, 일본 내의 진보 세력이지요. 우리로서 일본의 망발에 화내는 것이야 인지상정이지만, 군국주의 부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자면 일본 내의 좌파와의 가까운 연대가 관건일 것입니다. 그러한 연대의 당연한 주체가 돼야 할 것은 민노당인데, 민노당이 국제감각, 국제연대의식이 너무 떨어지는 게 실망 중의 큰 실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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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배타적 민족주의의 해결방안으로 ‘열린 민족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타인을 배제하지 않는 ‘열린 민족주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민족주의”라는 것이 타인에 대한 배제 내지 억압 없이는 원칙상 불가능하지요. 그러한 면에서 “열린 민족주의”는 어디까지나 형용모순이지요. 비록 저항적 민족주의라 해도 사회적 약자나 여성 등에 대해 매우 가혹할 수 있지요. 저는 예컨대 팔리스타인의 해방 운동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지지하고 잇지만, 팔레스타인의 저항적 민족주의의 패러다임 속에서 여성이 “순결을 지키면서 남성의 투쟁을 도와야 할” 부속적 존재라는 것도 아쉬운 사실이에요. ‘종교적 이유’만 양심적 병역거부 가능? : 한국 대학생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보다도 ‘군대’입니다. 4년 동안의 대학생활을 설계하면서 ‘군대’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는 법이 없습니다. 파병 반대를 외치다가도 군대생활은 꼼짝없이 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제대 후 복학을 하고서는 착한 취직준비생으로 바뀌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군대는 이제 일상속의 ‘통과의례’로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한국 대학생들의 이 아이러니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요. : 지금 임종인 등 열린우리당 일각의 의원들이 대체복무에 대한 법안을 만들고 그 통과에 노력을 하지요. 통과되면 양심을 살릴 기회는 누구나에게 올 것은 기쁜 일일 것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 새로운 법안에서 꼭 종교적 이유뿐만 아니라 단순히 “남을 죽이고 싶지 않아사”, “미군의 지휘 아래서 동족의 가슴에 총을 가눌 수 없어서” 라는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하는 사람들도 대체복무 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중요하지요. : 민주노총이 4월 1일부로 ‘비정규직 법안’을 막기 위해 총파업을 실시했습니다. 한국인들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는 ‘불안한 노동’을 수행하면서도 정작 파업에 대해서는 백안시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 모순은 왜 생기는 걸까요. : 아직까지 우리가 “노동자”이기에 앞서 “국민”이지요. 우리가 “국민”교육을 유치원때부터 받지만 “계급 의식”이라는 말을 대학에 들어와야 처음 듣지요. 우리가 “국민”이기에 앞서 “노동자”, “민중”, 그냥 “인간”이 되려면 학교교육부터 바뀌어야 하는데, 제가 이러한 측면에서 전교조의 노력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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