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학살에 눈감은 서울대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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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2024년 6월 18일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 개소식.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 황우여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첫째부터)이 축사를 듣고 있다. ©매일경제 (오른쪽) 폐허가 된 가자지구 ©AbdulHakim Abu Riash

2024년 6월 18일,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서울대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 개소식이 화려하게 열렸다.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와 황우여 국민의힘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박동열 센터장(불어교육과)은 ‘한국과 이스라엘은 짧은 기간 동안 경제 성장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이룬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끊임없이 창의적 인재를 배출하는 유대인의 교육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센터를 개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가자지구에선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의 누세이라트 난민촌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인 최소 17명이 목숨을 잃고, 아이와 노인을 포함한 일가족이 살해됐다. 그날 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가자지구에서 ‘엄청난 죽음과 고통’이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한국의 친선을 논하는 연회장에 이들의 죽음이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현지 보건부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 이후 2년간 가자지구에서 살해당한 사람은 6만 7천여 명에 달한다. 올해 9월 15일 유엔 독립조사위원회는 이를 집단학살(genocide)로 규정했다.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가 집단학살 가해국을 교육과 연구의 모범으로 미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서울대는 단 한 번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설립부터 운영까지 의문투성이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가 서울대 교육종합연구원 산하에 설치된 것은 2023년 10월 13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지 7일째 되는 날이었다. 서울대 교수 7명이 운영위원을 맡고,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한국-이스라엘 산업연구개발재단, 더펠로우십코리아, 도움과나눔이 ‘교외 참여기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한국-이스라엘 산업연구재단과 더펠로우십코리아, 도움과나눔 각각에 속한 외부 자문위원 3명이 센터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이 중 한국-이스라엘 산업연구재단은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이스라엘 혁신청이 공동 설립한 기관이다. 협정에 따라 양국 정부가 매년 각각 400만 달러(약 56억 원)를 출연해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2022년 지원 대상을 기업에서 대학과 연구소까지 확대했다.

센터의 재정을 둘러싼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24년 센터 개소식은 이스라엘대사관과 더펠로우십코리아가 후원했다. 학내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의 질의에 서울대는 센터 예산을 전액 기부금으로 마련한다고 답했지만, 기부금 수입의 출처는 ‘기부자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박에 따르면 교외 참여기관 4곳의 이름은 2024년 6월경 교육종합연구원 홈페이지에서 조용히 삭제됐다.

센터는 이스라엘의 성공을 가능케 한 성장동력을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지만, 지난 2년간의 연구 성과는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서울대저널〉은 센터 교수진에게 연구 성과 및 교외 기관과의 관계를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 서울대 교수는 “학내 연구기관은 일반적으로 연구 성과를 적극 홍보한다”며 “센터 활동이 공개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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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주의와 서울대의 수상한 동행

〈서울대저널〉은 수박을 통해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 설립 당시 제출된 계획안을 입수했다. 계획안은 ‘나라를 잃은 지난 2천여 년의 역경과 고난의 역사 속에서도 인재 육성과 교육을 통해 국가발전을 이끌어 왔다’고 서술한다. 이어 ‘창의 인재들이 과학기술, 금융 및 경제,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와 글로벌 공동체를 ‘리드(선도)’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이 이러한 위대한 성과를 이룩한 창의적 인재를 어떻게 길러냈는지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다.

*벤치마킹(benchmarking): 우수한 사례를 배워서 응용하는 것

이스라엘 건국을 유대 민족이 고향을 되찾은 과정으로 설명하는 것은 시온주의자들의 역사관과 일치한다. 시온주의는 현대 국가 이스라엘을 만든 정치 운동이다. 19세기 말 유럽에서 반유대주의가 심화되자, 팔레스타인에 유대인들만의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시온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이 유대인 선조들의 땅이자, ‘땅 없는 민족’ 유대인을 위해 준비된 ‘민족 없는 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엔 내내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1948년 시온주의 세력은 이곳에 거주하던 아랍계 토착민 75만 명을 강제로 추방하고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 사건을 ‘나크바(대재앙)’라고 부른다. 이에 앞서 영국과 미국의 지지를 얻어 강제 추방을 기획한 이가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 하임 바이츠만이다.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 설립계획안은 바이츠만을 ‘이스라엘 교육문화 발전에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 평한다.

계획안에서 바이츠만과 교육 분야 연구 대상으로 나란히 언급되는 예치엘 엑스타인은 기독교 시온주의 단체 IFCJ(International Fellowship of Christian and Jews)의 창립자다. 기독교 시온주의자들은 성경 해석에 따라 유대인을 ‘선택받은 민족’으로, 이스라엘 건국을 ‘신의 계획’으로 본다.

주목할 점은 센터의 교외 참여기관 중 하나인 더펠로우십코리아가 바로 IFCJ의 한국 지부라는 사실이다. 센터 자문위원이자 더펠로우십코리아 이사인 최영우 도움과나눔 대표는 2024년 유튜브에 공개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이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을 더 깊이 이해하고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믿음의 열쇠로 남겨두셨습니다. 그 속에 하나님이 역사를 주관하는 신비한 비밀들이 있습니다.”

센터 연구진의 종교적 배경도 눈길을 끈다. 센터장 박동열 교수는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의 이사를 맡고 있으며, 소속 교수·연구원 최소 3명이 이 단체의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 단체는 ‘삶과 학문의 전 분야에서 하나님의 주권과 하나님의 영광이 확인될 수 있도록 제 분야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을 정립하는 것’을 목표로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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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혁신엔 팔레스타인의 피가 흐른다

설립계획안은 이스라엘 발전의 두 축으로 ‘공동체 내 교육’과 ‘창의적 혁신’을 꼽는다. ‘인구 900만여 명에 불과한 나라에서 6,500명이 넘는 세계적 창업가들을 키워낸 그들의 도전 정신은 가정과 학교, 군대, 사회의 여러 교육 프로그램에 스며들어 삶의 문화가 돼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계획안이 말하지 않는 것이 있다. 이스라엘의 교육·연구 시스템과 팔레스타인 군사 점령의 관계다. 카타르 도하 대학원 연구소의 타리크 다나 교수는 이스라엘 사회가 영구적인 ‘전쟁 경제’*에 기반해 있다고 분석한다. 이스라엘의 학교, 기업, 군대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군사 인력과 첨단 무기 기술을 생산하며, 이것이 식민지배를 지속하는 구조적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전쟁 경제(war economy): 폭력과 전쟁을 지속하기 위한 자원의 생산·동원·배분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경제 체제

**Dana, T. Death dealers: Dynamics of Israel’s permanent war economy, 2024.

센터가 이스라엘의 모범 교육제도로 소개하는 ‘탈피오트(Talpiot)’가 그 사례다. 이 프로그램은 매년 이공계 최우수 인재 약 50명을 선발해 9년간 대학 교육과 군사 훈련에 참여시킨다. 졸업생들은 이스라엘군 정보부대나 군수 기업의 핵심 인력이 돼 AI, 드론 등 첨단 군사 기술을 개발한다. 이번 집단학살에서 이스라엘은 인간 대신 AI가 공격 목표를 식별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2024년 국제 인권단체 ‘액세스나우’는 이러한 시스템이 학살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AI에 전가한다며, 윤리적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개발한 군사 기술은 이스라엘 GDP의 18%를 차지하는 첨단산업을 견인한다. 2018년 전직 군 장교들이 설립한 스타트업 ‘엑스텐드(Xtend)’가 대표적이다. 엑스텐드는 지난 집단학살에서 AI 드론 시스템의 성능을 입증하며 전 세계에서 4천만 달러(약 56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다. VR 기기로 드론을 조종해 목표물을 제거하는 이 시스템을 두고 일각에서는 학살을 비디오게임 속 상황처럼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나 교수는 가자지구가 ‘새로운 군사 기술의 개발과 시험을 위한 실험장이 됐다’고 표현한다. 2024년 이스라엘 군수 기업 라파엘은 자사의 드론 시스템이 비무장 팔레스타인인을 표적 살해하는 장면을 담은 홍보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해 국제적 논란을 일으켰다. 이러한 무기들은 ‘실전 검증 완료’라는 문구를 달고 전 세계로 수출되며, 이는 다시 이스라엘의 전쟁 경제를 지탱하는 재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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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다문화사회?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 설립계획안은 ‘이스라엘은 다양한 지역과 국가로부터 이주해 온 유대인들과 기존 거주민인 팔레스타인 민족들로 구성된 다문화 사회’라며, 이스라엘의 다문화·평화 교육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문화’, ‘민주주의’ 같은 용어는 이스라엘의 대외 이미지 선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2005년부터 ‘브랜드 이스라엘’ 캠페인을 전개하며 ‘현대적이고 진보적이며 서구적인 민주 사회’라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홍보해 왔다. 이러한 선전이 이스라엘 체제를 정당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는 점령지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현실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앰네스티는 2022년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배가 ‘아파르트헤이트 범죄’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특정 인종 집단을 체계적으로 억압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 등 점령지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군의 허가 없이는 정해진 구역 밖으로 이동하지 못한다. 특히 가자지구는 2007년 이후 이스라엘에 의해 완전히 봉쇄돼 식량, 의약품 등 생필품 공급이 통제돼 왔다. 이스라엘 본토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 역시 유대교로 개종하지 않는 한 완전한 시민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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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군인이 가자지구의 폐허 위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펼치고 있다. 이스라엘은 대외 이미지 선전을 위해 성소수자 인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빌 게이츠는 유대인이 아닌데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가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동일시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설립계획안에서 성공한 유대인의 사례로 언급된 아인슈타인과 프로이트는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민족국가를 세우는 계획에 반대했다. 토착민에 대한 강제 추방이 부당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심지어 빌 게이츠, 찰리 채플린처럼 유대인이 아닌 인물들도 ‘성공한 유대인’의 사례로 잘못 포함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빌 게이츠는 개신교 집안 출신 미국인이다. 배우 찰리 채플린은 생전에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소문을 직접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종교·문화 공동체인 유대인과 현대 국가 이스라엘을 동일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 유대인의 약 45%만이 이스라엘 국적자이며, 이스라엘 시민의 약 20%는 유대인이 아닌 아랍계다. 현대 이스라엘인들이 고대 이스라엘 왕국 주민들의 직계 후손이라는 주장 역시 유전학 연구를 통해 여러 차례 반박됐다. 유대인이 옛 이스라엘에서 기원한 단일한 혈통이라는 믿음은 시온주의가 지어낸 환상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유대인’이라는 도식은 이스라엘을 향한 비판에 ‘반유대주의’ 딱지를 붙이는 데 이용된다. 시온주의에 반대하는 유대인 단체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Jewish Voice for Peace)’는 ‘유대인이라면 전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시오니즘에 공감하며, BDS 운동*에 반대한다는 관념 자체가 반유대주의’라고 지적한다. 이스라엘이 행하는 집단학살의 책임을 유대인 전체에 돌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BDS 운동: 불매(Boycott), 투자 철회(Divestment), 제재(Sanctions).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과 국제법 위반에 항의하는 비폭력 운동으로, 2005년 팔레스타인 시민사회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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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와 정치는 별개라는 변명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 안승훈 연구원은 〈서울대저널〉의 취재를 거부하며, “이스라엘연구센터는 이스라엘 교육 연구를 중심으로 이스라엘과 한국 양국간의 교육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설립됐다”며 “본 연구센터에 대한 잘못된 오해에 대해 많은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종합연구원 관계자 역시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는 순전히 연구를 위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집단학살 앞에서, 서울대는 도리어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강화했다. 최무영 명예교수(물리천문학부)는 이것이 ‘서울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으로 기록될 것이라 말한다. “집단학살을 눈앞에 두고서 학문이 정치와 무관하다고 말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살육을 정당화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겠죠.”

세계 각국의 대학은 집단학살을 규탄하며 이스라엘과 연구 협력을 중단했다. 이른바 ‘학술 보이콧’이다. 그러나 서울대는 잠잠했다. 백도명 명예교수(보건대학원)는 침묵을 뚫고 올해 4월 21일 이스라엘과의 과학기술교류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나섰다. “가자지구에서 병원이 파괴되고, 의사가 살해되고, 여성과 아이들이 희생됐습니다. 이 학살에 윤리적으로 검토되지 않은 과학기술이 동원됐습니다. 대학이 이런 현실에 문제의식을 못 느낀다면 큰 문제 아닐까요.”

집단학살 2년, 가자지구에서 수만 개의 우주가 사라지는 동안 서울대는 침묵했다. 하지만 침묵 역시 의식적인 선택이다. 팔레스타인의 현실은 그 선택이 어떤 참극을 불러왔는지 보여준다.

최무영 명예교수는 팔레스타인의 비극을 막는 것이 결국 우리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한다. “생명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진 학살은 결국 우리 모두의 생명을 망가뜨리는 일이에요. 서울대가 최소한의 책임감을 갖고 연대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반대로만 가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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