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30일 오후 12시 30분, 행정관 앞에서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 주최로 SPC그룹(SPC) 허영인 회장의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 박탈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관악중앙몸짓패 골패 ▲민주노총 민주일반노조 서울대시설지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지부 서울대학교분회 ▲민주노총 언론노조 좋은책신사고지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서울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큐이즈 ▲서울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달 ▲서울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가 참가했다.
비서공은 지난 6월, 허영인 회장의 발전공로상 박탈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허 회장의 발전공로상 수상은 2022년 10월 SPC의 계열사인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건이 발생하며 학내에서 논란이 됐다. 특히 이번 연서명은 2025년 5월 시흥 SPC삼립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기계끼임 사망 사고를 계기로 진행됐다. 41개 단체와 개인 1,704명이 연명했다.

참가자들은 사망한 직원을 기리는 묵념 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비서공 윤단영 학생대표(자유전공 23)가 기조 발언을 맡았다. 윤 학생대표는 “허영인 회장이 돈으로 산 명예를 서울대 구성원과 시민의 연대로 박탈”해 “SPC를 사회적으로 압박하고 대학 공공성의 의미를 재고”하는 것이 이번 연서명의 목표라고 밝혔다.

다음으로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수도권지부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 지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임 지회장은 기부와 사회공헌을 통한 이미지 포장으로 불법 경영과 잇따른 산업재해를 감춘 허영인 회장의 행태를 꼬집었다. “노동자를 착취해 유지되는 산업구조를 바꾸려 노력했지만 정작 돌아온 건 기업의 노조탄압”이라며, “허영인 회장은 부당노동행위로 재판을 받는 중에도 노조에 대한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5월 발생한 기계끼임 사고를 계기로 민주노조 지회가 결성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지금도 노조 가입자를 색출하고 있다”며 반성 없는 SPC의 태도를 규탄했다. 임 지회장은 “허영인 회장이 스스로 발전공로상을 반환하길 바란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공공운수노동조합 대학원생지부 서울대분회 강수연 분회장(역사학과 한국사학전공)의 연대발언이 뒤를 이었다. 강 분회장은 “연이은 노동자들의 사망 사건은 서울대 구성원들의 삶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SPC 농생명과학연구동 건축 기금을 출연했다는 이유로 이뤄진 허 회장의 서울대 발전공로상 수상을 두고 “대학이 ‘발전’과 ‘공로’의 가치를 인권유린과 노동착취, 반사회적인 영리 추구에 귀속시키고 있다”며 꼬집었다. “더 이상 우리는 ‘피 묻은’ 자본 위에 세워진 대학에서 아무렇지 않게 생활할 수 없다”며 강 분회장은 “지식 생산이 자본에 복무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연대의 목소리를 더하고자 한다”고 발언에 참여한 계기를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좋은책신사고지부 정재순 사무국장도 연대발언에 동참했다. 서울대가 SPC를 비롯해 부당노동행위가 벌어지는 다른 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다고 고발하기 위함이다. 정 사무국장은 좋은책신사고 홍범준 사장이 서울대에 출연한 발전기금을 두고 “푼돈 적선으로 노동자에게 자행한 악행을 정당화하는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정 사무국장은 홍 사장이 수리과학부 수학연구소 ‘담론홀’에 이름을 붙인 일과 허영인 회장의 발전공로상 수상 모두 “서울대가 문제를 알고도 눈을 감아 피해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허 회장이 노조 운영을 탄압한 혐의를 두고 “벌금을 내고 중대한 처벌을 받아야지, 상을 줄 사안이 아니”라고 일갈했다.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 김지우 위원장(전기·정보공학 22)이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김 위원장은 학소위의 주요 활동이 “학내외의 인권 관련 사안을 학내 구성원에게 알려서 논의가 시작되게 하는 것”이라며, “서울대학교는 사회와 동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서울대가 허영인 회장에게 품격과 덕망을 겸비했다는 수식어를 붙여준 이상, SPC그룹의 노동착취를 학외 사안이라며 외면할 수 없다”고 목소리 냈다. 김 위원장은 그간 산업재해 사고를 방치해 온 SPC와 산학협력을 체결하고 SPC 회장에게 발전공로상을 수여한 서울대 본부에 책임을 촉구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서울대학교는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발전공로상을 박탈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어 행정관 게시판에 요구안이 담긴 대자보를 부착했다. 서명운동 결과는 총장, 학생처, 발전공로상 시상을 기획한 대외협력팀에 전달됐다.

이하는 기자회견문 전문.
서울대학교는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발전공로상을 박탈하십시오
지난 5월 19일 월요일, 경기도 시흥의 SPC그룹 계열사 삼립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2022년 10월에 평택의 SPL 공장에서, 2023년 8월에 성남의 샤니 공장에서 발생한 산재 이후, 최소한의 안전 설비를 설치하지 않아 발생한 끼임 사고로 인해 벌써 세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는 3년 전의 범시민적 불매운동을 다시 되살려 SPC그룹과 그룹 총수 허영인의 책임을 물으며 노동안전을 위한 조치를 이행하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소비자로서의 불매뿐 아니라, 서울대학교를 통해 이 사안에 결부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이에 연대하는 시민으로서 대학에도 책임을 직시할 것을 촉구합니다.
서울대학교는 지난 2007년 SPC그룹으로부터 건물 건축 기금을 출연받는 양해각서를 체결하여 총 50억 원을 받았습니다. 이 돈으로 지어진 건물이 농생대 203동, SPC농생명과학연구동입니다. 이 건물 지하에는 ‘허영인 세미나실’이라는 이름의 강당이 있고, 5층에는 SPC그룹의 신제품을 개발하는 사내 연구소가 입주해 있습니다. 2011년에는 서울대학교 기술지주회사와 SPC그룹에서 50%씩 지분을 출자하여 ‘에스데어리(S-dairy)’라는 기업체를 설립했습니다. 이 회사의 유제품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특허를 보유한 기술을 이용해 생산되며 서울대학교 로고마크가 찍혀 파리바게뜨를 비롯한 SPC 가맹점에 납품됩니다. 사회적으로 심각한 물의를 일으킨 반사회적 기업이 서울대학교의 브랜드 가치를 마케팅에 이용해 자신의 무책임함을 은폐하고 있는 셈입니다.
허영인 회장은 2008년 처음 제정된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의 제1회 수상자였습니다. 건물 건축 기금 출연 이듬해 수상자로 선정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빵공장 연쇄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SPC그룹은 1999년부터 2017년까지 제빵노동자들을 위장도급 불법파견하여 높은 노동강도와 저임금으로 혹사해 왔습니다. 노동조합의 요구로 불법파견을 시정할 수밖에 없게 되자, 2018년 체결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노골적으로 노조파괴를 일삼았습니다. 불매운동을 비롯한 사회적 항의가 이어진 끝에 현재 허영인 회장은 노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의 수상 요건은 “인격과 덕망을 겸비하고 대학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서울대학교가 말하는 인격과 덕망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피 묻은 빵’을 팔아온 SPC그룹의 ‘피 묻은 돈’이 이런 경로로 대학에 유입되고 재투자된다면 서울대 구성원 역시 SPC그룹의 문제와 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서울대학교 구성원과 연대 시민은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본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반사회 반노동 기업 SPC그룹의 최종 책임자 허영인은 “인격과 덕망을 겸비하고 대학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허영인이 수상한 제1회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을 박탈하십시오.
이번 연서명을 통한 요구는 서울대학교가 SPC그룹과의 관계에 대하여 취해야 마땅한 최소한의 조치이며, 향후 대학 공공성의 차원에서 다해야 할 사회적 책무의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2025.09.30.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 외 SPC 회장 허영인의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 박탈을 촉구하는 41단체 및 1,704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