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악캠퍼스 정중앙엔 중앙도서관이 있다. 1946년 서울대와 함께 개관해 1951년 부산 피난길에도 올랐던 도서관이다. 서울대의 역사와 함께한 중앙도서관이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지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했다. 수많은 학생과 연구자가 문지방이 닳도록 이곳을 드나들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도서관의 3대 구성요소라 불리는 공간, 사람, 자료는 어떻게 바뀌어 왔을까.
모습을 거듭 바꿔온 중앙도서관
중앙도서관은 대학의 중심 건물로 설계됐다. 관악캠퍼스 설계 당시 발표된 「종합캠퍼스 기본설계 건축보고서」(1972)는 새로 지어질 도서관이 ‘위치로 보나 기능으로 보나 전체 대학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라 언급한다. 『서울대학교 도서관 70년사』(2017)에 따르면, 1974년 완공 당시엔 모든 학교 건물이 중앙도서관 반경 400m 안에 있었다. 관악캠퍼스 건물의 위치는 중앙도서관과의 거리로 설명되곤 했다.

중앙도서관은 기능적으로도 대학의 중심이다. 지식의 연속성을 지탱하는 기반인 대학도서관은 양질의 정보가 오가는 장이다. 자료와 사람이 이곳으로 모인다. 학술정보개발과 박선희 사서는 그 점에서 중앙도서관을 “대학의 심장”이라 말한다. 그런 중앙도서관이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은 바뀔 수밖에 없다. 지식을 생산하고 전달하는 방식이 계속 달라지기 때문이다.
중앙도서관 공간은 실제로 시간에 따라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2025년의 중앙도서관에 익숙하다면, 다음 사실이 낯설 테다. 학부생은 1992년 전까지 단행본 자료실에 자유롭게 출입하지 못했다. 박물관은 1993년까지, 대학신문사는 1998년까지 중앙도서관 6층에 있었다. 중앙도서관 3층 통로에는 1997년까지 국수를 먹을 수 있는 간이식당이 있었다. 현재는 모든 단행본자료실이 개가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6층에는 신문자료실과 학술정보개발과가 들어섰다. 간이식당이 있던 자리엔 24시간 무인반납실이 생겼다.
*개가제(開架制): 이용자가 서가에 직접 접근해 책을 자유롭게 볼 수 있게 하는 제도
자료 이용 행태가 변화하며 공간이 바뀌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가 신문 자료와 연속간행물이다. 신문 열람실은 과거 중앙도서관에서 꽤 넓은 공간을 차지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신문을 읽는 이가 많아지며 중앙도서관은 2015년부터 일부 인쇄 신문만 보관하고, 대신 신문을 열람할 수 있는 전자 기기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연속간행물 자료실은 2024년 폐쇄됐다. 이 과정에서 오래된 연속간행물은 보존서고로 이전됐다.
반면 미디어 자료를 감상·체험·제작할 수 있는 공간은 늘고 있다. 중앙도서관 관정관에는 영화감상석을 비롯해 메타버스를 체험할 수 있는 ‘XR 익스피리언스 센터(XR Experience Center)’와 영상제작 스튜디오인 ‘창의미디어스페이스’가 있다. 다양한 형태의 지식이 교류되는 공간인 도서관은 오늘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도서관을 만드는 사람들
도서관의 변화 뒤엔 무엇보다 발빠르게 움직인 사람들이 있다. 중앙도서관에서 30년이 넘게 일해온 두 사서를 만났다. 학술정보개발과 박선희 사서는 1992년부터, 학술정보서비스과 김기숙 사서는 1995년부터 도서관에서 일했다. 이들은 자료 전산화, 관정도서관 신축과 같은 중앙도서관의 굵직한 변화 한가운데 있었다. 그중 전산화와 전자 자료의 확대는 사서에게도 낯선 변화였다. 이들은 어쩌다 책과 연결된 삶을 살게 됐는지, 사서의 눈으로 본 도서관은 어떤 공간인지 물었다.
사서라는 직업을 택한 데엔 책과 가까운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나.
박선희 사서 도서관에서 일하지 않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책을 많이 읽느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물론 책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웃음) 그렇지만 우리는 책보단 책 표지를 훨씬 더 많이 본다. 책의 ‘뒷조사’를 하는 셈이다.
김기숙 사서 도서관에서 일하니까 책을 열심히 볼 거라고 다들 생각하는데, 책을 많이 만지는 것과 독서량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웃음) 그래도 책과 가까이 지내며 서가에서 책을 만나는 기쁨이 있다. 또 지성의 전당에서 젊은 학생들과 함께하고 교수님들의 산 지식을 공유할 수 있어 행복하다.
처음 생각한 사서의 일과 실제 사서의 일은 어떻게 달랐나.
박선희 사서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업무가 끝없이 바뀐다. 예전에는 책을 사면 이용자가 자료를 검색할 수 있게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게 아주 중요한 업무였다. 책 한 권 한 권의 정보를 한 땀 한 땀 MARC** 데이터에 넣는데 공을 들였다. 요즘에는 이용자가 원하는 자료와 정보를 잘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하다. 사서 업무에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계약이나 가격 협상 역시 업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자저널은 특히 계약이 복잡하다.
*데이터베이스화: 자료의 정보를 컴퓨터가 관리할 수 있는 형식으로 체계적으로 입력·분류하는 일
**MARC(Machine Readable Cataloging): 장서의 신분증과도 같은 데이터 형식으로, 도서관 자료를 표준화된 형식으로 기록할 수 있는 서지 데이터
김기숙 사서 자료를 디지털화한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관정관 신축도 사서의 몫이었고,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문화행사도 하고 있다. 도서관이 기존의 자료 보존 역할에 더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하는 부분에서 사서의 역할이 컸다. 예컨대, 지금 도서관엔 미디어 기기를 활용하는 스튜디오도 있고, XR 익스피리언스 센터도 있고, 스누 커먼즈(SNU Commons)도 있다. 예전엔 수기로 목록 카드를 썼는데, 이젠 모두 웹에서 볼 수 있게 바뀌었다. 그런 과도기의 경험치가 상당히 높다고 생각한다. (웃음)
‘책을 잘 읽지 않는 시대’라고 말한다. 현장에선 어떻게 느끼나.
박선희 사서 인쇄책 대출이 줄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국내 전자책 대출 수와 국외 전자책 다운로드 건수는 매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인쇄책 대출이 줄어든다고 해서 요즘 대학생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건 매체가 다양해졌다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최근 이용자는 다양한 매체로 정보를 습득한다.
김기숙 사서 지식에 대한 근본적인 수요는 줄지 않았다. 다만 지식을 담는 그릇이 다양해지고 있다.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깊이 있는 학문과 독서의 전통을 계승하는 균형점을 찾는 일이 도서관의 중요한 역할이다.

자료, 지켜지고 변화하고
도서관의 핵심 역할은 자료를 모으고 보존하는 일이다. 김기숙 사서는 “자료 보존이 단지 과거의 기록을 쌓아두는 것만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기억과 지식 자산을 미래 세대에 전달해 주는 ‘연속성’에 자료 확충·보존의 핵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 들어오는 장서는 구매하거나 기증받은 것이다. 중앙도서관 개관 당시엔 예산이 매우 부족했던 탓에, 대부분의 장서를 기증받았다. 이후 중앙도서관은 장서기금이나 국고 지원 등을 통해 자료구입비를 적정 규모로 갖추려고 노력했다.
현재 서울대는 장서 구입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2024년엔 자료구입비로 약 130억을 사용했고, 현재 527만 개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자료구입비와 장서 수 모두 국내 최대 규모다.
다만 해외 주요 대학과 비교했을 땐 장서 보유량과 자료구입비 모두 뒤처지는 편이다. 미국연구도서관협회(ARL)에 속한 약 118개 대학의 평균과 비교했을 때, 서울대의 재학생 1인당 소장 도서 수와 자료구입비 규모는 ARL 회원교 평균보다 낮다.

결국, 한정된 예산 내에서 학문적 가치가 높은 자료를 구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기숙 사서는 “단순한 양적 확보보다는, 필요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우선하는 방향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여러 사정으로 자료 구매가 어렵다면, 상호대차*와 같은 방법으로 연구자를 지원한다.
*상호대차: A 도서관에 없는 자료를 B 도서관에서 갖고 있다면, 협약에 따라 B 도서관의 자료를 A 도서관에서 받아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
중앙도서관의 공간 부족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건립 당시 중앙도서관은 장서 150만 권을 보관할 수 있는 규모로 설계돼, 1996년에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보존도서관을 만들고 중앙도서관을 증축하는 사업이 진행됐다. 2010년에는 수원 농학도서관을 보존서고로 전환해 소장가치가 있지만 이용률이 낮은 자료를 이전했다. 2015년엔 관정관을 신축하며 고질적인 공간 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 다만 장서가 늘고, 도서관 공간이 다변화하는 정도에 따라 공간 부족 문제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장서의 균형을 맞추고 여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보존 가치를 잃은 자료는 일부 폐기한다. 김기숙 사서는 “초창기 컴퓨터와 관련된 자료는 당시엔 굉장히 중요했을지라도 지금은 시의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자료의 이용 가치가 변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또 전자 자료가 활성화되지 않은 과거엔 같은 책을 여러 권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우 자료선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유일본을 남겨놓고 나머지 수량은 폐기하기도 한다.
전자 자료 확대 역시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할 방안이다. 인쇄책을 추가로 구입하지 않더라도 전자책 등으로 자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박선희 사서는 “원래는 주기적으로 도서 예약 상황을 확인해 인쇄책을 추가 구매했지만, 조만간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시범 시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전자 자료 수요는 최근 가파르게 늘고 있다. 국내 인쇄 단행본이 배정된 예산에 비해서도 희망도서 신청이 적은 것과 대조된다. 박선희 사서는 “최근 자료구입비의 약 90%가 학술지와 전자저널 구독에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술지와 전자저널은 단행본과 달리 최소 1년에서 길게는 수년에 걸쳐 구입·구독해야 하고, 비용도 커서 구입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 자료 구입·구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매해 자료선정위원회가 열려 이용자가 신청한 학술지와 전자저널을 심의한다.
비를 뚫고 살아남은 8만 권
실물 자료를 잘 보존하는 일도 전자 자료를 확충하는 것만큼 중요한 도서관의 역할이다. 2022년 8월 폭우로 보존서고에 수해가 발생해 비치된 자료가 훼손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 두 사서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김기숙 사서 굉장한 폭우였다. 비상연락망이 가동돼서 온 직원이 밤에 나왔다. 서고가 물에 잠긴 채 정전이 돼서, 휴대전화 불빛으로 주위를 비춰가며 물을 퍼냈다. 수해 규모가 커서 봉사자를 모집했는데, 197명이나 되는 학생이 참여했다. 덕분에 책 8만 권이 거의 다 복구됐다. 굉장한 경험이었다. 학생과 직원이 지식을 보존하고 살려내기 위해 한마음으로 협심했다.
그 뒤로 어떤 폭우 대응 조치가 있었나.
김기숙 사서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시기엔 차수판을 설치한다. 요새는 비가 조금만 와도 한 번씩 서고로 내려가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관악캠퍼스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중앙도서관에선 언제나 가장 새로운 지식, 심지어는 아직 오지 않은 지식까지 마주할 수 있다. 도서관은 지식의 중추라는 연속성을 지키기 위해, 반세기 동안 끝없이 변화해 왔다. 공간이 바뀌고 자료가 바뀌었다. 변화의 중심엔 사람이 있었다. 새 학기를 맞이해 중앙도서관 서가를 거니는 건 어떨까. 두 사서의 말처럼, 걷기만 해도 머리에 책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