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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제는 탄소중립으로 기어를 바꿀 때
192호의 미련

서울대, 이제는 탄소중립으로 기어를 바꿀 때

2008년 10월 서울대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서울대'를 선언했다. 연구·교육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해 친환경 캠퍼스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대학이 공식적으로 지속가능성을 내세운 첫 번째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2019년, 환경부는 서울대를 '그린캠퍼스'로 지정했다. 선정 이후 서울대는 에너지 사용량을 기관별·건물별로 계측하는 설비를 갖추고, '그린리더십'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친환경 학생활동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그로부터 다시 6년이 지났다. 그린캠퍼스 사업의 기반을 다지던 이들 대부분은 '서울대 탄소중립'을 주요 현안으로 삼고 있다. 2024년 '탄소중립 추진단'과 '서울대 탄소중립 학생협의체'가 출범했고, '탄소중립 캠퍼스 전환 포럼'도 개최됐다. 이들은 왜 지금 서울대에서 탄소중립을 외칠까. 서울대에 탄소중립 개념이 도입된 배경을 살피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려봤다.

환경부에서 수여한

연구중심대학 vs 그린캠퍼스?

'서울시 에너지 사용량 1위.' 2012년 이후 서울대가 단 한 번도 떼지 못한 오명이다. 10년이 흐르는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도 상당히 증가했다. 서울시 에너지 사용량 1위를 처음 기록했던 2012년에 서울대는 온실가스 약 11만 7천 톤을 배출했는데, 2024년엔 그 양이 15만 톤에 이르렀다. 2020년 이후 서울대 온실가스 배출량은 한 해도 빠짐없이 상승 곡선을 기록했다.

서울대 온실가스 배출은 거의 전부 에너지 사용에서 비롯한다. 농축산업·폐기물 처리 등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없고, 대부분 전기·가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배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 실태를 파악하고 조절하는 과정은 에너지 사용을 관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서울대 에너지 사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단연 이공계 연구 활동이다. 2023년 발간된 『서울대학교 탄소중립 기획 설계』에 따르면 이공계 건물과 연구소 건물의 캠퍼스 내 에너지 소비 비중은 각각 약 43.8%, 17.8%에 이른다. 각 건물이 차지하는 면적이 각각 약 31.2%, 9.3%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구시설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은 동일한 단위 면적의 다른 시설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많다.  연구시설에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연구 장비가 많고, 냉난방기를 작동해 적절한 연구 환경을 조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 더해 최근 인공지능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늘었다.

서울대 에너지 소비 비율 상위 6개 건물의 면적 점유 비율과 에너지 소비 비율이 막대그래프로 제시돼있다. 이공계 건물과 연구소 건물의 경우 면적 점유 비율보다 에너지 소비 비율이 높지만, 학술지원 건물, 기숙용 건물, 인문사회계 건물, 편의시설 건물의 경우 면적 점유 비율이 에너지 소비 비율보다 높다.

유독 서울대가 타 대학에 비해 에너지 사용 강도가 높은 건 연구중심대학이라는 지향과도 관련 있다. 2000년 전후 서울대는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공계 연구시설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학내 탄소중립 계획을 주도해 온 온실가스·에너지종합관리센터 정혜진 교수는 “연구중심대학을 추구하며 이공계 연구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서울대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대학별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을 살펴보면 1위가 카이스트, 2위가 포스텍, 3위가 한양대, 4위가 서울대다. 모두 이공계 연구 지원이 활발한 대학이다.

서울대는 연구중심대학과 그린캠퍼스라는, 언뜻 보면 상충하는 두 가지 목표를 어떻게 조화롭게 추구할 것이냐는 과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작금의 기후위기를 무시하고 연구시설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모르는 체할 수도, 연구 기회와 자원을 제공할 책임을 포기하고 연구시설의 에너지 사용을 당장 제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배출한 만큼 흡수하기

연구중심대학과 그린캠퍼스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는 없을까. 이러한 고민 속에서 등장한 구호가 '서울대 탄소중립'이다. 2010년대 초반부터 서울대 에너지 운용 상황을 집계해 온 정혜진 교수는 "탄소배출량은 계속 느는데 산정만 반복하는 건 의미 없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서울대 탄소중립을 추진했다.

탄소중립은 특정 국가·기관에서 배출하는 탄소의 양과 흡수하는 탄소의 양을 같도록 해, 실질적인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개념이다. 2018년 유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전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발표했고, 2020년 한국 역시 이에 따르겠다고 선언했다. 서울대 탄소중립을 요구하는 이들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서울대가 자체적으로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대에서 배출하는 탄소량과 흡수하는 탄소량이 같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한 경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줄일 수 있는 에너지 사용은 최대한 줄인다. 둘째, 에너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 셋째, 앞선 두 가지 방법에도 불구하고 탄소를 배출한다면 그 양만큼 다른 곳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서울대 탄소중립의 기본은 줄일 수 있는 에너지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서울대 온실가스·에너지종합관리센터와 탄소중립 학생협의체가 추진 중인 사업은 대부분 이를 위한 것이다. 2023년 온실가스·에너지종합관리센터는 관악캠퍼스 내 14개 건물의 노후 형광등을 LED 고효율 조명으로 교체했다. 동일한 밝기의 빛을 내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장비는 에너지를 덜 사용하므로, 형광등 교체 사업으로 연간 약 295톤의 탄소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하반기부터 도입 예정인 스누그린랩도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개발된 장치다. 스누그린랩은 강의실 등에서 전자기기의 플러그를 직접 뽑지 않아도 대기전력*을 원격으로 차단할 수 있게 한다.

*대기전력: 전자제품의 전원을 끄더라도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아두면 소모되는 전력

서울대 온실가스·에너지종합관리센터에 시범적으로 스누그린랩이 설치돼 있다. 메인PC가 사용하는 전력과 스누그린랩을 통해 전원을 차단했을 때 아낀 전력량이 제시돼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 연구중심대학인 서울대는 줄일 수 있는 에너지양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사용 중인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대는 태양광을 활용한 재생에너지원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 재생에너지원은 많은 부지를 필요로 해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일부만 충당할 수 있다. 따라서, 대용량 재생에너지 도입 계획을 사전에 수립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절감과 재생에너지 전환에도 불구하고 탄소가 배출되면, 그만한 탄소를 다른 곳에서 흡수해야 한다. 이것이 탄소중립의 마지막 방법이다. 탄소배출량 자체를 0으로 만들지는 못했더라도 배출한 만큼의 탄소를 다른 곳에서 흡수했다면 실 배출량은 0으로 인정받는다. 서울대가 운영하는 태화산학술림·남부학술림은 서울대의 주요한 탄소 흡수원이다.

탄소중립 ‘구매하기’?

서울대가 직접 탄소배출을 줄이거나 탄소를 흡수하지 않고도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다. 외부에서 '탄소 크레딧'을 구매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탄소 크레딧은 민간의 탄소 감축량을 수치화해 판매할 수 있게 한 인증서다. 탄소 1톤을 줄이면 크레딧 한 개가 발급되는데, 이를 탄소 크레딧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가령, 특정 기업이 새로 산림을 조성하면, 이 기업은 조림을 통해 감축한 이산화탄소의 양만큼 크레딧을 판매할 수 있다. 크레딧 구매자는 구매한 양만큼 이산화탄소를 감축했다고 인정받는다. 즉, 서울대가 배출한 탄소량만큼 외부에서 크레딧을 사온 뒤 탄소중립을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탄소 크레딧으로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서울대 자체적으로는 탄소를 감축하거나 흡수할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돈으로 탄소중립을 ‘때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그린워싱*이다.

*그린워싱(greenwashing): 실제로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친환경적인 것처럼 과장하거나 허위로 홍보하는 행위

실질적인 감축·흡수 활동 대신 탄소를 배출한 만큼 돈을 지불하는 방식은 서울대가 여지껏 활용해 온 방법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정부에서 매년 할당한 양만큼 탄소를 배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만약 탄소배출 허용량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다면, 정부가 주도하는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배출권을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 적용을 받은 서울대는 온실가스를 감축·흡수하는 대신 배출권을 구매했다. 그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기는커녕 매년 증가했다.

서울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대신 배출권을 구매하는 데는 경제적인 동기가 있다. 탄소배출량을 직접 줄이는 것보다,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는 게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탄소 배출권 가격은 배출권 수요가 줄어들며, 2022년 3만 원대에서 현재 8천 원대까지 하락했다. 이에 서울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4년간 꾸준히 증가했는데도, 배출권 구매에 든 비용은 3억 가까이 줄었다. 손익 계산의 논리로는 실질적인 온실가스 관리 역량을 높이는 대신 돈으로 때우는 것이 합리적인 셈이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대 온실가스 초과배출량과 탄소배출권 비용이 꺾은선그래프로 제시돼있다. 서울대가 초과배출한 온실가스 양은 매년 증가한 반면, 서울대가 구매한 탄소배출권 비용은 2021년 5.3억에서 2023년 1억, 2024년 2.4억으로 감소했다.
▲©빈채현

서울대 탄소중립 역시 같은 논리로 외부에서 탄소 크레딧을 사오는 방식에 크게 의존할 수 있다. 온실가스를 실제로 줄이거나 흡수하려면 훨씬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기후위기 상황을 실질적으로 헤쳐나가기 어렵다. 따라서 서울대가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온실가스 관리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외부에서 탄소 크레딧을 사오는 대신 자체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며 유의미한 탄소 흡수원을 마련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때

진정한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적극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정혜진 교수는 탄소중립은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생에너지원 도입이 대표적이다. 2050년 서울대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재생에너지원 도입을 통해 그해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온실가스 총량의 약 40%를 감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서울대에서 주로 사용하는 태양광 에너지원의 경우 건물 옥상·벽면 등 가용한 부지를 모두 사용해도 서울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약 5%만 충당할 수 있다.

수소 연료전지는 태양광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원의 대표 주자다. 그러나 현재 천연가스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은 그 과정에서 일정량의 탄소를 배출한다. 따라서 정혜진 교수는 탄소중립을 위해선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블루 수소*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로 점차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용화를 위해선 수소 생산·이송·저장 기술의 발전과 경제성 확보가 관건이다.

*블루 수소: 생산 과정에서 나온 탄소를 현장에서 포집하는 수소 에너지

**그린 수소: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 분해해 뽑아낸 수소 에너지

배출한 만큼의 탄소를 자체적으로 흡수할 방안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정혜진 교수는 "서울대가 가진 산림 자원을 흡수원으로 잘 운용할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 "산림 자원을 활용해 상쇄 사업을 시작하려면 많은 돈이 든다"며, "탄소중립이 경제 논리로 환원될 수 없는 새로운 의제임을 이해해야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의 역할도 중요하다. 서울대의 탄소중립 추진 계획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두 개의 시나리오로 나뉜다. 정부가 석탄발전이 아닌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비중이 높아지면, 서울대가 같은 양의 전기를 쓰더라도 탄소배출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 그해 서울대는 온실가스 14만 5천 톤을 감축해야 하지만, 성공하면 서울대는 10만 5천 톤만 감축해도 된다.

동시에 대학 안에서 합의를 이뤄나가야 한다. 기후 의제에 대한 학생사회의 지지 없이 본부나 총학생회가 단독으로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을 이끌어 내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김보희 부총학생회장(식물생산 21)은 "환경정책은 지원금이 없으면 정책 추진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환경정책이 더 많은 지원을 받으려면 학내 구성원이 환경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유현서 서울대 환경동아리연합회의 의장(화학생물공학 21) 역시 "학생사회의 가장 주요한 역할은 서울대 탄소중립의 우선순위를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사회가 움직이려면 탄소중립이 과학기술 전문가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돼야 한다. 정혜진 교수는 "학생들이 온실가스 배출이나 에너지 사용 현황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것이 환경문제와 기후위기 대응 활동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학생들에게 탄소중립에 관한 정보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주어져야 활발한 논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서울대 탄소중립 학생협의체와 환경동아리연합회의, 온실가스·에너지종합관리센터 모두 '탄소중립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거버넌스: 정부 중심의 일방적 통치 대신 정부, 기업, 비정부기구, 시민사회 등 다양한 행위자가 협력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서울대에서 탄소중립을 외칠까. 서울대 탄소중립 학생협의체 장윤정 의장(지구환경과학 21)은 "대학 탄소중립은 우리나라 혹은 더 넓은 사회의 전환을 위한 실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학에서 우리는 오랜 시간 체화해 온 삶의 방식을 바꿔볼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의 움직임은 대학이기에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진지하게 탄소중립을 숙고하고 실현해 나가야 할 짧고도 오랜 시간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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