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 않은 복날 보양식

사진 설명 시작. 세로로 긴 컨테이너 안에 깔짚이 깔려 있다. 세로로 구역을 나누는 슬레이트가 5개 정도 설치돼 있다. 슬레이트 사이에는 병아리에게 물을 주는 기구가 촘촘하게 늘어져 있다. 구조물들 사이에 병아리 약 2만여 마리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컨테이너 지붕에는 조명이 세로로 늘어진 채 달려 있다. 사진 설명 끝.

※ 본 기사는 가학적인 동물 사육 및 도살에 관한 직접적인 묘사와 사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말복인 8월 9일, 성남 모란시장은 많은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상인의 목소리는 “어제만 해도 사람이 이렇게 많지 않았다”며 “해마다 복날이면 많이들 찾는다”고 활기를 띠었다. 혹시 개고기도 파느냐고 묻자 급히 목소리를 낮추며 “팔기는 팔고, 찾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복날은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고기를 먹는 날이다. 그러나 고기를 소비하는 문화 뒤엔 감춰진 생산과 유통 구조가 존재한다. 복날 이면에 있는 이야기를 들여다봤다.

여전히 뜬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개들

과거 개고기는 대표적인 복날 음식이었다.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기 어렵던 시절 값싼 영양소 공급원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복날에 개를 잡아먹는 모습은 다양한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쓰인 『세시풍요』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푸줏간에는 염소와 양 잡는 것을 보지 못하겠고, 집집마다 죄 없는, 뛰는 개만 삶아 먹는다.

오늘날 ‘식용견’ 사육 현장은 처참하다. 경기도 용인시 한 개농장, 땡볕 아래 개 여러 명(命)이 두 층으로 쌓인 채 다닥다닥 붙어, 녹슨 ‘뜬장*’ 안에 늘어져 있다. 개들의 앞에는 파리 날리는 ‘짬밥**’이 어질러져 있다. 뜬장 속 개들은 기껏해야 1~2년을 살고 도살된다.

*뜬장: 개농장에서 개들을 가두는 우리. 뚫린 바닥으로 배설물이 떨어져 청소할 필요가 없다.

**짬밥: 개농장에서 개들에게 먹이로 주는 ‘음식물 쓰레기’를 이르는 말. 식당에서 헐값에 공수해 온다.

법과 제도는 가학적인 사육 환경을 방관하고 있다. 개는 ‘축산법’ 2조에 규정된 가축에 포함되지만, 가축 사육·도축·가공·유통 등의 위생 관리를 규정하는 ‘축산물위생관리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선 가축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이는 개농장이 열악한 사육 환경을 방치하는 구실이 된다.

사진 설명 시작. 가로, 세로, 높이 1미터 정도의 크기인 쇠로 된 케이지 안에 개 네 마리가 서 있다. 가장 왼쪽에는 가슴에 상처가 있는 갈색 개가 짖고 있다. 오른쪽에는 귀만 갈색인 흰색 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더 오른쪽에는 흰색 개가 먼 곳을 쳐다본다. 가장 오른쪽에는 검은색 개가 코를 케이지 밖에 내놓고 있다. 케이지 왼쪽 구석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든 양동이가 놓여 있다. 사진 설명 끝.

개농장에서 팔려가는 개들은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도살된다. 전기봉으로 찌르거나 목을 매다는 방식의 도살은 동물보호법이 정하는 ‘잔인한 방식의 도살’에 해당한다. 그러나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에 처벌되지 않는다. 복날에 먹히는 개들은 제도의 빈틈 속에서 학대당하며 짧은 생을 마친다.

2024년 1월 9일, ‘개 식용 종식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기르고 유통하는 농장과 개를 조리하는 식당은 3년의 유예기간 안에 문을 닫아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따르면 8월 6일까지 신고된 폐업 농장 수는 1,072호다. 이전에 집계된 전체 개농장(1,537호)의 약 69.7%가 문을 닫은 것이다. 농장이 폐업하면 ‘잔여견(남은 개)’들은 빠르게 처분된다. 현재 잔여견은 농식품부 추산 8만 5천여 명이다.

잔여견이 살아남을 방법은 없을까. 국내 정서상 잔여견 입양이 꺼려지는 상황에, 이를 수용할 만한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는 유기·유실 동물로 이미 포화 상태다. 기본소득당 동물·생태위원회 어스링스 김지수 위원장은 “식용견 농장이 일종의 국가폭력이었기 때문에 개들에게 보상할 필요가 있다”며 “농장을 생츄어리*로 전환해 남은 개를 보호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츄어리: 주로 학대받거나 구조된 동물들이 인간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

개 대신 닭, 괜찮을까

개를 먹는 문화는 사라지는 한편, 복날 닭고기 소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7월 한국에서는 약 1억 1,057만 명의 닭이 도축됐다. 같은 해 6월(약 8,761만 명)에 비해 26.2% 증가한 셈이다. 배달 플랫폼을 통한 치킨 주문 건수도 크게 뛴다. 한 도계장 관계자는 “복날에는 알아서 잘 팔려서 마케팅이 따로 필요 없다”며, “평상시에는 하루에 24만 수 정도 잡는데, 복날 기간에는 37만 수까지 잡는다”고 전했다.

닭이 고기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 공장식 축산업의 실상을 살펴보자. 35일 정도 자란 육계*를 어리장** 안으로 던져 차에 싣는다. 도계장으로 이동한 병아리는 기계에 거꾸로 매달린다. 전류가 흐르는 물에 머리가 담겨 기절한다. 이후 목이 잘리면 뜨거운 물에 들어가 털이 뽑힌다. 내장이 적출되고, 깨끗이 세척된 후 냉장된다.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손질된다. 그렇게 병아리는 ‘닭고기’가 된다.

*육계: 닭고기 생산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어린 닭

**어리장: 닭을 수송하거나 출하할 때 사용되는 닭장

사진 설명 시작. 회갈색 외벽에 빨간 지붕인 건물 세 개가 그림의 아랫 부분을 채우고 있다. 건물에는 창문이 일정한 간격으로 층마다 나 있다. 배경은 낮이며, 하늘은 대체로 푸르나 허여멀건 빛이 드리워져 있다. 하늘에서 정장에 검은색 코트를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곧게 선 채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사진 설명 끝.

도축 과정에선 동물이 아닌 상품으로서의 품질이 우선된다. 한 동물복지 도계장에서는 어리장 대신 전용 운반상자에 닭을 넣어 수송한다. 공장에 도착한 병아리는 어둡게 조성된 실내 환경에서 휴식을 취한다. 기계에 매달기 전 가스로 병아리를 기절시킨다. 도계장 관계자는 “가스로 닭을 잠재우면 거꾸로 매다는 과정에서 발버둥치다 상하는 닭이 줄고, 근무자들도 작업하기 편하다”며 해당 방식의 장점을 설명했다. 피가 잘 빠지도록 기계로 병아리의 경동맥만 끊는 방식도 닭고기의 상품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가공 후 남은 부위는 사료로 재활용한다.

사육 환경도 도축 과정만큼 참혹하다. 경기도 화성시의 한 육계 농장에는 창문이 없는 계사 안에 태어난 지 열흘 된 병아리가 와글거렸다. 병아리 한 명이 날개를 펴기도 비좁은 공간이다. 농장 관계자는 병아리를 키우는 동안 계사 청소를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농장주 A씨는 ‘쩌리’라고 부르는, 내다 팔 수 없는 병아리 두 명을 손에 쥐고 계사를 나왔다. 그는 “이번 여름에는 날씨가 더워서 닭들이 10% 가까이 죽어, 이 정도면 널널한 편”이라고 평했다. 그는 닭을 잘 키우려면 닭의 습성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그걸 다 맞추면 돈이 많이 드니까 대충 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진 설명 시작. 콘크리트 바닥 위에 빨간 플라스틱 박스가 놓여 있다. 박스 안에는 죽은 병아리들의 시체가 쌓여 있다. 일부 병아리 시체는 박스 밖으로 빠져나와 있다. 병아리 시체에는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다. 박스 앞에는 파란색 물통이 놓여 있다. 박스 오른쪽에는 각파이프로 만든 선반이 서 있다. 사진 설명 끝.

적당히 키워서 많이 팔면 그만?

열악한 사육 환경 이면엔 유통 구조의 압력이 있다. 국내 육계 농장 대다수는 ‘위탁계약 농가’다. 농장은 기업의 계획에 맞춰 병아리·사료·약품 등을 제공받는다. 이후 다 자란 병아리를 기업에 납품하면 수수료 개념인 ‘사육보수’를 받는다. 사육보수는 전기요금, 깔짚*, 난방비 등 사육 원가로 대부분 쓰인다. 농장의 주된 수익은 기업에서 책정한 사육비를 덜 쓰고도 납품 기준에 맞게끔 병아리를 키웠을 때 받는 추가 수당이다.

*깔짚: 계사 안에서 바닥 오염과 열 발산을 방지하고 배설물을 희석해 표면을 깨끗하고 건조하게 유지해 주는 자재

따라서 농장은 병아리 사육에 드는 돈을 줄여야 이윤이 남는다. A씨는 “기업에서 사육비를 줄여 병아리 상태나 사료 품질이 나빠지면, 그만큼 사육 성적도 떨어지니 우리한테 남는 게 없다”고 토로한다. 농장이 더 많은 이득을 보려면 사육 환경을 개선하기보단 생산비를 줄이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즉, 수직계열화된 유통 구조가 열악한 사육 환경을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A씨는 “병아리 상태, 사료 품질과 상관없이 폐사로 발생하는 손해는 농가에 전가된다”며, “불만을 표해도, 공장에서 병아리를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손쓸 방법이 없다”고 계약 관계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복날 특수’도 농장 입장에서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오히려 여름철 관리 비용은 늘어나는데 사료요구율*은 악화돼 손해를 보는 일이 잦다. 이런 유통 구조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닭의 사육·도축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란 요원하다.

*사료요구율: 가축이 체중을 1kg 늘리는 데 얼마나 많은 양의 사료를 섭취하는지 나타내는 지표. 육계의 경우 여름철엔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와 폐사로 해당 지표가 좋지 않다.

문제는 보이지 않는 축산 과정

많은 동물이 학대당하는 현실에도, 사람들은 복날이면 자연스럽게 고기를 찾는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동물이 당하는 폭력이 철저히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고기가 식탁에 오르는 과정을 잘 알지 못한다. 수의인문사회학을 연구하는 천명선 교수(수의학과)는 “우리가 먹는 동물을 키워서 죽이는 과정과, 인간이 비인간 동물에 가하는 행동이 비가시화됐다”며, “대규모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인간이 무엇을 먹을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 동물 개체가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본다면 동물을 먹는 행위에 관해 깊이 숙고하고 판단할 수 있지만, 현대 사회에선 그 과정이 생략된다.

복날에 축산물을 상품으로 판촉하는 문화는 공장식 축산의 실상을 가린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복날 세트’를 특별히 내놓는다. 이런 마케팅은 동물을 단지 매력적인 상품으로만 보이게끔 만들어 열악한 사육 환경을 은폐한다.

복날이 축산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논리도 고기 소비를 정당화한다. 김지수 위원장은 “기초단체의 경우 축산업자 및 자영업자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지역 정치인들이 육류가 주를 이루는 지역 상품을 구매하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권장한다”고 설명한다. ‘실적’으로 소개되는 판매량이 커질수록, 공장식 축산 환경에 처한 동물의 고통도 커진다. 사육 규모가 확대되는 한 동물 개체의 처우는 악화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동물을 ‘먹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하는 태도 역시 복날 문화를 부추긴다. 이러한 구분 속에서 식용 동물이 받는 열악한 처우는 쉽게 간과된다. 특히 개고기 소비자와 개 농장주는 반려동물로서의 개와 고기로서의 개가 따로 있다고 주장한다. 애초에 인간이 먹기 위해 태어났기에, 그들이 겪는 폭력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복날의 실상을 증언하기

공장식 축산은 인간과 동물이 맺는 관계를 망가뜨린다. 천명선 교수는 “과거에 마당에서 돼지 몇 마리를 키운다고 하면, 키우는 사람은 그 돼지들에 이름을 붙였다”며, “잡아먹더라도 동물이 사는 모습을 봤고, 어떻게 죽여서 먹는지 다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비가시화하는 공장식 축산에서는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고 학대하는 모습만 남았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공장식 축산의 실상을 세상에 드러낸다. 김지수 위원장은 “동물이 처한 폭력을 적극적으로 말하고, 여론을 환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장식 축산의 실상이 더 많은 이에게 알려지면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관계를 돌아볼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천 교수는 “복(伏)날의 한자를 보면, 사람이 있고, 그 옆에 개가 있다”고 말한다. “이를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서 보자면 동물은 인간과 관계를 맺고, 인간 역시 동물을 지켜보며 ‘나처럼 동물도 덥겠구나’와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관점이 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공장식 축산업의 폭력에 동조하지 않으려면, 농장 동물이 개별적인 생명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 전북 익산의 한 도계장에서 근무한 김예진(가명) 씨는 “전기충격을 받을 때 얌전히 있지 않는 닭을 보면, 다 똑같아 보이는 8호 닭고기도 각자 성격이 있음을 알게 된다”고 증언했다.

사진 설명 시작. 잔디밮 위에 흰 옷을 입은 사람들 12명 정도가 흰 천을 들고 춤을 춘다. 정면 먼 쪽에는 옛 서울시청 건물이 서 있다. 가장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흰 모자를 쓰고, 흰 셔츠에 흰색 바지를 입은 채 등을 돌리고 팔을 벌려 손 위에 천을 올려놓고 있다. 왼쪽에 보이는, 흰색 민소매를 입은 사람은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천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 두 손으로 들고 있다. 사진 설명 끝.

희생된 농장 동물을 애도하는 움직임도 있다. 중복인 7월 30일, 서울광장에서 ‘2025 복날 추모제: 그 몸, 나의 몸(복날추모제)’이 열렸다. 복날추모제는 개 식용 종식법 통과 이후 유예기간 동안, 도살된 개들을 기리고자 기획됐다. 지금까지 역사 속에서 희생된 생명을 추모하는 일은 인간의 죽음에 한정돼 왔다. 애도의 대상을 비인간 동물로 넓힌 복날추모제는 폭력으로 얼룩진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새로운 가능성이 들어설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아직 먹히지 않은’ 개들과 ‘먹히기 위해’ 키워질 닭들은 폭력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공장식 축산 환경은 ‘복날은 보양식을 먹는 날’이라는 오래된 관습에 의해 교묘히 지워진다.

‘자연스러운’ 육식이란 말 뒤에 가려진 동물학대의 실상을 마주해야 한다. 우리가 생명에 가해지는 폭력이 부조리하다고 깨닫는다면, 복날은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관계를 성찰하는 날이 될 수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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