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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빠지는 약, 쉽고도 복잡한 선택
거리인터뷰

살 빠지는 약, 쉽고도 복잡한 선택

사진 설명 시작. 한 사람이 오른손에는 다이어트 보조제의 분홍색 통을, 왼손에는 하얀색 뚜껑을 들고 있다. 분홍색 통에서 흰색 알약 두 알이 손바닥 위로 쏟아지고 있다. 통에는 파란 글씨로

왜 많은 여성이 다이어트 보조제를 섭취할까. 체중 관리를 위한 건강기능식품이 가게 선반이나 온라인 상점, 소셜미디어 광고에서 낯설지 않게 보인다. 그중에서도 여성들은 유달리 다이어트 보조제를 찾는다. 이는 건강 관리에 대한 욕망만으론 설명되지 않는다. 다이어트 보조제 선택의 이면엔 어떤 배경이 있을까.

보조제에 기대는 마음

다이어트 보조제는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원료·성분으로 제조된 건강기능식품이다. 체지방 감소란 체내 지방 축적을 줄이는 작용이다. 보조제는 처방이 필요하지 않아, 드러그스토어, 소셜미디어를 통한 공동구매, 해외 ‘직구’ 등 다양한 경로로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사람들은 부작용이 적을 거라고 기대하며 보조제를 복용한다. 보조제가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고 믿기에 비교적 거부감 없이 소비하는 것이다. 여기엔 광고나 소셜미디어 홍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쌓인 친밀감이 크게 작용한다. 20세 여성 A씨는 “광고를 엄청 하니까, 부작용이 적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2세 여성 B씨 역시 드러그스토어에서 산 비교적 안전해 보이는 브랜드의 보조제를 약 두 달간 복용했다.

‘살을 빨리 빼고 싶다’는 조급함도 보조제 사용을 부추긴다. B씨는 외모에 대한 강한 집착 때문에 “좀 더 날씬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이어트 보조제를 찾았다. 운동이나 식단 조절만 할 때보다, 다이어트 보조제를 섭취하면 더 빠르게 체중을 감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21세 여성 C씨 역시 운동과 식단만으론 체중을 조절하기 어려워 보조제의 힘을 빌렸다고 말했다. C씨는 보조제 섭취 후 식욕이 줄긴 했지만,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B씨 역시 붓기와 군살 제거, 체지방 감소를 기대했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했다.

보조제로 떠미는 손길들

사진 설명 시작. 흰색 상자와 흰색 라벨이 붙은 투명한 약통에 담긴 ‘펜트라민’ 다이어트 보조제가 놓여 있다. 파란색 알약 세 알이 약통 앞에 흩어져 있으며, 포장엔 성분과 영문 설명이 인쇄돼 있다. 사진 설명 끝.

다양한 상업적 요소는 다이어트 보조제 소비를 부추긴다. 의약품인 양 가장하는 마케팅이 그중 하나다. 다이어트 보조제로 판매되는 ‘펜트라민’은 식욕억제 목적으로 처방하는 향정신성 의약품인 펜타민과 이름이 비슷하다. 알약처럼 생긴 탓에 소비자들이 오인하기 쉽다. 이는 소비자가 보조제를 의약품처럼 강력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 착각하고 섭취하게 만든다. 일부 제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원료’나 ‘유럽 특허 보유’ 등의 문구를 내세우지만, 일부 원료에만 해당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사진 설명 시작.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의 스토리 속에 분홍색 다이어트 보조제 병 두 개가 강조돼 있다. 화면에는 “살이 실시간으로 빠지는 기분!”, “식약처에서 인정받은 성분으로 만들어진 다이어트 보조제”,

소셜미디어를 통한 ‘인플루언서’의 홍보도 여성들을 보조제 소비로 이끈다. 인플루언서들은 팔로워에게 다이어트 보조제를 자연스럽게 소개한다. 복용 전후 사진으로 효과를 증명하고, 제품 설명과 복용 방법을 안내해 이해를 돕는다. 공동구매에선 할인과 사은품 같은 혜택을 제공하며, 다른 구매자들의 후기를 공유해 신뢰를 쌓는다. A씨는 “인플루언서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후기엔 좋은 글밖에 없어서 보조제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고 말했다. 21세 여성 D씨는 “원래 즐겨 보던 인플루언서의 홍보에 홀려서 보조제를 구매했다”며, “판매자가 보조제 전문가처럼 광고하는 게 구매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다이어트 보조제를 광고하는 인플루언서의 상당수는 정상체중이지만, 마치 보조제가 체중 유지 비결인 듯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이들은 수북이 쌓인 빈 용기를 화면에 비추며 “난 정말 보조제에 많이 의존해”라고 말하거나, “몇 주 먹다 효과 없다고 그만두지 말고 꾸준히 먹어야 한다”고 권유한다. 또 보조제 섭취 전후 뱃살 사진이나, 체중계 ‘인증샷’을 올리며 보조제의 효과를 과시한다. 이런 방식의 홍보는 단순한 제품 소개를 넘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날씬한 인플루언서의 몸과 자신의 몸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든다.

가벼움 뒤에 숨은 무게

높은 신뢰도와 접근성에 비해 다이어트 보조제는 여러 부작용을 일으킨다. B씨는 두 달가량 보조제를 복용하던 중 병원을 방문했다가, 간수치가 급증한 것을 알고 복용을 중단했다. 체지방 감소에 효과가 있는 일부 성분은 간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효과조차 임상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A씨는 보조제 복용 후,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졌다.

해외 직구나 밀반입 제품의 안전성 문제도 꾸준히 보고된다. 해외 직구로 구매할 수 있는 다이어트 보조제는 판매자와 직접 소통이 어려워 자세한 제품 설명을 들을 수 없다. 무엇보다 수입 금지 성분을 포함한 다이어트 보조제를 섭취하면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금지된 성분이 들어간 보조제는 지속적으로 밀반입되며 국내에서 유통된다. 2022년 관세청에서 실시한 특별단속 결과, 시부트라민*이 포함된 다이어트 보조제 1만점이 적발됐다. 올해 7월, 부산지방 식약처는 금지 성분이 포함된 밀반입 제품을 온라인상에서 다이어트 보조제로 4년간 판매한 이를 적발했다.

*시부트라민: 식욕을 감소시키고 열량 소모를 증가시키는 비만 치료 성분. 심장 박동 증가, 심장마비, 뇌졸중 등의 심혈관계 부작용을 일으켜 2010년부터 국내에서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다이어트 보조제의 심리적인 의존성도 간과할 수 없다. D씨에게 보조제는 일종의 심리적 안정제였다. 그는 “먹은 양에 비해 살이 안 찌면 보조제 덕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음식을 섭취하면서도 죄책감을 덜 수 있다는 이유로 약 2년간 꾸준히 다이어트 보조제를 복용한 것이다. 일산백병원 김율리 교수(정신의학과)는 보조제를 섭취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관련 정보를 얻으려고 하루 몇 시간 이상 검색하는 등 일상에 지장을 미치거나, 사용하지 않으면 불안을 심하게 느끼면 문제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이어트 보조제 사용이 과도한 심리적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르고 이상적인 몸의 그림자

여성들이 다이어트 보조제를 찾는 근본적인 배경엔 사회가 제시하는 ‘아름다운’ 몸의 압박이 있다. 자아와 외모에 대한 타인의 평가가 빈번하게 오가는 문화는 불필요한 체중조절을 부추긴다. 이는 여성에게 특히 부담으로 다가온다. 김율리 교수는 “우리 사회는 개인을 다양한 측면에서 인정하기보다 획일화된 성취를 중시하는 풍조가 강해, 정상체중 여성도 체중 감량에 몰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많은 여성이 정상체중임에도 감량을 시도한다. 충북대 성가영 연구자(식품영양학과)와 배문경 교수(식품영양학과)의 논문*에 따르면, 저체중과 정상체중인 여성의 비율이 각각 7.6%, 53.3%인 반면, 체중조절을 경험한 여성의 비율은 각각 41.7%, 64.8%로 나타났다.

*성가영·배문경의 「충청지역 일부 성인 여성의 체질량지수에 따른 체중조절용 식품과 건강기능식품 섭취 실태 및 식습관과 체중 관련 인식」(2022)

A씨는 정상체중이었지만 다이어트를 멈추지 않았다. 성인이 된 후 주변인들을 따라 미용 목적으로 다이어트에 동참한 것이다. 체중을 감량하자 주변에서 “살이 빠지니 더 예뻐졌다”고 반응했고, 이는 다이어트를 부추기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압박은 미디어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A씨는 다이어트 중 소셜미디어에서 접한 인플루언서들의 몸을 계속 자신과 비교하게 됐다고 말한다. 미디어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몸’의 기준에 여성이 스스로를 맞추고자 애쓰는 것이다.

21세 여성 E씨 역시, “어릴 때는 뼈대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몰라서, 연예인들의 몸과 같아지길 바랐다”고 말했다. E씨는 당시에도 건강한 몸이었지만, 미디어에서 말하는 ‘건강미 넘치는 몸매’를 갖고 싶어 더 날씬해지길 바랐다. 다이어트 보조제 섭취 역시 노력의 일환이었다.

사진 설명 시작. 2023년부터 2025년까지의 성별 다이어트 보조제 섭취율 변화를 보여주는 막대그래프이다. 자료 출처는 오픈서베이 건강기능식품 트렌드 리포트 2025이다. 사진 설명 끝.

ⓒ빈채현

즉, 다이어트 보조제 섭취가 증가하는 현상은 여성의 몸에 부과된 사회적 압박의 결과다. 오픈서베이의 「건강기능식품 트렌드 리포트 2025」에 따르면, 2023년에 비해 2025년에 남성의 다이어트 보조제 섭취는 전 연령대에서 감소했지만, 여성의 섭취율은 6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했다. 다이어트 보조제를 섭취하는 여성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이때, 다이어트 보조제 산업은 여성들이 느끼는 압박을 이용해 이익을 본다. 김율리 교수는 “체중과 체형을 중시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다이어트 보조제 사용을 심리적 안정감으로 연결한다”고 짚는다. 몸의 기준이 획일화된 사회에서, 다이어트 보조제 섭취는 그 기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효용감을 비교적 쉽고 가볍게 개인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뒤에 숨겨진 문제는 결코 쉽고 가볍지만은 않다. 다이어트 보조제는 단순히 하나의 소비재가 아니라, 여성들의 일상에 끊임없이 가해지는 ‘조금 더’라는 압박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단지 빠른 다이어트 효과를 바라서 보조제에 손을 뻗치는 게 아니다. 그 이면엔 보조제가 안전하다고 믿게 하는 상업적 홍보 전략이 존재한다. 이들은 보조제가 가장 편리한 체중 감량의 수단이라며 여성들을 유혹한다. 여기엔 특히 여성에게 강하게 씌워지는 사회적 압박 또한 복잡하게 얽혀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몸의 기준이 바뀌지 않는 한, 보조제의 유혹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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