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성교육 권리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포성넷)’가 7월 24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성교육 정책 퇴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포성넷은 2015년 교육부가 개발한 성교육 표준안 폐기를 요구하며 결성된 시민사회 연대체다. 조직 이후 지금까지 교육부에 포괄적 성교육 시행을 촉구해 왔다. 포괄적 성교육은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성의 인지적·정서적·신체적·사회적 측면을 시기별로 가르치는 교육이다.

최근 서울시는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지침에 ‘성소수자’, ‘연애’ 등의 용어를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성소수자는 사회적 소수자, 연애는 이성 교제로 바꾼다는 것이다. ‘포괄적 성교육’과 ‘섹슈얼리티’라는 표현은 삭제하기로 했다. 이는 청소년의 성적 권리를 부정하는 결정이다. 포괄적 성교육의 가치와 배치된다.
이에 포성넷은 서울시에 ▲성소수자 배제 지침 철회 ▲청소년의 권리와 다양성을 반영한 성교육 정책 수립 ▲서울시 청소년성문화센터 위탁 심사에서 정치적·종교적 중립성과 공공성 보장을 요구했다.
이한 전국성교육강사협회 활동가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성교육을 하고 싶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 활동가는 서울시의 이번 결정이 극우 기독교 세력이 조직적인 민원을 넣고 성문화센터를 압박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이 활동가에 따르면, 편향된 종교 가치관을 전도하는 ‘성경적 성교육’은 ‘성 엄숙주의’와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한다.
이어 발언에 나선 한국다양성연구소의 옥희 활동가는 서울시의 운영 지침 개정이 단순히 용어를 고치는 문제를 넘어 교육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옥희 활동가는 교육이 청소년이 자기 자신을 탐구하고, 타인을 존중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개정하겠다는 운영 지침에는 청소년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탐구하고 성적 권리를 실현하는 주체라는 내용이 빠져있다. 옥희 활동가는 “서울시는 성착취와 젠더폭력이 만연한 현실에 대응할 수 있는 진보적인 성교육을 설계하라”고 목소리 냈다.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선호찬 활동가 역시 서울시의 용어 변경이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선 활동가는 이번 조치가 “청소년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상정해 청소년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탐구할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제 인권 기준에도 반한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대한민국 정부에 포괄적 성교육을 제공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10대 청소년의 양육자인 홍주 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홍주 씨는 “청소년이 각종 성범죄에 노출된 상황에 청소년성문화센터의 성교육이 있어서 안심할 수 있었다”며 포괄적 성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포괄적 성교육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성 지식과 다양한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을 공적인 영역에서 가르친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발언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교육의 퇴보를 낳은 보수 개신교 단체와 정치계의 결탁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소장은 “정치와 종교의 결합 하에 만들어지는 교육이 청소년이 다양하고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앗아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상황은 보수 개신교 단체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청소년 성문화센터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이라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공공기관이 보수 정치 세력의 혐오와 선동을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고 외쳤다.
포성넷은 7월 8일부터 22일까지 2주간 포괄적 성교육 정책을 추진하라는 연서명을 진행해 왔다. 142개 단체와 1,189명이 연서했다. 장애여성공감 서지원 활동가와 언니네 작은 도서관 함송화 관장이 이들을 대표해 성명서를 낭독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청소년의 권리와 성평등을 지우는 서울시 성교육 정책 퇴행을 규탄한다”
지난 6월 서울시가 개정한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은 교육의 공공성과 청소년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퇴행적 조치이다. 해당 매뉴얼은 ‘포괄적 성교육’, ‘성적 자기결정권’ 등의 표현 사용을 제한하고, ‘성소수자’를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로 대체하며, ‘연애’는 ‘이성교제’로 축소하도록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단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의 존재와 다양성을 지우고 차별을 제도화하려는 시도이다.
서울시는 교육부 고시에 따른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는 면피에 불과하다. 교육부 지침은 ‘최소 기준’일 뿐이며, 지방정부는 지역 청소년의 현실과 필요에 맞는 교육 정책을 수립할 책무가 있다.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은 성교육을 후퇴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착취와 젠더폭력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성평등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퇴행적 조치는 시민사회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7월 8일부터 22일까지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된 연서명 캠페인에는 청소년, 시민, 교사, 양육자, 성교육 활동가 등 1,189명의 개인과 142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는 청소년의 성적 권리와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외침이며, 서울시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이다.
특히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리박스쿨’ 등 특정 종교·보수 세력 기반의 편향적 콘텐츠가 성교육 현장에 유입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공교육의 중립성과 신뢰성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서울시민의 신뢰 또한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성교육은 과학성과 인권, 객관성을 바탕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서울시가 정치적, 종교적 편향을 방치하거나 묵인한다면, 청소년의 인권과 다양성은 뿌리째 흔들릴 것이다. 서울시는 공적 책임의 무게를 직시하고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은 보호만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청소년 역시 지금을 살아가는 시민이며, 스스로 사고하고 표현하며, 다양하게 존재할 권리가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청소년의 현실을 지우려 해서는 안 된다. 성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자기 몸과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을 존중하며,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다. 이 교육은 정치적, 종교적 편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과학과 인권에 기반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서울시는 포괄적 성교육 삭제 및 성소수자 표현 배제 등 퇴행적 매뉴얼 개정을 즉각 철회하라.
2. 서울시는 성교육 현장에 리박스쿨 등 특정 가치관을 강요하는 편향된 콘텐츠 유입을 차단하라.
3. 서울시는 성교육 정책과 운영 과정에서 정치적·종교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과학과 인권에 기반한 성교육을 보장하라.
4. 서울시는 서울시청소년성문화센터 위탁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공정성을 보장하라.
서울시는 지금 결단해야 한다. 청소년의 존재를 지우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청소년에게는, 그리고 다양한 시민들이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오늘을 위해서는 혐오와 침묵이 아니라, 존중과 다양성을 가르치는 성교육, 즉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이러한 현실과 요구를 외면한다면, 우리는 끝까지 연대하고 행동할 것이다.
2025년 7월 24일
포괄적성교육권리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외 공동참여 단체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