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노조, “반복되는 대학원생 사망, 문제는 불평등한 위계질서”

7월 13일 전남대에서 대학원생이 사망한 사건이 알려진 가운데, 대학원생노조에서 사망한 대학원생 노동자 A씨를 추모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고인은 사망 직전 교수의 과도한 업무 지시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26)는 전남대 공과대학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 노동자였다. A씨가 남긴 유서와 유가족의 주장에 따르면, A씨는 연구실 교수 2명의 강요로 주말에도 출근해야 했고, 새벽까지 업무를 지시받았다. 사망 당일인 일요일에도 A씨는 연구실에서 회계 업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원생노조 서울대분회는 7월 17일 추모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학원생은 학생이자 노동자라는 이중의 정체성을 짊어진 채 불안정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을 노동자가 아닌 ‘배워야 할 학생’으로만 여기는 인식과 제도 탓에 교수의 부당한 지시에 항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분회는 ‘더 이상 대학원생이 말없이 사라지지 않는 현실을 바란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서울대분회가 속한 전국대학원생노조지부도 같은 날 성명을 냈다. 이들은 대학원생의 죽음이 되풀이되는 원인은 ‘대학원 내 위계질서’라고 짚었다. 노조는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관계로 인해 폭력에 노출되는 이들을 봐야 한다’며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 노동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족은 A씨가 남긴 유서를 토대로 7월 16일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전남대는 해당 교수들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이하는 서울대분회가 발표한 성명문 전문.

사라진 대학원생은 어디로 가는가

금일 전남대학교 공과대학 대학원생의 죽음이 보도되었다. 교수 2명으로부터 무리한 업무지시를 받았다는 유서를 남겼다. 석사과정 연구원이었던 그가 수행해야 했던 업무는 연구만이 아닌 과도한 행정, 회계처리, 퇴임한 교수와 제자들의 모임과 같은 행사 준비였다. 그가 받았다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연락과 취업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지 못하겠다는 호소는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우리와 함께 공부하는 동료 대학원생들의 미래는 어디로 이어지는가. 교수가 되지 못하고,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대학원을 나가는, ‘사라진’ 대학원생들은 어디로 가는가.

그가 온몸으로 겪었을 고통은 어디에서 왔는가. 대학원생은 학생이자 노동자라는 이중의 정체성을 짊어진 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불안정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대학에서 대학원생은 조교로서, 연구원으로서, 그리고 학생으로서 수많은 ‘잡무’를 밤낮으로 수행하지만 이들의 노동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 학문 생태계를 지탱하는 이들은 대학원생이다. 그러나 배워야 한다는 학생으로서의 지위가 이들이 ‘배움’을 주겠다는 교수의 부당한 지시에 항거하지 못하게 한다. 폐쇄적인 교수 사회에서 대학원생은 당연히 이 정도는 해야 하는 존재일 뿐이다. 대학원생이 가지는 불만은 배부른 소리일 뿐이다. 부당함에 항거하는 최후의 방식으로 많은 대학원생이 사라짐을 택한다.

우리는 더 이상 대학원생이 말없이 사라지지 않는 현실을 바란다. 이를 위해 우리는 대학을 이루는, 학문을 하는 모든 구성원에게 성찰을 넘어서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이들이 수행하는 노동을 직시해야 한다. 이들이 겪는 부조리함이 특정 개인만의 문제가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대학원생이 없다면 학문도 없다. 수없이 사라진 동료 대학원생들을 추모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25. 7. 17.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서울대분회

※생명의 위기나 말하지 못할 고민이 있다면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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