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략과 원활한 협상 진행을 위해 공개할 수 없다.”한미 FTA 통합협정문을 공개하라는 일반의 요구에 대한 정부의 대답이다. 점점 거세져 가는 반대론을 의식했는지 정부는 “전략에 꼭 필요한 부분만 빼고는 대통령보고 수준의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 또한 별로 신뢰가 가는 얘기는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에 계류 중인 통상절차법에 대해 “국회가 (협상 내용을) 알고 정치적 의견을 제시하면 정부의 협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미국 의회는 행정부로부터 전반적인 협상과정을 보고받고, 협상내용에 대해 회사, 노동자, NGO 등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를 투영시키고 있다. 이와는 달리 한국 행정부가 국회를 신뢰할 수 없다는 류의 언급을 한 것은 ‘협상을 독선적으로 진행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이 아니다.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정말로 한미 FTA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거리광고 등 홍보에 막대한 돈을 쓰느니 그냥 협상 내용을 공개하면 되지 않을까? 그들이 옳다면 협상 내용을 본 국민들은 한미 FTA 체결에 적극 찬성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미국대사는 “FTA 반대론자들은 유령과 싸우고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아직 협상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으므로 (반대하고 나서기 전에) 좀 더 기다려보자는 것이 요지였지만 내 귀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대중을 비웃는 말로 들렸다. 대체 ‘일반국민’들은 뭘 할 수 있는 걸까.정부가 정말로 힘을 쏟고 있는 전략은 ‘반대 원천봉쇄’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은 ‘반대는 실제적인 정보에 근거하고 있지 않다’고 얘기하면서 정보는 언제, 얼마나 공개할지 말하지 않는다. 반대하기 위해 모인 집회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경찰 병력’을 투입해서 집회를 실력으로 저지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소득 없이 무산된 두 차례 공청회에 대해서 국민 의견수렴을 위한 대안 하나 내놓지 않았고 그와 동시에 지하철 등 거리에 한미 FTA에 찬성하는 광고를 내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다. ‘한미 FTA를 하기 위해선 수많은 국민들의 이해를 일일이 구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들은 협정서에 사인을 하는 ‘그 날’이 올 때까지 반대는 입도 뻥긋하지 못하게 하리라고 다짐하며 이대로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진리와 허위가 맞붙어 논쟁하게 하라.” 존 밀턴의 에서 인용한 이 말은 논술, 면접 시대의 서울대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정부의 비밀주의는 이제 지긋지긋하다. 최대로 공개된 정보를 보면서 내 기량이 닿는 만큼 고민해보고 싶다. 사실 누구나 머리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