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살자고

하나마나한 말이지만 정말로, 시간은 빨리도 흐릅니다.아직도 마음은 쌓인 눈을 폭폭 밟으며 기숙사를 오르던 지난겨울에 머물고 있는데, 겨울도 가고 봄도 가고 어느새 후덥지근한 것이 여름이 오긴 했나봅니다.새내기 시절이 영원할 것만 같았는데 무심한 시간은 저를 소위 ‘고학번’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관악에서 3번째 해, 5번째 학기를 맞는 동안 그나마 제가 갖게 된 변화는 수강신청에 임하는 마음가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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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마나한 말이지만 정말로, 시간은 빨리도 흐릅니다. 아직도 마음은 쌓인 눈을 폭폭 밟으며 기숙사를 오르던 지난겨울에 머물고 있는데, 겨울도 가고 봄도 가고 어느새 후덥지근한 것이 여름이 오긴 했나봅니다. 새내기 시절이 영원할 것만 같았는데 무심한 시간은 저를 소위 ‘고학번’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관악에서 3번째 해, 5번째 학기를 맞는 동안 그나마 제가 갖게 된 변화는 수강신청에 임하는 마음가짐입니다. 강의계획서를 읽고 마음에 들어 신청한 수업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돼 당황했던 기억, 아~무 기대 없이 신청한 수업이 오히려 인상적이었던 기억들이 쌓이면서 수강신청에 애달아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죠. 뭐, 소싯적 클릭 하나에 터져 나오던 눈물과 한숨들이 사라진 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기엔 뭔가 꺼림칙합니다. 체념 섞인 무덤덤함이라고나 할까요. 저와 같은 생각은 아니더라도 종강을 앞두고 많은 분들이 한 학기 동안 들었던 수업을 되돌아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대생’들을 위해 이번 호에서는 ‘서울대’의 수업을 한번 들여다봤습니다. 강의계획서와 강의평가제도, 재수강제한, 생리공결제 등 수업과 관련한 내용들을 착실하게 담았습니다. 여름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수해를 다룬 특집 기사, 80년 그날의 광주를 찾은 사회 기사와 이제는 거의 자취를 감춘 극장그림간판을 찾아다닌 문화 기사 등도 한번 눈여겨보시길 바랍니다. 가끔, 옆에서 자동차들이 무심하게 지나다니는 거리를 걷다 보면 ‘아, 어쩌면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시간과 공간에서 갑자기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가진 삶의 궤적이 어떤 것이든 간에, 일순간 모든 게 허무하게 멈춰버릴 수도 있다는 그런 생각. 얼마 전 수업시간에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사건을 다룬 영화 를 봤습니다. 영화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 몇 시간을 보여주는데 같은 시간에 서로 다르게 진행되던, ‘범죄자, 희생자, 생존자’로 뭉뚱그려져 기억되다 잊혀지는 개개인의 시간들을 세심하게 되살려냅니다. 총기난사사건을 다뤘지만 모든 이의 시간이 응축돼 터져버리는 한 시점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모아지기 이전의 가느다란 삶의 갈래들을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 ‘그냥, 그래도, 살자’였습니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 지금이 아닌 언젠가 내 시간이 멈춰버릴지라도 지금 내가 속한 순간들을 그래도 살자는 생각이었죠. 아이고, 또 한 학기가 끝난다 생각하니 그만 감상에 빠져 버렸나봅니다. 뭐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이거에요. 점점 닥쳐오는 취업의 압박이 무거울지라도, 전공 수업에서 OTL스러운 학점을 받을지라도, 관계 속에서 ‘찌질’하게 상처받고 깨지더라도 어쨌든 시간은 흘러가고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 그리고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도(?) 내게 주어진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는 게 삶의 어떤 진실에 솔직하게 다가가는 방법이 아닌가 하는 뻔한 깨달음입니다. 참, 이번 호 차례 페이지를 보고 많은 분들이 의아해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지켜온 형식에서 과감히 탈피해 변화를 줬는데 스스로 판단하기에는 미적으로나 가독성 면에서도 향상됐다고 생각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소중한 의견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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