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를 물쓰듯 하다
장애인 교육권 보장, 그들의 눈높이에서
밥값이 올랐어요

장애인 교육권 보장, 그들의 눈높이에서

지난 11월18일 시각장애인 이모(43)씨가 지하철 7호선 이수 역에서 발을 헛디뎌 선로에 떨어졌고 불행하게도 때마침 들어오던 전철에 치여 숨졌다.시각장애인 30여명과 장애인단체 회원들은 다음날인 19일 오후 6시경 사고발생 지점에서 지하철선로를 점거하고 “몇 사람이 더 죽어야 합니까”라고 외치며 안전대책을 촉구했다.

지난 11월18일 시각장애인 이모(43)씨가 지하철 7호선 이수 역에서 발을 헛디뎌 선로에 떨어졌고 불행하게도 때마침 들어오던 전철에 치여 숨졌다. 시각장애인 30여명과 장애인단체 회원들은 다음날인 19일 오후 6시경 사고발생 지점에서 지하철선로를 점거하고 “몇 사람이 더 죽어야 합니까”라고 외치며 안전대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시민들이 발이 끊겨 큰 불편을 겪었다고 보도했지만 스크린 도어등 지하철 안전시설 설치를 쟁점으로 인터넷 게시판은 한 동안 달아올랐다. 그러나 다른 굵직굵직한 사안들에 밀려 이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 잊혀져 갔다. 또 누군가가 죽는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져야만 그들에게 관심을 가질 것인가. 일상적인 교육권의 침해이렇듯 한국 사회에서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 안전하게 생활할 권리 등 정상인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가까운 서울대에서도 학생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 교육권을 침해 당하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있을 때는 잘 모르다가 없을 때 그 필요성을 절감하는 물, 공기와 같이 ‘교육권’ 이란 말은 비 장애 학우에게는 잘 다가오지 않지만 장애 학우에게는 절실한 단어다. 다른 학우들처럼 언제 어디서나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휠체어를 타고 강의실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 수업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는 권리, 도서관에서 공부할 수 있는 권리 등 이 장애학우들에게는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정규교육을 정상적으로 받기 위한 장애인권연대사업팀(이하 연대사업팀)의 요구사항은 장애 유형별로 다양하다. 연대사업팀은 ‘수업은 볼 수도 들을 수도 있어야 한다’며 청각장애인을 위한 전문 속기사 도입,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 확보, 지체부자유 장애인을 위한 저상 셔틀버스 도입 등을 대학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이런 요구들은 특권적인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 위해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장애학생지원센터의 김익수(특수교육과 대학원 조교)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특수교육전공자 간 인식하는 ‘장애’ 라는 개념이 다르다며 그에 대한 합의가 안되니까 적절한 지원에 대한 견해가 다른 것” 이라고 말했다.연대사업팀과 대학당국간 입장 차이 -지원센터 전문인력확충과 위상제고2002년 2학기에 출범한 연대사업팀은 작년부터 줄기차게 총장과의 면담, 자보게시, 본부 앞 시위 등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고 장애인교육권 보장을 위한 노력을 계속 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 당국도 작년 6월 10일 본부 1층에 장애학생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를 열었고 이를 통해 다양한 방면에서 장애학생을 지원하려 노력하고 있다. 연대사업팀은 지원센터가 장애인 교육권 보장에 있어 동반자적 존재라는 인식을 하면서도 지원센터의 비전문성과 낮은 위상에 대해 대학당국에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연대사업팀 대표 은선(생활 02) 씨에 따르면 “지원센터도 작년 4월부터 33일간의 일인 단식 릴레이 시위와 5월의 본부 앞 규탄 집회, 그리고 이 일이 언론에 알려졌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한다. 그마저도 처음에 연대사업팀이 요구했던 전문인력-이에 대해 연대사업팀 내부에서도 아직 합의가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특수교육을 전공한 장애인 정도라고 말한다-4명 확보에서도 한참 물러나 특수교육대학원생 조교 2명, 공익근무요원 2명, 전용버스 기사 1명, 지도교수 1명이 지원센터에서 일한다. 은선 씨는 “겉으로 보기엔 충분한 것 같지만 조교 2명은 하루 4시간씩만 일하고 공익근무요원 역시 자기 일할 시간만 정확히 지킨다” 며 학교 당국에서 정식 행정직원이 지원센터를 담당하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덧 붙여 “장애유형이 다양한 만큼 요구사항도 다양한데 이걸 한 사람한테 맡기고 있다” 며 장애유형별로 업무를 나눠 전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원센터 자문교수 김동일 씨는 “교육에 대한 고유한 요구가 장애유형별로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한다. 현재 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대학원 조교 김익수 씨 역시 “특수교육을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 특수교육자체는 장애유형별 모든 영역을 다룬다” 며 “전문인력이 확충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꼭 담당이 있어야 하는지 그 담당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고 말했다. 아무리 장애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 입장이 되어도 그들이 처한 상황에 완벽히 공감하기는 어렵다. 은선 씨는 “전문인력만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것이 장애학우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알 수 있다” 고 주장했다. 지원센터의 위상제고도 쟁점 중 하나다. 연대사업팀 측은 지원센터가 학생처에 소속되어 있는 복지과 산하의 기관이어서 실질적인 힘이 약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강의실에 장애인용 책상 하나 들여놓으려 해도 공문이 왔다갔다하는데 2주가 걸리고 휠체어 이용 장애학우를 위해 강의실을 옮겨달라는 요청도 강제력 없는 권고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교수에게 장애학생의 편의를 부탁하는 Accommodation Letter 제도 역시 교수의 재량에 달려있다. 학교당국이나 지원센터에서 이런저런 제도를 통해 장애인교육권 보장을 위한 노력을 해도 그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지원센터의 위상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전문가주의에서 벗어나야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2월 186개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서면 및 현장방문평가를 통해 ‘대학 장애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나사렛대가 1위, 대구대가 2위로 최우수 평가를 받았고 서울대는 순위조차 알 수 없으며 보통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평가 영역이 선발영역, 교수-학습영역, 시설?설비영역 3가지에 불과해 실제 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의 목소리를 들어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 나쁠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지체부자유 장애인 김원형(사회 03) 씨는 도서관의 현행 장애인 우선열람석 제도를 비판한다. 학교가 당사자인 장애인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정책을 집행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저런 호화로운 책상은 바라지도 않아요. 복도 쪽 책상에서 의자 하나만 빼주고 우선열람석으로 이용하게 하면 되는데 한정된 예산으로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어요” 라고 말하며 학교 당국이 당사자와 대화를 할 의지가 부족함을 지적했다. 연대사업팀에 따르면 현재 인문대 6-7동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 공사 역시 연대사업팀과 그 계획을 미리 공유했더라면 한정된 자원을 좀더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을 거라고 한다. “6-7동을 연결하면 그 둘간에 이동이 편해질 뿐이지만 5-6동을 연결했을 경우 그 효과 뿐만 아니라 5동을 통해서 중앙도서관에 접근할 수 있는 등 동선이 훨씬 넓어졌을 것” 이라며 본부의 전문가주의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지원센터의 김익수 씨는 “일단 그 부분은 지원센터가 아니라 시설과가 전담하고 있으며 소통이 없었던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건물 낙후, 지반 불안정 등 다른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다” 며 양해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학교 당국의 이러한 정책과 관련해 지난 18일 시각장애인 실족사 발생 직후 심재옥 민주노동당 서울시 의원이 안타까워하며 지적한 내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심의원은 “설치만 돼 있을 뿐 장애인 편의시설은 엉터리인게 많은데 이는 장애인의 눈 높이에서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 이라며 “장애인 정책에 장애인이 직접 참여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대사업팀이 요구하는 지원센터의 전문인력강화, 위상제고, 소통의 원활화는 모두 한가지 맥락에서 묶일 수 있다. 물론 학교 당국 역시 장애인교육권 보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 노력들이 탁상공론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한 발짝 물러나 정책을 뼈로 실감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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