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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복지. 18대 대통령선거를 요약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들 중 하나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그리고 안철수 전 서울대학교 융합기술과학원 교수까지 유력 대선후보들이 제시한 보편적 복지의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그만큼 흔히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의 복지공약은 주목받았고 대담한 좌클릭은 대선 승리의 중요한 이유가 됐다. 하지만 정초부터 예산 수립에 있어 복지를 위한 증세에 관해 논란이 계속됐고 개별 정책에 대한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복지공약의 내용과 시행 방침에 관한 얘기는 전무하다. 복지공약이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는 지금, 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게 5년간 시행될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과 그 방향을 물었다.Q. 이번 대선에서는 상당한 복지공약이 쏟아졌다. 박근혜 캠프의 복지 공약에 대해 평가하자면? ‘잘 모르겠다’라는 말이 가장 적절하다. 형식상으로는 복지 확대로 볼 수 있는 공약을 많이 담고 있지만 안타까운 점은 그 속에 담겨있는 철학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원래 정책이라는 것은 일정한 철학이나 사상적 기조 아래에서 나오기 마련인데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서는 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예를 들어 ‘생애주기별 복지’는 이름만 들었을 땐 굉장히 와 닿는다. 하지만 이 정책의 논리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철학적인 근거가 무엇인지는 제시된 바가 없다. 이는 새누리당의 성격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2007년 박근혜 대통령은 ‘줄,푸,세’를 제창하던 후보였고 당시 한나라당의 성격 역시 보수정당이었다. 하지만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됐고 한나라당의 당명이 새누리당으로 바뀌면서 당의 성격이 철저한 보수에서 중도 보수로 탈바꿈했다. 당헌도 제 1조에서는 복지국가를, 제 2조에서는 경제민주화를 말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좌클릭을 하는 과정에서 당의 성격이 바뀌고 많은 정책이 제시됐지만 , 정책에 대한 철학이 구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복지정책에 대한 철학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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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소득 계층별 지원을 통한 반값등록금 실현’은 굉장한 이슈였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대학교 등록금과 관련돼 정책기조가 바뀌게 된 데는 두 번의 시위가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소득계층 별 반값 등록금을, 문재인 전 후보는 완전 반값 등록금을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의 등록금 정책은 세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우선 현재 제공하는 대학교육의 질에 비해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 한국의 등록금 수준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지만 대학 교육의 질은 그 보다 한참 떨어진다. 질적 개선 없는 반값등록금 정책은 의미가 없다. 또한 등록금을 반값 수준으로 낮추더라도 나머지 반값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대학 등록금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학교를 다니며 발생하는 비용이 학생들에게 훨씬 더 큰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대학 등록금을 낮춘다고 스펙 개발비와 생활비가 안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등록금만 반값으로 낮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더불어 현행 반값등록금 정책은 소득계층별 지원제도인데 소득계층을 완벽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른 불만이 필연적으로 제기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방법은 ‘등록금 후불제’다. 정부의 지원을 통해 학생들이 무상으로 대학을 다닐 수 있게 한 후 취업 후에 등록금을 갚아나가는 것이다. 만약 학생이 취업을 못했다면 그 기간 동안 정부는 등록금의 상환을 잠시 멈추면 된다. 이와 함께 대학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한 정책적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관선 이사 선출’ 제도다. 물론 관선 이사가 정부의 공무원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유망한 인사나 시민들도 관선 이사에 포함될 수 있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반값 등록금 예산으로 57조원을 설정했다. 이 정도 금액이 10년 이상 꾸준히 사학에 투입된다면 정부가 사립 대학교 안에서 가질 수 있는 의결권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사립대의 경우 사회의 지원을 꾸준히 받아 설립자의 투자액보다 정부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진다면 더 이상 대학을 개인의 것으로만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의결권을 지닌 관선 이사를 투입해 대학 지원금이 사적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그 지원금이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적법하게 쓰이는 가에 대한 감시를 통해 대학교육의 질적 개선을 꾀해야 한다.Q. 대한민국은 앞으로 고령화 사회가 될 것이다. 이에 발맞춰 의료보험정책이 짜여 있는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4대 질병(뇌혈관질환, 특정심장질환, 심부전증, 간암을 제외한 간질환)을 완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적절한 정책이 될 수 없다. 질병이라는 것은 개별적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뇌졸중이 당뇨병과 함께 찾아온다면 이에 대한 보장은 어떻게 할 것인지 하나도 나와 있지 않다. 더불어 공약을 시행하기 위해 기존 예산인 43조원에 1조 5천억 원을 증액했는데 이 정도로는 정책을 실행하기가 어렵다. 고령화 추세도 정책에 큰 변수다. 아직 한국은 GDP 대비 7%를 건강부문에 대해 사용하는데 이는 OECD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OECD 국가들은 건강부문에 대해 GDP 대비 9%를 지출하고 비율이 가장 높은 미국의 경우 17%를 소비한다. 우리나라도 고령화에 따라 이런 추세로 나아간다고 생각해 볼 때 늘어나는 건강 부분 지출은 점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 때문에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지난 번 대선에서 건강보험 완전보장을 방안으로 제시했었다. 1인당 11,000원의 추가 부담금이 소요되긴 하지만 사보험에 들어가는 비용도 낮추고 3대 비급여 항목(선택 진료비, 상급 병실료, 간병비)에 소요되는 금액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영유아 복지정책이 저소득층 아동들의 교육기회를 확대시키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번 정부에서는 영유아 복지에 관한 예산이 1607억 원에서 10조 7천억 원으로 늘었다.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양적 증가가 아니다. 질적인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가령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선 좋은 보육교사가 필요한데, 봉급이 추가수당까지 합쳐서 120만원 가량이다 보니 좋은 인력들이 보육교사를 하지 않으려 한다. 그 동안 정부의 지원이 이와 같은 문제를 다루지 못해 보육 부분에서 질적 개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더불어 국·공립 유치원을 비롯한 공공부분의 확충도 이뤄져야 한다. ‘효율’이라는 것은 무조건 돈을 ‘적게 쓰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돈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도 효율이다. 이를 위해 전달체계를 조사하고 본인 부담금을 국가가 통제하면서 지원해가는 방안이 절실한데, 보육 문제에 있어서는 이것이 잘 이뤄지지 못했다. 예산 절약의 수단으로 나왔던 보육수당 지급은 저소득층 아동들의 교육기회의 박탈을 불러왔다. 생활이 어렵다 보니 정부에서 지원받은 금액을 생활고의 해결을 위해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부작용을 고려해봤을 때 국·공립유치원의 추가개설, 민간 보육시설의 기능전환 및 시설 간 M&A 유도 등을 통해 질적 개선을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Q. 노인부양문제와 청년실업과 같은 사회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보나. 노인 문제와 같은 경우에는 단순한 소득 보전문제라는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경제적 활동의 지원이라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노인들은 소비의 경향성이 굉장히 크다. 노인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소외됐던 노인층을 경제활동에 포함시킨다면 내수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실업 문제의 경우 사안은 심각하지만 부각이 잘 되지 않고 있다. 실업수당 지급이라는 일변도를 벗어나 ‘국가의 책임’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포함한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노량진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만 해도 70만 명에 달한다. 이는 국가의 손실이고 개인에게도 엄청난 손해다. 더불어 실업률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자영업에 종사하는 청년들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인 청년 실업률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국가의 책임이라는 접근을 통해 이들을 공공부문으로 포함하는 방안이 중요하다. 영양교사, 보육교사를 비롯한 교육 부문이나 간호 인력을 비롯해 의료 복지부문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인력이 50만 명에 달한다. 보육, 의료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일종의 복지 공동구매다. 이런 활동을 정부가 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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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복지재원 마련안. 증세 없는 복지확충을 위해 마련한 예산안이지만 정책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Q.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증세없는 복지’는 가능하다고 보는가. 복지에 있어 박근혜 정부가 가지는 최악의 문제는 증세를 덜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증세를 ‘안 하겠다는 것’이다. 예산을 절약해서 1년에 27조 5천억씩 5년에 걸쳐 135조원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계획은 실현성이 없다. 우선 정부의 예산 운영이 방만하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 비효율적이진 않다. 더불어 재원 마련을 위해 예산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과소 및 과대 추계된 부분이 많다. 지출해야 할 부분은 과소추계 되면서 절약한다는 부분에서는 과대추계를 한 것이다.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26조원(GDP의 2%)에 달하는 ‘부자감세’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부자와 기업들의 해외 이탈을 걱정하지만 프랑스의 선례를 보면 우려하는 만큼 심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소득 100만 불 이상의 부자들에게 소득의 75%를 과세하지만 프랑스의 부자들은 쉽게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프랑스 기업이 높은 세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감세 외에서 정부의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복지 확충으로 인한 기업 유출을 걱정하지 않는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R&D와 제반 혜택들을 누리고 있는 이상 부자감세로 인해 기업이 해외로 유출되는 일은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의 수세 확보를 위해 기업들과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득에 나설 때다.Q. 이번 해 시행 예정인 ‘국민행복기금’이 도덕적 해이를 야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도덕적 해이를 논의하기 전, 누가 도덕적 해이를 언급하느냐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도덕적 해이는 복지에 예산을 많이 투입하는 북유럽 국가에서나 야기될 수 있는 문제다. 한국처럼 복지의 비중이 적은 나라에서 언급할 문제가 아니다. 도덕적 해이가 벌어진다고 해도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보편적 복지다. 현재와 같은 선별적 복지는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선별적 복지의 대상은 저소득계층인데 소득파악을 완전히 할 수 없는 내부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보편적 복지를 통해 전 계층을 지원하고 원천적인 세금징수를 통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 나가야 한다. 세금의 환수는 국가 재정에 국민 전체가 일조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참여를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발맞춰 복지를 시행할 수 있다. ‘국민행복기금’의 경우도 ‘도덕적 해이’라는 관점보다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복지로 봐야한다. 한국의 신용불량자는 330만 명에 달한다. 이를 4인 가구로 환산했을 때는 1,200만 명이 신용불량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는 것이다. 기금을 통해 신용불량자를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복구시키면 내수도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새로 생길 수 있다. 더불어 신용불량자의 대부분이 연이율 60%, 불법적으로는 300%에 달하는 이자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Q. 앞으로 한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복지의 방향은 어떤 것인가. 힘들어진 국민들의 삶을 일정부분 나라에서 책임져야 한다. 중산층이 붕괴를 넘어 궤멸하고 있다. 대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중산층을 살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철학을 가진 복지 정책과 창조경제가 서로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협력도 굉장히 중요하다. 복지에 있어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안철수 전 후보의 정책들은 많은 부분이 합치됐다. 민주당에서는 자신들이 내세운 공약과 60-70%가 겹치는 만큼 여당에 무조건 반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선제적으로 정책 입안을 해야한다. 정치인들이 복지를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 복지가 부각된 것은 시대가 이를 요구하고 국민이 이에 부응했기 때문이다. 복지는 발전하는 한국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도 5년 간 복지라는 가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