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A씨는 지난 본부 점거 때 총장실을 구경하던 중, 친구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았다. 본인이 찍힌 사진이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올라왔다는 것이었다. 걱정하며 스마트폰으로 즉시 해당 사이트에 접속한 A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진에 우연히 담긴 자신의 모습이 장난스럽게 비춰졌고, 이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왜곡될 여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에 해당 기자에게 전화를 해 사진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데스크진이 퇴근을 해 수정을 할 수 없으며, 기사의 배치 권한은 포털 측에 있으니 그쪽에 문의하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A씨는 불쾌했지만, 할 수 있는 다른 조치를 강하지 못하고 기사가 포털 메인에서 내려가기를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다양한 매체들이 생겨나면서, 자극적이고 신속한 보도를 전하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검열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하거나 의도를 왜곡한 기사와 방송이 나오면서 위와 같은 피해 사례 또한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나 비용부담 면에서 법인 및 언론사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일반 시민은 자신들이 입은 언론 피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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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피해구제의 구체적 절차. 그러나 언론피해는 아직도 개인에겐 높은 장벽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
아직도 개인에겐 높은 장벽…홍보와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 언론피해를 입은 개인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해당 기자나 PD에게 직접 연락을 하거나, 해당 언론사에 소속된 ‘고충처리인’에게 신고하는 것이다. 고충처리인은 언론피해의 자율적 예방과 구제를 목적으로 한 언론사의 하위기관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거대 언론사는 위 사례처럼, 명백히 악의적인 잘못이 아닐 경우 선뜻 수정하려 하지 않는다. 고충처리인 제도 역시 회사의 하위기구인 만큼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서 실효성 있는 답변을 얻지 못할 경우, 피해자는 언론중재위원회(중재위)에 조정 또는 중재를 신청할 수 있다. 피해자는 대상 보도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 보도가 있은 후 6개월 이내에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조정이나 중재를 신청할 수 있다. 만약 피해자가 언론사 등에 먼저 청구를 한 때에는 언론사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피해자는 피해보상 종류에 따라 ▲손해배상,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의 방식으로 청구할 수 있다. 중재위 중재부는 조정기일을 정해 신청인과 언론사들을 출석시켜 양측의 의견을 듣고 합의를 도출해낸다. 조정 합의가 이뤄지면 언론사는 합의된 내용으로 보도하고 손해를 금전적으로 배상해야 한다. 만약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피해인은 법원에 합의이행을 강제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 중재위에서 조정구제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거나, 피해자가 중재를 거치지 않고 명예훼손, 프라이버시 침해 등으로 곧바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적인 문제로 넘어간다. 언론인권센터는 이러한 보도 피해자들을 위해 무료 법률상담과 민·형사상 소송 대행을 맡고 있는 시민단체다. 언론인권센터 윤여진 사무처장은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개인이 거대 언론사로부터 언론 피해구제를 얻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소송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과 시간, 주위의 만류와 걱정에 개인들은 선뜻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디어와 함께하는 언론피해구제법 변천사 국내의 언론피해구제 제도는 1980년 언론기본법이 제정되면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양경승 변호사의 논문 에 따르면, 당시 언론기본법은 반론보도청구권을 도입하고 피해자의 명예회복에 대한 적당한 처분을 규정해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언론기본법은 피해자로 하여금 법원의 소송절차를 밟기 전에 중재위의 중재를 거치게 함으로써 접근 기회를 확대하고 절차를 간소화했다. 그러나 무거운 손해배상이나 정정보도가 아닌 반론보도만으로는 피해자들의 보상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87년 민주화를 거치고 새로운 언론 매체가 생겨나면서, 언론에 의해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 역시 고조됐다. 이에 따라 관련된 법률 조항이 수정, 추가되면서 현재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조항이 언론피해에 대한 제반 사항을 담당하고 있다. 중재위와 같이 언론중재를 담당하는 준사법적 기관을 따로 두는 것은 세계적으로 한국이 유일하다. 서울대 박아란 강사(언론정보학과)는 “언론중재위원회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라며 “법원까지 가지 않고도 언론사와 개인이 조정과 중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피해를 구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허만섭 기자는 에서, 중재위와 같은 제도적 수단이 시민들의 언론피해를 예방하고 구제하는 창구보다는 권력을 지닌 집단이 언론사를 압박하는 창구로 변질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사실여부와 관계없는 낙인효과, 2차적 정신피해 극심해 보다 심각한 문제는 중재와 소송을 거치는 과정에서도 언론 피해자들의 고통이 어김없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매일 접하는 신문과 방송, 인터넷 기사의 사회적 파급력은 엄청나다. 따라서 한번 보도된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거나 추후에 수정된다 할지라도 사람들의 인식에 그대로 ‘낙인’된다. 특히 범죄 사건이나 음식과 관련된 문제 등 민감한 사항에 대해 한번 잘못 보도되면 낙인효과는 매우 크다. 나중에 사실이 아니라고 판별돼 정정보도나 손해배상을 얻어낸다고 할지라도 이미 입은 물질적, 정신적 피해는 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 법무법인 상록 장주영 변호사는 허위보도로 인해 범죄자로 인식된 피고인 변론을 맡게 되면서 언론피해구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장 변호사는 “사실 여부를 명확히 따지지 않고 보도된 경우 낙인 효과에 의해 피해자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며 “기본적으로 사실을 기초로 해야할 뿐 아니라 취재 대상들의 입장이 충분히 담겨야 언론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개인의 피해구제율이 정부기관, 기업체, 지방자치단체들에 비해 낮다는 점이다. 중재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개인이 신청한 사건의 경우 청구건수는 전체 건수 중 58.2%를 차지한 반면, 조정 성립률은 26.1%에 불과하다. 피해보상액 역시 다른 법적 피해사례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언론인권센터 윤여진 사무처장은 “이 때문에 거대 언론사들의 입장에선 그다지 큰 액수가 아니라 ‘정정 보도를 하느니 차라리 손해배상을 하겠다’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언론인권센터는 언론피해구제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할 것을 국회에 건의할 계획이다. 이는 거대언론사들의 개인에 대한 횡포를 막고, 기자와 PD들의 책임의식 고취를 위해 손해배상액과 처벌 정도를 강화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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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인권센터 윤여진 사무처장은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개인이 거대 언론사로부터 언론 피해구제를 얻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소송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과 시간, 주위의 만류와 걱정에 개인들은 선뜻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뛰는 미디어 환경 속 제자리걸음 중인 언론구제법… 근본적 해결책 모색해야 SNS가 활성화되면서, 거대 언론과 인터넷 매체가 아닌 다수의 군중들에 의한 새로운 유형의 언론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SNS를 통해 사실을 기초로 하지 않은 주장이 일반화된다거나 허위 사실이 유포될 때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번지는 것이다. 특히 이 경우 소문의 근원지를 찾는 것이 어렵고, 법적으로 처벌할 주체를 명확히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띈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법적 제제를 선뜻 가하기도 어렵다. 이에 대해 장주영 변호사는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 사후적으로 강력한 법적 처벌을 가하는 한편, 의사표현의 자유 속에 포괄할 수 있는 것들은 의견 교환과 토론을 통해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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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변호사는 “사실 여부를 명확히 따지지 않고 보도된 경우 낙인 효과에 의해 피해자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며 “기본적으로 사실을 기초로 해야할 뿐 아니라 취재 대상들의 입장이 충분히 담겨야 언론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언론피해구제에 대해서는 애초에 법·제도적 영역에서 다룰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박아란 강사는 “언론인은 표현의 자유와 취재원의 기본권 침해라는 점에서 늘 딜레마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언론피해구제는 법의 영역이 아닌 언론윤리의 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사후 법·제도적 대책의 차원이 아니라 언론윤리교육의 강화, 언론사의 자체적 가이드라인 제시와 같은 자체적인 노력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언론의 책임에 대한 사회적 관심 고조와 더불어 다양한 중재사례와 판례가 이어지고, 언론계와 법조계에서 활발히 관련 연구를 하면서 언론피해구제는 법·제도적 차원에서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중재위 역시 SNS의 사용증대와 신규 방송채널 증가 등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부응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언론인권센터와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 역시 홍보활동과 토론회를 통해 언론피해와 관련된 법 개선과 피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학계 일부는 중재와 피해구제 기능을 모두 갖춘 언론중재위원회의 역할을 축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율 규제의 성격을 지닌 준사법기관인 중재위가 개인의 입장에 서서 언론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다. 따라서 자율적 규제 제도의 개념을 도입해 타율적 규제 제도인 중재위의 역할을 분담,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타율 규제란 중재위처럼 제 3의 기관에서 언론 감시와 피해구제를 담당하는 것을 의미하고, 자율 규제는 언론사들이 모여 자체적인 비판, 감시를 통해 언론피해를 방지함으로써 대외적으로 언론의 자유와 정당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자율 규제의 대표적 사례인 영국의 ‘언론불만처리위원회’는 주요 신문과 잡지 출판사의 대표로 구성되며, 언론사의 행위가 피해를 발생시켜 공동 규정을 위배할 경우 피해의 경중에 따라 사실정정보도문의 게재, 피해자 의견 게재, 사과문 게재 등의 조치를 취한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강사는 언론인권센터가 주최한 ‘언론피해구제제도의 개선을 위한 제안 토론회’에서 “언론피해구제 제도가 발전하는 이상적 방향은 중재 기능과 피해구제 기능이 분리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중재 기능은 타율적 기구인 언론중재위원회가 담당하는 한편, 피해구제 기능은 자율적 규제 기구에게 역할을 줘 수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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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인권센터를 비롯한 언론시민단체들은 SNS의 사용증대와 신규 방송채널 증가 등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부응하기 위해 제도 개선과 피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