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피해, 누구의 책임인가

언론보도 피해의 원인은 기자 개인의 실수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사실 관계 파악에 대한 어려움과 대립하는 가치들 사이의 딜레마에서 발생하기도 한다.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매체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됐다.시청자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보도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사실 관계와 취재원의 의도는 왜곡되는 지경에 이른다.

언론보도 피해의 원인은 기자 개인의 실수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사실 관계 파악에 대한 어려움과 대립하는 가치들 사이의 딜레마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매체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됐다.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보도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사실 관계와 취재원의 의도는 왜곡되는 지경에 이른다. 개인의 차원을 넘어 언론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하면서 기자 앞에 놓인 윤리 지침들은 기자에게 적용되지 못한 채 그들에게 괴리감을 안겨준다.잘못된 사실 관계가 판치는 기사들 언론 보도 피해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기자의 착오로 사실 관계를 잘못 파악하는 데 있다. 기자 본인은 악의 없이 기사를 작성했으나,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단순한 착오로 특정 사실들 간의 인과 관계를 잘못 연관 짓게 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실제로 서울신문 김소라 기자는 “취재 도중 취재원의 말을 잘못 인용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사에 싣게 된 적이 있다”며 자신의 경험을 말했다. 김 기자는 “오보가 확실한 기사였기에, 내 잘못이라고 판단하고 곧바로 기사를 삭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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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기자는 “오보는 100% 기자의 잘못이다. 오보가 확실한 기사는 고치는 것이 당연하다”고 전했다.

이와 같이 기자 개인의 실수로 인한 오보도 있지만, 양측 입장을 모두 듣지 않고 편향되게 보도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모 일간지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오보를 내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사실 관계 자체가 틀린 사례는 드물다”며 “그보다는 사건 당사자 양쪽의 의견을 모두 들어보지 않고 한 쪽으로 몰아붙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기자들은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해 관계자 쌍방의 의견을 모두 듣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도 이에 대한 생각은 상이할 수 있어, 취재원을 정하는 과정이 기사의 방향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 A씨는 “시간과 기사 분량의 제약으로 교차 검증을 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취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실 관계를 틀리게 보도하는 경우는 ‘기사 베껴 쓰기’와도 관련이 있다. 한국기자협회 김성후 기자는 “인터넷 매체에서 기사 베껴 쓰기가 횡행하면서 사실 확인도 안 된 기사들이 쏟아지고, 이로 인해 개인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기사 베껴 쓰기는 기자 개인의 부주의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지만 언론사 차원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모 일간지의 기자 B씨는 “매체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남이 써놓은 기사를 베껴 쓰는 기자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언론사가 이들을 지원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B 씨는 “기사 베껴 쓰기를 전담하는 기자를 두는 언론사도 있다”며 “이들은 대개 속보팀이나 온라인 뉴스팀으로 이름을 달고 나간다”고 폭로했다. 취재가 아닌 기존 기사를 베껴 보도하는 경우 기사의 정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잘못된 보도로 개인이 피해를 입는 경우 기사를 누가 썼는지 알 수 없게 돼 피해자는 정정보도 요청을 어디에 해야 할지 막막해지기도 한다. 타 언론사의 기사 내용을 베껴씀과 동시에 검색어를 따라 제목을 붙이는 기자들도 있다. 특히 온라인 매체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빈번한데, 기사의 조회수를 확보하기 위해 네티즌의 클릭을 유도하도록 기사 제목을 짓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자 B씨는 “어떤 기사가 포털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면, 기사 내용을 베껴 쓰고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그 검색어를 기사에 갖다 쓰는 기자들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얼마 전 메가스터디 손주은 대표에 대한 X일간지의 인터뷰 기사에 대해, Y일간지에서 X일간지 기사 내용 중 “목숨 걸고 공부해도 소용없다”는 자극적인 부분을 가져와 기사의 제목으로 인용한 사례가 있다. 직접 취재를 하지 않고 기사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자극적인 제목을 달게 되면서, 취재원의 의도가 심각하게 왜곡되는 것이다.국민의 알 권리와 개인의 인격권, 그 모호한 경계에서 언론 보도에 있어 ‘인격권’은 초상권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와 더불어 개인의 사생활, 명예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보도 대상의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취재원의 동의를 구한 뒤에 촬영과 인터뷰에 임하고, 시청각 매체인 TV의 경우 보도 대상의 초상권과 음성권을 보호하기 위해 모자이크나 음성변조 처리를 한다. MBC 시사교양국 김보람 AD는 “요즘은 모자이크 처리를 해도 알아볼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들이 많아 얼굴을 흐릿하게 하는 정도로 후반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몰래카메라 등 잠입취재의 경우 100% 모자이크, 음성변조 처리를 하는데 이 작업에만 하루종일 매달릴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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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제주 칼호텔에서 ‘인권보도와 자살보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기자협회·국가인권위원회·한국자살예방협회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기자 50여명이 참석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한국기자협회

그러나 보도 대상의 인격권이 시청자의 알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침해되고, 이에 언론 보도 피해자가 생겨나는 경우가 있다. 시청자의 알권리와 개인의 인격권의 충돌은 주로 자살, 성폭행 등 사건사고 보도에서 일어나며 이를 담당하는 기자가 주로 이러한 갈등을 겪게 된다. 모 일간지 C 기자는 “취재원의 부모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불가피하게 드러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부모의 이혼’이라는 표현 대신 ‘부모가 지방에서 근무해 조부모와 함께 산다’고 간접적으로 표현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설명했다. A 기자는 “사망 사건을 다루며 유족들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 전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족의 개인 신상을 알아내야 기사의 정확성이 높아진다는 생각에서였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보도 대상의 인격권은 중요하지만, 인격권에 대한 지나친 보호는 국민의 알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언론중재위원회(중재위) 안백수 차장은 “보도를 통해 공공선에 기여할 수 있다면 보도 대상의 사생활이 불가피하게 공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별 사안에 따라 알권리와 인격권의 중요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 ‘공인’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공공선’이라는 것이 무엇을 명시하는지 정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안 차장은 “탤런트나 가수와 같은 연예인이 공인에 속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으며, 기사의 공공성 역시 종합적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선의의 피해자, 법적 구제의 사각지대에 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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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집 주인 지상훈 씨는 “소규모 음식업자들은 모두 힘든 경기 상황 속에서 장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장사하는 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언론 보도 피해는 보도 대상이 직접적으로 입는 피해를 일컫지만, 언론 보도로 인해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집단이 생겨날 수 있다. 사건 기사나 고발 프로그램의 경우 해당 업체에 관한 사실만을 보도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연관 산업이나 주변인이 덩달아 피해를 입는 사례가 생기기 때문이다. MBC 시사 프로그램 ‘불만제로’는 8월 17일자 방영분에서 ‘족발 육수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유명 족발 업체들의 불결한 위생 상태를 보도했다. 이에 대해 족발집을 운영하고 있는 지상훈 씨는 “방송에서 보도된 것과 같은 족발집도 있겠지만 우리같이 위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보도 이후 모든 족발집이 한꺼번에 매도된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 씨는 “보도 후 6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30% 이상 떨어졌고,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족발 육수가 깨끗한지 묻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언론 보도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나는 경우 보도의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아 일반적으로는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없다. 보도된 내용과 개별 업자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개별 업자 차원이 아닌 관련 업계 단체의 차원에서 피해 보상을 시도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보장되고 있지는 않다.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대책이 불분명한 상황 속에서, 기자들은 갈등에 시달리고 원치 않는 피해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언론 보도로 인해 생겨나는 선의의 피해자에 대해 기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보도에 신중을 가하는 것이다. 족발집 주인 지상훈 씨는 “족발 육수에 대해 보도할 때 ‘기준 초과’라는 사실적 표현이 아닌 ‘대장균 덩어리’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방송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으니 보다 신중하게 방송을 내보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했다. 선의의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언어 사용과 더불어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김소라 기자는 “보도를 통해 개인 문제가 집단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드러내려면 개인과 집단 간의 연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하지만, 개인과 집단 간의 연계성이 없는 경우에는 보도 내용을 개인의 문제로만 한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언론 윤리에 대한 고민이 실제 현장에서 적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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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가 배포한 기자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의 내용이다.

언론 보도 피해의 원인은 기자의 단순한 부주의에 있기도 하지만, 인격권 침해와 선의의 피해자와 같이 기자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윤리적 문제를 포함하기도 한다. 이에 2009년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는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발표해 기자들에게 윤리적 지침서를 제공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사건기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인권보도 세미나를 시행하고 있으며, 인권보도 준칙을 마련하는 등 인권보도에 힘쓰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김성후 기자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공동으로 인권보도상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윤리강령과 실천요강이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재위 안백수 차장은 “보도 윤리에 대한 준칙들이 기자들에게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회사 내에서 기사가 보도되기 전에 자체적으로 내용을 여과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윤리 교육 역시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피디 D씨는 “잠입 취재 등에 대한 취재 윤리 특강이 열리기도 하나 정기적인 시스템은 아니다”고 밝혔으며 기자 A씨는 “언론 윤리는 언론진흥재단에서 교육받기도 하지만 현장에서는 기자 개인이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언론 윤리에 대해 가장 고민해야 할 수습기자의 경우, 이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을 뿐더러 힘든 순간을 넘기기 위해 취재 윤리를 어기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수습기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2주간 진행되는데, 이 2주일간의 기간 중 언론윤리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김소라 기자는 “수습 교육 중 언론 윤리에 대해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는 극히 적었다”며 “언론사 내에서 수습기자를 대상으로 보도윤리를 가르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수습기자 교육은 경찰서를 순회하며 취재하는 현장 교육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김 기자는 “경찰서를 취재하며 취재력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밤낮으로 무리한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수습기자 스스로가 취재 윤리를 어기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자 개인이 윤리 준칙을 적용할 수 없는 환경이 언론보도 피해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언론 윤리에 대한 고민들이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기 위해 언론사 자체 내의 반성과 변화가 촉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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