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없는 방’ 그 안의 이야기

스마트폰, 컴퓨터는 물론이고 TV, 냉장고, 자동차 심지어 조그마한 충전기 하나까지 어느 하나라도 사라진다면 우리는 일상생활에 굉장한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생활을 50년 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모습으로 빠르게 변화시켰다.이를 우리는 ‘정보혁명’이라 부른다.그 혁명의 중심에는 늘 ‘반도체’가 있다.극도로 청정할 것이라 생각되는 반도체 공정의 이면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로 얼룩져있다.

 스마트폰, 컴퓨터는 물론이고 TV, 냉장고, 자동차 심지어 조그마한 충전기 하나까지 어느 하나라도 사라진다면 우리는 일상생활에 굉장한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생활을 50년 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모습으로 빠르게 변화시켰다. 이를 우리는 ‘정보혁명’이라 부른다. 그 혁명의 중심에는 늘 ‘반도체’가 있다. 극도로 청정할 것이라 생각되는 반도체 공정의 이면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로 얼룩져있다. ‘먼지 한 톨 없다’는 그 방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도체도 부도체도 아닌,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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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원자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알아야한다. 보어의 원자 모형에 의하면 원자는 중성자와 양성자로 된 원자핵을 중심으로 전자가 일정한 궤도를 돌고 있다. 이 때 원자핵과 가장 떨어진 궤도에 있는 전자를 ‘최외각 전자’라고 한다. 최외각 전자의 개수는 1개에서 8개까지 존재할 수 있다(첫 번째 궤도는 예외). 반도체의 주재료인 실리콘의 최외각 전자의 개수는 4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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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텟 규칙에 의하면 원자는 최외각 전자의 개수가 8개일 때 안정적이다. 실리콘은 최외각 전자의 개수가 4개이므로 불안정한 원자이다. 실리콘 원자는 서로 다른 4개의 실리콘 원자와 전자를 하나씩 공유하면 옥텟 규칙을 만족하게 된다. 이런 결합을 ‘공유결합’이라 한다. 실리콘만으로 공유결합을 하는 결정(結晶)을 ‘진성 반도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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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런 ‘진성 반도체’만으로는 유용하지 않다. 순수한 실리콘 결정에 특정한 불순물을 주입했을 때 비로소 우리가 알고 있는 반도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주입하는 불순물(도판트, Dopant)의 종류에 따라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로 나뉜다. N형 반도체는 최외각 전자가 5개인 불순물을 주입(도핑, Doping)하여 만든다. 5개의 최외각 전자 중 4개는 실리콘과 공유결합을 하고 남은 한 개의 전자는 원자로부터 벗어나 자유전자가 된다. 이렇게 생긴 자유전자는 전기 에너지를 운반하는 캐리어(Carrier)의 역할을 한다. P형 반도체는 반대로 최외각 전자가 3개인 불순물을 주입하여, 한 개의 빈자리를 만드는데 이 빈자리를 정공이라 한다. 정공 역시 캐리어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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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형과 P형 반도체를 이용하면 다이오드나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다. 트랜지스터는 전류를 증폭하거나 전기적 스위치로써 사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반도체 트랜지스터인 NMOS 트랜지스터를 예로 들어보자. NMOS는 P형 반도체 위에 N형 영역 두 개를 만든 뒤, 이 사이의 표면 위에 부도체인 산화막을 만들고 그 위에 전극을 올려놓은 형태다. N형 반도체의 한 쪽을 소스라 하고 다른 한 쪽을 드레인, 그리고 산화막 전극을 게이트라 부른다. NMOS 트랜지스터는 게이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전압을 걸어주면, 소스와 드레인 사이에 전기를 흐르게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전기로 작동하는 스위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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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상태의 P형 반도체는 많은 수의 정공이 고루 분포한다. N형 영역은 자유전자가 많이 있게 된다. 빈 공간을 의미하는 정공은 전자를 얻으려 하기 때문에 P형과 N형 사이에는 이 둘의 결합으로 인해 전기전달자인 캐리어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때 게이트전극에 양전압을 걸어주면 전기력에 의해 게이트 전극이 P형 내에 일부 존재하고 있는 자유전자를 끌어당긴다. 두 N형 영역 사이는 자유전자들로 채워지게 돼, 캐리어인 자유전자가 두 영역 사이에 전기에너지가 흐를 수 있게 만든다. PMOS는 NMOS와 구조는 똑같되 N형과 P형이 반대로 배치돼있다.

반도체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화학물질들이 사용되나?

 하나의 반도체 칩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공정을 거친다. 반도체 제조 과정은 크게 ▲웨이퍼 제조 및 회로 설계 ▲웨이퍼 가공 ▲조립 및 검사로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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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퍼를 검사하고 있는 모습 ⓒKBS 파노라마

 반도체 산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웨이퍼는 순도 높은 실리콘을 동그랗게 만든 것이다. 작은 비용으로 큰 웨이퍼를 얻을수록 하나의 웨이퍼에서 얻을 수 있는 칩의 수가 늘어난다. 현재 삼성전자는 직경 12인치의 웨이퍼를 주력으로 사용한다. 회로설계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설계된 회로는 유리판 위에 전자 빔으로 그려지는데, 이를 ‘마스크(mask)’라 부른다. 마스크는 웨이퍼에 복제될 회로의 원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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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퍼 가공은 다색판화를 찍는 과정과 같다. 웨이퍼에 빛과 반응하는 물질을 바르고 마스크를 통과한 빛을 쬐면 웨이퍼 위에는 마스크와 똑같은 모양이 찍히게 된다. 빛에 반응한 부분을 깎아내고 불순물을 주입하는 작업을 되풀이해 전체적인 회로를 구성한다. 이 과정을 수행하는 사람을 ‘오퍼레이터’라고 하는데 이들은 주로 젊은 여성들이다. 이 과정의 거의 모든 공정이 다양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공정이기 때문에 직업병 제보 또한 높다.

 웨이퍼 가공 과정은 구체적으로 ▲확산 ▲포토 ▲식각 ▲세정 ▲증착 ▲이온주입 공정을 반복하는 과정이다. 앞서 설명한 NMOS 트랜지스터 제작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NMOS는 P형 웨이퍼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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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광액을 도포하는 모습. 빛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란색 등을 사용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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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P형 웨이퍼의 두 영역을 N형 반도체로 만들어야한다. ‘포토 공정’은 만들어질 N형 반도체의 형태를 찍어내는 과정이다. 먼저 ‘포토레지스트’라 불리는 감광액을 웨이퍼에 도포한다. 그 위에 N형 영역의 형태를 그려놓은 마스크를 올려놓고 빛을 쬐는데 이 과정을 ‘노광’이라 한다. 노광이 완료되면 웨이퍼는 마스크와 동일한 패턴을 띄는데 이때 노광된 부분을 화학 처리해 분해한다. 2009년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발표한 ‘반도체 사업장 위험성 평가 자문의견서’에 의하면 삼성전자 기흥공장 5라인에서 사용하는 감광제 중 분석된 6개 시료 모두에서 벤젠이 검출됐다. 벤젠은 1급 발암물질로 백혈병 유발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내놓은 ‘반도체산업 근로자를 위한 건강관리 길잡이’에 의하면 생리불순, 자연유산 등 생식독성 영향이 있을 수 있는 글리콜에테르 화합물이 포토 공정에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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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공정이 끝나면 ‘식각과 세정 공정’을 수행한다. 식각 공정은 마스킹되지 않은 부분을 제거해 원하는 패턴을 얻는 공정이다. 전직 엔지니어가 언론에 공개한 1997년 삼성반도체 ‘환경수첩’에 의하면 식각과 세정 공정에서 TCE(트리클로로에틸렌), 디메틸아세트아미드, 신너 등이 사용된다. 이들은 모두 발암성 물질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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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려진 패턴을 통해 N형 불순물인 인(P)을 침투시키고 확산시키면 P형 웨이퍼 위에 N형 영역을 만들 수 있다. 불순물을 침투시키는 공정을 ‘이온주입 공정’이라 한다. 단순히 이온을 주입하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영역을 만들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주입한 이온들이 적절하게 퍼지도록 고온가열 등의 처리를 하는데 이 과정을 ‘확산 공정’이라 한다. 이온주입 공정에는 입자를 고속으로 가속시키는 장비를 이용하는데 이런 장비에서는 X-선과 같은 전리방사선이 발생한다. 전리방사선은 백혈병의 대표적 발암요인이다. 지난 2011년 6월에 있었던 故 황유미 씨의 산재 인정 판결문에서도 전리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음을 산재인정의 근거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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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MOS에 필요한 게이트 산화막과 전극도 위와 같이 ▲포토 ▲식각 ▲세정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다만 불순물 첨가 대신 산화막과 금속을 형성하기 위해 ‘증착 공정’을 수행한다. 증착에는 화학적 증착(CVD)과 물리적 증착(PVD)이 있다. 화학적 증착은 화학반응을 통해 박막을 형성하는 공정이다. 물적 증착은 고온으로 가열, 증발된 금속을 웨이퍼 표면에 부착시켜 금속 막을 만드는 공정이다. 삼성반도체 ‘환경수첩’에 따르면 화학적 증착 공정에서는 불산에 노출될 수 있는데 이는 맹독성 물질로 피부조직과 뼈 손상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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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급한 공정 등을 통해 NMOS 트랜지스터가 완성된다. 가공이 완료된 웨이퍼들은 조립 및 검사를 담당하는 공장으로 옮겨진다. 각 공정에서 언급한 물질 이외에도 전체적으로 수많은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반도체 사업장 위험성 평가 자문의견서’에 따르면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5라인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수가 99종에 이르는데, 확인된 단일 화학물질 83종 중 법적 측정대상 물질인 24종을 제외한 나머지 물질은 측정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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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공이 완료된 웨이퍼. 네모 칸 하나가 다이가 된다. ⓒKBS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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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와 외부 회로를 연결하는 프레임이다. 다이 부착 후 검은색 수지로 껍질을 만든다. ⓒMitsui High-tec Inc.

 가공 완료된 웨이퍼 표면에는 동일한 여러 개의 회로가 만들어지는데 이런 회로들을 ‘다이’라고 한다. 다이를 하나의 칩으로 만들기 위해선 웨이퍼 상의 다이들을 우선 분리해야 한다. 다이를 분리하는 데에는 다이아몬드 휠을 이용한다. 분리된 다이들은 외부의 회로와 연결할 수 있도록 제작된 금속 다리와 연결된다. 프레임과 연결을 마친 다이 주변에 검은색 에폭시 수지로 껍질을 만든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12년 발표한 ‘반도체 제조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작업환경 및 유해요인 노출특성 연구’에 의하면 에폭시 수지는 고온의 공정 과정을 거치며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이 부산물로 발생될 수 있다고 한다. 이 물질들은 백혈병을 유발인자로 알려져있다.불량품이 없는지 검사를 한 후, 표면에 제조사와 모델명 등을 레이저로 각인한다.

먼지 없는 방에 대하여

 반도체 공장하면 흔히들 하얀 방진복을 입은 노동자와 깨끗한 설비들을 떠올린다.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방진복을 입는 이유는 유해 물질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몸에 붙어있는 먼지가 공정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반도체 공정에서 ‘먼지’를 차단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반도체칩은 회로의 폭이 나노미터 단위로 매우 작기 때문에 먼지는 치명적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한 또 다른 키워드는 ‘수율’이다. 수율은 투입량 대비 완성품의 비율을 의미한다. 예컨대 100개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원자재를 투입했는데 80개의 완성품을 얻었다면 수율은 80%이다. ‘수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공정 내의 먼지를 잘 차단하고 작업자는 운반 등의 작업을 할 때 웨이퍼를 매우 조심하게 다뤄야한다. 높은 수율을 얻기 위해 노동자들은 높은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고강도의 노동을 수행한다. 스트레스의 경우 주된 발암요인으로 알려져있다.

 방진복 외에도 ‘클린룸’이라 불리는 공장 내부를 청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는 문에는 ‘에어 샤워 룸’이라는 것이 존재해 방진복 착용 후에도 있을 수 있는 먼지나 이물질을 강한 바람으로 제거한다. 공장 내의 공기는 지속적으로 순환하며 정화되는데 공장 전체의 공기가 한 번 순환하는 데는 60초가 걸리지 않는다. 누출된 화학물질이 이 장치로 인해 순식간에 공장 전체로 퍼질 위험도 있다. 이렇게 유지한 청정도는 클래스1이며, 이는 길이가 30cm인 정육면체 속에 0.1미크론 크기의 먼지 1개만 허용하는 수준이다.

사용하는 물질의 유해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노동하는 현실

 우리는 반도체가 없으면 하루도 버티기 힘든 시대에 와있다. 생활과의 밀접함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의 원리와 제조공정, 그리고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들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잘 알려져있지 않다. 삼성전자 LCD사업부에서 일하다 다발성경화증, 시신경염에 걸린 김미선 씨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이 작업이 얼마나 유해한지 몰랐다”며 “고등학교 때 반도체 공장이 그런 곳이라는 걸 미리 알았다면 아마 안 갔을 거”라고 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근로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 의무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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