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내몰리는 청년들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파헤치다
▲지방에 거주하는 이들이 공연 한 편을 보려면 왕복 교통비와 숙소비, 식사비 등 추가 지출이 생긴다. ⓒ빈채현

  서울은 행정구역상 우리나라의 유일한 ‘특별시’다. 대한제국의 수도였던 한성이 일제강점기 때 경성부로 개칭됐고, 해방 이후 서울이 됐다. 당시 미군정은 서울을 경기도에서 분리해 지방자치제를 시행하고자 했다. 이때 미국의 독립시 제도를 참고해 서울을 ‘Seoul Independent City’라 명명했고, 이를 어색하지 않게 번역한 게 서울특별시다.

  보통의 도시와는 구별되는 이름 탓일까. 오늘날 서울은 단순한 수도 이상의 위상을 지닌다. 국토 면적의 0.006% 남짓 되는 영토에 전체 인구의 18%가 다닥다닥 모여 산다. 재작년 기준 전국 사업체의 19.2%가 서울에 몰렸다. 사업체 수로 그 뒤를 잇는 부산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사람도 자본도 특별히 차고 넘치는 모양새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했던가. 오랜 격언을 곱씹으며 반문한다. 누가, 어떤 이유로 상경하는지. 가만 고향에 남아 미래를 기약할 순 없는지. 무엇보다도 서울에 가면 행복해질 수 있긴 한 건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인-서울’을 외치고 또 종용하는 시대, 그 내막과 지속 가능성을 진단해 봤다.

무엇이든 몰아보세요

  우리나라의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집중도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수도권 인구 비중은 50.6%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자본과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실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52.5%, 일자리의 58.5%가 수도권에 쏠렸다. 국가의 발전 수준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 대부분이 수도권에만 절반 이상 몰려있는 셈이다.

  수도권 쏠림 현상은 비단 경제 분야만의 얘기가 아니다. 입시부터 문화생활, 의료 접근성에 이르기까지 일상 전반에서 수도권 편중의 여파가 확인된다. 지난해 기준 서울에 위치한 사설 교습학원은 1만 2,581개다. 자치구별로 살피면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이른바 ‘강남 3구’에만 4,088개로 약 3분의 1이 몰려 있다. 다시 법정동별로 살피면 강남구 대치동에만 1,609개가 자리한다. 전국 단위로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큰 규모다.

  비수도권에 사는 학생들도 적잖이 대치동에 찾아온다. 주말을 이용해 인기 강사의 학원 수업을 듣고 일요일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식이다. BC카드 데이터사업본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 사이 대치동 학원 매출의 22.3%는 서울 외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올렸다. 박인권 교수(환경대학원) 외 4인은 논문 「성장기 거주지역에 따른 교육 및 임금 격차와 소득불평등의 재생산」(2024)에서 한국 사회는 ‘대학 입시 학원가가 특정 지역에 몰려있고, 그 지역에서 양질의 교육 기회를 획득한 학생이 명문 대학으로 진학하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문화생활에서도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전국 공연 건수의 46.1%, 티켓 판매액의 68.1%가 서울에 집중됐다. 지방 거주자가 웬만한 공연 한 편을 관람하기 위해선 서울행이 불가피하다. 같은 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국민문화예술 활동조사」에 따르면 문화예술행사 관람자를 거주지별로 분류했을 때, 대도시 거주자 중 본인이 거주하지 않는 광역시·도에서 문화예술행사를 관람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10.2%에 불과했다. 반면 중소도시 거주자는 23.9%, 읍·면 지역 거주자는 21.6%로 대도시 거주자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비율을 보였다. 자연히 이들에겐 티켓값뿐만 아니라 왕복 교통비와 숙소비, 식사비 등 추가 지출이 생긴다.

▲지방에 거주하는 이들이 공연 한 편을 보려면 왕복 교통비와 숙소비, 식사비 등 추가 지출이 생긴다. ⓒ빈채현

  지역 간 의료 불균형도 심각하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역 간 의료 서비스 접근성 격차를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는 2022년을 기준으로 지역별 환자 유입률과 환자 유출률을 계산했다. 유입률은 해당 지역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환자 중 다른 지역의 환자 비중을, 유출률은 해당 지역의 환자 중 다른 지역으로 가서 진료받은 환자 비중을 의미한다. 

  눈에 띄는 대목은 3차 의료기관 접근성이다. 3차 의료기관은 중증질환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 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상급 종합병원이다. 전국을 11개 권역으로 분류했을 때 서울권을 제외한 모든 권역에서 유출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던 시·군·구의 비율이 80%를 넘겼다. 강원권, 전남권, 경북권 등의 권역에서 대부분의 지자체가 환자 유입률은 낮은 반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진료받는 환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단 얘기다. 

  병상 수를 기준으로 국내 5대 상급 종합병원이라 불리는, 일명 서울 ‘빅5 병원’의 진료 현황도 지역 간 의료 격차를 방증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빅5 병원을 찾은 환자 중 비수도권 환자는 72만여 명으로 27.1%를 차지했다. 지난 4년간 수도권 환자 비중은 감소한 반면, 비수도권 환자 비중은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암과 같은 중증질환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상경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2019년부터 매해 최소 20만 명의 암 환자가 빅5 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오고 있다. 병원 근처엔 환자들이 아예 장기 투숙을 할 수 있는 이른바 ‘환자방’들도 형성됐다. 형태는 고시텔이나 원룸부터 호화 요양병원까지 천차만별이지만,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빅5 병원 중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비수도권 환자의 편의를 위해 수서역에서 병원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홈페이지 캡처

기회 좇아 상경하는 청년들

  수도권에 사람과 자본이 몰리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인구 이동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는 2017년부터 꾸준히 순유입 추세를 이어오고 있다. 반면 호남권은 1999년, 영남권은 1979년 이후로 수십 년째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순유입은 특정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겨온 인구가 그 지역을 벗어난 인구보다 많은 경우고, 순유출은 그 반대다.

▲권역간 순이동자 수 ⓒ빈채현

  이때 주목할 건 청년층의 이동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간한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21년까지 수도권에서의 증가한 인구 중 15~34세가 78.5%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비수도권의 청년 유출이 결국 국가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청년이 유출되는 지방은 ‘출산이 줄고 고령화가 가속화돼 산업 성장과 일자리 다양성이 크게 제약’되고, 청년이 유입되는 수도권은 ‘과도한 도시 밀도로 인한 경쟁 격화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박인권 교수는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설명하는 틀로 ‘기회의 지리학’ 개념을 소개한다. 기회의 지리학은 원래 미국의 인종 및 계층에 따른 거주지 분리로 인한 불평등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삶의 기회에 차이가 있다는 게 골자다. 박 교수는 “특정 지역의 거주 여부가 그 지역에서 제공되는 교육, 취업, 의료, 문화 등 다양한 기회에 대한 접근성을 결정하고, 이는 결국 개인의 삶의 질과 사회경제적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기회 중에서도 핵심은 단연 일자리다. 2022년 청년유니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수도권 청년 응답자의 43.7%가 수도권으로 이주할 계획 혹은 의사가 있다고 답했고, 그중 75.8%가 수도권에서의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제로 재작년 기준 청년 인구 만 명당 채용공고 건수는 수도권이 전국의 30%로 가장 많았다. 같은 해 국토연구원이 지방 거주 경험이 있는 만 19~39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청년들이 지역 정착 시 가장 크게 고려하는 사항은 ‘안정적인 일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의 양 못지않게 중요한 건 일자리의 질이다. 박인권 교수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시라는 부산조차도 매출액 기준 이른바 ‘100대 기업’에 해당하는 기업이 하나도 없다”며 “‘좋은’ 일자리들이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이를 얻기 위해 졸업해야 하는 대학들도 서울에 많다 보니 청년들이 서울로 몰린다”고 말했다.

  일자리의 양과 질이 불균형한 상황에서 청년 대다수의 상경은 불가피하다. 특히 간과해선 안 되는 게 성별에 따른 차이다. 청년유니온 김지현 사무처장은 “지방 일자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제조업은 전통적인 남성 중심의 일자리”라며 “비수도권 지방의 여성들은 서비스업이나 공무원과 같이 한정된 직군 내에서 진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는 지방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이나 일자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남대 장민지 조교수(미디어영상학과)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미디어나 디자인, IT 관련 업종 취업 자리는 서울 말고는 찾아보기가 어렵다’며 지역 간 일자리 편중성을 지적했다. 자연히 지방 청년 여성의 유출이 가속화된다.

문제는 출산율이 아니야

  지방을 떠나는 청년 여성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또 있다. 지방소멸위험지수는 인구의 재생산력을 감안해 ‘20~39세 여성인구 수 대비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로 정의된다. 즉 청년 여성이 떠날수록 지방이 소멸할 위험도 커진다고 보는 셈이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지방소멸위험 지역의 최근 현황과 특징」에 따르면 2023년 2월 기준 소멸 위험 시·군·구는 전체의 약 52%를 차지했다. 이때 소멸 위험이 높을수록 출생률 자체도 낮았다. 인구 1천 명당 출생인구 수를 나타내는 조출생률은 소멸 고위험 지역이 ‘정상지역’, 즉 소멸 위험이 보통인 지역의 절반에 그쳤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인이 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2022년 합계출산율은 정상지역이 0.81명인 반면, 소멸 고위험 지역은 0.96명으로 오히려 더 높았다. 실제로 2022년 합계출산율 1.8명으로 전국 1위를 차지한 전남 영광군은 소멸 위험지역에 속한다. 영광군의 합계출산율은 5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지만 출생아 수 자체는 꾸준히 줄어들었다. 직관과 상충하는 결과다.

▲합계출산율 상위 10개 시군구의 지방소멸위험 현황 ⓒ빈채현

  이는 지역 단위 출생률에 지역 고유의 사회경제적 환경이나 인구 구조 변화가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장인수 부연구위원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합계출산율만으로는 지역 출산력 특성과 인구 동태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지역 내 인구 이동과 사회적 증감을 포착하지 못하므로 지자체에서 인구정책을 설계할 때 합계출산율만 고려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장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인구 감소 지역의 출산 관련 지표 특성 분석과 함의」 보고서에서 2000~2020년 동안 합계출산율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인구는 감소한 지역을 선정해 그 요인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합계출산율이 높아도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경우, 그리고 15~49세의 여성인구 수 자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는 지역 인구가 감소했다. 즉 단순히 출생아 수에만 집중하고, 인구 고령화나 여성 인구 유출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지역 소멸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방소멸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지역 단위로 관점을 좁혀 세부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인구정책이 출산율 수치 자체를 높이는 것에만 집중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부터 매년 지방인구정책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인구정책을 소개하고 시도별 우수사례를 수록한 책자를 발간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인구정책연구센터 연구원 조영태 외 4인은 논문 「지방인구정책의 문제점과 대안」(2020)에서 해당 책자에 실린 정책들이 ‘결혼, 임신, 출산, 육아, 국제결혼 이민자 지원, 인식개선 교육 및 홍보 영역에서만 논의되고 있어 인구정책 사례라기보다는 출산 지원 사례에 가깝다’고 비판한다. 특히 ‘2013년부터는 책자의 타이틀조차도 인구정책 사례집에서 출산 지원정책 사례집으로 변경돼, 지방인구정책은 아직까지도 출산이라는 협의의 개념이 우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결국 정책의 실효성을 판단하는 준거로 인구의 자연적 증감뿐 아니라 타 지자체로의 유출입, 즉 사회적 증감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국토연구원 차미숙 선임연구위원은 〈월간 복지동향〉에 기고한 글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사회정책 대응만으로는 지방소멸 위기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자연 감소보다는 사회적 이동(유출)이 지방 인구감소의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타 지역의 청년 인구를 유입시키기 어렵다면 지역 인구가 유출되지 않도록 고민하거나, 이미 유출된 인구가 되돌아오도록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단 얘기다.

청년의 욕망은 다종다양하다

  다시, 지방을 떠나 서울행을 택하는 청년들을 살펴보자. 지난해 동남지방통계청은 청년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과 남은 청년의 삶의 질 비교」 보고서를 발간했다. 동남권에서 수도권으로 떠난 이들과 지방에 남은 이들을 비교했는데, 청년들의 정신 건강 항목이 눈에 띈다. 최근 1년 동안 업무나 학업, 취업 준비 등으로 인한 소진, 이른바 ‘번아웃(Burnout)’을 경험한 비율은 수도권으로 떠난 이들이 42%로, 지방에 남은 이들보다 13%p 높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삶의 행복감과 만족감은 수도권으로 떠난 이들이 지방에 남은 이들보다 더 낮았다. 기회를 좇아 떠난 서울에 더 행복해질 기회는 없었던 셈이다.

▲서울행 KTX가 오가는 광명역 전경

  여러 법률과 정책이 나이대를 기준으로 청년을 정의 내리지만, 실제 청년의 삶은 복잡하고 다채롭다. 박인권 교수는 “청년들의 선호나 욕망을 일자리와 경제적 부와 같은 몇 가지 유형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의 지역 이동과 지역 불균형 문제 역시 “사회·문화적 욕구와 선호, 그리고 가치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기에 각기 다른 선호와 가치관을 존중하는 태도가 우선이라는 얘기다.

  히니 작가의 저서 『서울 밖에도 사람이 산다』(2023)에서 생계 문제로 환원되지 않는 청년의 입체성을 엿볼 수 있다. 경북 포항에서 나고 자란 노동조합 활동가인 저자는 책에서 지방 청년 페미니스트로 사는 것의 기쁨과 슬픔을 전한다. 히니 작가는 ‘내가 나고 자란 포항은 사람도, 정치적 다양성도, 그런 다양성을 접할 기회도 적었다’며 ‘페미니즘은 정치적인 담론임에도 어째서인지 포항에서만큼은 정치적 이슈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씁쓸하게 고백한다.

  그러나 저자는 마냥 비관하지 않는다. ‘아직 이곳에 남아 뭐라도 하려고 꿈틀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고향에서 책방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 통장 잔고를 확인할 때면 막막해지지만, 본인을 찾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저자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이것을 나눌 사람들을 찾는다.’ 서울 밖에도 더 나은 삶과 세상을 향한 바람이 꿈틀댄다. 그 사실 자체가 지방 소멸을 막아야 한다는 명제에 당위를 부여한다.

  한편 오늘날 대다수의 청년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형태를 잘 가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신소영 공동대표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압축적 경제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선망되는 가치가 획일화됐다’며 ‘학교 교육은 학생들이 다양한 소질이나 적성을 탐색할 기회를 주지 못했고, 사회는 다른 인생 경로를 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지현 사무처장 또한 “청년들은 취업을 고민하는 시기가 와야 비로소 정말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나한테 맞는 일은 뭔지 고민한다”며 “그전까진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교육을 받지 않다 보니 막상 취업을 준비할 때 좋은 대학에 가서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만이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청년들에게 본인의 욕망을 들여다볼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에 진학하고, 좋은 일자리를 얻는 단선적인 경로로 수렴될 수 없는 다채로운 삶을 상상하게끔 돕는 교육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다. 김지현 사무처장은 “꼭 정규 노동 시장의 일자리가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책방을 꾸리거나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등 자신의 삶을 꾸리고 자부심을 갖는 분들이 많다”며 다양한 삶의 형태를 접하고 배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지역 정책의 핵심은 수치와 비율로 환원될 수 없는 사람 그 자체다. 박인권 교수는 “지역 정책은 물리적 인프라나 시설 투자보다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청년들이 지역에서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의 활동에 투자하고,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생활비를 보조하는 방식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서울한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 인-서울한 자만이 행복해질 수 있다. 오랜 시간 한국을 지배해 온 인식이다. 이상적인 삶의 정의는 각기 다양하겠지만 그 시작이 서울이어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는 듯하다. 꼭 서울이 아닐 수도 있다고, 서울이 아니어도 된다고 가르쳐준 이는 아이의 앞날을 훼방 놓는다고 여겨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누구든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삶을 꾸릴 권리가 있다. 그리고 국가와 지자체는 이를 보장할 책무가 있다. 하나같이 입 모아 외쳐온 인-서울 신화에 모두가 신음하고 있다. 진정 꿈꾸는 삶의 형태를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도, 그 꿈을 펼쳐볼 공간도 마땅치 않은 시대, 이젠 오랜 한국의 신화에 균열을 일으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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