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한 죽음

사진 설명 시작. 단발머리에 흰색 티셔츠, 까만색 정장 자켓을 입은 사람이 카메라를 얼굴에 대고 촬영하고 있다. 사진 설명 끝.

경민(사회 20)

글과 영상을 공부합니다. 사회학은 흥미롭지만 공부는 하지 않습니다.

kyungmin121@snu.ac.kr

  먼지에 뒤덮여 치료를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영상이 소셜미디어 ‘X’에 공유됐었다. 아이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건물 폭격으로 인해 그 잔해에 깔려 있다 구조된 직후였는데, 영상 속의 아이는 3~4살 남짓해 보이는 곱슬머리의 어린 여자아이로 예쁜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나이가 어린데 귀를 뚫었네, 아팠겠다’, ‘팔레스타인은 이슬람교를 믿으니 좀 있으면 이 아이도 히잡을 쓰게 되겠지’ 정도의 생각을 하며 아이의 완쾌를 짧게 빌었고, 스크롤을 내렸다. 그 곱슬머리의 귀를 뚫은 3~4살 남짓의 여자아이는 이틀 뒤, 내출혈로 인해 사망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7일부터 지속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의한 팔레스타인의 희생자 규모는 1만 5천여 명이며, 이 가운데 70%가 어린이와 여성이라고 한다. 이스라엘이 이 70%의 어린이와 여성을 비롯한 민간인들의 죽음을 설명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하마스 세력의 일부다”, 혹은 “하마스의 거점에 있어 불가피하게 죽은 사람들이다.” 

  불가피하다는 곧 ‘피할 수 없다’는 뜻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이 과연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필자는 알지 못한다. 질병에 의한 죽음, 갑작스레 덮친 자연재해에 의한 죽음 등 불가피라는 단어가 수식할 수 있는 죽음들이 몇 떠오르지만 이마저도 확신할 수 없는데, 과연 곱슬머리의 귀를 뚫은 여자아이의 죽음이 같은 선상에서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욱 의문스럽다.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은 어떻게 죽고, 또 어떻게 죽어가고 있길래 그들의 죽음을 불가피하다고 표현하는 것일까?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을 ‘하마스 근거지’로 지목 및 급습한 바 있다. 이들은 병원 급습의 이유로 알시파 병원 지하에 하마스의 광대한 지하 터널망 및 인질이 있을 가능성, 그리고 이에 따른 인질 구출과 하마스의 주요 무기고 및 땅굴을 발견하기 위해 병원 급습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11월 10일부터 이스라엘은 알시파 병원 부근을 에워싸며 폭격 강도를 높였고, 11월 15일 새벽 응급병동에까지 탱크를 들이며 알시파 병원 내부를 급습했다.

  알시파 병원 내부 급습 전 일주일을 살펴보자. 같은 달 3일에는 병원 입구의 구급차들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15명이 사망했고, 60명이 다쳤다. 11월 10일에는 병원 마당의 구호 텐트 사이로 폭탄이 떨어졌고, 공습으로 인한 병원 내 정전으로 인큐베이터 속 미숙아들이 사망했다. 심지어 병원 근처에까지 저격수를 다수 배치해 병원 안팎의 가자지구 주민, 환자, 의사들까지 모두 겨냥한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알시파 병원에 남아있는 국경없는의사회(MSF) 소속 의료진들 역시 MSF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도움을 호소했으며, 팔레스타인에 파견된 MSF 소속 외과의 함마드 오베이드는 연락 두절 이전 “우리는 현재 병원 4층에 있다”, “병원 안에 있는 환자 4명을 공격한 이스라엘 저격수가 있다”, “환자 가운데 한 명은 목에 총상을 당했고, 다른 환자는 복부에 총을 맞았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알시파 병원엔 이날 아침부터 전기도, 물도, 음식도 공급되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홀로 남겨졌다”, “아무도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와 같이 민간인 학살에 대한 현지의 절망감을 음성 메시지로 고스란히 전했다. 

  병원 내부 공습 당일인 15일에는 100명 이상의 특공대원, 탱크 6대, 다수의 불도저가 병원 본관 앞에 진을 쳤다. 알시파 병원 응급실 직원이었던 오마르 자쿠드의 증언에 따르면 이스라엘 군인들은 “피신해 있던 남성들을 발가벗기고 눈을 가린 채 끌고 갔고, 잔인하게 폭행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병원 급습을 통보한 것은 급습 1시간 전. 즉 100명 이상의 특공대원과 6대의 탱크, 다수의 불도저가 들어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시간이었던 것이다. 병원의 의료진, 환자를 비롯한 모든 민간인들이 대피할 시간 역시 단 한 시간뿐이었다. 중환자실의 산소공급기가 필요한 환자도, 인큐베이터 속 산소가 필요한 미숙아도, 그리고 차마 이들을 두고 갈 수 없는 가족과 의료진도, 이들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한 시간이었다. 그 한 시간 내에 대피하지 못해 죽은 이들은 ‘불가피’하게 죽었음을 이스라엘은 주장한다.

  같은 달 4일에는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 캠프에 있는 알파쿠라 학교가 공습을 받은 적 있다. 이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쉼터로 활용되는 공간이었으나, 공습으로 인해 15명이 숨지고 70명 이상이 다쳤다. 이스라엘은 이 공격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살아남기 위해 대피소를 찾았지만, 또 한번 팔레스타인인들은 ‘불가피’하게 죽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전을 예고할 당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자 북부를 공격할 것이니 남부로 피난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밀집된 지역 중 하나인 가자지구인데, 이스라엘이 북부를 폭격한 뒤 북부로 통하는 길을 봉쇄함에 따라 밀집된 가자의 인구 대부분이 또 남부에 밀집돼있는 상태다. 짧은 휴전과 인질 교환 이후 이스라엘은 12월 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를 재개했고, 이번엔 가자 남부의 최대 도시 칸유니스를 타겟으로 삼겠다고 공표했다. 민간인들에게 공격에 대비해 남부 해안가 작은 마을 마와시로 대피하라는 전단을 살포하고 있지만, 이는 서울 여의도의 3배 남짓한 장소이며, 그 어떠한 구호 시설도 없는, 모래 언덕과 야자수뿐인 곳이다. 마치 동물을 우리에 몰아넣듯, 밀집된 곳에서 더 밀집된 곳으로, 그리고 또 더 밀집된 곳으로 사람들을 몰아넣고 있다. 100만 명에게, 여의도 3배 면적에서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뜻이다. 이제 그들은 공격을 당하지 않고도 구호품 고갈로 ‘불가피’하게 죽게 될 것이다.

  이것은 ‘불가피’한 죽음이 맞는가? 

  필자는 이 불가피한 죽음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전쟁 중 민간인의 죽음이 불가피하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이 이해되지 않는다. 병원, 학교, 그리고 대피소를 향한 공격이 불가피했다 정당화하는 이스라엘이 이해되지 않는다. 병원 마당에서 휴식을 취하다 폭격에 휘말린 죽음, 집에서 잠을 자다 하루아침에 폭격으로 건물이 내려앉아 그 잔해에 압사당한 죽음, 살기 위해 피난 간 곳에서 구호 물품이 부족해 도사리는 죽음, 그리고 이 죽음들을 손 놓고 방관하는 세계 주요 국가들이 모두 이해되지 않는다. 

  그렇게 날 괴롭게 하던 문장을 다시 정리해 본다. 곱슬머리의 귀를 뚫은 여자아이는 불가피하게 죽은 것이 아니라, 불가해하게 죽임당한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불가피하게 죽은 것이 아니라, 불가해하게 죽임당한 것이다. 죽음은 주체만이 필요하지만, 죽임은 주체와 객체 모두가 필요한 단어다. 그렇게 주체와 객체를 명시하니 문장이 비로소 완성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불가해하게 죽이고 있다.

  이것은 ‘불가피’한 죽음이 아니라, ‘불가해’한 죽임이다.

 

불꽃놀이

경민

아해야 오밤중에 서성거리면 위험하다 하지 않았느냐

우리는 숨바꼭질 중이니 숨죽여 다시 잠에 들자꾸나

아버지는 소식이 없는 걸 보니 아무래도 술래에게 잡히셨나보다

아니다 아가, 아버지는 괜찮으니 우리라도 이 놀이에서 이겨서

나중에 아버지 만나면 어디에 숨어있었길래 들켰냐며 실컷 놀려먹자꾸나

그러니 오늘도 잘 자렴, 사랑하는 아가

아해야 왜 창문 앞에 딱 붙어 서 있느냐

아, 저 멀리 불꽃놀이가 궁금했나보구나

술래는 아름다운 불꽃으로 숨어있는 아이들을 꾀어내곤 하지

아니다 아가, 아이들은 그렇게 잡히면 술래와 함께 즐겁게 불꽃놀이를 하게 된단다

그치만 사랑하는 어미를 버리고 술래와 불꽃놀이하러 갈 건 아니지?

그러니 오늘도 잘 자렴, 사랑하는 아가

아해야 이제는 혼자 깨어있기만 해도 위험하단다

술래가 불꽃을 점점 가까이서 터뜨리는구나

불꽃에 홀려 어미를 홀랑 떠나버릴까 걱정이 되니 옆에 꼭 붙어있거라

아니다 아가, 저것은 비명이 아니라 술래의 함성소리란다

어미는 이 놀이에서 아가와 두 손 꼭 잡고 함께 이기고 싶구나

그러니 오늘도 잘 자렴, 사랑하는 아가

아해야 불꽃놀이 소리에 잠이 깨었구나

내 귀를 막아줄 터이니 어미 품에 쏙 들어오거라

다른 것은 보지 말고 아름다운 불꽃만 보렴

술래가 우리 아가 어여쁘다는 소문 듣고 코앞까지 찾아왔구나

아니다 아가, 혹 깊은 잠에 들면 못 본 체 지나갈 수도 있지 않겠느냐?

오늘은 정말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잠에 들어보자꾸나

그러니 오늘도 잘 자렴, 사랑하는 아가

아해야 새끼 걸고 약속해다오 

오늘 밤은 절대 중간에 깨지 않고

함께 평화롭고 긴 잠을 자는 것으로

이 어미 손 절대 놓지 않겠다고

아니다 아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쉬, 이제 정말로 잘 시간이다

그러니 오늘도 잘 자렴, 사랑하는 아가

잘 자렴, 사랑하는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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