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삶에서 작은 것들을 쉽사리 지나친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어린 왕자』 속 말처럼, 곁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그 처음의 마음대로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곁에 오랫동안 머무를수록 익숙해지고 감각에서 잊히기 때문이다.

『너를 위한 짧은 위무: 모르고 지나쳤던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 전시 전경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관정관 1층 관정 갤러리에서 2023년 7월 24일부터 9월 8일까지 『너를 위한 짧은 위무: 모르고 지나쳤던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 전시가 진행됐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삶에서 지나쳤던 사소하고 작은 것들을 능동적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을 포착한 전시 작품들은 모두 서울대 순수미술 동아리 ‘미동(美童)’의 학생들이 직접 제작했다. 전시에서는 학생들의 미술작품 14점과 전시 관련 도서 5권을 만나볼 수 있다.
임예연 학생의 「전신주」는 일상 속 아무렇지 않게 매일 스쳐 지나오는 집 근처 전신주를 그렸다. 파스텔의 색감과 함께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다. 항상 지나는 길 위의 전신주가 낯설게 보이는 순간, 저 선들과 전파가 어디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고민의 과정은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시발점이 되고, 일상 속 사소했던 것들은 더 이상 사소한 게 아닌 듯 다르게 보인다.
내가 있기에 일상은 존재한다. 그러니 일상이라는 단어 속에 ‘나’라는 존재는 빠질 수 없다. 그렇다면 나의 현재 모습은 어떻게 완성되는가. 무질서하지만 조화롭게 쌓인 종이들의 콜라주 작품인 주민규 학생의 「증환(sinthome)」은 이 물음에 ‘나’는 모든 순간의 집합체라 답한다. 주체가 하는 행동과 생각들이 특수한 흔적을 남기고, 흔적이 모여 다시금 주체를 이룬다. 그 모든 시간이 합쳐지면 내가 된다는 것이다.
작품들과 함께 진열된 도서 5종은 『영원의 철학』, 『깊은 강』, 『이 시대의 아벨』, 『뜻밖의 화가들이 주는 위안』, 『크로스로드』다. 5권의 책은 작품과 어우러져 전시의 완성도를 높인다. 책은 공통적으로 ‘나’에서 나아가 ‘남’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고 소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인이 아닌 사회를 돌아볼 때, 또 주변을 돌아볼 때 비로소 우리는 일상의 그 소중함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아주 작은 갤러리에서 진행되지만, 그 전시가 보내는 위무는 전시장의 크기를 훌쩍 넘는다. ‘너를 위한 짧은 위무’라는 전시 제목처럼 작품 하나하나에서 일상을 새로이 바라보고 짧은 위무를 얻어갈 수 있는 시간이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