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不意)의 임신을 한 여성에게는 두 선택지가 주어진다. 임신을 유지하거나, 중지하는 것이다. 여성은 건강, 경제적 부담, 파트너와의 관계와 같은 개인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산 여부를 선택한다. 국가는 이 과정에서 여성이 임신과 출산, 즉 재생산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올바른 판단을 자유롭게 내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한국에서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합법적으로 임신중지를 할 수 있게 됐으나, 대체 입법의 부재와 유산유도약 ‘미프진’의 도입 무산 등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존재한다. 안전하게 임신중지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국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낙태죄 입법공백,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들

임신중지할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 ©〈APNews〉
2022년 6월 24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1973년 1월 22일 미 연방대법원이 수정헌법에 의거해 임신을 중지할 권리가 여성의 사생활에 대한 권리에 포함됨을 인정한 판결이다. 허나 미 연방대법원은 작년 6월 이를 뒤집는 ‘돕스 대 잭슨 여성 보건 기구’ 판결로 미국 헌법이 임신중지권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개별 주들이 임신중지권을 제한할 수 있게 됐다.
임신중지권이 위기에 처한 것은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4년 전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낙태죄가 공식적으로는 사라졌지만, 대체입법 및 임신중지 관련 사후 논의가 부재한 현실 속에서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4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에는 ‘낙태죄’가 존재했고, 임신중지는 매우 제한적인 사유로만 허용됐다. 의학적 문제와 강간 이외의 사유로는 여성이 합법적으로 임신을 중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낙태죄가 사라졌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 등에 대한 위헌소원 재판에서 자기낙태죄 조항의 헌법불합치가 선고됐고, 유예기간 동안 대체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아 효력이 상실됐다.
헌법불합치의견에는 ‘태아는 임신 22주 내외부터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며 이 이전의 시기에는 여성에게 임신을 중지할 결정권을 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독자적인 생존을 할 수 없는 기간의 태아가 독립적인 생명권의 주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여성이 임신을 유지한다는 것은 단순히 임신을 중지하지 않는 행위가 아니다. 임신의 유지는 임신 상태인 여성의 노력이 없으면 지속이 불가능한 행위이므로, 태아를 여성과 분리해 볼 수 없는 것이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서는 현행 모자보건법이 허용하는 임신중지 사유에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판결문에는 ▲학업이나 직장생활 등 사회활동의 지장을 우려하는 경우 ▲소득이 충분하지 않거나 불안정한 경우 ▲자녀가 이미 있어서 더 이상의 자녀를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 ▲상대 남성과 교제를 지속할 생각이 없거나 결혼 계획이 없는 경우 ▲혼인이 사실상 파탄에 이른 상태에서 배우자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알게 된 경우 ▲결혼하지 않은 미성년자가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 등이 임신중지가 필요한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여성에게도 임신중지를 선택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언급됐다.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후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 법안을 발의할 것을 요구했다. 낙태죄의 효력을 즉시 제거하면 사회적인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국회가 이를 보완하는 법안을 만들 시간을 준 것이다. 여러 국회의원이 개정안을 발표했고, 2020년 10월 보건복지부도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세부 조항에 대한 엇갈리는 주장 탓에 시효 기한까지 입법 지연이 계속됐다.
개정안의 쟁점은 다양했으나 임신중지 최대 주수에 대한 논쟁이 그 중심에 있었다. 임신중지가 허용되는 최대 주수를 규정해야할 지, 규정한다면 몇 주를 최대 주수로 할 지를 두고서 공방이 이어졌다.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의견에서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22주 이전의 임신중지를 합법화할 것을 권고했다. 낙태죄가 사라지기 전에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임신 24주 이전의 여성에게 임신중지를 허용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고려해 임신 14주 이전에만 조건 없이 임신중지를 허용하고, 14주 이후 24주 이전의 경우에는 합당한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을 때만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제시했다.
여성의 건강과 생명 윤리를 이유로 임신중지 허용 최대 주수를 이보다 더 짧게 설정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최안나 산부인과 낙태법특별위원회 간사는 2020년 12월 진행된 낙태죄 개정 관련 공청회에서 “태아는 임신 10주까지 대부분의 장기와 뼈가 형성되고 낙태는 태아가 성장할수록 과다출혈과 자궁 손상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며 10주 이상 유지된 임신을 중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슬기 산부인과 전문의는 2020년 10월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빨라야 임신 7~8주에 임신 확인을 위해 병원을 찾는다’며 짧은 임신중지 허용 주수 설정의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또한, 가정폭력으로 감금당한 여성,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임신을중지하기 위해 학대 상황을 증명하는 자료가 필요한 미성년자와 성폭력을 당하고 임신했으나 이를 자각하지 못한 장애 여성의 사례를 들며 임신중지 허용 최대 주수를 제한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취약한 상황의 여성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준다고 주장했다. 대체법안에서 임신중지 허용 최대 주수를 제한하다면 권리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향이 아니라 다시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늦은 임신중지에 대해 의료적 위험성이 제기될 순 있으나, 임신을 늦게 중지하려는 여성의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지 못하는 일률적인 주수 설정이 대안이 될 순 없다. 임신중지 허용 최대 주수를 제한하기 위해 임신중지를 처벌하는 조항들을 유지하고, 임신중지의 허용조건을 제한적으로 추가하는 것 또한 임신중지의 비범죄화 및 낙태죄 폐지의 취지에 어긋난다.
임신중지에 대한 의료인의 선택권도 개정안의 쟁점 중 하나였다. 보건복지부의 개정안에는 의료인의 개인적 신념에 따른 임신중지수술 거부권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행법상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는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 그럼에도 임신중지수술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진료거부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임신중지수술이 다른 의료행위보다 비윤리적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반영돼 있다. 의료인에게 임신중지수술을 거부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면 여성이 임신중지수술을 받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논쟁의 성과 없이 결국 대체법안은 제정되지 않았고 2021년 1월 1일 낙태죄는 효력을 잃었다. 임신중지는 비범죄화됐으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합의와 국가의 가이드라인 부재로 낙태죄 효력 상실 이전의 문제가 사라지지 않은 채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정확한 변화를 내놓은 법률 지침이 없다보니 병원에서 자의적으로 임신중지 조건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마다 제시하는 임신중지 주수 제한이 달라 혼란을 겪거나 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2021년 4월 〈여성신문〉에서 7곳의 산부인과에 임신중지수술이 가능한 최대 주수를 문의한 결과, 최대 주수는 5주부터 24주까지 다양했다.
더 이상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임신중지수술을 위해 제 3자의 동의를 구하는 병원도 있다. 병원에서 파트너의 동의를 요구한다면 파트너가 여성의 의사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반대하거나 잠적하는 경우에는 여성의 임신중지권이 보장되지 못한다. 미성년자의 임신중지수술에 보호자의 동의를 무조건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보호자의 동의를 받기 어렵거나 보호자에게 알리기를 원하지 않는 미성년자는 임신중지수술을 받기 어렵다.
낙태죄 폐지 4년, 그리고 입법 공백 3년. 여성단체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여전히 대체입법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여성에게는 자신의 임신중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위험성과 필요성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권리, 그에 따른 선택을 존중받고 지원받을 권리, 그리고 충분히 안전한 환경 속에서 임신을 중지할 권리가 있다. 정확한 가이드라인 없는 입법 공백 상태로는 이러한 권리를 보장할 수 없다. 임신중지권의 제한보다는 보호를 위한 논의를 중심으로 대체 입법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유산유도약 ‘미프진’

임신중지권 법적 보장의 또 다른 사각지대는 유산유도약 도입 문제다. 유산유도약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은 임신중지 방법의 또 다른 선택지다.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상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호르몬을 차단해 임신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한다. 임신중지 수술에 비해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는 비교적 독립적이고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또 미프진은 10만원 이내로 구할 수 있어, 수십에서 수백만원에 달하는 임신중지수술에 비해 접근성도 높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미프진을 사용해 임신을 중지할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허가를 받지 못한 불법 의약품이기 때문이다. 미프진을 한국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대약품은 2021년 7월 미페프리스톤을 성분으로 하는 ‘미프지미소’에 대해 수입의약품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식약처가 이에 대해 두 차례 자료 보완을 요구하자 2022년 12월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여성들은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를 선택하고 있다. 202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임신중지수술이라는 합법적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법인 유산유도약을 선택한 이유는 ▲임신중지수술 관련 제도의 미비 ▲저렴한 가격 ▲약물적 방법에 대한 선호 등이었다. 임신중지수술이 여성에게 최선의 대안이라 하기에는 비용, 인식과 관련 정보의 제공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선 미프진이 더욱 여성에 친화적인 선택지라는 것이다.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는 경제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현재 임신중지수술은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명시된 사유로만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강간 혹은 준강간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의 임신 ▲모체의 건강을 해치는 임신 ▲본인이나 배우자의 질환 등으로, 매우 협소하고 제한적이다. 이 외의 임신중지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싼 가격에 이뤄지므로, 현행 규정으로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을 비롯해 원치 않은 임신의 중지를 원하는 여성 모두를 보호하지 못한다. 작년 6월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낙태에 관련된 진료들 모두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와 같이, 임신중지를 위한 경제적 지원의 필요성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물론 임신중지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만으로 임신중지 제도가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다. 건강보험 적용으로 임신중지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는 있지만, 건강보험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임신중지 수술을 받았다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 여성에게는 임신중지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 탓에 기록이 남는다는 것이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않아도 충분히 저렴하기 때문에,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가 선호되기도 하는 것이다. 또 보편적으로 수술보다는 약물을 통한 의료적 처치가 더 선호되는 이상, 임신중지 역시도 수술보다는 약물이 선호될 수밖에 없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임신중지 방법이 있다면, 제도는 그 선택을 존중하도록 변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유산유도약 미프진은 안전한 약품일까? 물론 우려되는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학도서관의 의학백과사전 『메드라인플러스』에 따르면, 미페프리스톤은 ▲점상질출혈 ▲근육경련 ▲골반통 ▲가려움 ▲분비물 ▲두통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약 80개의 국가가 미페프리스톤을 이용하는 임신중지를 허용하며, 세계보건기구(WHO)도 미페프리스톤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WHO에 따르면 미페프리스톤의 사망률은 약 0.00063%다.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 후에 입원, 수혈 또는 감염과 같이 ‘사망까지는 아니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도 0.1%에서 0.7% 사이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 2020년 자연적으로 출산한 산모의 사망률은 0.0118%로 오히려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에서 예상되는 사망률보다 높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동근 사무국장은 미페프리스톤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 “모든 의약품은 부작용이 있다”며 “미페프리스톤의 필요성에 비해 부작용은 우려할 정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페프리스톤이 자궁 외 임신을 중지할 수 없다는 점과 미페프리스톤을 복용했음에도 임신중지에 실패할 경우 태아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미페프리스톤 복용 전후에 의사의 진료가 병행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올해 1월 FDA가 작성한 「임신 10주 동안의 미페프리스톤을 이용한 임신중지에 대한 질문과 답변」에 따르면, 의사에게 임신에 대한 검진과 진료를 받는다면 본인이 자궁 외 임신을 했는지 알 수 있으므로 미페프리스톤 복용의 적합성을 판단할 수 있다. 미페프리스톤 복용 후 의사가 임신중지가 완전하게 이루어졌는지 진단하는 과정을 의무화한다면 임신중지가 실패했을 경우에도 임신중지수술을 받는 등 다른 의료적 처치를 이어가면 된다. 이동근 사무국장은 “임신중지가 실패할 수 있다는 이유로 미페프리스톤을 허가하지 않는 것은 피임이 실패할 수 있다는 이유로 콘돔을 허가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일본 등 미페프리스톤을 허용하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의사의 진료와 처방 하에 약을 복용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윤정원 산부인과 전공의의 이슈페이퍼 「건강권으로서 낙태 및 피임의 권리를 다시 생각한다」에 따르면,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는 임신 7주 이전까지 수술적 방법보다 안전하다. 약물을 통한 임신 중지 방법이 더욱 안전하고 여성 친화적이기에, 미프진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미프진의 필요성과 안전성이 분명함에도 도입이 지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된 현대약품의 품목허가 신청 자진 철회 이후 식약처는 미프진의 안전성에 대해서 뚜렷한 입장을 내놓은 바 없다. 식약처가 현대약품에 요청한 두 차례의 자료 보완이 미프진 도입을 보류하려는 목적에서 이뤄졌다는 주장도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서영 기획팀장은 작년 12월 ‘유산유도제 도입 신청 철회, 정부 책임 규탄 기자회견’에서 “식약처는 유산유도제 허가신청을 한 제약사측의 자료제출이 미비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며 “해외에서 이미 수십년간 안전하게 사용돼 온 임신중절약에 대해서만 유독 허가를 미뤄온 경위에 대해서 보다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프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미프진의 허가가 지연되고 있는 것을 식약처의 정당한 검증 절차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식약처의 허가가 없어 국내에서는 합법적이고 공식적인 경로로 유산유도제를 구할 방법이 없고, 그에 따라 복용 과정에서 의료적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현재의 상황은 여성의 건강에 더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두의안전한임신중지를위한권리보장네트워크’는 작년 9월 ‘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 및 유산유도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임신중지를 시도하는 많은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비공식적으로 유통되는 약을 구할 수 밖에 없다”며 이들이 “가짜약일지도 모르는 품질과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의료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했다. 검증되지 않은 구입 과정에서부터 약의 성능, 전문화되지 않은 복약지도 전반이 여성에게 위협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프진을 처방받아 복용할 수 있는 합법적경로의 부재에 따른 사각지대의 형성은 미프진 허가에 대한 판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음을 시사한다.
여러 이유에서 불의의 임신은 일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여성이 임신한 자신의 몸에 대한 충분한 선택권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낙태죄 대체입법과 미프진의 도입은 이를 보장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당장 내일부터 임신중지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나 사회적 낙인이 사라질 것을 바라기는 어렵다. 하지만 원치 않은 임신을 중지하려는 여성을 외면하는 지금의 상황이 이어지는 것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 여성이 안전하게 임신을 중지할 수 있도록 임신중지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