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사랑하면서

  문화부 기사는 기자의 관심사가 주제 선정에 미치는 영향이 큰 편이다. 기자가 어떤 문화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어떤 문화계 이슈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작품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지에 따라 각 호에 실리는 문화부 기사가 달라진다. 177호에는 내 고민이 가득 담긴 기사를 실었다. ‘이렇게나 글쓰기를 힘들어하는데 계속해왔다는 이유만으로 진로를 결정해도 되나’, ‘공연 비평을 꾸준히 써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남기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두 가지 큰 고민이 이번 호에 실린 ‘캠퍼스라이프’ 코너 ‘사랑하는 마음을 기록하고, 모으고, 나누다’를 기획한 시작점이었다.

  부러움과 질투심으로 인터뷰이를 찾았다.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대학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미래도 좀 감을 잡아보고 싶었다. 어쩌면 “기자님도 할 수 있어요”라는 싱거운 위로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한 인터뷰이가 “시작하지 않으면 결과를 알 수 없다”고 말했을 때, 갈팡질팡하던 머릿속에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 누군가에겐 뻔한 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실제로 좋아한다는 마음을 실천으로 옮겨 결과물을 내본 사람의 말이기에 믿음이 갔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문화부 새 코너를 밀어붙였다. ‘미련(美練)’, 아름다울 미, 익힐 련. 한자 뜻 그대로 기자들이 익힌 아름다움을 독자와 나눈다는 의미이자, 다른 코너에 싣지 못한 문화 콘텐츠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짧게 소개한다는 의미다. ‘미련’에서는 기자들이 읽고, 보고, 체험한 문화 콘텐츠를 짧게 소개하고, 학내의 문화 예술을 독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기자들이 마음껏 사랑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마련한 지면에 모두가 충실히 애정을 표현했다.

  문화부장은 일을 벌여 놓은 채 떠난다. 4월부터 스페인에서 교환학생으로서 시간을 보낸 뒤 2학기에 다시 <서울대저널>로 돌아올 예정이다. 저널과 잠시 이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177호를 만들게 됐다. 초고를 공들여 쓰고, 어느 때보다도 데스킹에 열과 성을 쏟고, 마감 기간엔 편집실을 지켰다. 사랑하면 다 퍼주고 싶다고들 하지 않나. 사랑해 마지않는 저널에 사랑하는 마음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기자는 질문하는 직업이다. 177호를 만들 때도 인터뷰이에게, 나에게, 그리고 <서울대저널> 동료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돌아보니, 그 질문들엔 내 고민이 담겨있었다. 어떤 문제는 해결됐지만 답을 찾지 못한 문제들은 여전히 나를 괴롭히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177호만 하고 교환학생을 가도 되나’, ‘4학년이나 돼서 교환학생을 가는 게 맞나’, ‘이렇게 늦게 졸업해도 되나’, ‘기자는 과연 내게 맞는 직업일까’ 등 스스로와의 인터뷰에서 답해야 할 질문이 아직 많이 남았다. 감사하게도 <서울대저널> 기자로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울대저널> 동료들의 애정 어린 조언을 받으며 고민을 하나하나 지워나가고 있다. <서울대저널>을 사랑하면서, 그리고 다시 만날 180호를 기대하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질문하고, 또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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