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늙은 개에게

정우열의 『노견일기』 시리즈(2019)
사진 설명 시작. 책으로 발간된 노견일기 6권의 표지가 나열되어 있다. 표지 앞에는 주인공
정우열의 『노견일기』 단행본 전권 표지 ⓒ알라딘

  지난 2월, 연재 6년 차에 접어든 웹툰 정우열의 『노견일기』 시리즈가 완결했다. 나이 든 강아지와 주인의 일상을 담은 만화가 끝을 맞이했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큰 상실이 찾아왔음을 의미한다. 반려견을 잃은 이들은 ‘무지개다리’와 ‘강아지별’이란 말로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려 하지만, 닥쳐올 상실이 깊고 어두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지금은 반려동물 양육 인구 천만 시대. 대한민국 오 분의 일은 위험이 도사린 사랑을 하고 있다. 삶에 밀착한 죽음까지도 떠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그런 사랑을.

  15살 된 강아지 ‘풋코’의 건강이 부쩍 나빠졌다. 이번이 풋코의 마지막 겨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주인’은 늙은 개의 요양을 위해 제주도로 이사한다. 그렇게 『노견일기』가 시작된다. 아픈 개를 보며 마냥 한탄하기보다, 주인과 노견은 담담하게 둘만의 일상을 보낸다. 바다를 걷거나 애견 동반 카페를 가거나 친구를 만난다. 그럼에도 둘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꾸 마음 한구석이 시리다. 함께해온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함께할 시간은 줄어드는 모래시계를 보는 것만 같아서다.

  키우는 개가 몇 살이냐는 물음이 달갑지 않은 시점이 온다.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풋코의 건강은 확연히 나빠지기 시작한다. 풋코의 삶도, 주인의 삶도 이전의 일상에서 더더욱 멀어진다. 「풋코 사용설명서 ver 19.3」 에피소드는 온종일 누워 끙끙 앓고, 배변 실수까지 잦아진 풋코의 모습을 나열한다. 주인은 온종일 간병인처럼 지내다 잠깐이라도 자리를 비워야 할 땐 불안감을 느낀다. 혹시 그새 멀리 떠나버리면 어쩌나 싶은 마음이 든다. 노견을 보살피는 시간은 초조와 걱정으로 차 있지만, 기저에는 거대한 애정이 있다. 벌써부터 차오르는 눈물과 그리움을 덜어내려 노력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작중 늙은 고양이를 떠나보낸 한 지인은 이렇게 말한다. “우린 왜 이러는 걸까요? 누가 억지로 반려동물 키우라고 한 것도 아닌데, 굳이 키워가지고 결국 떠나보내고 고통받네.” 이에 답이라도 하듯 다른 에피소드에서 주인은 이별의 배울 점에 대해 말한다. “이별의 순간이 닥쳤을 때,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상대방이 내게 어떤 존재였는지 깨닫는다”는 것. 헤어지기 직전임을 체감하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매분 매초를 흘림 없이 담아두려 애쓰기 시작한다.

  풋코와 주인은 피할 수 없는 상실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그 과정이 슬픔으로 가득 찬 것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슬픔을 가까이 둔 다른 이들도 꿋꿋이 함께 일상을 보내는 둘의 모습에 줄곧 따듯한 응원을 보내며 그 과정을 마음으로나마 함께한다. 이별은 평생 익숙해질 수 없는 일 중 하나지만, 우리는 이별을 마주하고 그 이후까지도 겪어야만 한다. 작별이 사랑의 완결은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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