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 ‘스스로 준비하는 죽음’을 의미하는 웰다잉(Well-dying)은 죽음을 피하기보다 삶을 되돌아보고 부정적인 인식을 뒤집어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웰다잉 문화를 만들어가는 청년들은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죽음을 만들어가고 있을까. 영정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진작가 홍산과 웰다잉 서비스 기업 ‘메멘토’ 신동경 대표를 만나 웰다잉에 관해 얘기해봤다.

홍산 사진작가
사진으로 죽음을 말하다, 영정사진 프로젝트
영정사진 프로젝트와 본인 소개를 부탁드려요.
사진작가 홍산입니다. 영정사진 프로젝트는 죽음에 관한 인식을 바꾸고자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한국 사회가 죽음을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할 만큼 죽음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했어요. 사진이라는 언어를 통해 죽음을 말해보고 싶었습니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스튜디오를 찾나요?
나이대가 굉장히 다양해요. 취지에 공감해서 와주신 젊은 분들도 있고 실제로 사용할 영정사진을 준비하러 오시는 어르신들도 계십니다.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사진이 장례식장에 걸렸으면 좋겠다고 찾으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촬영 전 유서를 작성하는 모습. 자유로운 형식으로 쓸 수 있다.
촬영 전 유서를 작성하게 하신다고 들었어요.
단순한 사진 촬영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어요. 유서를 통해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심각하기보단 편안한 분위기에서 본인을 돌아보고 죽음에 관해 생각해보는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영정사진을 찍는 모습

찍은 사진은 편집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연출된다.
영정사진을 촬영하시는 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시나요?
각자 살아온 삶에 따라 다른 마음가짐으로 사진을 찍는 것 같아요. 하지만 공통적으로 일상에서 벗어나 삶을 돌아보며 매 순간을 소중히 살아가게 됐다는 반응을 보이십니다. 생각보다 인생을 되돌아볼 시간이 많지 않거든요. 죽음을 통해 남은 인생을 준비하고 삶의 주인인 자신을 사랑하게 됐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영정사진을 찍을 때 웃는 표정도 주문하시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직된 표정을 짓는 전형적인 영정사진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대부분 카메라가 낯설어 어색한 표정을 짓더라고요. 자연스러운 표정을 포착하고자 웃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찾아오신 분도 웃는 표정을 지으니 죽음에 더 편안하게 접근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자신의 장례식이 슬프지 않길 원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원하는 대로 밝은 모습으로 마지막을 담을 수 있도록 웃는 사진을 찍곤 합니다.

무표정으로 찍은 영정사진

웃는 표정으로 찍은 영정사진
청년들의 죽음에 대한 태도가 어떻다고 생각하나요?
과거와 많이 바뀌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죽음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청년들이 많아요. 그래도 죽음에 대해 고민하면서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더 많은 청년이 웰다잉을 준비할 수 있도록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죽음은 무엇일까요?
삶에 미련이 없는 죽음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웰다잉을 위해 크고 작은 결정에 있어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내리고자 노력하고 있답니다. 여러분도 현재를 소중히 여기면서 행복한 마무리를 맺길 바랍니다.

메멘토 기업 신동경 대표
잘 살기 위해 죽음을 고민하다, 웰다잉 서비스
웰다잉 서비스와 본인 소개를 부탁드려요.
웰다잉 서비스 기업 ‘메멘토’ 대표 신동경입니다. 웰다잉 서비스는 모든 사람이 죽음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아직 웰다잉 인식이 자리 잡히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편하게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웰다잉 서비스 기업을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웰다잉의 중요성을 퍼뜨리고 싶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갑작스럽게 지인의 죽음을 경험했는데, 저와 유족이 그분을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지 못해 아쉬웠어요.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겠더라고요. 비슷한 상황에 놓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창업하게 됐습니다.

웰다잉 대화 카드 ‘함께 기억’

카드의 질문에 따라 죽음에 대한 생각을 가져본다.
웰다잉 서비스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처음 목표는 유족분께 고인의 이야기를 전달해 고인과 유족 모두를 위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고인이 사전에 전달할 이야기를 남기는 경우가 많지 않더라고요. 남겨진 사람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죽음을 준비하고 인생을 반추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사업 목표는 사용자가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면서 위로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웹사이트에서 웰다잉에 관한 생각을 기록 및 정리한다.

카드가 놓여있다. 카페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함께, 기억> 카페에 초대합니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 설명 끝." width="1000" height="750" style="width:1000px;height:750px;vertical-align:middle;" />
‘죽음 카페’에서 편안하게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카드들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담은 컵받침이 테이블에 놓여있다. 사진 설명 끝." style="vertical-align:middle;" />
웰다잉 관련 컵받침, 카드 등이 제공된다.
웰다잉 서비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용자들이 죽음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메멘토 웹사이트에서 장례 형식이나 절차, 버킷리스트 등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웹서비스를 진행했습니다. 일상에서 죽음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웰다잉 대화 카드 ‘함께, 기억’을 제작했고, 3주 동안 우편으로 자신의 유언집을 만들 수 있는 ‘청춘 유언’ 서비스도 제공했습니다. 방문한 이들과 함께 음료를 마시며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죽음을 주제로 한 질문이 적힌 컵받침을 제공하는 ‘죽음 카페’도 운영했답니다.
웰다잉 서비스를 체험하는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거의 모든 분들이 만족스러워합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분이 많거든요. 죽음에 편안하게 다가가면서 삶을 돌이켜보고 자신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해요. 서비스가 끝나고 삶을 정리할 수 있는 보람찬 시간이었다는 진심 어린 소감을 들려주신 분도 많아요.

웰다잉에 관한 영상을 시청하고 자유롭게 대화한다.

‘청춘 유언’ 서비스에서 제공되는 편지ⓒ메멘토

세트 상품 판매 중 (100개 한정수량)’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그 아래에 ‘대화카드 구매시 아메리카노 무료 증정’이라는 설명이 덧붙어있다. 사진 설명 끝.” width=”1000″ height=”750″ style=”width:1000px;height:750px;vertical-align:middle;” />
음료를 마시며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웰다잉 서비스를 찾는 청년들이 늘어났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죽음을 삶과 독립적인 사건으로만 보기 어렵잖아요. 그런 만큼 죽음을 준비하는 건 자신의 인생을 고민하고 행복하게 그려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남은 인생을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해 웰다잉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죽음은 무엇일까요?
후회 없는 삶이 좋은 죽음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살아있다고 느끼고 현실에 최선을 다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죽음이 남겨진 사람에게 무거운 책임으로 남지 않았으면 합니다. 좋은 사람과 헤어진다는 가벼운 아쉬움의 감정만을 남긴 채 떠나는 것이 좋은 죽음이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