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는 올해의 제 여름을 기억할 수 있게 해줄 두 개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독자분들이 제 여름의 조각을 읽어주실 생각을 하니 설렙니다. 이번 기사를 쓰는 시간은 제가 어렴풋이 연결된 세계에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지난 여름, ‘묻다’ 코너의 글감이 된 대면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처음 참여했습니다. 온몸을 무지갯빛 장신구로 꾸미고 비를 맞으며 친구들과 박장대소하던 광장의 해방감에 여름 내내 머물다, 축제 조직위원장 홀릭님을 만났습니다. 위원장님께서는 제게 왜 축제 전이 아닌 이후에 기사를 쓰시냐 물으셨습니다. 다른 언론들은 대부분은 축제 전에 인터뷰를 요청하셨다면서요. 그때는 마침 기사를 쓸 기회가 생겼을 뿐 별 이유가 없다고 답했지만, 인터뷰 후 사진을 고르고, 녹취록을 듣고, 기사를 쓰며 비로소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위원장님과의 인터뷰를 기록하는 작업은 저의, 그리고 광장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다른 누군가의 여름 조각을 기록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내가 함께하고 애착을 가졌던 순간이었기에 더 마음을 담아 취재하고 기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말을 걸어 보고 싶었던 세계에 불쑥 얼굴을 내밀어 인터뷰를 요청하고, 그곳에 온몸을 푹 담그고 있는 분들의 말씀을 들으며 개인으로서 많이 배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이런 문제를 잘 정리하여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될까 하는 마음에 움츠러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역량이라면 이미 말과 글로 문제를 알리고 계신 전문가분들께나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제게 녹조 기사를 준비하며 만난 한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기자님이 제게 인터뷰 요청을 해주신 것이 하나의 희망이에요.” 교수님께서는 요청받은 인터뷰 중에 제 인터뷰 요청 수락을 가장 먼저 했다며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주체들이 새로운 관점으로 논의를 확장할 때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 한마디 덕에 저는 용기를 내 기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완성한 기사를 보면 스스로의 부족함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요.
기사를 준비하며 마주한 여러 순간이 자꾸만 더 많은 세계에 말을 걸어보고 싶게 합니다. 또 그렇게 자꾸 말을 걸다 보면 제가 만나본 세계를 많은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집니다. 함께 만나보자 말하고 싶어집니다. 저널에서의 말 걸기는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그만두게 되지만, 제 말 걸기의 여정은 계속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게 지면을 내어준 저널에게, 기사를 함께 만들어준 동료 기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 어딘가에서 서로에게 말을 걸어주며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