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지만 ‘부모’인 이들이 있습니다

킹메이커 배보은 대표에게 청소년 부모의 자립 실태를 묻다

  ‘청소년’과 ‘부모’는 낯선 단어의 조합이다. 청소년이 부모가 된다는 상상이 허락되지 않는 사회에서 ‘사고 친 애들’로만 불렸던 청소년들은 지난해 3월 청소년복지지원법의 개정을 통해 ‘청소년 부모’라는 이름을 얻었다. 개정 법안은 청소년 부모를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 모두 24세 미만 청소년인 사람’으로 정의했다. 이로써 청소년 부모를 분류해서 지원할 법적 근거가 처음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2016년부터 청소년부모지원단체 ‘킹메이커’를 운영해온 배보은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청소년 부모는 어떠한 어려움을 마주하며, 이들을 위한 지원제도에는 어떤 한계가 있을까. ‘킹메이커’ 배보은 대표에게 청소년 부모의 자립 실태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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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 배보은 대표

미혼모·한부모 지원단체에 비해 청소년 부모만을 지원하는 단체는 생소하다. ‘킹메이커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2015년에 자원봉사 활동으로 위기 청소년 캠프를 방문했을 때 임신한 청소년들을 많이 봤다. 임산부의 몸으로 집 없이 거리를 배회하고 밥도 며칠씩 굶는 등 상황이 매우 열악했는데, 대부분 아이 아빠가 있었기에 국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청소년 ‘한부모’만 한부모지원법으로 지원했었기 때문에, 아이 아빠와 헤어져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른 나이에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외면받아 원가족과 주변인들의 지지나 도움도 없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뛰어들게 됐다.

 

청소년 부모의 자립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나?

  우선 청소년 부모에겐 임신부터가 위기다. 준비되지 않은, 축하받지 못하는 임신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임신 사실을 숨기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임산부 몸에 맞는 영양 관리도 못 한다. 본인부터 임신 사실에 주눅이 들기 때문에 육아용품을 준비하거나 각종 정보를 찾아보면서 출산을 체계적으로 준비하지도 못한다. 스트레스와 영양 문제가 크다 보니 8개월 만에 덜컥 조산을 하는 경우도 많다. 출산 신호가 와도 10개월이 안 됐다는 이유로 인지를 못 하다가 집에서 긴급 출산을 하기도 한다. 아이 엄마뿐 아니라 아이의 건강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안전한 출산을 위해 국가가 임신 때부터 청소년 부모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주거 또한 큰 문제다. 안정적인 거주지는 아이 양육을 위해 정말 중요하지만, 청소년 부모들은 집을 구하기가 어려워 찜질방이나 모텔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더러는 가출 청소년들에게 숙식을 제공해주는 대가로 성착취를 일삼는 ‘헬퍼’에게 가기도 한다.

 

  청소년은 법적 능력이 없어 부모 동의 없이는 주거 계약을 할 수 없다. 그런데 청소년 부모 대부분은 가정불화나 학대 등을 겪어 원가족 지지 기반이 약하기에 부모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 당연히 경제적 지원을 받기도 힘들어 최소한의 주거 보증금도 마련하기 어렵다. 겨우 목돈을 마련하고 부모님 동의를 받았다 해도 계약을 해주지 않는 집주인들이 많다. 어렵사리 계약을 해주는 곳은 대개 말도 안 되는 계약 조건을 단다. 보증금 없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월세를 내게 하거나,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도록 주소 이전을 못 하게 하는 식이다. LH 임대 등 사회적 지원 체계를 이용하기도 어렵다. 민간 주거 계약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꽤 높은 데다, 청소년이 혼자 하기에는 신청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원가족 지지의 부재는 아이 양육에도 큰 장애가 된다. 청소년 부모 본인도 부모의 사랑을 받아본 기억이 없거나 원가족과 불화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본인이 부모가 되어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더구나 청소년으로서 공부도 계속하고 진로도 탐색하는 동시에 아이를 양육해야 하므로 달성해야 하는 과업이 폭증한다.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다.

 

청소년 부모는 부모이기 이전에 청소년이다. 청소년이라는 특성 탓에 가중되는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

  아무래도 법률적 능력이 제한되는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가중된다. 미성년자는 부모 동의 없이 도시가스 계약도, 인터넷 개통도, 부동산 계약도, 주소 이전도 할 수 없다. 특히 주소 이전은 모든 사회보장제도의 기본이라 불가능할 경우 큰 문제가 된다. 주소를 이전하지 않으면 거주지의 주민센터를 이용할 수 없어 지원금을 신청할 수도, 필요한 행정 서류를 작성할 수도 없다.

 

  자립과 양육을 위해 필요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역시 큰 어려움이 된다. 대부분의 청소년 부모들은 도시가스비는 어떻게 내는지, 양육 수당은 어떻게 신청하는지, 가족관계증명서는 어떻게 떼는지 모른다. 도와줄 사람도 없어 막연하게 유튜브를 찾아보다 잘못된 정보를 얻곤 한다. 그렇기에 주거·생활·재정 관리에 전반적으로 서툰 것이다. 피임과 출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다. 원치 않았던 둘째 임신으로 좌절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청소년 부모에게 따라붙는 사고 친 철없는 애들이라는 사회적 편견 역시 자립을 방해할 것 같다. 편견과 낙인이 발목을 잡는 경우는 없는가?

 

  청소년 부모에 대한 편견 탓에 주거·근로 계약을 해주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 월세를 체납하거나 집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집주인이 주거 계약을 안 해준다. 고용주는 양육과 일을 병행하기 어렵다 생각해 일자리를 안 주려고 한다. 물론 편견이라기엔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편견이 생기게 된 과정이다. 그만큼 청소년 부모가 다방면으로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우니 그런 문제들이 발생하고, 낙인이 찍히는 것이다.

 

  청소년 부모도 이런 따가운 시선을 알기에 매사에 당당하지 못하고 위축돼있다. 각종 계약을 체결할 때도 그렇고, 주민센터에 가서 지원금을 신청할 때나 신청이 반려됐을 때도 위축되기 쉽다. 청소년인데 임신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주눅이 든 상태라 ‘지원 대상자 아닌데 왜 왔어요?’라는 행정기관의 말 한마디에도 창피함을 느끼고, 더욱 위축된다. 그러니 지원 조건에 대해 더 물어보지도 못하고 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킹메이커에서는 이러한 청소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사업을 펼치나?

 

  우선 ‘인큐베이팅 하우스’라는 주거 지원 사업이 있다. ‘인큐베이팅’은 단순히 주거지를 지원받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속에서 자립과 성장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소년 부모가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고 자립 역량을 키우는 것을 조건으로 보증금과 월세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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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지원 사업 ‘인큐베이팅 하우스’ 사례 ⓒ킹메이커

 

  이때 청소년들의 자립 역량 강화를 위해 시행하는 사업이 ‘초밀착 사례관리’다. 복지시설 담당자가 정기적으로 전화를 거는 정도인 기존의 수박 겉핥기식 사례관리가 아니라, 청소년 부모와 삶을 공유하며 주거·생계·근로 등 전반적인 생활 영역을 돕는 사례관리다. 공과금 내는 법, 에어컨 기사 부르는 법, 하수구 뚫는 법 등의 생활 지식을 세밀하게 알려준다. 청소년 부모가 겪는 어려움은 정착을 위한 자산이 적은 것뿐만 아니라 생활 문제의 해결책을 알려줄 삶의 멘토가 없다는 점에서 비롯되기에, 주거 지원을 바탕으로 한 밀착형 사례관리가 필요하다.

 

작년 3월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 이후 민간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청소년 부모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인 것 같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이전엔 청소년 한부모만 정책 대상이었지만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으로 혼인 신고를 마친 청소년 부모도 정책 대상에 포함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많다. 부모 중 한 사람만 청소년인 경우나 임신 중인 청소년 부모,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상태인 청소년 부부는 여전히 소외된다. 정책 대상자 확대가 필수적인 과제다.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법 개정 이후 여성가족부가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해 청소년 부모의 학업·자립·양육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청소년 부모만이 가지는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에 운영하던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청소년 부모’ 사업을 끼워 넣어 이미 있는 인력·자원만 동원한다. 노인과 장애인을 담당하던 공무원이 이젠 청소년 부모까지 담당하는 꼴이다. 청소년 부모 문제의 특수성을 파악해 전문성 있는 인력을 육성하지 않고 기존 지원제도만으로 포괄하려 하니 청소년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르는 청소년 부모들이 점처럼 흩어져 있다.

 

지원 근거는 마련됐지만 인프라가 전혀 구축돼있지 않다는 말인가?

 

  그렇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인프라가 부족한데, 첫 번째는 공간 인프라다. 건강가정지원센터나 주민센터에 청소년 부모를 위한 공간을 한 칸 내줄 것이 아니라, 청소년 부모의 교육과 자립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전문센터를 구축해야 한다. 청소년실, 학습실, 자녀 돌봄실, 오락실 등이 갖춰진 공간 인프라가 있어야 각지에 흩어진 청소년 부모들을 모으고 지원사업과 교육 프로그램을 펼칠 수 있다.

 

  두 번째는 인력 인프라다. 청소년 부모 사례관리가 필요한데 담당할 사람이 없다. 현재 복지시설의 청소년 부모 담당자는 청소년 전문가가 아니라 초밀착 사례관리를 수행하기 어렵다. 청소년 전문가를 별도로 양성해 지속적인 역량 강화 사업을 펼치고 정부 차원에서 사례를 모아 매뉴얼북 편찬도 해야 하는데 체계가 전무하다. ‘청소년 부모 지원사업을 한다’고 선포는 해놨으나 준비된 게 아예 없는 상태다.

 

그 외에도 지원제도의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모든 지원제도는 청소년 부모가 직접 신청해야 하는 식이고,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찾아가는 서비스가 없다. 행정 경험이 부족한 청소년은 주거 급여나 양육 수당을 신청하려고 해도 서류를 작성하는 법을 모른다. 주민센터의 설명과 안내도 불친절한 경우가 많다. 각종 지원 혜택을 받으려면 적극적으로 이를 이끌어줄 사례관리 담당자가 필요하다.

 

  ‘돈만 던져 주고 끝’이라는 점도 문제다. 현재 지원 방식은 아동 수당, 양육 수당 등 현금성 지원이 대부분이고 돈을 준 이후는 관리하지 않는다. ‘주거 급여를 받는 대신 자립을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식의 조건이 없다. 재정 관리에 익숙하지 않은 청소년 부모의 경우 받은 지원금을 탕진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자립을 위한 지원금인데 자립이 전혀 안 되는 것이다. 조건부 지원 원칙을 통해 자립 교육을 하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된다.

 

그렇다면 한국의 지원제도는 어떻게 개선돼야 하나?

 

  전문성 있는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 미국, 영국, 아일랜드 등은 청소년 부모 전문 기관과 기금을 별도로 운영한다. 특히 아일랜드의 경우 전국 17개 도시에 청소년 부모를 지원하는 전문센터가 촘촘히 펴져 있고, ‘TPSP(Teen Parents Support Program)’라는 청소년 부모 지원 전문 프로그램을 통해 체계적인 사례관리를 한다. 우리나라도 청소년 부모 지원을 위한 법률을 별도로 제정하고 예산을 운영해야 한다. 전국에 청소년 부모 통합지원 전문센터를 구축하고, 센터의 사례관리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청소년 부모를 제대로 ‘인큐베이팅’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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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청소년부모지원 전문 매뉴얼 ‘TPSP TOOLKIT’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청소년 부모를 지원한다고 하면 ‘청소년 임신을 조장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이는 틀린 얘기다. 국가가 여성, 장애인, 탈북민을 돕듯, 취약계층인 청소년 부모를 지원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책무다. 청소년 부모 역시 국민이며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사고 친 애들’이라는 비난보다 중요한 건 청소년 부모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청소년 부모와 그들의 아이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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