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플로깅(plogging)이 화제다. 플로깅은 ‘이삭을 줍다’라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과 영어 ‘jogging’의 합성어로,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11월의 한 일요일, <서울대저널>의 PD 네 명도 관악산 둘레길을 걸으며 플로깅을 해봤다. 가을 끝자락답게 수북이 쌓인 낙엽들을 발로 헤쳐가며 종이 쪼가리와 유리 파편, 찌그러진 페트병을 열심히 줍고 모았다.


오전 10시, 관악산 입구
구름 낀 일요일 오전 10시, 관악산 입구 현판 아래 네 명의 PD가 모였다. 두 명은 장갑을 낀 채로 집게와 종량제 봉투를 들었고, 두 명은 카메라를 들었다. 등산객이 바글바글한 길에서 쓰레기 주울 채비를 하는 PD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본격적으로 등산하기 전 관악산 공원을 걸었다. 길 입구에 위치한 화기 수거함 안 전단지와 껌을 시작으로, 곳곳에 흩어진 귤껍질과 길가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던 마스크를 주웠다. 우리를 기다리는 쓰레기 더미의 시작이었다.



쓰레기 핫 플레이스, 정자와 개울가


밤사이 내린 비와 가을 내내 쌓인 낙엽으로 인해 바윗길이 미끄러웠다. 천천히 올라가다 보니 단풍나무 옆 정자가 보였다. 정자에는 등산객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정자 주위에는 라면 국물이 물든 일회용 젓가락, 커피믹스 봉투와 본래 소주병이었을 초록색 유리 조각들이 산산이 흩어져 있었다. 쓰레기를 덮은 낙엽을 발로 헤치며 어렵게 쓰레기를 찾아냈다.


정자에서 한동안 쓰레기를 줍고 길을 나서니 물이 마른 작은 계곡이 보였다. 젖은 낙엽과 이끼로 인해 미끄러워진 개울가에는 얼마나 방치됐는지 모를 만큼 색이 변한 막걸리병과 텀블러가 비닐에 담겨있었다. 개울가의 물을 한가득 먹은 비닐은 무척 무거웠고, 플로깅 내내 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숨은 쓰레기를 찾아보세요
빈틈없이 쌓인 낙엽 사이엔 갈색의 커피믹스 봉지나 잘게 깨진 유리병 조각, 찌그러진 투명한 페트병이 숨어있다. 계단 틈 사이에도 종이컵이나 일회용 스티로폼 따위가 떨어져 있다. 산 곳곳에, 우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꼭꼭 숨어있는 쓰레기를 독자분들도 찾아보시라.



땅 깊숙이 숨어있는 쓰레기도 있다. 쓰레기로 가득 찬 종량제 봉투를 들고선 올라왔던 길을 가벼운 마음으로 되짚어 내려가는 길, 흙보다 짙은 갈색의 무언가를 우연히 발견했다. 유리 조각인 줄 알았던 그것은 흙 속에 깊이 파묻힌 유리병이었다. 네 명의 PD 모두 쪼그려 앉아선 삽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비로 굳은 땅을 열심히 집게로 긁어냈다. 자잘한 유리 파편들 가운데서 흙이 눌려 담긴 병뚜껑을 파냈고, 마침내는 작은 갈색의 유리병을 발굴해냈다. 유리병을 빼낸 자리가 깔끔한 곡선으로 패여 있었다. 관악산에서 펼쳐진 작은 발굴 현장이었다.


“아유, 좋은 일 하네”
쓰레기를 줍는 데에는 벌레의 출몰에도 놀라지 않는 강한 심장이 필요하다. 산길 플로깅을 고작 페트병이나 사탕 껍질을 줍는 것으로만 상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산길을 걷다 발견한 평범한 비닐봉지에는 정체 모를 거뭇한 덩어리가 들어있었다. 그 안엔 포도로 추정되는 열매들이 물컹하게 썩어 있었다. 비닐만 수거하려 집게로 열매를 꺼내니 벌레도 함께 나왔다. 등산객들은 고된 여정에 과일이나 단것을 챙기기 마련이다. 버려져 있는 비닐봉지 안에서 바로 그 간식거리가 한창 썩어가는 중일 수도 있다.

“아유, 좋은 일 한다.” 쓰레기를 주우며 등산객들에게 제일 많이 들은 말이다. 잠시 멈춰 쓰레기를 줍고 사진을 찍을 때마다 ‘좋은 일’을 한다는 덕담을 들었다. 정말로 ‘좋은 일’은 쓰레기를 줍는 것보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일일 것이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 쓰레기를 주울 일도 없다. 플로깅은 우리 주변 환경을 돌보며 운동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정말 좋은 사회는 플로깅을 할 필요가 없는 사회가 아닐까.

이날 두 시간 동안 모은 쓰레기를 종류별로 한데 모아봤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페트병, 일반쓰레기, 철 조각, 유리, 종이컵, 비닐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