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어떻게든 올라간다.” 서울미대극예술연구회(미대극회) 금민정(디자인 19) 씨는 “극회원들끼리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일종의 표어”라며 이와 같이 말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코로나19 시국 속에서도 학내 공연 동아리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은 ‘어떻게든’ 공연을 올렸다. 예전과는 사뭇 다른 상황 속에서 이들은 공연을 올리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었을까.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학내 연극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시국에 공연이 올라가기까지
하나의 극이 상연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세 달 이상에 달한다. 대부분의 공연 동아리들은 각본 선정부터 시작해서 공연진 모집, 연기 연습, 무대 제작, 그리고 미술 요소 선정까지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 직접 진행한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공연 준비 부담은 더욱 커졌다. 화상회의 프로그램 Zoom을 활용해 비대면 연습을 진행한 곳도 있다. 지난달 인문대학 원어연극제(원연제)에서 ‘타르튀프’를 연출한 불문극회 조승환(불어불문 20) 씨는 “비대면으로 극 해석회의 및 독회 연습을 거치며 대면 연습을 최소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비대면 매체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공연의 특성상 최소한의 대면 연습은 필수적이다. 지난달 ‘첸치가의 사람들’을 연출한 총연극회 공동대표 홍승연(언어 18) 씨는 “18시 이전에 4인씩 쪼개 연기 연습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홍 씨는 “무대 제작, 미술, 분장, 의상 등의 스텝 요소도 18시 이전 5인 이상 집합금지의 원칙을 지켜 작업을 진행했고, 보직별로 시간대가 겹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동아리방 예약제를 실시했다”며 방역 수칙을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떠올렸다. 조승환 씨는 “장면별로 연출 1~2명, 배우 2~3명으로 연습을 진행했으며 전 극단원이 연습 전 피씨알(PCR) 검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극의 내용과 형식을 결정하는 단계부터 제약이 생기기도 한다. 10월에 상연된 미대극회 110회 공연 ‘이 아이’는 2~3인의 적은 인물이 출연하는 10개의 단막극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이다. ‘이 아이’를 연출한 금민정 씨는 “대본을 선정할 때부터 등장인물이 너무 많은 극을 배제했다”며 대면 연습 시 겪을 어려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자유전공학부 연극동아리 리버액트는 가을에 정기 공연을 올리던 관행을 깨고 지난 8월 소공연을 진행했다. 연출을 맡은 김소은(자유전공 17) 씨는 “코로나19 4단계로 인해 예정돼 있던 대관이 취소되면서 정기 공연을 취소하고 외부 소극장을 빌려 대체 공연을 올렸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외에도 여러 고충이 있다. 발성이나 표정을 연습할 때 마스크는 큰 걸림돌이다. 조승환 씨는 “당장 발성 및 호흡 연습에서도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으며, 마스크 때문에 표정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공연진 간 친목 도모의 기회가 줄어들면서 동아리의 정체성이 희미해지기도 했다. 김소은 씨는 “배우팀이 다 같이 만나지 못하니까 교감이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특히 스텝들은 동아리 활동의 즐거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뒤늦게 들어온 부원들은 실제로 서로 얼굴을 본 적도 없다”며 친목 활동의 부재로 인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공연의 특성과 맞지 않는 학내 방역 체계
코로나19로 홍보를 비롯한 운영 전반의 측면에서 위기를 맞은 동아리들에 대한 지원은 없을까. 동아리연합회 김희지 비상대책위원회장(비대위장) (철학 15)은 “홍보 차원에서 동아리 소개집을 발간했고, 동아리 소개 웹 페이지도 제작 중”이라고 덧붙였다. 학생지원과는 “대학문화예술활동 지원금, 동아리육성지원금 등을 지급하고 있으며, 동아리연합회 등 다양한 학생단체와 소통하면서 학내 동아리 지원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방역과 관련해 김 비대위장은 “방역용품을 배부하고 동아리방 예약제 및 명단 작성을 독려하는 등 방역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만으론 공연동아리들의 근본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역부족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3월 이후로 학생회관 라운지와 대형 및 소형 연습실, 그리고 풍산마당의 이용이 전면 금지됐다. 학내 시설 대여가 불가능해지면서 연습 진행에 문제가 생겼을 뿐 아니라 학외 공간 대여를 위한 비용 부담도 커졌다. 홍승연 씨는 “외부 연습장 및 극장 대관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보니 정기공연에 책정된 예산 대부분이 공간 대여에 쓰였다”고 털어놨다. 금민정 씨는 “연습실 사용 인원 제한으로 인해 연습실을 더 많이 잡게 되고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금 씨는 “많은 인원이 학교에 모이는 것에 대한 학교의 우려도 이해는 한다”며 “공연장까지는 아니어도 연습실은 대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한결 사진기자
제한적으로나마 학내 공연·연습 시설을 개방하는 건 어려울까. 학생지원과는 “풍산마당, 두레문예관, 문화관, 학생회관과 같은 문화시설 대관을 문의하는 단체가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정부의 방역수칙을 토대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별로 대관 기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학생회관 대형 및 소형 연습실의 경우 올해 초 방역지침 준수 하에 조건부로 개방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4월 동아리 모임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개방이 잠정 연기됐다. 학생지원과는 “동아리연합회 측에서도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로나19 전파 여부를 고려해 언제든지 동아리연합회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기간의 준비가 동반되는 공연의 특성상 정부 방역 지침에 따라 시시때때로 바뀌는 현행 학내 문화시설 대여 체계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공연 준비 도중에 정부의 방역 수칙이 변경되면 대부분의 준비 과정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특히 무대 장치 준비나 조명 설계는 공연장의 규격에 맞춰 이뤄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원연제에서 ‘피그말리온’을 공동 연출한 영문극회 이하늘(자유전공 19) 씨는 “공연 준비를 시작할 때에만 해도 인문소극장 대관 및 소수 관중 공연이 가능할 줄 알았지만 8월 초 학생지원과에서 문화시설대관 중단 통보를 받았다”며 “공연예정일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급하게 외부 극장을 찾아봤다”고 당시의 당혹스러운 상황을 회상했다.
결국 소통이 답이다
방역을 위한 불편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지만, 적극적인 소통으로 학내 연극인들의 불안을 덜 수는 있다. 코로나19 이후 공연·연습 시설의 대관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당사자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올해 원연제에 참여한 A씨는 “코로나19 4단계가 시행된 이후 열흘 정도 지난 시점에서 일방적인 인문 소극장 대관 중단 통보를 받았다”며 “이용 당사자와 논의하거나 의견을 수렴할 시간이 충분했을 텐데 아무런 상황 설명도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학내 연극인들은 본부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9월 진행된 원연제에서 인문대학은 본부와 학생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올해 원연제에 참여한 B씨는 “인문대학이 각 극회의 면담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안전을 위해 힘쓰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B씨는 “인문대는 도움의 창구였다”며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 인문대학이 큰 힘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인문대학 학생부학장 안지현 교수(영어영문학과)는 “학생처와 인문대학, 원연제 집행부 및 참여 학생들 사이에 상시적인 소통이 가능했기에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 본부와 학생들 사이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자주 수렴하고 신속한 소통을 진행한 인문대학의 자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생지원과는 “지속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소통하고자 하니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B씨는 “학생지원과와 직접적으로 소통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공문만 내려왔을 뿐 모든 소통을 인문대 학장단과 진행했다”고 밝혔다.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대극회 110회 공연 ‘이 아이’. QR 체크인, 좌석 간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다. ⓒ김한결 사진기자
그럼에도 무대는 계속된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공연을 올리는 과정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무대를 계속하는 이들이 있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올리려는 이유를 묻자 홍승연 씨는 “후배들에게 공연하는 문화, 공연이 돌아가는 방법, 극을 올리는 즐거움을 전함으로써 동아리가 유지되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극의 즐거움을 전하고 동아리의 명맥을 잇기 위해 수많은 학내 구성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바이러스도 막지 못하는 이들의 열정이 온전히 이어질 수 있도록 모두가 힘써야 하는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