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그리고 정치
국회의사당에 청년의 자리는 왜 없을까
차례로 무너지는 대학

국회의사당에 청년의 자리는 왜 없을까

정치하는 청년이 흔해지는 날까지

  청년을 위한 정치는 청년에 의한 정치로 실현될 수 있다. 그러나 정치하는 청년을 주변에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청년이 정부 정책에 불만을 표하면서도 직접 정치에 나서지 않는 것은 그들이 이기적이어서일까. 조금만 들여다보면 청년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는 공고한 장벽들이 보인다. <서울대저널>에서 청년과 정치의 거리가 멀어진 이유를 살펴봤다. 

같은 선거, 다른 출발선

  정책이 결정되는 의회에서 청년의 자리는 비좁다. 2021년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21대 국회의 만 40세 미만 청년 의원 비율은 약 4%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청년이 없는 건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다. 2018년 지방선거 광역·기초의원 당선자 중 만 40세 미만 청년의원은 238명으로 전체 당선자의 약 6% 수준에 그쳤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강보배 위원은 “국회는 세대를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며 청년을 대변할 수 있는 의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설명 시작. 제21개 국회의원 선거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연령별 당선인 비율을 나타낸 원형그래프가 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연령별 당선인 비율은 30세 미만 0.7%, 30세 이상 40세 미만 3.7%, 40세 이상 50세 미만 12.7%, 50세 이상 60세 미만 59%, 60세 이상 24%이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연령별 당선인 비율은 30세 미만 0.8%, 30세 이상 40세 미만 5.2%, 40세 이상 50세 미만 20.9%, 50세 이상 60세 미만 50.7%, 60세 이상 22.4%이다. 사진 설명 끝

연령별 국회의원·기초의원 비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년 의원이 적은 것은 사회·경제적 기반이 약한 청년에게 선거의 문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선거에 나가려는 청년은 가장 먼저 정보 획득의 벽에 부딪친다. 인천 연수구의회 조민경 의원(29)은 선거에 출마할 당시 선거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고등학교 선생님 동생의 아는 언니’를 찾아갔다. 정치외교학부를 나왔지만 실제 공천을 받고 선거를 치르는 과정은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았던 탓이다. 조 의원은 “청년 세대일수록 사회적 네트워크가 약해 정보 획득이 쉽지 않다”며 “공천 규칙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정당 내부에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열린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 역시 청년의 선거 진출을 망설이게 한다. 선거 참가를 위해서는 먼저 기탁금을 내야 한다. 기탁금은 무분별한 후보자의 난립을 막으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국회의원의 기탁금은 500만 원에서 1,500만 원, 시·군·구의원은 200만 원에 달한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31)은 “기탁금 액수가 높아도 자격 없는 후보자를 거르지 못한다”며 “청년의 정치 참여를 늘리기 위해선 경제적 기반이 약한 청년을 위해 기탁금을 노동자 평균 임금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에 필요한 비용은 기탁금뿐만이 아니다. 홍보 차량, 자원봉사자 일당, 홍보 전단지 인쇄 비용 등의 모든 선거운동비용을 후보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대 총선 후보자는 평균 1억 원, 2018년 지방선거 기초·광역의원 후보자는 평균 3~4천만 원을 선거운동비용으로 지출했다.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청년 개인에게 수천만 원의 선거 비용은 큰 부담”이라며 “청년 정치인 중에는 선거에서 진 빚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선거 비용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후원회를 조직할 수도 있지만 역시 청년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2020년 정치자금법 개정 전까지 후원회는 대통령 선거 및 국회의원 선거의 후보자와 예비후보자, 당내 경선 후보자만 조직할 수 있었다. 개정 후 지방의원 선거 후보자와 예비후보자도 후원회를 설치하고 최대 50%의 선거 비용 모금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대체로 지방선거가 첫 선거인 청년 정치인의 자금 부담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후원회 조직 자체가 청년에게는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네트워크가 약한 청년이 후원회를 설치할 만큼의 조직력을 확보하려면 결국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민경 의원은 “사람을 만나고 밥이라도 먹어야 조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원금을 충당하기 위해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을 모으기 위해선 다시 돈이 필요한 셈이다.

  청년의 선거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대안은 선거공영제의 확대다. 선거공영제는 후보자의 경제력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가 선거에 필요한 비용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득표율이 15% 이상일 경우에는 기탁금·선거 운동 비용의 전액, 10% 이상 15% 미만일 경우에는 반액을 보전받는다. 용혜인 의원은 “인지도가 낮거나 소규모 정당에 소속된 청년 정치인들은 10% 득표도 쉽지 않다”며 많은 청년 정치인들이 선거공영제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용 의원은 청년의 선거 도전을 장려하기 위해 선거공영제의 득표율 기준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의회 선거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적극적으로 바로잡기 위해 청년할당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의당은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의 20%를 청년에게 할당하는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강민진 대표는 “노력을 떠나 청년이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며 세대 간 기회의 공평을 위해 청년할당제를 지지했다. 반면 청년할당제가 청년의 정치 참여를 장기적으로 활성화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민경 의원은 “할당제나 비례대표를 통해 당선된 의원들은 재선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당이) 할당을 해주며 ‘최선을 다했다’고 생색내는 것에 그치거나 청년정치인이 배려 받아 당선된 약한 존재로 낙인찍힐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조 의원의 설명이다.

  장기적으로 청년 정치인이 늘어나기 위해선 정당 내부에 청년 정치인 육성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현재도 대부분의 정당에 청년당이나 청년위원회 등의 청년 조직이 있지만, 실제로 정치권에 진입하는 청년 정치인은 정당 활동 없이 외부에서 영입되는 경우가 많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강보배 위원은 “정당은 ‘인재가 없다’고 하지만 정작 인재를 키워본 적은 없다”며 “정당 내부에서 정치적 경험을 쌓아 정치에 입문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할 ‘자격’ 있는 자는 누구인가

  청년 정치인은 정책을 논하기에 경험이 부족하다는 편견을 마주한다. 강민진 대표는 “(정치권에) 청년을 동료로 보기보다 아랫사람으로 대하는 태도가 있다”고 토로했다. 조민경 의원은 “동료 청년 의원들 중에는 ‘어리니까 양보해라’ 혹은 ‘니가 뭘 안다고 그래’라는 식의 질책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청년 정치인은 미숙하다는 시선에 “어차피 의원은 누구나 처음”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기성세대가) 경험이 많다고 그 경험의 밀도와 활용도까지 높다는 보장은 없으며, 변화를 포착하는 능력은 오히려 청년이 유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 정치인에 대한 편견은 공직선거법의 피선거권 연령 제한에서도 나타난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기초의원 선거에는 만 25세 이상, 대통령 선거에는 만 40세 이상만 출마가 가능하다. 선거권이 만 18세 이상 국민에게 주어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강민진 대표는 “(공직선거법은) 나이에 따른 차별”이라며 “투표를 할 수 있다면 출마도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선거권 연령을 하향하자는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피선거권 연령을 낮춘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별다른 논의 없이 계류 중이며,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며 청구된 7차례의 헌법소원은 모두 기각·각하됐다. 

  ‘나이가 어리면 경험이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에 청년 정치인의 자격 평가에는 유독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기도 한다. 지난 6월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박성민 청년비서관 임명 논란이 그 예시다. 야당과 일부 청년층은 박 비서관을 행정고시를 통해 임용된 공무원과 비교하며 박 비서관이 1급 비서관이 될 만한 절차와 경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박 비서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을 올린 한 청년은 “공무원은 급수를 올리기 위해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반면, 박 비서관은 정당에서 2년 남짓 활동한 게 전부”라고 비판했다. 조민경 의원은 박 비서관 논란에 대해 “아무리 청와대 비서관이어도 이렇게 학력이나 경력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나”하고 반문하며 25세라는 박 비서관의 젊은 나이가 깐깐한 검증을 낳았다고 말한다.

사진 설명 시작.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박성민 청년비서관 해임 청원을 캡쳐한 사진이다. 화면의 중앙 상단에 굵고 큰 글씨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박성민 비서관 해임 요구 청원

  박 비서관의 정치 경력을 행정고시와 비교하는 배경에는 ‘나이주의’가 자리한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조은주 위원은 “청년비서관은 대통령 임명직이므로 시험에 합격한 뒤 승진하는 행시와 다르다”며 “연차에 의한 경력만 평가하면 어떤 청년도 장년이 되기 전까지 중요한 직책을 맡을 수 없다”고 말한다. 능력은 나이나 연차로 치환될 수 없으며, 임명직은 오히려 연공서열제를 보완하는 시작점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 위원은 “청년비서관 자격은 나이보다 그가 쌓아온 서사나 행보, 지나온 성과 등의 다면적인 측면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의 정당 활동 경험이 마땅한 경력으로 평가돼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박 비서관은 임명 이전에 더불어민주당 대학생위원회 위원과 청년대변인, 최고위원 등을 역임했지만 이는 ‘고작 정당 활동이 전부’라며 과소평가됐다. 강민진 대표는 “우리 사회는 변호사·교수 등의 (정당 밖에서 쌓은) 직위와 성과만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청년이 정당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이 경력이 인정받을 수 있어야 청년 정치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를 일상화하기

  정치에서 청년을 대변하는 당사자가 갖은 장벽들로 인해 사라지면 정치에 대한 청년들의 거리감도 증폭된다. 정치권을 나와 상관없는 ‘그들만의 리그’로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조은주 위원은 “정치권에서 청년 문제가 자주 오르내리지만 정작 논의하는 사람들은 고령층”이라며 당사자가 없는 회의장에서 청년 문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청년 없는 정치가 문제시되면서 청년이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 ‘청년기본법’이 통과하면서 국무조정실 산하에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조직됐고, 정책 결정 과정의 청년 참여 확대를 촉진하는 조항이 명시됐다. 각 부처 위원회와 지역 청년위원회에도 일정 비율 이상의 청년위원이 의무적으로 위촉된다. 청년위원회는 청년들이 청년 정책에 관한 기본 계획을 함께 수립하고 정책 집행을 심의할 수 있는 기구다.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위한 통로는 마련되고 있지만, 실제 참여는 저조하다. 조은주 위원은 “위원회에 청년위원이 의무적으로 위촉된다는 사실을 아는 청년은 몇 없다”며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원회의 청년 참여가 미진한 것은 청년이 정치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강보배 위원은 “위원회에 청년위원을 위촉하려고 해도 마땅한 적임자가 보이지 않는다”며 정치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은 청년이 적다고 토로했다.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정치적 역량을 기를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년의 정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선 일상의 공론장이 중요하다. 문정은 전 정의당 부대표는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서 정치의 역할을 배우고 더 나은 사회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정책네트워크, 청년포럼단, 청년원탁회의 등 청년으로만 구성된 지역별 청년참여기구는 한 예다. 청년참여기구에서는 지역별로 청년정책을 모니터링하거나 새로운 청년 의제를 발굴해 정책 제언을 할 수 있다. 강보배 위원은 “청년참여기구는 청년이 일상에서 정치를 접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라며 “이런 장들이 많아지고 행정적 지원이 확대되는 등 공론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발 딛고 서 있는 지역 사회에서의 참여기구 활동은 청년이 정치를 ‘내 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조민경 의원은 “인천 연수구에서도 청년네트워크와 청년정책위원회를 통해 청년들이 ‘내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는 정치적 효능감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정당 역시 지역의 청년 조직을 기반으로 공론장을 만들어 일상의 의제에 청년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 독일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 청년 조직인 ‘영 유니온’이 하나의 예시다. ‘영 유니온’은 12만 명의 회원들이 수천 개의 마을 단위까지 독일 전역에 촘촘하게 퍼져 있다. 청년들은 학교와 지역 단위에서 열리는 각종 정치행사나 토론회를 통해 주민생활과 관련된 의제를 발굴하고 개선책을 제시한다. 조은주 위원은 “독일 사례처럼 청년 시절부터 정당을 경험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정치가 일상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청년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만 청년이 목소리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청년정치크루 이동수 대표는 “청년이 청년 문제라고 분류된 영역에서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기에 청년 문제에만 갇혀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청년의 시각이 반영될 때 문제를 보다 잘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용혜인 의원은 “시대를 읽을 줄 아는 것이 정치인의 핵심 능력인데 현 시대를 가장 잘 이해하는 주체는 청년”이라며 기성세대와 차별화되는 청년의 시대정신을 강조한다. 

  ‘중년 정치’란 말은 어디에도 없지만 ‘청년 정치’는 가장 핫한 키워드다. ‘청년 정치’라는 외침은 정치에서 청년이 갖는 소수자성을 드러낸다. 청년은 청년 문제의 당사자일 뿐 아니라 현 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정치할 자격이 있다. 일상에서 정치하는 청년들이 흔해질 때, 비로소 ‘청년 정치’라는 말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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