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존엄한 삶이 무너졌다

사진 설명 시작. 전동휠체어를 탄 한 남성이

  단촐한 제단 위에 얼굴 없는 두 영정사진과 몇 송이 국화가 놓였다. 8월 17일 청계광장 앞, 불평등을 이유로 죽어간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을 기리는 합동 사회장이 열렸다. “송파구 세 모녀의 죽음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코로나 이전이나 코로나 이후나 마찬가지로 죽어가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절박한 외침에 계속 흘러내리는 마스크를 연신 추켜올렸다. “더 이상 이렇게 억울하게 죽지 말자”는 고함이 장례식을 채웠다.

  이날 사회장을 주최한 장례위원회(장례위)는 “정부가 부양의무자기준과 장애등급제 폐지 공약을 파기하고 가난과 돌봄의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9년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중증장애인만 받을 수 있었던 활동지원서비스를 서비스지원 종합조사 결과에 따라 누구나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난 7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은 장애인활동지원 수급자격을 갱신한 장애인의 17.4%가 오히려 서비스 시간 감소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부양의무자기준도 마찬가지다. 부양의무자기준은 2018년 주거급여에서 폐지된 이후 꾸준히 완화됐지만 의료급여에선 여전히 남아있다. 생계급여에서는 오는 10월 폐지가 확정됐지만 고소득·고재산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수급을 받지 못한다. 부양의무자기준은 빈곤 사각지대를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지난해 12월, 방배동의 한 재건축예정단지에서 숨진 지 5개월 만에 발견된 김 아무개 씨는 부양의무자인 전 남편에게 자신의 상황이 알려질까 두려워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신청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배경엔 불평등이 있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이 사회의 안전망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며 “이 구멍은 불평등, 빈곤이 아니냐”고 말했다. 장례위는 계속되는 비극을 두고 “빈곤과 불평등을 방조하는 국가로부터 발생한 사회적 죽음”이라고 지적했다. 나날이 극심해지는 양극화 속에, 불평등의 구멍은 언제쯤 메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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