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 ‘그냥 사람들’이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취약하지만도 않은 이들의 삶은 다만 주목받지 못하고 주변부로 밀려난다. 홍은전은 바삐 흘러가는 세상에서 쉽게 잊히고 마는 존재들을 섬세하고도 따뜻하게 응시한다. 『그냥, 사람』은 홍은전이 2016년부터 <한겨레>에서 연재한 칼럼을 묶어낸 책으로, 그가 13년간 노들장애인야학에서 활동하며 바라본 세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차별받는 존재의 저항은 당연하지 않다. 차별받으면 주눅 들기 마련이고, 고통받으면 자연스레 숨죽이게 된다. 그러나 자연스러움을 거스른 채 눕고, 기고, 막아서고, 자선이 아닌 인정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이 있다. 그들은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를 주장하며 노들섬으로 기어가고, 시외버스 장애인 이동권을 외친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이들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오라며 어렵게 모은 돈을 기부하고, 꿈꾸기 위해 야학에 가는 장애인들의 저항과 바람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진실이 발굴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는 데 대항하는 이들이 있다. 세월호 유가족·생존자가 그렇고, 선감학원·형제복지원 등의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그렇다. 홍은전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서로에게 위로만 건네는 우리 사회를 비판한다.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말에 진상규명은 묻히고 책임은 개개인에게 전가된다. 그러나 그 개개인들은 숨죽이기보다 고통스러운 운명에 힘껏 대면한다. 『그냥, 사람』은 진실규명과 가해자 처벌 등에 대한 간절함이 만들어내는 끈질긴 저항을 담아낸다.
홍은전의 시선은 취약함을 가진 이들을 향한다. 취약하다는 것은 부정적이지 않다. 약함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이 만드는 연대는 강력하다. 그래서 홍은전은 ‘그냥 사람’인 자신의 취약함을 감추지 않는다. 부족한 공감을 바탕으로 인터뷰하고, 인간중심적이었던 자신의 모순과 부끄러움을 낱낱이 고백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존재들에 대한 새로운 민감함을 획득해가기도 한다. 『그냥, 사람』은 독자들이 자신이 가진 약함과 부족함을 자책하기보다, 그저 인정하고 다른 존재에게 손을 내밀어 연대할 수 있게 돕는다. 그냥 사람들의 약함은 튼튼한 연대를 만들어내고, 이는 투쟁의 자원이 된다.
『그냥, 사람』에는 장애인과 국가폭력 피해자, 중화상 사고의 생존자와 돼지 등 다양한 존재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홍은전의 시선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그냥 사람들’을 비롯한 여러 존재의 저항과 희망, 이를 둘러싼 연대의 찬란함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