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해산 후 4년, 학생들은 사과받을 수 있을까

지난달 2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앞에서 김윤식 전 시흥시장의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를 의뢰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기자회견을 주최한 ‘시흥 배곧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 규명을 바라는 서울대 학생들’은 김 전 시흥시 장을 비롯한 시흥시 공무원과 서울대학교 교직원의 부동산 투기 여부 수사를 요구하는 연서명과 수사 의뢰서를 국수본에 제출했다.이보다 앞선 지난해 11월에는 본부를 상대로 한 학생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3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이뤄진 김윤식 전 시흥시장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의뢰 기자회견

  지난달 2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앞에서 김윤식 전 시흥시장의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를 의뢰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시흥 배곧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 규명을 바라는 서울대 학생들’은 김 전 시흥시 장을 비롯한 시흥시 공무원과 서울대학교 교직원의 부동산 투기 여부 수사를 요구하는 연서명과 수사 의뢰서를 국수본에 제출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1월에는 본부를 상대로 한 학생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당시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연석회의)와 ‘시흥캠퍼스 반대 학생시위 폭력진압 사건 손해배상청구 소송인단(소송인단)’은 폭력진압 피해 학생들에게 5천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반소)을 제기한 학교를 규탄하며 ‘괴롭힘 소송’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2년 전 오세정 총장이 시흥캠퍼스 반대 시위 징계 학생들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면서 자연스레 학생사회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가던 사안이 두 차례의 기자 회견을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이다. 전 시흥시장의 투기 의혹에 서울대 학생들이 목소리를 냈던 이유는 무엇이며, 학교와의 기나긴 법적 다툼을 이어온 이들이 소송을 ‘괴롭힘’이라 명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흥캠퍼스 사태로 비롯된 학교와 학생들의 오랜 갈등의 역사를 되짚어 봐야한다. 

▲지난 3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이뤄진 김윤식 전 시흥시장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의뢰 기자회견

불통으로 얼룩진 시흥캠퍼스 사업 

  학교와 학생들 간의 갈등은 8년 전 시흥캠퍼스 사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서울대 시흥캠퍼스 계획이 본격화되자 당시 총학생회(총학)는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비민주적인 사업 추진을 규탄하며 같은 해 10월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단식, 삭발 투쟁 끝에 총학은 2014년 초 학교로부터 학생 참여를 보장하는 시흥캠퍼스 대화협의회 구성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운영비 문제 등을 이유로 학교가 2014년 11월에 예정돼 있던 실시협약 체결을 연기하면서 사업 자체가 지지부진해졌고 시흥캠퍼스에 대한 관심도 사그라드는 듯했다.

  문제는 그동안 총학과 시흥캠퍼스 추진계획을 공유하지 않던 본부가 2016년 4월 느닷없이 시흥캠퍼스 추진 계획을 총학에 통보하면서 발생했다. 대화협의회 운영 규정에서는 정기회의를 월 1회 이상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지만 2015년 5월 이후부터 1년간 정기 회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내부적으로만 사업을 검토해오던 본부가 갑자기 총학에 관련 계획을 밝힌 것이다. 이어서 5월에 이사회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계획안을 체결하자 총학은 즉각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를 통해 학교의 행위를 ‘시흥캠퍼스 졸속추진’으로 규정하며 실시협약 체결 중단을 요구하는 입장을 밝혔다. 총학은 ‘시흥 캠퍼스 전면 철회를 위한 학생대책위원 회(학대위)’를 발족하는 한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총조사를 실시하며 시흥캠퍼스 사업에 대한 학생 의견을 수렴했다. 총조사 결과 3,093명이 시흥캠퍼스 계획에 전면 반대하는 안을, 1,803명이 추진과정에 학생이 참여하는 안을 택했다.

  그러나 본부는 학생사회의 의견을 무시한 채 같은 해 8월 시흥시, 지역특성화 사업자(한라 건설 포함 시흥캠퍼스 조성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참여한 법인)와의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을 강행했다. 소송인단 대표이자 연서명 공동 제안자인 이시헌(자유전공 15) 씨는 “당시 학교 측에서 체결 3분 전에 부총학생회장에게 유선으로 ‘지금 (실시협약을) 체결한다’고 통보했다”며 “학생들이 대학 운영의 한 주체가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 대상이란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실시협약이 체결된 다음날 학대위는 시흥캠퍼스 밀실 체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본부기획처를 방문해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기획처는 “실시협약 내용이 대화협의회와 간담회 등을 통해 이미 수차례 공개됐다”며 밀실 체결이 아니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튿날 학대위는 성낙인 전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총장실 점거를 시도했고, 점거에 실패하자 행정관 1층에서 연좌농성을 진행했다. 연좌농성에도 총장이 응답하지 않자 학대위는 기획처 답변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시흥캠퍼스의 비민주적 추진과정과 대학기업화 문제, RC(Residential College, 기숙형 대학)로 인한 학생들의 생활권 침해 문제 등을 지적하며 실시협약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시흥캠퍼스 관련 주요 사건들의 타임라인

  그러나 계속된 농성에도 본부가 불통으로 일관하자 총학은 학생사회의 최고 의결기구인 전체학생총회를 열어 투쟁방향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결국 10월 총회에서의 의결을 통해 학생사회는 본부를 점거하고 이른바 ‘본부점거 투쟁’을 선포했다. 사태가 본부점거에 이르자 이틀 뒤 총장과 학생들 간에 간담회가 개최됐지만 학교 측이 학생들의 실시협약 전면 철회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양자 간 입장 차이만 확인한채 마무리됐다. 윤민정(정치외교 15) 당시 본부점거본부장은 “학교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기 위한 ‘형식적’ 간담회에만 몰두하느라 사업 내용의 실질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해 구성원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했다”며 성실한 태도로 소통에 임하지 않은 학교 측의 책임을 지적했다.

  이후 총학이 무기한 농성을 이어가던 와중 본부가 의무 RC를 추진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담긴 문건이 학생처장실에서 발견되면서 학교의 소통 부재 문제가 재점화됐다. 당시 이준호 전 학생처장은 “논의만 있었을 뿐 RC가 본부 차원에서 정책화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학생사회를 납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의무 RC에 대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비밀리에 관련 논의를 진행해온 학교의 독단적인 모습에 이미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었다. 

폭력으로 해산된 본부점거 투쟁 

  2016년 11월 성낙인 당시 총장이 개최한 시행캠퍼스 긴급 공개토론회에서 본부 측은 독단적인 행정과 소통 부재에 대한 사과와 함께 학내 구성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했으나, 실시협약 철회에 대한 의견 차이를 해소하지는 못했다. 이시헌 씨는 “학교 측이 법적으로 체결한 협약이라 철회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오히려 “토론회를 통해 이미 의견 수렴을 거쳤다는 이유를 대면서 점거 해제만을 요구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후 본부점거가 학생총회의 열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더뎌지자 2017년 1월 본부점거본부 총회는 동력 확보를 위해 점거 지속과 연대 확대를 결의했다. 이에 본부는 곧바로 점거 참여 학생들에 대한 징계조사위원회 소집 계획을 논의했고, 대학 학장단은 비상학사위원회를 열어 29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징계절차를 추진했다. 총학과 본부 점거본부는 곧바로 학생 징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징계시도 중단 및 시흥캠퍼스 철회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어 대응했다. 이후 본부의 행정관 단전 및 단수 조치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농성이 지속되자 성낙인 당시 총장은 징계를 일시 중단하고 의무 RC 포기 등을 골자로 한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본부점거본부는 “학내 거버넌스 참여가 실시협약의 철회를 결의한 본부점거투쟁의 해제 조건이 될 수 없다”며 타협안을 거부했고, 학생사회의 엇갈린 의견 속에서 본부점거 투쟁은 개강 이후까지 이어졌다.

  그러던 3월 11일 오전 6시 30분, 본부에 유례없는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이사 작업을 이유로 행정관에 본부 직원 200여 명과 청원경찰이 군집했다. 청원 경찰이 쇠사슬을 끊고 정문을 열자 곧바로 본부 직원들이 진입해 1층에 있던 30여 명의 학생들을 진압했다. 학생 측은 행정관 앞에서 교직원들의 침탈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학사과에서 농성을 진행하며 대응했지만, 교직원들은 농성 중인 학생들 역시 끌어내려고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했다. 학사과에서 행정관 로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직원들에게 소화기를 분사했고, 직원들은 학생들에게 소화전을 살수하며 대응했다. 이후 대치 상황이 지속되자 4층에 고립된 학생들을 위해 점거 해제가 결정됐고, 결국 153일 간의 점거 투쟁은 학교 측의 무력진압으로 종결됐다.

▲본부점거 강제해산 당시 소화전 분사 사진 ©최한종 사진기자

  이틀 뒤에는 2천여 명의 학생이 모여 성낙인 총장을 규탄했고, 집회가 끝난 후 행정관 앞에는 투쟁을 위한 천막이 설치됐다. 같은 날 이준호 당시 학생처장은 CBS 라디오 방송을 통해 해산 과정의 충돌이 오해에서 비롯됐고, 학교 측이 ‘그동안 타협을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며 ‘시흥캠퍼스가 미래를 위해 꼭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서 성낙인 당시 총장 역시 3월 말 기자간담회를 통해 시흥캠퍼스 추진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강제해산에 대한 본부와 학생들의 해석은 크게 엇갈렸다. 본부는 ‘정당한 이사 조치’였다고 주장했지만, 총학은 명백한 ‘행정관 무력침탈’이었다며 학교 측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윤민정 씨는 “(학교가) 그날의 행동이 정말 교육기관으로서 정당하다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며 “제3기관의 중재를 요청한 것도 아니고, 사인인 직원들이 직접 폭력을 행사한 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겠냐”고 아직까지 강제해산을 인정하지 않는 학교의 태도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편 실시협약 철회와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진행해오던 학생 측은 결국 5월 1일 2차 본부점거에 돌입했고, 본부는 이에 50여 명의 직원을 동원해 다시 한번 강제 해산을 시도하는 한편 형사고발과 제명을 포함한 대대적인 징계조치에 착수했다. 총학은 기자회견을 통해 본부에 징계절차 중단과 대화를 촉구했고, 이후 7월에 본부와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관련 문제 해결과 신뢰회복을 위한 협의회(협의회)’를 발족하는 데 협의하면서 재점거에 들어간 지 75일 만에 점거를 자진 해제했다. 

학내 갈등, 법적 다툼으로 번지다 

  학생들의 점거 자진 해제에도 불구하고 본부는 점거에 참여한 학생들 중 8명에게 무기정학, 4명에게 유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학생 측은 협의회에서 시흥캠퍼스 추진에 대한 합의와 징계 철회를 맞바꾸자는 본부의 제안을 거절하고 징계 처분 등 무효확인 소송과 함께 징계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결국 같은 해 9월, 법원에 의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학교 측의 출석장소 고지의무 위반과 징계위원회 회의록 미작성 등 징계의 절차적 정당성이 의심되고 징계 양정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이유였다. 이를 두고 성낙인 당시 총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징계 처분이 ‘넓은 의미에서 교육 목적이었다’며 ‘적절한 시점에 학생들과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징계를 해제할 용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 측은 성낙인 당시 총장의 발언이 위선적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학생 측은 부당 징계 즉각 철회, 시흥캠퍼스 강행 중단, 총장 사퇴를 요구했다. 양 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던 10월, 성 총장이 국정감사에서 징계 해제 시점에 대한 질의에 ‘현 학생회장단 임기만료 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 답변하면서 갈등은 봉합 국면에 들어서는 듯했다. 결국 성 총장은 2017년 12월 5일 징계를 해제했고 2018년 신년사에서 징계 해제 이유를 ‘가르침의 대상인 학생을 소송이라는 불미스런 공간으로 내몰아서는 아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 밝혔다.

  하지만 징계 해제와 함께 징계 무효 확인 소송 역시 자연스레 마무리될 것이라 생각했던 학생들의 기대와 달리, 학교 측은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을 통해 징계 해제가 완전 징계 해제가 아닌 ‘잔여 징계 해제’임을 밝혔다. 이에 반발한 학생 측이 징계 사실을 소급적으로 소멸시키는 ‘완전한 취소’를 요구하면서 소송전이 본격화됐다. 징계 사유, 징계 절차의 정당성 등의 쟁점을 두고 펼쳐진 법적 공방은 2018년 11월까지 이어졌다. 이시헌 씨는 ”소송 기간 동안 학생들이 징계 전면 취소를 위해 집회를 열고 연서명을 받아 학교에 공문까지 보냈으나 성낙인 총장은 어떤 응답도 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교육자적인 고민에서 징계를 해제했다고 말한 성 총장이 실제론 매우 위선적인 행보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학생 측은 교수진, 시민단체, 정치권 등과 연대해 징계의 부당성과 무효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법원은 11월 2일 “징계처분이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으므로 무효”라고 판단해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1심 판결이난 지 3주만에 박찬욱 당시 총장직무대리를 위시한 학교 측은 “판결이 징계처분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예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항소를 제기했다. 학생 측은 곧바로 학교의 항소 선택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고, 총장직에 당선된 오세정 현 총장에게 항소 취하를 촉구했다. 2019년 2월 오세정 총장이 결국 항소 취하를 결정하면서 1년 7개월간 이어진 기나긴 법정 다툼은 마무리됐다. 

본부점거 후 4년, 투쟁을 계속하는 이유 

  2017년 6월 27일, 학생들은 학교가 두 차례에 걸쳐서 점거 농성을 폭력적으로 해산한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로부터 3년 4개월이 지난 2020년 10월, 인권위는 학교의 강제해산과 물대포 살수행위를 ‘인권침해’로 인정했다. 인권위는 이어 본부 주요 보직자에 대한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학내구성원들의 집회 및 시위에 대한 인권친화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시헌 씨는 인권위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결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그는 “학교가 사실조회 요청이나 현장조사 요청에 협조하지 않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진정 사건의 각하를 요구하는 등 조사를 무마하려 했다”며 “인권위 역시도 학교 측에 과태료 등 행정적 불이익을 줘서라도 조사를 할 수 있었으나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할 수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결정만으로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학생 측은 인권위 결정을 근거로 학교에 ▲인권위의 권고 수용 ▲ 폭력진압 사건 책임자 징계 ▲피해 학생에 대한 배상과 총장의 사죄를 요구했다. 지난해 9월에는 학교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 들어갔다. 이시헌 씨는 “(폭력진압의) 위법성을 법원에서 인정받는 것이 학교의 폭력으로 신체적, 정신적 상해를 입은 학생들의 피해 회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무엇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소송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생들의 요구와 달리 손해배상을 청구한 학생 9명에게 5천만 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제기했다. 학생들의 불법점거로 인해 재산적 손해와 명예훼손 등 비재산적 손해가 발생했으니 이를 공동으로 배상하라는 내용이었다. 본부는 <대학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학생들의 소송이 갈등을 재점화한 것이라며 ‘학생들의 징계가 무효화됐기에 이전 집행부에 있었던 문제들이 청산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이시헌 씨는 “갈등의 해결과 신뢰 회복 문제를 가해자가 규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본부가 소송을 빌미로 인권위 권고이행계획안을 공개하지 않고 제대로 된 대책수립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학생들의 손해배상 요구에 응하지 않고 오히려 맞소송을 제기한 것은 인권위 권고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행정관 앞에서 진행된 ‘괴롭힘 소송’ 규탄 기자회견

  한편 소송인단과 연석회의는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통해 본부의 맞소송을 ‘괴롭힘 소송’, ‘전략적 봉쇄 소송’으로 규정하며 오세정 총장의 즉각적인 소송 취하와 사과를 요구했다. 이시헌 씨는 학교가 점거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까지 포함한 9명을 특정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 “학생들의 점거가 불법이며 부당하다고 낙인 찍고 소송에서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을 쓰게 만들어서 학생들을 위축시키려는 목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자회견 이후로 학교는 대화를 거부하고 무시와 배제로 일관하고 있으며 오히려 소송을 위해 로펌을 선임했다”고 밝히며 사과와 배상 대신 법적 다툼을 이어가려는 학교의 태도에 유감을 표했다. 한편 본부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대외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폭력진압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 중 일부는 여전히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3년이란 긴 시간을 견딘 학생들이 비로소 상처를 치유 받고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돌아온 것은 학교 측의 맞소송이었다. 피해학생들은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행사와 요구에 학교가 보복 소송으로 응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다시 한번 투쟁에 나섰다. 이시헌 씨는 “재판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피해학생들이 정당한 싸움에 위축되지 않고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연대가 필요하다”며 학생사회의 지지를 요청했다. 학교가 본격적인 소송전에 돌입하면서 학생들은 다시 한번 기나긴 법적 다툼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요구하는 건 법적 해결을 넘어 학교의 책임 통감과 진심 어린 사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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