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는 ‘착한 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시민사회운동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다
▲다른몸들 산하 모임 '질병과 함께 춤을' 활동가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다른몸들

  활동가는 어떤 사람일까. 활동가들이 생각하는 활동가의 의미는 조금씩 달랐다. ‘자신을 활동가라고 정의하는 이’부터 ‘시민단체에서 혹은 개인 단위로 사회변혁의 목표를 갖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이’까지 다양했다. 여기서는 활동가의 범위를 ‘사회변화를 목표로 시민단체에서 상근·반상근의 형태로 일하는 이’로 한정해보자. 다시, 활동가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해답을 찾기 위해 5명의 활동가와 활동가를 대상으로 상담해온 1명의 상담사를 만났다.

활동가는 직업입니다

  기자가 만난 여섯 명 모두 한목소리로 “활동가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시민사회운동을 좋아서 하는 것이나 일하지 않고 하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다른몸들 조한진희 활동가는 “활동가의 일을 철없는 짓으로 보거나 헌신적인 일 정도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인권재단 사람 양여옥 배분지원팀장은 “활동가는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생계를 꾸린다는 점에서 직업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활동가는 전문적인 직업인이다. 현장의 이야기를 주요한 의제로 이끌어오고 사회변화를 추동하는 데 시민단체와 활동가의 전문적 능력은 필수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백목련 활동가는 “활동가는 각 활동 분야에서 전문가”라며 “관련 법에 대한 이해, 정부와 국회의원 감시, 주요 의제 관련 여론 형성 등의 업무를 전문적으로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진실의 힘 이사랑 인권사업팀장은 전문성의 일례로 유엔 사회경제협의체의 협의 지위를 언급했다. 그는 “유엔 사회경제협의체가 NGO에게 협의 지위를 주는 이유는 단체들의 전문적 역량을 활용해 협업하고자 하는 데 있다”며 “학자나 연구자, 변호사 등과는 별개로 시민단체는 현장의 이야기와 데이터 등의 전문성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의 주 활동 분야에 따라 전문성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활동가들은 공통적으로 활동 영역에 따라 차이가 크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사랑 팀장은 “시민단체라는 형태로 묶이더라도 국가폭력이나 일본군 성노예제, 주거권 운동, 장애 운동 등 분야에 따라 활동이 제각기 다르다”며 “단체마다 고유한 맥락이 있어 내가 다른 운동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몸들 산하 모임 ‘질병과 함께 춤을’ 활동가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다른몸들

활동가는 착한 사람들이 하는 건가요?

  활동가들은 ‘착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거부했다. 이사랑 팀장은 “‘힘든 일 하시네요, 좋은 일 하시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상대가) 내 일을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착한 일, 좋은 일이라는 이해는 활동가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진다. 백목련 활동가는 주변인이 자신의 낮은 임금을 당연시했던 상황을 전했다. 백 활동가는 “(많은 이들이) 활동가들은 보람으로만 일을 해야 한다 여기고 인건비 상승을 주장하는 건 돈을 밝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를 천사라거나 엄청난 사람들로 바라보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조한진희 활동가는 “상당수가 우리를 이상주의자나 몽상가로 생각한다”고도 지적했다.

  활동가들의 업무가 그저 좋은 일로 여겨지는 이유는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무지에 있다. 이사랑 팀장은 여전히 많은 이들이 현재의 인권 활동을 이전 군부 독재에 저항하던 운동과 같은 성격으로 바라본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당시의 운동과 달라진 부분이 굉장히 많다”며 “동료가 죽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경험하며 운동을 위해 모든 걸 희생했던 과거에 비해, 현재는 (활동가들이)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문제를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를 자신에 대한 직접적 가해자로 바라보기보다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상정하며 문제 해결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활동은 모금 활동과도 구분된다. “(어려운 이들에게)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사회 구조를 바꿔 당사자들이 정정당당하게 시민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

  활동가들은 주변으로부터 완벽하기를 요구받기도 한다. 백목련 활동가는 “(활동가가) 도덕적으로나 업무적으로 완벽할 것으로 생각해 실수하면 크게 실망하시기도 한다”며 지지를 받는 것이 오히려 두려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조직이 전개하는 운동 자체를 훼손하지는 않을지 걱정하기도 했다. 양여옥 팀장은 “내가 경험한 어려움을 이야기했을 때 자칫 내가 소속된 단체가 문제 있는 집단으로 인식되거나 ‘그런 것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더 큰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느냐’는 시선을 받을까봐 두려웠다”고 밝혔다. 

  활동가 개인에 대해 ‘착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과 별개로,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불신이 존재한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인의 행복과 삶의 질에 관한 종합 연구’에 따르면 시민운동단체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약 53%,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약 47%로 나타났다. 국민의 절반이 시민단체를 믿지 않는 것이다. 일부의 비리나 실책이 시민사회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확대되는 모습도 종종 나타난다. 백목련 활동가는 “삼성이 횡령했다고 해서 사기업 전체를 욕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사랑 팀장은 “사람들은 시민단체가 어떤 일을 해냈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며 “시민단체에 대한 편견 때문에 지지나 후원이 줄어들고 이는 시민단체에 큰 타격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수익이 아닌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다

  활동가는 영리를 추구하는 직업은 아니다. 수익 창출이 아닌 사회적 가치 창출과 사회변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활동가들의 수입은 많지 않다.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 2019년 진행한 ‘공익활동가의 지속가능한 삶과 활동을 위한 지원방안 수요조사’에 따르면 전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이 257.2만 원인 데(2017년 기준) 비해 활동가의 경우 231.9만 원(2019년 기준)으로 드러났다. 20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활동가들도 다수다. 인권재단 사람과 인권운동더하기에서 2019년 진행한 실태조사에서는 57개 단체 중 절반인 32개의 단체만이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직업의 특성이 곧 활동가의 임금이 낮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활동가들은 임금을 받는 것이 활동의 의미를 퇴색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조한진희 활동가는 “활동가들도 생활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양여옥 팀장은 “활동가가 이끄는 사회변화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없다면 우리 사회가 활동가들의 노력에 무임승차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목련 활동가는 “인건비가 높으면 활동의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한다”며 “낮은 임금에 대한 사회의 강요가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활동가의 적절한 임금이 보장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정부의 지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조한진희 활동가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면 어떻게 정부에 대항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백목련 활동가는 “정부와 협업할 필요는 있지만 지원금에 의존하다 보면 자생력을 잃고 정부 정책에 반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차원에서 기본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여진 사무처장은 “정부가 (임금에 대한) 최저선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활동가와 단체가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은 결국 시민들의 후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조한 활동가는 “시민들이 2~3개 정도의 단체에 적은 돈이라도 후원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정기적으로 활동가 인터뷰를 진행한다. ⓒ유튜브 사단법인 한국성폭력상담소 캡쳐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해

  많은 활동가는 민주적인 조직문화와 긍정적인 동료 관계를 활동의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2019년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공익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의사소통과 인간관계 등 조직문화의 민주성을 꼽은 응답이 21.8%로 가장 많았다. 활동가 심리 상담을 다수 진행해온 뜻밖의 상담소 오현정 공동대표는 “활동가에게는 동료, 선배와의 관계가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은 조직과 동료에 대해 기대가 높기 때문에 더 큰 실망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백목련 활동가는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곳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문제를 의식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활동가들은 피해자와 피해 현장과 가까이 일한다는 점에서 소진을 특히 경계한다. 양여옥 팀장은 “노력의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아 대부분 실패의 경험이 많다”며 “스트레스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현정 공동대표는 대리 외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대리 외상은 고통의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목격하고 가까이함으로써 겪는 심리적 외상이다. 조한진희 활동가는 안식년이나 안식월과 같은 휴식 보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 내에서는 지속 가능한 활동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활동가 건강권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2019년 활동가 건강권 포럼을 개최했던 조한진희 활동가는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뒷세대에 대한 선배 활동가의 책임이라고 봤다. “선배 활동가가 건강을 고려하지 않고 활동한 문화가 현재 운동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신진 활동가의 유입을 막게 됐다. 이것이 비극이다.”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한 여러 방안이 제시된다. 그중 하나가 시민사회 내에 중간조직을 둬 타 활동가를 지원하는 방법이다.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나 뜻밖의 상담소, 인권재단 사람이 이런 중간조직에 해당한다. 양여옥 팀장은 “일하기 좋은 단체를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자가 청년들이 직업 선택에 있어 활동가를 꺼리는 이유를 묻자 여진 사무처장은 “청년들이 꺼린다는 표현을 바꾸자”며 “부족한 것은 채워 나가면 되고, 지금도 보완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활동가들은 우리 삶 가까이에 있다. 오현정 공동대표는 “활동가들은 신념을 가지고 사회 변화를 만들어가는 소중한 이웃이다. 따뜻한 시선과 존중이 활동가들의 자원이 된다”고 말했다. 따뜻한 시선으로 활동가라는 직업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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