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이 달라진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공사를 시작해 이달 6일 광장 동쪽 도로의 확장공사를 마무리했다. 서쪽 도로는 광장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광장 재구조화는 서울시가 2018년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설계안을 선정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서울시는 ‘4년 간 400차례가 넘는 시민과의 소통을 거쳤다’고 강조했지만, 교통체증에 대한 우려나 시민과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서울시의 행정 처리에 관한 문제 제기도 많지만, 이전엔 없었던 ‘광장’이라는 공간을 시민의 합의 없이 이식했다는 태생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광화문광장, 어떻게 달라지나
광화문광장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2009년이다. 당시 복원중이던 광화문 앞 세종대로에 광장을 조성하자는 문화재청의 제안을 서울시가 수용하며 지금의 광화문광장이 탄생했다. 당시 서울시는 ▲도로 중앙에 광장을 조성하고 양측에 차도를 배치하는 안 ▲도로 양측에 광장을 조성하는 안 ▲서쪽 보도와 연결해 광장을 조성하는 안을 놓고 여론조사와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쳤다. 그중 중앙배치안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아 채택되면서 도로 한가운데에 광장이 조성됐다. 도로 한가운데 만들어진 광장이 양측 보도와 단절돼 보행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세계에서 가장 큰 중앙분리대”라는 오명을 입기도 했다.
도로 중앙에 위치한 광화문광장은 이번 재구조화를 통해 세종문화회관과 정부서울청사가 위치한 서쪽 보도와 연결된다. 지금의 광장 모습에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지는 부분이다. 광장 서쪽 6차선 도로가 없어지는 대신 동쪽 6차선 도로가 7~9차선으로 확장된다. 서울시는 확장될 광장 영역에 나무를 심어 공원처럼 조성할 계획이다.

재구조화와 함께 유적 복원도 이뤄진다. 조선시대 최대 행정기관이었던 의정부와 궁중 행사나 의식이 있을 때 이용하던 광화문 앞 월대(月臺)가 발굴·복원된다. 의정부 터는 옛 건물을 원형복원하는 대신 유구를 발굴·보존하고 공원화하기로 했다. 당초 서울시는 월대를 복원하고 현재 광화문 앞을 지나는 사직로를 우회시키려 했지만, 사직로를 그대로 두고 추후 단계적으로 복원을 추진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재구조화 계획이 지금과 같이 확정되기까지 여러 차례의 수정이 있었다. 국제설계공모에서 선정된 설계 원안에 따라 광장 지하에 3,400㎡의 지하광장이 조성될 계획이었으나 사실상 백지화됐다. 원안에서 이전하려 했던 이순신장군상과 세종대왕상은 그대로 자리를 지킨다. 정치권과 여론에서 동상을 이전해선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거세게 일어서다.
광장 재구조화를 둘러싼 논란
서울시가 광장 재구조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부터 각종 논란이 불거졌다. 가장 먼저 차량정체가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9~12차선이던 세종대로의 서쪽 도로를 폐쇄하면 차량 통행량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서울시는 6차선으로 축소하려던 동쪽 도로를 7~9차선으로 조정했으며, 지난달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도심 진입 경계에 있는 13개 교차로의 신호를 최적화해 교통량을 줄이겠다는 대책을 밝혔다. 이 같은 교통대책으로 ‘광장구간을 포함해 세종대로 전 구간 평균 통행속도가 약 21km/h(`19년 연평균 21.6km/h)’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분석이다.
다양한 설계 방향 모색을 제한했던 설계공모 지침도 아쉬움을 남긴다. 서울시는 서쪽 보도와의 연결이나 광화문 앞 월대 및 옛 의정부터 복원 등 큰 틀의 방향성을 공모 지침으로 결정한 채 설계공모를 진행했다. 때문에 공개된 당선작과 수상작은 세부사항에서만 약간의 차이를 보였을 뿐 큰 틀은 동일했다. 경남대학교 신건수 교수(건축학부)는 2019년 4월 대한건축학회지 『건축』에 기고한 글에서 ‘기본계획안을 보는 순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점을 알게 된다’며 상상의 폭을 지나치게 제한한 공모 지침을 비판했다.
유적 복원을 두고 이견이 나오기도 했다. 당초 서울시는 월대 복원을 위해 사직로를 우회시키려 했는데, 그 결과 광장이 둘로 분리되는 형태가 나타났다. 광장을 분절해야 할 정도로 월대의 원형 복원이 필요하냐는 비판이 일었다. 국민대학교 이경훈 교수(건축대학)는 같은 호 『건축』 기고에서 ‘(유적) 복원의 목적이 이 공간을 오백 년 전으로 되돌린다기보다는 현대도시 서울의 역사 자원의 존중과 활용’이라며 ‘(월대의 복원으로) 교통체계를 재편성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면 선택은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서울시는 ‘사직로 기능유지 및 교통흐름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 추진’하겠다며 월대 복원을 잠정 연기한 상태다.
서쪽 보도에 연결하는 지금의 형태와 다른 광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실련 등 11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10월 5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화문광장 동쪽엔 교보문고와 한국통신,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시민 이용 시설이 많고, 동쪽의 보행자는 서쪽의 두 배’라며 서쪽 배치안을 비판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동쪽에 광장을 배치하거나 도로 양쪽에 조성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현 재구조화 계획이 ‘시민선호도 조사, 전문가 의견 및 주변 건물과의 연계성, 보행량 조사, 상권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5월까지인 공사 기한에 맞추느라 충분한 숙고 과정 없이 서쪽 배치안이 결정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세종대로 동쪽에는 외교차량의 출입통로가 필요한 주한미국대사관이 자리해 차도를 없애고 광장을 조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가 광장을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미국대사관은 이르면 2024년 말 용산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앞서 언급한 기자회견에서 ‘(현 배치안은) 미국 대사관이 용산으로 이전할 때까지만을 고려한 근시안적 광장’이라며 재구조화 계획이 성급하게 세워졌다고 비판했다.

합의된 적 없는 광장의 존재
무엇보다 핵심적인 논란은 광화문광장 개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서울시가 시민들과 충분히 소통했는지다. 재구조화를 두고 시민 공론화가 본격화된 것은 박원순 전 시장이 광장 재구조화를 연기하고 시민과 소통하겠다고 선언한 2019년 9월 이후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해 11월 성명을 통해 ‘시민 공론화를 다시 하겠다고 선언한 뒤에도 광화문광장추진단의 공무원들은 기존대로 기본계획과 실시설계를 추진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며 소통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시가 현재 사업을 추진할 정치적 대표성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시는 故 박원순 전 시장이 사망한 이후 권한대행 체제로 시정을 운영 중이다. 걷고싶은도시연대 김은희 정책연구센터장은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에서 ‘800억 원이나 소요되는, 여전히 사회적 논란이 많은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은 새로 취임할 시장이 결정하고 추진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소통과 합의의 부족은 정치적 정당성이나 성급한 추진에만 기인하지 않는다. 광화문광장을 둘러싸고 발생한 여러 논란은 광장이라는 공간이 한국 사회에서 한 번도 합의되지 않은 공간이었다는 근본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번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안에 설계자로 참여한 서울시립대학교 김영민 교수(조경학과)는 “광장은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agora)’와 로마의 ‘포럼(forum)’에서 출발한 개념으로, 유럽에서는 도시 형성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며 “반면 동아시아 문화권의 도시에는 광장이라는 개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광화문 앞은 광장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조선시대 관청들이 모여있던 거리였다.
광장이 아니었던 광화문 앞에 광장이 생긴 계기는 무엇일까. 배정한 교수(조경학과)는 “6월 민주 항쟁, 한일월드컵 등의 사건에서 대규모 인파가 운집했고,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인 세종대로와 시청 앞에 사람이 모이면서 이 장소가 지금 같은 쓰임새를 띠게 됐다”면서도 “세종대로와 시청 앞에 광장을 만든 것은 시민들의 요구와 합의가 아니라 정치인과 관청의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광화문광장은 오세훈 전 시장이, 서울광장은 이명박 전 시장이 조성했다. 배 교수는 “광장을 원한 주체가 분명하지 않다. 장소애(愛)가 적어 광장 조성에 강한 지지도 반대도 보내지 않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광장,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쓸 것인가
광장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은 공간에 광장을 심는 일은 처음부터 한계를 갖고 있었다. 서구권에서는 광장 주변에 카페나 상점, 각종 편의시설이 입주해있어 유동인구가 이를 이용한다. 반면 광장으로 개편될 세종대로 서쪽은 정부서울청사와 세종문화회관 등이 위치해 상업시설을 입주시키기 어렵다. 배후시설의 부족을 극복하고자 설계 원안은 지하에 상업시설을 입주시키려 했으나, 지하광장 안이 백지화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졌다. 설계자인 김영민 교수는 “동쪽에 광장을 조성한다면 종로와의 연계성에서 장점이었겠지만, 서쪽에 광장을 조성하는 게 유동인구가 적은 세종대로 서쪽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지하광장 안이 백지화된 것은 설계자로서 아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광장이 어떤 공간인지 합의되지 않은 채 광장을 조성하는 것은 설계상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낳았다. 김영민 교수는 “기본적으로 광장은 비어있는 공간이라 설계라고 할 게 마땅치 않다”며 “설계 원안이 마련된 후에도 서울시 측에서 광장에 이동식 가판대를 설치하자는 제안을 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목적을 정해두지 않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비워둬야 할 공간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동상의 존치나 광장의 공원화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김영민 교수는 설계 원안에서 세종대왕상과 이순신 장군상을 이전하려 한 것 역시 비어있는 장소인 광장의 형태를 충실히 구현하고자 한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동상을 남기기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면 따르는 게 맞지만, 동상 존치를 시작으로 광장에 무언가를 더 채우려 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나무를 심어 공원형으로 조성된 광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10월 5일 기자회견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은 ‘공원형 광장이 자칫 시민들의 자유로운 광장 이용이라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며 광화문광장이 광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요구했다.
광장을 둘러싼 논란은 합의 없이 탄생한 광장을 어떻게 운영하고 이용할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태생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광화문광장은 자리를 잡았고, 행사나 집회, 혹은 시위를 위한 공간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광장을 위한 곳이 아니었던 공간을 광장으로 운영하게 된 지금, 광화문광장의 태생적 한계와 아쉬운 소통이 불러일으킨 여러 문제는 시민이 계속 고민하고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이다.
광화문광장 공사는 오는 11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동쪽 도로의 확장공사를 마무리하고 3월 6일 0시 이후 광화문광장 서쪽 도로를 통제해 본격적인 광장 확장에 착수했다. 논란 속에서 재탄생한 광장이 얼마나 제 기능을 할지는 지켜볼 문제다. 광장을 만든 것은 시민의 뜻이 아니었지만, 광화문광장의 주인은 시민이어야 할 것이다.